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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재벌이 돈을 숨김-23화 (23/175)

23화 절세미남 벼락부자의 안빈낙도 1

타팰 펜트하우스에 입주할 무렵, 슈퍼카 매장 직원들이 카레라 911, 아우디 R8, 람보르기니, 벤틀리 차량을 나에게 인도했다.

람보르기니에 몸을 실은 채 일산 자유로를 향해 엑셀을 힘차게 밟았다.

다음날.

학교에 람보르기니를 끌고 등교했다.

그런 탓일까, 동기 녀석들과 선배들이 부러움 가득한 시선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내 재력이 범상치 않음을 절감한 탓이다.

녀석들의 선망 가득한 눈빛을 뒤로한 채 의대 실습에 돌입했다.

그날 밤.

람보르기니를 몰고 일산으로 향했다.

자유로에서 심신의 울화를 해소할 요량이었다.

광폭 스피드에 온몸을 내맡긴 채, 이철성과 이성택 부자를 응징하는 방안에 대해 심사숙고했다.

돈만 주면 사람을 죽여주는 청부살인업자를 고용하는 게 최선이었다.

문제는 그런 사람을 내가 모른다는 점이었다.

문득, 이성택의 해결사인 정강호가 뇌리에 떠올랐다.

그는 대영그룹의 구린 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해결사였다.

그런 탓인지 그의 주변에는 사람 목숨을 파리처럼 여기는 청부업자들이 들끓었다.

나와는 사는 세상이 다른 남자였다.

게다가 그는 이성택의 심복이었다.

잘못 접근했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높았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인터넷 검색창에 '청부업자'라는 단어를 입력하자, 모니터 화면에 청부살인과 연관된 뉴스와 온갖 자료가 홍수처럼 넘쳐났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포털 사이트의 카페가 시야에 들어왔다.

대포폰과 대포차를 주로 거래하는 카페였다.

더불어 갖가지 청부를 받는 게시판도 비공개로 운영되고 있었다.

카페 운영자의 이메일 주소를 수첩에 적은 뒤 곧바로 집을 나섰다.

집 근처의 피시방으로 들어간 후 지메일 계정에 접속했다.

그 후, 카페 운영자의 이메일에 청부살인에 관련된 의뢰를 넣었다.

***

늦은 밤.

야구모자와 썬글라스, 마스크를 얼굴에 착용한 채 고즈넉한 공원으로 들어갔다.

공원 벤치에서 20분 정도 기다리자, 평범하게 생긴 중년 남자가 내 앞에 나타났다.

그는 내 옆자리에 앉은 뒤,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메일을 보내신 분이 맞습니까?"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재차 말을 이어갔다.

"목표물의 신분에 따라서 청부금액이 변동됩니다. 선불 50%를 먼저 주시고, 일이 제대로 처리되면 50%를 추가로 지불해 주시면 됩니다."

"의뢰인이 원하는 상대를 누구나 처리해 주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제가 원하는 건, 뺑소니 사건을 가장해서 일을 처리하는 거에요."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남자는 그리 말하며 입가에 담배를 물었다.

그는 담배 연기를 연신 말아올리며 넌지시 물었다.

"목표물이 누구죠?"

"대영그룹의 후계자인 이성택입니다."

순간 그가 경악한 얼굴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경호 상태를 봤을 때, 성공확률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물론 고객님께서 원한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가격을 말씀해 보시죠?"

"최소 60억 이상을 주십시오. 그 정도 보수는 받아야 할거 같습니다."

"선금으로 30억을 드려야 한다는 말인가요?"

"그렇죠."

"죄송하지만 그렇게 많은 돈을 선불로 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를 믿지 못하시는 겁니까?"

"당신들이 30억을 들고 잠수를 타면, 나만 손해보는거 아닙니까?"

남자가 선심 쓴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선불금으로 5억을 주십시오. 물론 현찰입니다."

"내일 이 시간에, 이 곳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죠."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

강남 도로에 회색 계통의 벤츠 차량이 나타났다.

차 안에 있는 강유철은 횡재를 한 심경이었다.

세상 물정 어두운 철부지 도련님 덕분이었다.

얼마 후, 그를 태운 벤츠가 신사동 근처의 고급 룸살롱에 도착했다.

그는 곧장 룸살롱으로 직진했다.

비밀룸에 강유철과 정강호가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고급 양주로 목을 축인 뒤 본론에 돌입했다.

유철이 비웃는 얼굴로 말했다.

"병신같은 놈이 전무님을 조져달라고 청부를 하더라."

"어떤 놈인데?"

"얼굴을 썬글라스와 마스크로 가려서 정체는 아직 파악 못했어."

"놈을 언제 다시 만나기로 했지?"

