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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재벌이 돈을 숨김-29화 (29/175)

29화 절세미남 벼락부자에게 홀딱 반한 미국 여성 2

서울대 캠퍼스를 거닐며 대영전자와 자동차의 지분을 취득하는 방안에 대해 심사숙고했다.

한국은 특정 투자집단이 주식회사의 지분을 5% 이상 취득할 경우, 금융감독위원회에 반드시 사전에 신고하는 법률이 있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

반자본주의적인 발상이었다.

미국과 유럽 등의 서구선진국은 이런 법률 조항 자체가 없었다.

그들은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자본주의의 근간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대영전자와 자동차의 지분을 암중에서 대량으로 취득하기 위해서는, 최소 10개 이상의 사모펀드를 동원해 각각 4% 이상의 주식을 매집하는 게 최선이었다.

그런 탓으로, 이미 11개에 달하는 사모펀드를 설립한 상태였다.

대영전자와 자동차의 지분을 소리소문없이 대량으로 매집하기 위함이었다.

허나, 아직 자본이 많이 부족했다.

대영전자와 자동차의 지분을 절반 가량 취득하기 위해서는 최소 100조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했다.

그렇지만 내 자본은 겨우 9조원 남짓이었다.

택도 없이 부족한 액수였다.

문득, 2008년 여름에 발생 예정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뇌리를 스쳤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적인 글로벌 금융위기를 몰고왔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 규모였다.

반면, 풋옵션에 투자한 집단은 수십, 수백배에 달하는 경이적인 시세차익을 실현했다.

지금은 2002년이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하려면 6년 이상 기다려야 했다.

6년 후, 풋옵션에 투자하면 최소 1만% 이상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었다.

2008년은 내 인생에서 최고의 한 해가 될 예정이었다.

***

타팰 펜트하우스에 들어서자마자 뉴욕 증시에 접속했다.

그 후, 내가 투자한 종목에 이목을 집중했다.

애플,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MS의 주가 그래프는 꾸준히 우상향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애플의 급등세가 범상치 않았다.

최근에 출시한 MP3 플레이어의 일종인 아이팟이 사상 유래없는 판매고를 올린 탓이다.

아이팟의 장점은 고품질의 음질과 애플의 유료음악 다운로드 서비스인 아이튠즈를 지원한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음지에서 불법 다운로드로 연명하던 MP3 음악 파일을 전 세계 최초로 사업화에 성공했다.

그런 탓으로 전 세계 소비자들은 아이팟에 열광했다.

반면, MP3 파일을 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국내업체들은 유료 다운로드 사업화에 실패한 덕분에 아이팟에 모든 지분을 빼았겼다.

자업자득이었다.

하여튼, 그 덕분에 내 주식평가액은 한화로 9조7천억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불어났다.

뉴욕증시에 투자한지 3달만에 1조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기록한 것이다.

그런 탓일까, 전신에 기분 좋은 포만감이 팽배해졌다.

그 즈음, 책상 위에 올려놓은 핸드폰에서 밸소리가 울려퍼졌다.

폰을 받자, 조만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름방학에 낙도 지역으로 의료봉사를 떠날 예정이니까, 너도 반드시 참가해라.

"시간이 안될거 같은데."

-주임 교수님의 엄명이니까 반드시 참가하라고.

"안가면 어떻게 되는 건데?"

-학점에 악영향을 받겠지. 암튼 의료봉사에 따라와라. 자칫 잘못했다가는, 정말 학사경고를 받을지도 모르니까.

녀석의 말처럼 내 학점은 간당간당한 처지였다.

학사경고에 근접하는 수준이었다.

결국 지도 교수님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낙도 의료봉사에 참여하기로 마음먹었다.

***

8월 초순 무렵.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장동현 법무팀장과 박종태 수행기사, 박은영 비서, 이수경 경리를 면전에 불러들였다.

눈 앞에 나타난 그들에게 통큰 언사를 내뱉었다.

"내일부터 한달 동안 휴가를 즐기세요."

그들 모두 놀란 얼굴로 나를 일제히 쳐다봤다.

직원들을 대표해 장동현이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단체로 휴가를 가도 되겠습니까?"

"네. 저도 개인적으로 볼 일이 있어서 한달 동안 회사를 비울 예정이니까, 여러분들도 이번 기회에 여름 휴가를 즐기세요."

그리 확답하자 직원들 모두 기쁨에 겨운 얼굴로 나를 향해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다음날.

서울대 의대 건물에 도착하자 전세버스 2대가 보였다.

