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절세미남 벼락부자가 주먹도 강함 1
서울 시내를 장중하게 질주하는 벤츠 안에서 이성모와 박인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타지마할 사모펀드를 조사한 결과 대영증권에 수천억대의 증권 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외국계 투자사가 맞나?"
"외국계 투기 자본으로 위장한 검은머리 자본인거 같습니다."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는?"
"한국 지사 대표인 크리스 킴의 정체가 불분명 합니다."
성모의 두눈에 강렬한 호기심이 드러났다.
"풀파티가 언제 열리지?"
"내일 밤에 개최될 예정입니다."
"그 곳에서 크리스 킴을 직접 만나보고 싶군."
"투자사기를 노리고 접근한 양아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판단할 테니까, 당신은 크리스 킴에 대해서 좀 더 조사해봐."
"예. 상무님."
***
하얏트 호텔 펜트하우스에 들어서자 흥겨운 EDM 뮤직이 귓전을 강타했다.
2층으로 올라가자 풀장과 공연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풀장에는 러시아와 동구권 출신 미녀들이 비키니 차림으로 수영을 즐기고 있었으며, 한켠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브라질 출신의 무희들이 열정적인 삼바춤을 추고 있었다.
옆에 서 있는 종태에게 지시를 내렸다.
"출입구에서 이성모 상무를 접대하세요."
"네. 대표님."
그를 출입구로 내보낸 뒤, 공연장 앞에 서 있는 오라클 기획의 정대연 실장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는 전속력으로 나에게 달려왔다.
"오셨습니까. 대표님."
"웨이터들에게, 파티 손님들에게 샴페인을 제공하라고 전달하세요. 그리고 테이블에 뷔페를 준비하세요."
"예. 대표님."
정대연은 그리 복명한 뒤 장내에서 재빨리 사라졌다.
탈의실에서 수영복으로 환복한 뒤, 샴페인을 손에 든 채 수영장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주변에서 수영을 즐기던 외국인 미녀들이 내 쪽으로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그녀들은 내가 파티의 호스트라는 사실을 잘 아는 눈치였다.
그런 탓일까, 내 입술에 뜨거운 키스 세례를 미친 듯이 퍼부었다.
기분 좋은 순간이었다.
바로 그때, 종태와 이성모가 풀장 근처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성모는 나와 외국인 미녀들이 오붓한 시간을 즐기는 광경을 부러운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곧바로 그에게 말했다.
"탈의실에서 수영복으로 환복하시죠."
그가 싫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어차피 상무님이 오늘의 메인 게스트니까 마음대로 행동하셔도 무방합니다. 우하하...!"
호탕하게 웃자 그가 환한 얼굴로 답했다.
"그럼 한번 제대로 놀아봅시다."
그날, 우리는 외국인 미녀들과 즐거운 풀파티를 밤새도록 만끽했다.
***
대영유통 공덕동 사옥에 이성모가 나타났다.
그는 임직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성모는 사무실의 창가를 서성이며 크리스 킴에 대해 생각했다.
그는 크리스 킴이 마음에 들었다.
그를 안지는 며칠 안됐지만, 호탕한 성격과 대단한 재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크리스 킴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남자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타지마할 사모펀드의 규모가 조단위에 육박한다는 사실을 파악한 탓이었다.
성모는 타지마할 사모펀드를 자기 편으로 만들기로 굳게 다짐했다.
나중을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
나는 요즘 박종태와 강남 인근의 격투기 체육관에서, 파이팅 넘치는 실전 스파링을 자주 즐겼다.
우리 두명 모두 격투기에 일가견이 있는 탓에, 언제나 막상막하의 혈전을 펼쳤다.
오늘도 우리는 회사가 파하자마자 강남 인근의 격투기 도장을 찾았다.
그 후, 실전을 방불케하는 격렬한 스파링을 밤늦도록 만끽했다.
다음날.
대송빌딩 탑층으로 올라가자 장동현 법무팀장과 박은영 비서, 이수경 경리가 나를 향해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오늘 따라 박종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원래는 내 집에 나타났어야 하는데,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그런 까닭에, 택시를 타고 회사에 왔다.
은영에게 물었다.
"종태씨에게 전화를 해보세요."
