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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재벌이 돈을 숨김-22화 (22/175)

22화 절세미남 벼락부자가 사는법 2

제주도 펜션에 의대 동기들과 연대 무용학과 여대생들이 몰려왔다.

그 덕분에 펜션 주인에게 추가로 숙박요금을 지불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는 해변에서 비치발리볼과 캠프 파이어를 즐긴 뒤 펜션으로 돌아왔다.

그 후, 소주와 맥주를 물처럼 들이키며 짝짓기 시간을 가졌다.

맞은편에 모여 앉은 여대생들의 뜨거운 시선이 내 일신에 집중됐다.

남자배우를 능가하는 압도적인 비쥬얼을 과시한 탓이다.

그런 때문 일까, 그녀들은 일제히 나를 선택했다.

반면 나는 가장 자리에 다소 곳이 앉은 유소라를 컨택했다.

얼굴과 몸매가 그 중에서 제일 나았기 때문이다.

결국 나와 소라 먼저 자리를 빠져나왔다.

우리는 펜션의 고즈넉한 잔디밭을 거닐며 이런저런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녀가 호기심이 그득한 얼굴로 물었다.

"의대 공부가 힘들지 않으세요?"

"별로 힘든 건, 없습니다. 어차피 외과의를 지망하는 관계로."

소라가 두눈을 별처럼 반짝이며 재차 입을 열었다.

"외과의사를 지망하시는 건가요?"

"네. 흉부외과 써전이 될 생각입니다."

"드라마에서 보니까 흉부외과 의사는 개업도 힘들고, 일도 엄청 많다고 하던데...?"

"저는 돈 문제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

그녀가 감탄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 보았다.

"한빈씨는 정말 대단한거 같아요. 남들은 편하고 돈 잘버는 과에 지망하는데."

"그저 흉부외과 써전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리 화답하며 해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소라 역시 내 뒤를 껌딱지처럼 따라붙었다.

***

9월 11일 밤.

나는 여전히 제주도 펜션에서 체류하고 있었다.

뉴스에서는 뉴욕 월드트레이드 센터가 파괴당하는 광경을 긴급 속보로 내보내고 있었다.

드디어 수조원을 한방에 쟁취하는 순간이었다.

다음날.

타지마할 사모펀드의 주식 계좌에 접속한 뒤, 계좌 잔액에 시선을 고정했다.

<2,705,470,000 USD>

한화로 3조원이 넘는 돈이 계좌에 쌓여 있었다.

허나, 별다른 감흥은 전무했다.

예전에 이미 13조원대의 돈을 축적한 경험이 있었던 탓이다.

그때에 비하면 여전히 약소한 돈이었다.

컴퓨터를 끈 뒤 해변으로 마실을 나갔다.

향후 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함이었다.

해변을 산책하며 비자금 운용 방안에 대해 심사숙고했다.

케이맨 제도의 계좌에 3조원을 전부 은닉하는 건, 바보같은 짓이었다.

최소 10개 이상의 비밀 계좌에 자금을 분산 예치하는 게 정답이었다.

스위스 은행에 비밀 계좌를 개설하기로 결심했다.

마음을 정하자마자 펜션으로 발길을 돌렸다.

***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간단한 세면도구와 속옷 등을 챙긴 뒤 제주도 공항으로 직행했다.

1시간의 비행 끝에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국제선 노선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다음날 오전.

스위스 제네바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시내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호텔에서 점심을 해결한 후 UPS 은행을 방문했다.

은행 직원에게 내 의중을 밝혔다.

"비밀 계좌를 10개 정도 개설할 생각입니다."

그가 친절한 얼굴로 화답했다.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고객님."

"개설비용과 보관료를 말씀해 주십시오."

"계좌당 2만불의 개설비용이 필요하고, 보관료는 10년 단위로 책정됩니다."

영국계 은행보다 개설비용이 더 비쌌다.

스위스 은행의 명성이 그만큼 높은 탓이었다.

"보관료가 정확히 얼마죠?"

"10년 동안 보관하는 조건으로 5천불을 지불해 주셔야 합니다. 그런게 귀찮으시면 영구 보관료를 일시불로 지불해 주시면 됩니다."

"영구 보관료를 말씀해 주십시오?"

"미화로 3만불입니다."

계좌 개설비용과 영구 보관료를 더할 경우, 한화로 1계좌당 6천만원을 지불하는 조건이었다.

내 입장에서는 껌 값에 불과한 액수였다.

"영구 보관료를 일시불로 드리죠. 지금 당장 10개에 달하는 비밀 계좌를 개설해 주십시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고객님."