우리를 실어나를 교통 수단이었다.

전세버스 근처로 다가가자 예과 대표인 조만석이 예과 1학년과 2학년생을 버스 안으로 밀어넣는 광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번 낙도 의료봉사는 예과 1.2학년생이 주축이 될 예정이었다.

본과 선배들은 할 일이 태산이라 의료봉사에 참가할 수 없었다.

만석의 곁으로 다가가자 녀석이 경계하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번에 정경미도 의료봉사에 같이 갈 거니까, 그 애한테 절대 접근하지마라. 알았지?"

정경미는 02학번 신입생으로서 의대에 재학 중인 여대생 중에서 가장 미모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물론 나는 회사일에 바쁜 탓에 그녀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허나, 녀석은 내가 그녀에게 접근할까봐, 잔뜩 겁을 집어먹은 눈치였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이 세상 모든 여자를 꼬실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관심없으니까 헛소리는 그만하고, 어여 차에 타라."

그리 말하며 전세버스에 올라탔다.

***

우리를 태운 전세버스가 땅끝마을 해남에 도착했다.

의대 예과생들과 버스에서 내린 뒤 선착장으로 향했다.

그 후, 우리를 실어나를 선박에 차분히 몸을 실었다.

4시간이 지났을 무렵, 이름도 생소한 섬에 도착했다.

섬의 이장이 반가운 얼굴로 우리를 맞이했다.

50명에 달하는 서울대 의대생들이 공짜로 의료봉사를 해주는 까닭이었다.

그날부터 우리는 섬과 섬 사이를 오가며, 거의 날마다 섬주민들의 건강을 체크하고 처방을 내리는 한편, 필요한 약과 주사를 주민들에게 투약했다.

2주일 후.

우리는 해안가에서 캠프 파이어를 즐기는 한편, 섬주민들이 제공한 해물파전을 안주삼아 막걸리를 물처럼 들이켰다.

그런 탓일까, 이곳저곳에서 눈맞는 커플들이 속출했다.

평소 마음에 두고 있던 상대방에게 술기운을 빌어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친 탓이다.

조만석 역시 마찬가지였다.

녀석은 중인환시리에 정경미에게 사랑의 세레나데를 쉴 새 없이 읇조렸다.

내 얼굴이 화끈해질 정도였다.

결국 나홀로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 후, 반대편 해안가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때, 누군가 내 곁으로 바짝 다가왔다.

고개를 돌리자 02학번 후배인 최소미가 보였다.

그녀는 자기멋대로 내 팔짱을 끼며 얼굴을 내 어깨에 깊숙이 묻었다.

"오래전부터 오빠를 좋아했어요."

소미의 입에서 적나라한 언사가 흘러나왔다.

나는 그녀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삐쩍마른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내 타입이 전혀 아니었다.

"미안하지만 좀 떨어져줄래. 그리고 너에게 관심이 전혀 없으니까, 다른 남자를 좋아해라. 그럼 이만."

그 말을 끝으로 장내를 전속력으로 빠져나왔다.

마음에도 없는 여자에게 빌미 따위를 주지 않기 위함이었다.

***

낙도에서 한달 동안 의료봉사를 끝마친 뒤 서울로 복귀했다.

그 후, 회사와 집을 오가며 체력단련에 만전을 기했다.

건강한 신체 상태를 항시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오늘도 회사에서 퇴근하자마자 인근의 격투기 도장으로 향했다.

박종태가 나를 수행했음은 불문가지였다.

우리는 체육관에 도착한 뒤, 곧바로 격렬한 스파링에 돌입했다.

스파링을 끝마친 뒤 체육관 주변의 밥집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순두부찌개로 배를 채우는 한편, 종태에게 넌지시 물었다.

"재혼할 생각은 없습니까?"

그의 와이프는 얼마전에 세상을 떠났다.

심장 기증자를 찾지 못한 까닭이다.

그런 탓일까, 종태가 우울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별로 마음이 없습니다."

그리 말하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차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밥은 다먹고 일어나시죠?"

"됐습니다."

종태는 그리 말하며 식당 밖으로 걸어나갔다.

내가 그의 아픈 과거를 공연히 상기시킨 모양이었다.

씁쓸한 순간이었다.

***

아침 일찍 회사로 들어서자 이수경이 나를 맞이했다.

그녀는 내 사무실과 복도를 청소하는 중이었다.

나름 마음씨가 착한 여성이었다.

게다가 수경은 베이글 스타일이었다.

그런 탓인지 오늘 따라 그녀가 더욱 이쁘게 보였다.