"예. 대표님."
그녀는 곧바로 종태에게 전화를 돌렸다.
허나, 그는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뭔가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때 장동현 법무팀장이 입을 열었다.
"제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그럼 팀장님이 수고 좀 해주세요."
"네. 대표님."
그날 오후.
육중한 마호가니 책상에 좌정한 채, 모니터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내가 투자한 바이오주와 IT 주는 대다수 2배 이상의 시세차익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내 재산은 벌써 6조원을 돌파한 상태였다.
허나, 아직 차익을 실현할 시점은 아니었다.
내가 목표로하는 기대 수익에 미달하는 탓이었다.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뒤 창가 쪽으로 다가갔다.
창 밖에 시선을 던지자 샐러리맨과 오피스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광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들은 모두 고용주의 손발 노릇을 충실히 하고 있었다.
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칠 찰나, 문을 노크하는 소리와 장동현의 목소리가 차례로 들려왔다.
똑똑똑!
"장동현입니다. 대표님."
"들어오세요."
눈 앞에 장동현이 나타났다.
그는 나를 향해 공손히 인사한 뒤 보고를 올렸다.
"박종태의 와이프가 병원에서 긴급 수술을 받은 모양입니다. 그 바람에, 집에 휴대폰을 놓고 나왔다고 하더군요."
"그런 사실을 어떻게 아신 겁니까?"
"실은 박기사와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습니다."
그들은 서로 안면이 있는 관계였다.
강력부 검사와 광수대 형사 출신인 탓이었다.
"회사에는 나중에 출근해도 되니까, 와이프의 간병에 만전을 다하라고 전해주십시오."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
5시 무렵.
사무실을 나서며 문가 책상에 앉아 있는 은영에게 넌지시 물었다.
"자동차 면허증이 있나요?"
그녀가 방긋 웃으며 화답했다.
"예. 대표님."
"그럼 당분간 내 차를 박 비서가 모세요."
은영이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저더러 대표님 차를 운전하라는 말씀인가요?"
"네. 뭐가 잘못됐습니까?"
"그게 아니라..."
그녀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말끝을 흐렸다.
"저는 교통사고 후유증 때문에 운전 공포증이 있습니다. 그래서 운전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처지에요. 그러니까 박기사가 병원에서 돌아올 때까지만 은영씨가 내 차를 맡아주세요."
은영은 고용인 신세였다.
내가 까라면 까야하는 입장이었다.
그런 때문인지 체념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대표님."
"좋아요. 나를 따라오세요."
그러자 은영이 핸드백을 챙기며 옆 책상에 앉아 있는 이수경에게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전화가 걸려오면 메모를 해놓으세요. 그리고 6시가 되면 퇴근하시고."
"예. 선배님."
***
은영을 데리고 이태원 인근의 라운지바로 들어갔다.
라운지에 자리잡은 뒤 옆에 앉은 그녀에게 물었다.
"칵테일이나 한잔 합시다."
"예. 대표님."
그녀는 다소곳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텐더에게 주문을 넣었다.
"진토닉 2잔 주세요."
"네. 손님."
우리는 진토닉을 음미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 무렵, 장내에 거구의 백인 남성이 등장했다.
녀석은 은영의 옆자리에 착석한 뒤, 위스키를 주문했다.
그 후, 위스키를 물처럼 들이키며 그녀에게 노골적인 언사를 내뱉었다.
"이년아. 나랑 한번 하자. 내 큰 거시기로 파라다이스로 보내줄게. 칭챙총 창녀야!"
놈의 빌어먹을 목소리가 장내에 연속해서 울려퍼졌다.
"네년 옆에 있는 노란놈보다, 내 거시기가 훨씬 크다고. 엘로우 택시년아!"
영어 였지만, 우리 모두 놈의 말을 충분히 알아들었다.
원어민 레벨의 영어실력을 일신에 구비한 탓이다.
그런 때문 일까, 속에서 천불이 일어났다.
은영 역시 마찬가지였다.
곧바로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자마자, 놈의 안면에 강력한 라이트 어퍼컷을 섬전처럼 박아넣었다.
워낙 삽시간에 벌어진 일이라, 녀석은 방어자체가 불가능했다.
