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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재벌이 돈을 숨김-25화 (25/175)

25화 절세미남 벼락부자의 안빈낙도 3

장동현의 전화가 걸려왔다.

예상대로 내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전화를 끊은 뒤, 그가 근무할 사무공간에 대해서 고심했다.

탑층에는 내 사무실 공간 밖에 없었다.

반면 너른 복도에는 화장실과 탕비실이 고작이었다.

복도 공간을 활용할 경우 7평 내외의 사무공간을 추가로 조성할 수 있었다.

나는 그 사무 공간을 장동현에게 할애할 계획이었다.

법무팀장에 걸맞는 대접을 해주기 위함이었다.

다음날 아침.

대송빌딩에 들어서자마자 관리인에게 내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탑층 복도에 사무공간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복도의 빈 공간을 활용할 생각인가요?"

"네. 그러니까 인테리어 업자를 소개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대표님."

다음날부터, 탑층 복도에 사무용 공간을 조성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일주일 후.

오전 9시경, 탑층 사무실에 들어서자 장동현과 박종태, 박은영이 나를 향해 일제히 허리를 숙였다.

그들과 일일이 악수를 교환한 뒤 탕비실에서 커피를 즐기며 친근한 담소를 즐겼다.

예전과 마찬가지 모습이었다.

그런 탓인지 나름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

지방대 출신의 이수경은 흔히 말하는 방구석 백조였다.

그녀는 대학을 졸업한 뒤 7급 공무원 시험을 본다는 명목으로 도서관과 동네 독서실에서 살다시피 했다.

7급 공무원 시험은 그녀의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다.

명문대 출신의 머리좋은 경쟁자들도 쉽게 통과하지 못할 정도였다.

결국 그녀는 9급 공시로 방향을 수정했다.

허나, 9급 공시도 마음같지 않았다.

번번이 낙방의 고배를 마신 것이다.

그런 탓일까, 그녀는 점점 공시 낭인이 되어갔다.

더불어 집구석에서 시간을 보내는 날이 점점 늘어났다.

그러기를 얼마 뒤, 자타가 공인하는 방구석 히키 여성으로 전락했다.

오늘도 그녀는 하라는 공시 공부는 뒷전으로 밀어둔 채, 방구석에서 웹서핑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우연히 접속한 잡코리아 사이트에서 눈이 번쩍 뜨이는 구인광고를 접했다.

<업종: 증권투자업.>

<4년제 대학 졸업 학력을 구비한 용모단정하고, 신체건강한 20대 여성 급구.>

<연봉 4천만원 보장. 상여금 400% 보장. 연간 휴가 일수 14일 보장. 토요일, 일요일 휴무 보장. 공휴일 휴무 보장.>

<보직: 경리 업무.>

<연락처: 전화 02-3841-XXXX. 팩스 02-2547-XXXX.>

말도 안되는 호조건이었다.

그런 탓일까, 그녀는 광고 내용에 짙은 의구심을 느꼈다.

'술집 광고일 가능성이 높아. 이런 좋은 조건으로 여직원을 모집할 이유가 없잖아!'

허나, 그녀는 지긋지긋한 방구석 백조 생활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그런 탓일까, 혹시나 하는 심경으로 구인광고 하단에 써있는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

나를 태운 벤틀리 차량이 테헤란로에 위치한 대송빌딩으로 향했다.

오늘은 경리 지원자들의 면접이 있는 날이었다.

종태와 탑층으로 올라가자 사무실 복도 소파에 조신하게 앉아 있는 그녀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모두 5명이었다.

그녀들에게 친근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한명씩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니까 좌측에 앉은 분부터 사무실로 들어오세요."

그리 말하자, 맨 좌측편에 앉아 있던 그녀가 자리에서 몸을 벌떡 일으켰다.

곧바로 그녀와 사무실로 들어갔다.

값비싼 마호가니 책상에 좌정한 채 맞은 편 의자에 다소 곳이 앉아 있는 그녀의 이력서를 살피며 의례적인 질문을 던졌다.

"칭신대학이 어디에 있는 학교죠?"

그녀가 즉답했다.

"충북에 있는 학교에요."

지방대 출신이었다.

더구나 그녀는 얼굴과 몸매마저 그저 그랬다.

그런 탓으로 내심 그녀에게 불합격을 부여했다.

잠시 뒤, 그녀를 내보냈다.

그 후, 다음번 면접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4명 모두 외모적인 면에서 나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학벌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마지막 면접자에게 일말의 희망을 가졌다.

복도에서 맨 오른쪽에 앉아 있던 여성이 그나마 미모가 뛰어났기 때문이다.

사무실 문을 연 뒤, 이력서에 써 있는 이름을 호명했다.