그렇지만 나는, 오피스 와이프를 만들 생각이 없었다.

서로 불편한 관계로 변질되기 때문이었다.

그런 까닭에 수경에게 의례적인 인사말을 던진 뒤 사무실로 들어갔다.

책상에 앉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그 후, 국내 증시에 이목을 고정했다.

내가 투자한 종목들이 대다수 우상향 그래프를 기록하고 있었다.

당연한 귀결이었다.

그 덕분에 주식평가액이 거의 7천억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나는 조단위를 돌파할 무렵, 차익을 실현하기로 작심했다.

그 무렵, 수경이 달달한 커피를 내 앞에 대령했다.

"고마워요. 수경씨."

"제가 당연히 해야하는 일인데요. 뭘. 호호..."

그녀가 화사한 웃음을 내비치며 장내에서 조신하게 물러났다.

커피를 음미하는 한편, 학업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내년부터 본과생이 될 예정이었다.

의대 본과는 실습을 주로하는 과정이었다.

거의 날마다 대학병원으로 실습을 나가는 것이다.

지금보다 회사에 출근하는 시간이 대폭 줄어들 것이 불보듯 훤했다.

나는 2가지의 신분을 갖고 있었다.

서울대 의대생 김한빈과 한국계 영국시민인 제임스 한이 그 주인공이었다.

두 신분 모두 나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내 정체를 철저히 숨기기 위함이었다.

나처럼 세력없는 벼락부자는 권력자와 범죄자들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었다.

그런 이유로 두가지 신분을 유효적절하게 활용하는 게 상책이었다.

***

하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에바 페런은 곧바로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그 덕분에 건강을 급속도로 회복했다.

에바는 병원에서 퇴원하자마자 부친에게 한빈을 찾아줄 것을 요청했다.

그에게 감사 인사를 제대로 전달하는 한편, 진지한 만남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의 부친인 아담 페런은 주미 한국대사관에, 서울대 의대생인 김한빈을 섭외해 줄 것을 적극 요청했다.

얼마후 그들 부녀는 나란히 한국에 입국했다.

한빈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

학교 도서관에서 기말고사 공부에 전념할 무렵, 조만석이 장내에 모습을 드러냈다.

"교수님이 찾으신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녀석이 두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걸 난들 어찌 아냐? 하여튼 교수님이 급하게 찾으시니까, 지금 당장 교수님 사무실로 달려가라고."

결국 도서관을 뒤로한 채 맞은편에 위치한 의대 건물로 들어갔다.

교수님의 사무실로 들어서자, 검은색 수트 차림의 양놈과 대화를 나누는 김봉한의 모습이 보였다.

교수님과 양놈은 나를 발견하자마자 내 곁으로 바짝 다가왔다.

김봉한이 양놈을 가리키며 말했다.

"대사관에서 나오신 분인데, 미국의 아담 페런 상원의원이 너를 만나고 싶다고 하는구나."

저간의 사정을 단박에 파악했다.

아담 페런은 내가 생명을 구해준 에바 페런의 부친이었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뒤, 양놈을 따라 나섰다.

1시간 후.

힐튼 호텔 스위트룸으로 들어서자 아담 페런과 에바 페런 부녀가 환한 얼굴로 나를 맞이했다.

아담과 의례적인 악수를 나눈 뒤 에바와 친근한 포옹을 나눴다.

직후 아담이 장내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나와 에바에게 자유로운 시간을 허락하는 모양새였다.

에바는 부친이 스위트룸에서 사라지자마자 내 입술에 달콤한 키스를 해왔다.

나 역시 그녀가 싫지 않았다.

그날, 우리는 격정적인 해후를 만끽했다.

***

에바를 대동한 채 인사동을 방문했다.

그런 탓인지 주변을 배회하는 녀석들의 시선이 우리 커플에 집중됐다.

전형적인 선남선녀였기 때문이다.

에바는 자타가 공인하는 팔등신 금발미녀였다.

나 또한 190cm에 달하는 훤칠한 키와 근육질의 바디, 선이 뚜렷한 이목구비를 자랑했다.

그런 탓일까, 에바는 내 품에 안기다시피하며 조곤조곤한 언사를 쉴 새 없이 흘려보냈다.

"자기가 너무 좋아. 사랑해."

"너의 사랑스러운 입술에 키스해도 될까?"

"어서 해줘. 자기야."

그녀는 열망에 그득한 눈빛을 내비치며 나를 그윽히 주시했다.

곧바로 중인환시리에, 에바의 앵두같은 입술에 열정적인 키스를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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