더구나 놈은 술에 잔뜩 취한 상태였다.
퍼억!
"끄악!"
단 한방에 놈은 뒤로 벌러덩 나자빠졌다.
허나, 내 응징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녀석의 얼굴을 목표로 무자비한 사커킥을 우박처럼 퍼부었다.
그런 탓일까, 놈의 얼굴은 처참하게 망가졌다.
"으아아아아악...!"
녀석의 입에서 요란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나는 놈을 죽여버릴 생각이었다.
남의 나라 땅에서 인종차별과 성희롱을 버젓이 자행한 까닭이다.
그런 탓에 녀석의 비명이 전혀 귀에 들려오지 않았다.
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구둣발로 놈의 얼굴을 집요하게 짓밟았다.
그런 탓일까, 녀석은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한 채 금세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은영이 걱정이 그득한 얼굴로 내 앞을 막아섰다.
"이제 그만하세요. 대표님."
그러자 바텐더와 다른 사람들도 나를 뜯어말렸다.
그때, 장내에 경찰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곧바로 나에게 수갑을 채웠다.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순간이었다.
은영에게 지시를 내렸다.
"장동현 법무팀장에게 이 사실을 알려."
"예. 대표님."
그날 새벽.
경찰서 유치장에서 나름 휴식을 취할 무렵, 장내에 장동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걱정하는 얼굴로 말했다.
"외국인 피해자와 합의를 보시는 게 최선입니다. 대표님."
"그놈은 은영씨에게 인종차별적인 발언과 성희롱을 일삼았습니다. 이건 정당방위에 해당하는 사안이라고요."
"저도 알지만, 한국은 정당방위를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일단 피해자와 합의를 보시는 게 최선입니다."
그의 제안을 수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알겠으니까, 구치소에서 일단 나를 빼주세요."
"쌍방폭행으로 각을 잡으시죠. 합의는 나중에 하더라도, 대표님을 구치소에서 빼내려면 명분이 있어야 하거든요."
"장변이 알아서 처리해 주세요."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장동현은 30분 후, 경찰과 내 앞에 다시 나타났다.
경찰이 말했다.
"자택에서 대기하고 계십시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자 경찰이 유치장 철문을 열어주었다.
다음날.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장동현에게 지시를 내렸다.
"1억원 내에서 합의를 보세요."
"알겠습니다. 대표님."
***
시내 병원.
오마르는 입 한번 잘못 놀린 대가로 얼굴이 묵사발로 전락했다.
광대뼈와 콧뼈, 턱뼈, 안와가 골절되었으며, 치아마저 25개 가량 부러졌다.
그는 긴급 성형 수술이 필요할 지경이었다.
오마르는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날마다 펼쳐지는 유럽인 출신이었다.
그런 탓으로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면서도,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숱한 인종차별적인 폭언과 폭행, 성추행, 성희롱 등을 날마다 일삼았다.
그의 기준에서 한국인들은 눈찢어진 노란 원숭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허나, 그는 간밤에 제대로 임자를 만났다.
그 덕분에 얼굴이 참혹하게 망가졌다.
그런 탓일까, 그의 입에서 애절한 절규가 자연스럽게 터져나왔다.
"으악!"
그때, 병실 문이 열리며 중년의 남자가 그의 앞에 나타났다.
장동현이 유창한 영어로 입을 열었다.
"치료비와 합의금 조로 한화 1억원을 보상할 계획이니까, 그 돈에 만족하십시오. 만약, 합의금에 욕심을 부리신다면, 내가 책임지고 당신을 지옥으로 보내드리죠."
오마르가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이 곳은 한국이었다.
동양인들의 국가였다.
그런 때문 일까, 머리를 미친 듯이 끄덕이며 '땡큐'를 연발했다.
나름 상황파악이 빠른 남자였다.
***
2002년 5월, 타팰 펜트하우스.
거실 책상에 좌정한 채, 주가 시황에 이목을 집중했다.
네이바와 다엄, NG, 넥손 등의 IT업체 주가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그리고 내가 투자한 바이오 업체들의 주가 역시 신고가 행진을 펼치고 있었다.
그 덕분에 타지마할 사모펀드의 주식가치가 8조원을 돌파했다.
차익을 실현할 시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