잠시 뒤, 은행원이 10장에 달하는 서류를 나에게 내밀었다.

"계약조건을 살펴보시고, 하단에 자필 서명과 16자리의 클라이언트 코드를 기입해 주시면 됩니다."

"그럽시다."

10장에 달하는 서류에 자필서명과 클라이언트 코드를 차례로 기입한 뒤 은행원에게 되돌려 주었다.

그는 내가 건넨 서류를 살핀 뒤 친근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우리 은행은 두가지 방식으로, 고객님의 자금을 이체 혹은 출금하는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은행원의 설명이 이어졌다.

"첫번째는 전화를 통한 이체, 출금 서비스를 지원합니다. 두번째 경우는 맨투맨 방식으로 고객님을 서포트 하는 방법입니다."

"전화를 통하지 않고, 일대일 서비스 방식으로 내 돈을 이체하거나, 출금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고객님."

"한도액이 얼마죠?"

"예. 미화 1천만불이 한도액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맨투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나요?"

그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쉽게도 아직 한국은 서비스 제외 지역이라, 맨투맨 서비스가 실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좋다 말았다.

"인터넷 뱅킹은 가능한가요?"

이번에도 그는 완강한 태도로 고개를 저었다.

"우리 은행은 해킹 우려로 인해, 인터넷 뱅킹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었다.

스위스 은행은 전 세계에서 최고로 보수적인 은행이었다.

당연히 그들은 인터넷 뱅킹을 경원시했다.

반면, 영국계 은행은 고객이 원할 경우 100만 달러 한도내에서, 비밀 계좌의 인터넷 뱅킹을 적극 지원하고 있었다.

스위스 은행과 차별화되는 점이었다.

그런 생각에 잠겨 있을 찰나, 은행원의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퍼졌다.

"대신, 저희 은행은 연중 무휴로 운영하는 전화 서비스를 통해 고객님들의 이체, 출금 작업을 성실하게 대행해 드리고 있습니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뒤, 노트북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 후, 케이맨 제도의 영국계 은행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계좌번호와 클라이언트 코드를 입력한 뒤, 50만불을 UPS 은행의 공식계좌로 이체했다.

이체작업을 종료한 뒤 은행원에게 넌지시 말했다.

"입금 확인을 부탁드립니다."

그가 머리를 끄덕이며 은행 전산망에 접속했다.

잠시 뒤, 그가 환한 얼굴로 말했다.

"입금을 확인했습니다."

"돈은 나중에 입금할 생각이니까, 잔고 증명서는 그때 발급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고객님."

그와 악수를 교환한 뒤 은행을 빠져나왔다.

***

며칠 뒤.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강남으로 향했다.

강남역 사거리에 위치한 시티은행을 찾았다.

담당자에게 내 명함을 건넸다.

그는 내 명함을 살핀 뒤 친절한 얼굴로 말했다.

"원하시는 게 있습니까?"

"타지마할 사모펀드의 달러화 계좌를 개설하고 싶습니다."

그가 반색하는 얼굴로 화답했다.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고객님."

"오늘 중으로 미화 27억불을 신규 계좌로 이체할 생각이니까, 작업을 신속히 진행해 주십시오."

은행원이 경악한 얼굴로 물었다.

"그 말씀이 정말입니까?"

"한국 증시에 대대적으로 투자를 해 볼 생각입니다. 그러니 신속하게 외화 계좌를 개설해 주십시오."

그리 말하며 입가에 담배를 물었다.

그러자 은행원이 간사한 표정을 지으며 재빨리 담배불을 붙였다.

그 후, 3층에 위치한 VIP 룸으로 나를 안내했다.

VIP 룸에서 다과를 즐길 무렵, 점장이 내 앞에 나타났다.

그는 나에게 정중히 인사한 뒤 법인 통장과 법인 카드, 액면가 1억원짜리 자기앞 수표 뭉치를 공손히 건넸다.

"고맙습니다."

통장과 법인 카드, 자기앞 수표를 서류가방에 수납하자마자 곧바로 은행을 빠져나왔다.

***

고즈넉한 공원을 여유로이 거닐며, 케이맨 제도의 영국계 은행으로 전화를 걸었다.

통화가 연결되자 내 요구를 전달했다.

"한국 시티은행으로 미화 27억불을 이체할 생각입니다."

-고객님의 계좌번호와 클라이언트 코드를 말씀해 주십시오.

곧바로 은행 관계자에게 계좌번호와 클라이언트 코드를 말했다.

-고객님의 개인정보가 확인되었습니다. 30분 내로 한국 시티은행 계좌로 27억불을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며칠 후.

10개에 달하는 국내 증권사에 주식 계좌를 개설했다.