"내일 새벽."

"좋아. 내일 새벽에 우리 애들을 약속장소로 안내해."

"당연히 그래야지. 대신 놈이 주기로한 선금은 내가 먹는다."

강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는 룸살롬을 나서자마자 평창동으로 직행했다.

그날 밤.

강호가 평창동에 나타났다.

그는 곧바로 이성택에게 저간의 사정을 자세히 보고했다.

"전무님을 노리는 인물이 있는 것 같습니다."

"누군데?"

"아직 정확한 신원을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최단 시간 내에 놈의 정체를 파악해."

"예. 전무님."

***

밤 10시 정각.

썬글라스와 야구모자, 마스크를 얼굴에 착용한 채 집을 나섰다.

택시를 잡았다.

그 후, 기사에게 행선지를 밝혔다.

"합정동으로 가주세요."

"네. 손님."

나를 태운 택시가 합정동 로터리에 도착했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곧바로 다른 택시를 잡아탔다.

"잠실로 가주세요."

"네."

택시를 일부러 두번이나 갈아탔다.

혹시 있을지모를 미행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1시간 후.

약속 장소인 공원 근처의 숲 속에 잠복했다.

청부업자를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름 철저한 대비를 하기 위함이었다.

우리는 새벽 2시에 만나기로 약속한 상태였다.

그렇지만 지금은 자정 무렵이었다.

아직 2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주변을 매의 시선으로 살폈다.

바로 그때, 낯선 남자들이 약속 장소인 벤치 주변으로 은밀히 접근하는 광경이 시야에 포착됐다.

내 우려가 현실화하는 순간이었다.

몇분 뒤, 익숙한 남자가 저 멀리서 걸어오는 광경이 보였다.

그는 이성택의 해결사인 정강호였다.

숨소리조차 내지 않기 위해 입을 꽉 다물었다.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숲속 뒷길로 올라갔다.

놈들은 나를 발견하지 못한 눈치였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며 숲속 뒷길 쪽으로 계속 올라갔다.

3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무렵, 정상까지 올라가는데 성공했다.

그 후, 반대쪽 능선 쪽으로 차분히 걸어내려갔다.

길가에 도착하자 밤거리를 배회하는 택시가 눈에 띄였다.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들자 내 옆에 부드럽게 정차했다.

택시에 올라타자마자 급하게 말했다.

"함정동으로 가주세요."

"네. 손님."

1시간 후.

합정동에 도착한 뒤 곧바로 다른 택시로 갈아탔다.

"삼성동으로 가주세요."

"예."

50분 뒤.

삼성동에 도착한 후, 인근의 타팰로 들어갔다.

펜트하우스에 들어가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곧바로 청부해결사 카페에 접속했다.

내 시선은 카페 주인의 이메일에 모아졌다.

놈은 청부해결사를 자처하며, 의뢰인들의 뒤통수를 치는 개자식이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이 세상에 믿을 사람은 나 자신 밖에 없었다.

청부업자를 이용해 복수를 실행하려는 계획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뼈저리게 깨달았다.

청부업자들을 수족처럼 부리기 위해서는 그럴 듯한 세력이 필수였다.

그런 배경이 전무한 상태에서 청부업자에게 일을 의뢰해봤자, 돌아오는 건 청부업자들의 싸늘한 비웃음 뿐이었다.

그런 생각에 휩싸일 즈음, 갑자기 이철성 회장의 둘째 아들인 이성모가 뇌리를 스쳤다.

그는 이철성 사후(死後), 왕자의 난을 일으키는 요주의 인물이었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영전자와 대영자동차를 차지하기 위함이었다.

허나, 이성택과의 지분 싸움에서 크게 밀린 탓에, 대영유통과 대영건설을 얻어내는데 그쳤다.

이성모를 이용한다면 뭔가 방법이 나올 것도 같았다.

순간 머리속에 그럴 듯한 그림이 저절로 그려졌다.

***

집에 돌아오자마자 인터넷 검색창에 이성모의 이름을 입력했다.

모니터에 그의 프로필이 떠올랐다.

그는 대영유통에서 상무이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대영유통 산하에는 백화점과 호텔, 대형 할인마트, 관광 리조트 등이 있었다.

시가총액은 11조원 수준이었다.

이철성은 둘째 아들인 그에게 대영유통을 물려줄 계획이었다.

이성모는 나름 야심이 있는 남자였다.

그런 까닭에 대영유통 정도로는 결코 만족하지 못했다.

안봐도 비디오였다.

그를 내 사람으로 만들기로 작심했다.

타지마할 사모펀드를 이용한다면, 손쉽게 내 라인으로 만들 수 있었다.

다음날.

학교를 파하자마자 압구정 명품관 쪽으로 차를 몰았다.