"이수경씨 들어오세요."

그러자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여성이 내 앞으로 쪼르르 다가왔다.

그녀가 이수경이었다.

맞은편에 앉은 수경을 매의 시선으로 관찰했다.

그녀는 귀여운 얼굴과 건강미 넘치는 몸매의 소유자였다.

흔히 말하는 베이글 스타일이었다.

오늘 면접을 본 여성들 중에서 가장 취향이었다.

내심 그녀에게 높은 점수를 부여한 뒤 넌지시 물었다.

"혹시 사귀는 남자친구가 있나요?"

그녀가 쑥스러운 얼굴로 답했다.

"예전에는 있었지만, 지금은 없어요."

"정말인가요?"

"예. 사장님."

이 정도면 충분하다.

더 이상 면접을 진행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 탓으로 수경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이만 나가보세요."

그녀가 당황한 얼굴로 되물었다.

"면접이 벌써 끝난 건가요?"

"네. 내일 오후에 합격 유무를 전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리 말하며 나가라는 손짓을 해 보였다.

수경이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사무실에서 조심스럽게 물러났다.

잠시 후, 박은영을 면전에 불러들였다.

그녀에게 지시를 내렸다.

"내일, 이수경 씨에게 합격통보를 전달하세요."

"예. 대표님."

***

이수경은 집에서 초조한 얼굴로 전화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마음이 하늘에 닿았음인가, 누군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이수경씨 핸드폰 인가요?

"네. 맞는데요."

-내일부터 타지마할 사모펀드에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그녀의 입에서 감격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말씀이 정말인가요?"

-네. 사실이에요. 하여튼 내일 아침 9시까지 사무실로 오세요. 자세한 사항은 사무실에서 알려드리죠.

그날 저녁.

수경은 자신이 면접에 통과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면접 과정이 너무 짧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한 한빈에게 진정으로 감사한 심경이었다.

더불어 그의 잘난 외모를 날마다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 역시 커다란 기쁨으로 다가왔다.

그런 탓일까, 수경은 자신이 번듯한 회사에 취직했음을 부모님에게 곧바로 알렸다.

허나, 그녀의 부모들은 딸아이의 취직에 격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사회초년병인 그녀에게 4천만원에 달하는 높은 연봉과 400%에 육박하는 보너스를 약속한 탓이다.

그런 때문일까, 수경의 아버지가 우려하는 얼굴로 말했다.

"의심스러운 회사니까 좀 더 알아보는 게 어떨까?"

엄마 역시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그러자 수경이 토라진 얼굴로 격하게 소리쳤다.

"엄마랑 아빠는 아무 것도 모르면서, 딸내미 앞길을 막을 생각부터 하는 거야?"

그녀가 씩씩대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런 모습에 수경의 부모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뿐이었다.

그녀가 취직한 회사가 미덥지 못했기 때문이다.

***

아침 9시경.

대송빌딩 탑층에 도착하자 사무실 출입구 책상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은영과 이수경이 보였다.

곧바로 그녀들 앞으로 다가갔다.

그녀들은 나를 발견하자 공손한 태도로 허리를 숙였다.

그녀들의 인사를 목례로 화답한 뒤, 수경을 향해 나직한 어조로 말했다.

"복도 화장실 옆에 탕비실이 있으니까 거기에서 커피나 음료수, 식사 등을 해결하시면 될 겁니다."

"예. 사장님."

"말이 나온김에 커피 솜씨나 한번 봅시다. 탕비실에서 달달한 커피를 타오세요."

"예."

그녀는 조신하게 화답한 뒤 종종걸음으로 탕비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수경이 커피를 대령했다.

내 요구대로 단 맛이 강한 커피였다.

마음에 들었다.

커피를 맛본 뒤 사무실 안으로 그녀를 불러들였다.

책상에 좌정한 채 면전에 서 있는 이수경에게 지침을 하달했다.

"수경씨가 주로 할 일은 경리 업무와 전화 응대에요. 모르는 게 있으면 박비서에게 물어보세요"

내 말은 계속 이어졌다.

"별로 힘든 일은 없을 거에요.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저녁 6시까지 사무실을 지키는 게 주업무니까."

그녀는 내 지시 사항을 수첩에 자세히 메모했다.

"사무실에 걸려온 전화를 박비서에게 알려주세요."

"예."

"혹시 모르니까, 내 개인 핸드폰 번호도 알아두세요. 011- 4596-XXXX입니다."

수경은 내 핸드폰 번호 역시 수첩에 받아적었다.

"오전과 점심 식대를 지원해 줄테니까, 영수증을 챙기세요. 월말에 정산해 드리죠."

"감사합니다. 사장님."

"그럼 오늘부터 업무를 시작하세요."