그 후, 바이오주와 IT주를 중심으로 3조원에 달하는 주식을 일사천리로 매집했다.

1년 동안, 얌전히 기다리기만 하면 금세 10조원대의 부를 수중에 획득할 예정이었다.

그런 탓인지 나름 홀가분한 심경이었다.

***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압구정동에 위치한 슈퍼카 매장을 찾았다.

슈퍼카 딜러는 내 옷차림이 마음에 안드는 눈치였다.

그런 탓인지 시종일관 나를 의심의 눈초리로 주시했다.

물론 내 알 바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 차량은 람보르기니와 카레라 911, 아우디 R8, 벤틀리 등이었다.

매장에는 그 차들이 모두 있었다.

다른 고객들을 상대하는 딜러 곁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는 여전히 나를 본체만체했다.

단순히 슈퍼카를 구경하기 위해, 매장에 난입한 철부지 대학생 쯤으로 여기는거 같았다.

청바지 뒷주머니에서 브라운색 계통의 장지갑을 꺼냈다.

장지갑 안에는 1억원 짜리 수표가 30장 정도 들어있었다.

시티은행에서 발행한 자기앞수표였다.

1억 짜리 수표를 5장 정도 꺼냈다.

그런 내 모습을 의심스런 눈초리로 살피던 딜러가, 혹시나 하는 표정을 지으며 드디어 나에게 말을 걸었다.

"마음에 드시는 차가 있습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카레라 911, 아우디 R8, 벤틀리 컨티넨탈,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를 모두 구입하고 싶습니다."

그가 경악한 얼굴로 말했다.

"정말 그 차량들을 모두 구입하실 생각인가요?"

"그래서 계약금 조로 억단위의 수표를 준비해 오지 않았습니까?"

그리 말하며 1억원 짜리 수표 다섯장을 그에게 내밀었다.

"시티은행에서 발행한 수표니까 의심스러우면, 그 쪽에 문의해 보십시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고객님."

딜러는 내가 건넨 수표를 들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10분 후.

그가 다시 내 앞에 나타났다.

딜러는 백팔십도 달라진 태도로 나를 대했다.

"고객님을 진작에 알아보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제 불찰입니다."

그리 말하며 머리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깊숙이 조아렸다.

시세에 밝은 남자였다.

"그런건 관심 없으니까, 계약부터 합시다."

"감사합니다. 고객님."

딜러는 그리 화답하며 나를 매장 뒤편에 위치한 사무실으로 안내했다.

차량 매입 계약서에 내 이름 대신, 타지마할 사모펀드의 사명을 적나라하게 기입했다.

법인 명의로 차량을 매입하기 위함이었다.

나름의 절세 수단이었다.

***

아침부터 강남 인근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를 보러 다녔다.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의 최고 장점은 보안이었다.

숙련된 보안 요원들이 아파트 입주민들의 안전을 철통같이 보호하는 까닭이다.

나는 그 점에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단독주택에 비해 보안 측면에서 월등한 탓이다.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첫째도 안전이었고, 둘째 셋째도 안전이었다.

그런 이유로 부동산 관계자와 강남에서 이름난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를, 발바닥에 땀나도록 둘러봤다.

마음에 드는 집을 찾기 위함이었다.

오후 무렵.

부동산 관계자와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타팰 주상복합 아파트를 방문했다.

우리는 곧바로 탑층에 위치한 펜트하우스로 올라갔다.

펜트하우스는 복층 구조였으며, 평수는 200평에 달했다.

그런 탓인지 집주인은 80억에 달하는 돈을 요구하고 있었다.

값비싼 이태리산 대리석이 거실 바닥과 벽면, 욕조를 온통 독차지하는 모양새였다.

나름 인테리어에 돈을 쓴 흔적이 역력했다.

떡방 사장에게 통 큰 언사를 내뱉었다.

"오늘 당장 계약하고 싶으니까 집주인에게 연락해 주십시오."

그러자 남자가 감탄한 얼굴로 나를 찬양했다.

"젊으신 분이 참으로 화통하십니다. 대단하세요."

"원래 그런 소리를 자주 듣습니다."

그리 말하며 집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몇 시간 뒤.

부동산 사무실에서 타팰 펜트하우스 매매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번에도 내 이름 대신, 타지마할 사모펀드의 사명을 기입했다.

법인명의로 매입하기 위함이었다.

외국계 사모펀드는 어마어마한 특혜를 받고 있었다.

그들은 한국 증시에서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어도 거의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았다.

부동산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국 정부는 외국계 사모펀드의 호구 노릇을 하고 있었다.

물론 내 알 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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