아르마니와 맥나니 매장에서 몸에 맞는 명품 수트와 구두를 차례로 구입한 뒤, 곧바로 귀금속 전문점으로 들어갔다.

점원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예거 르쿨트르 다이아 시계를 보고 싶습니다."

그러자 점원이 놀란 얼굴로 말했다.

"예거 르쿨트르 다이아 시계는 수억원대를 호가하는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돈 걱정은 하지 마시고, 내 앞에 가지고 오세요."

딱 부러지게 말하자, 그제야 점원이 뒤편 수납장에서 고급스런 시계함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점원이 가져온 예거 르쿨트르 다이아 시계를 오른 손목에 착용했다.

누가 봐도 값비싼 시계임을 한 눈에 알수 있을 정도로 럭셔리한 시계였다.

"이거 제가 사겠습니다. 가격이 얼마죠?"

그러자 점원의 입이 귓가에 내걸렸다.

직후 특유의 약삭빠른 어조로 입을 열었다.

"국내에 단 3개만 들어온 제품이라, 가격대가 매우 높게 형성된 상태거든요."

그는 내 눈치를 살피며 재차 입을 놀렸다.

"그런 이유로 지금 현재 6억7천만원대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그리 화답한 뒤 타지마할 사모펀드의 법인카드를 그에게 내밀었다.

***

귀금속 전문점에서 구입한 예거 르쿨트르 다이아 시계를 오른손목에 착용한 채 강남 테헤란로 인근으로 람보르기니를 몰아갔다.

유료 주차장에 람보르기니를 파킹한 뒤 주변의 빌딩을 둘러봤다.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여러 곳에서 나부끼고 있었다.

잠시 후, 그 중의 한 곳으로 들어갔다.

1층 로비에 들어서자 빌딩 관리인이 내 앞에 나타났다.

"사무실을 보러 오셨나요?"

고개를 끄덕이자 관리인이 특유의 탐색하는 눈빛을 내비치며 내 위아래를 쓰윽 훑어봤다.

그는 아르마니 수트와 맥나니 구두, 예거 르쿨트르 다이아 시계를 매의 시선으로 살핀 뒤, 나를 향해 공손한 자세로 입을 열었다.

"때마침 탑층 사무실이 공실로 나왔는데 한번 보시겠습니까?"

"그럽시다."

그리 답하자, 관리인이 엘리베이터 쪽으로 나를 안내했다.

탑층으로 올라가자 200평 남짓한 사무실이 보였다.

사무실 출입구 옆에는 비서들이 사용하는 책상이 있었다.

사무실을 두루 살핀 뒤 관리인에게 물었다.

"보증금과 월세를 말씀해 주십시오."

그가 즉답했다.

"보증금은 3억이고 월세는 560만원입니다."

별로 부담되는 액수는 아니었다.

타지마할 사모펀드 계좌에는 100억에 달하는 예비자금이 남아있었다.

"오늘 계약할 수 있을까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사장님."

나는 그날, 테헤란로에 위치한 빌딩에 사무실을 얻었다.

일사천리였다.

***

의대 예과 과정은 암기 학습의 연속이었다.

또한 거의 날마다 리포트와 시험이 있었다.

솔직히 나에게는 별로 필요없는 과정이었다.

외과의사를 지망한 탓이었다.

그런 연유로 예과 과정에 별다른 비중을 두지 않았다.

그런 탓이었을까, 내 학점이 날이 갈수록 급전직하했다.

거의 학사 경고를 받을 지경이었다.

결국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기로 작심했다.

늦은밤.

조만석을 타팰 펜트하우스로 초대했다.

녀석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내 집을 한참 동안 구경했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부러움에 그득한 얼굴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네가 재벌 3세라는 소문이 사실이었구나!"

"그게 무슨 말이야?"

"네가 재벌 회장의 사생아라는 썰이, 학교에 파다하게 나도는 사실을 정말 모르는거냐?"

금시초문이었다.

물론 나와는 상관 없는 얘기였다.

홈바에 있는 냉장고에서 캔맥주를 꺼내서 녀석에게 내밀었다.

"마셔라."

"오케이."

녀석은 내가 건넨 캔맥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잠시 뒤, 만석에게 본론을 꺼냈다.

"나 대신 대리시험을 쳐주라. 그렇게 해주면 건당 300만원씩 줄게. 리포트도 마찬가지로 값을 쳐주지."

녀석은 내 제안을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평범한 집안 출신인 그는 돈 한푼이 아쉬운 처지였다.

"그말 정말이지? 무르기 없기다!"

"당연하지. 그럼 내일 있을 시험부터 시작하는 거다?"

"당근이지. 하하..."

녀석의 입에서 흡족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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