"네."

수경은 그리 말한 뒤 사무실에서 조심스럽게 물러났다.

***

사무실 책상 위에 놓여진 컴퓨터를 켰다.

그 후, 인터넷 검색창에 이벤트 업체를 입력했다.

모니터에 이벤트 업체 명단이 한가득 드러났다.

그 중의 한곳으로 전화를 돌렸다.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내 요구를 전달했다.

"시내 고급 호텔에서 풀파티를 개최할 생각입니다."

-퍼포먼스 공연도 하실 계획인가요?

"네. 무희들의 공연을 원합니다. 그리고 미모의 외국인 여성 모델을 풀파티에 다수 초대할 생각입니다.

-공연단과 외국인 여성 모델을 추가하시면, 단가가 많이 올라갑니다. 고객님.

"돈 걱정은 하지 마시고, 풀파티 이벤트를 준비해 주십시오."

-그러시면, 일단 만나서 대화를 나누시죠.

"내일 오후에 강남 테헤란로에 위치한 대송 빌딩으로 와주십시오."

-사무실이 몇층에 있나요?

"57층 탑층 전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럼 내일 오후 3시에 찾아뵙겠습니다.

"좋습니다. 내일 봅시다."

-예. 사장님.

***

다음날 오후.

사무실에서 흡연을 즐길 무렵, 이수경이 내 앞에 나타났다.

"오라클 기획의 정대연 실장이란 분이 사장님을 뵈려고 왔는데요. 사무실에 들여보낼까요?"

"들어오라고 하세요."

"예. 사장님."

잠시 뒤, 30대 중후반의 남자가 내 앞에 나타났다.

그는 내 나이가 새파랗게 어린 탓인지 고개를 갸웃하며 입을 열었다.

"실례지만 나이가 어찌 되시는지...?"

"35살입니다. 제가 워낙 동안이라 사람들은 20대 초반으로 보더군요."

입에서 나오는대로 대충 답했다.

당연히 그는 내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아! 그러시구나. 부럽습니다. 사장님."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그리 말하며 명함을 그에게 내밀었다.

그는 내 명함을 살핀 뒤 소파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책상에 좌정한 채 소파에 앉은 그에게 넌지시 말했다.

"고급 호텔에서 풀파티를 열고 싶습니다. 어제 전화상으로 말했다시피 무희와 외국인 여성 모델을 동원할 생각입니다."

"실례지만 풀파티를 개최하려는 이유가 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중요한 비지니스 파트너를 접대하려는 용도죠."

"누군지 알수 있을 까요?"

그에게 솔직히 말했다.

"대영유통의 이성모 상무를 초대할 계획입니다."

남자가 경악한 얼굴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의 상상을 한참이나 초월한 거물의 이름이, 내 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탓이었다.

잠시 뒤, 그에게 재차 말했다.

"이성모 상무에게 그럴 듯한 초대장을 전달해 주십시오."

"그 점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남자는 그리 화답한 뒤 은근한 어조로 다시 입을 열었다.

"장소 대여료와 공연단, 외국인 모델, 뷔페 등의 가격을 총합할 경우 최소 6억원 이상은 주셔야 합니다."

"그럽시다."

화통하게 답한 뒤, 지갑에서 1억원 짜리 자기앞 수표 한장을 꺼내서 그에게 내밀었다.

"계약금으로 생각하십시오."

그가 감격한 얼굴로 자리에서 몸을 벌떡 일으킨 뒤 나를 향해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인사는 됐고, 계약서나 작성합시다."

"예. 대표님."

***

이성모 일행이 대영백화점 명동 본점에 나타났다.

그는 명품관을 두루 시찰한 뒤 8층에 위치한 식당가로 올라갔다.

성모는 비서진과 늦은 점심을 함께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길게 이어갔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그를 지근거리에서 밀착 수행하는 박인범이 양복 상의 안주머니에서 금으로 도금된 초대장을 꺼냈다.

"그게 뭐지?"

"상무님 앞으로 배달된 초대장입니다."

인범은 그리 말하며 초대장을 그에게 전달했다.

성모는 초대장을 펼친 뒤 그 안에 적혀 있는 메시지에 시선을 고정했다.

<이성모 상무님을 하얏트 호텔 풀파티에 메인 게스트로 초대하는 바입니다. 풀파티에 오셔서, 아름다운 외국인 미녀 모델들과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풀파티 호스트: 타지마할 사모펀드 한국지사 대표 크리스 킴.>

<풀파티 개최일: 모월, 모일, 모시.>

그의 두눈에 격렬한 호기심이 떠올랐다.

성모는 곧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직후 인범에게 큰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

"타지마할 사모펀드에 대해서 조사해봐!"

"예. 상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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