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화 절세미남 벼락부자에게 개털리는 대영그룹 1
2주일 후.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하자 칼야이칸 회장의 수행 비서가 나를 맞이했다.
"제가 회장님을 모시겠습니다."
그리 말하며 나를 전용기 계류장으로 안내했다.
그 곳은 자가비행기를 소유한 억만장자들만 드나들 수 있는 곳이었다.
계류장에 들어서자 활주로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자가용 비행기가 보였다.
제퍼슨 회장의 전용기였다.
자가용 비행기에 탑승하자 라운지바에서 칵테일을 즐기는 제퍼슨의 모습이 보였다.
"한국까지 나와 같이 갑시다."
"고맙습니다. 회장님."
그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뒤 라운지바에 자리를 잡았다.
그 후, 제퍼슨과 칵테일을 즐기며 본론에 돌입했다.
"위임장은 확보하셨습니까?"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봉투를 나에게 내밀었다.
봉투 속을 살피자 30장에 달하는 위임장이 보였다.
총지분은 31% 안팎이었다.
내가 보유한 지분을 합할 경우 38%에 육박하는 수치였다.
이철성의 간담을 서늘케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제퍼슨에게 정중하게 말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회장님."
그가 흡족한 얼굴로 내 어깨를 두들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날.
16시간의 비행 끝에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제퍼슨을 힐튼호텔로 안내했다.
제퍼슨 회장을 힐튼호텔에 남겨둔 채, 타팰 펜트하우스로 발길을 돌렸다.
***
집에 도착한 뒤 여행의 노독을 해소하기 위해 뜨거운 물이 가득 담긴 대형 욕조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했다.
그 덕분인지 어느 정도 피곤에서 벗어났다.
거실 소파에 온몸을 깊숙이 파묻은 채, 미국에 있는 조쉬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며칠 후.
조쉬 회장이 묵고 있는 하얏트 호텔 스위트룸을 방문했다.
우리는 악수를 교환한 뒤 본론에 돌입했다.
조쉬가 테이블 위에 노란색 봉투를 올려놓았다.
봉투 속을 살피자 32장에 달하는 위임장이 보였다.
34.3%에 육박하는 지분이었다.
내가 보유한 대영자동차 지분 6.8%를 합산할 경우 41.1%에 달하는 규모였다.
그에게 감사 인사를 표명한 뒤 곧바로 장내를 빠져나왔다.
***
이성모가 타팰 펜트하우스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에게 소파를 권하며 냉장고 쪽으로 걸어갔다.
냉장고에서 캔맥을 꺼낸 뒤 소파로 되돌아왔다.
그에게 캔맥을 건네며 넌지시 말했다.
"대영전자와 대영자동차의 지분을 각각 7%와 6.8% 정도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외국계 대주주들의 위임장도 다수 갖고 있습니다."
그러자 성모의 얼굴 가득 경악한 표정이 그려졌다.
또한 두눈을 연신 껌벅이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물론 내 알 바 아니었다.
그에게 나직한 어조로 물었다.
"이철성 회장님과 이성택이 보유한 대영전자와 자동차의 총지분을 말씀해 주십시오."
성모가 두눈을 번뜩이며 들뜬 목소리로 답했다.
"아버지가 직간접으로 보유한 대영전자와 자동차의 지분은 대략 17%와 19% 정도야. 그리고 성택이 자식은 대영전자의 지분을 7% 정도 들고 있고, 자동차는 8% 가까이 갖고 있다고 하더라고."
그의 말은 계속 됐다.
"두명이 보유한 지분을 모두 합할 경우, 대영전자는 24%, 자동차는 27% 정도라고 봐야지."
성모에게 다시 물었다.
"대영전자와 대영자동차의 최대 우군이 누구죠?"
그가 즉답했다.
"당연히 국민기금이지. 그들 덕분에 부족한 지분으로도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한 거라고."
"국민기금이 들고있는 대영전자와 자동차의 지분을 말씀해 주십시오."
"대영전자는 20%, 자동차는 17% 가량 보유했을거야. 내가 알기로는 그래."
국민기금은 이철성 일가에 필적하는 최고 대주주였다.
"국민기금을 우리 쪽으로 끌고 올 방법이 없겠습니까?"
그러자 성모가 부정적인 반응을 드러냈다.
"불가능해. 국민기금은 정치권과 밀접하게 연결된 조직이라, 아버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할거야."
나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이철성은 수십년 동안, 한국의 정관계와 금융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인물이었다.
그의 뒷돈을 받아먹은 인간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성모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제 1차 목표는 치고 빠지기를 하는 겁니다."
"치고 빠지기?"
"네.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명분으로 투자수익을 얻는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그제야 성모는 내 말을 이해했다.
"아버지가 주가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틈을 타서, 주식을 고가에 매각할 속셈인가?"
"그렇습니다. 형님."
"흐으음..."
성모의 입에서 침중한 한숨이 새어나왔다.
내 계획이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대영전자와 자동차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소 100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우리 측에는 그만한 자금이 없습니다."
녀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래서 저는 실탄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이번 작전을 수립한 겁니다. 단기간에 최소 2배 이상의 수익을 얻는 게, 최우선 목표라고 할 수 있죠."
성모가 은근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돌아오는 실익이 없잖아?"
"형님이 보유한 대영전자와 자동차의 지분을 말씀해 보십시오."
그가 즉답했다.
"나는 엄마랑 공동으로 대영전자와 자동차의 지분을 갖고 있어. 전자는 0.2% 정도고, 자동차는 0.8% 가량 들고있지."
"시가로 계산하면 6,200억 정도군요."
"그렇지."
"이번 기회에 형님의 재산을 두배 이상으로 불려드리겠습니다."
그에게 내 계획을 솔직히 밝혔다.
"조만간 임시주총을 요청할 생각입니다. 그 자리에서 경영진 교체와 신임 회장 선출을 안건으로 제출할 방침입니다."
그러자 성모가 기대만발할 얼굴로 은근히 물었다.
"대영전자와 자동차의 외국계 대주주 위임장을 대체 얼마나 확보한거야?"
"둘다 30%가 넘습니다. 그 정도만 알고 계십시오."
그가 해연히 놀란 얼굴로 재차 물었다.
"정말 그 정도란 말인가?"
"외국인 대주주들이 불만이 많더군요. 하나같이 배당금액이 너무 적다고 현 경영진을 성토했습니다. 저는 그 점을 파고든거죠."
그가 감탄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바보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 성모에게 나직한 어조로 충고했다.
"형님의 전재산을 대영전자와 자동차의 주식을 매집하는데 투입하세요. 이번 기회를 거액의 비자금을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그제야 녀석이 내 말뜻을 이해했다.
"좋아. 나랑 엄마가 갖고 있는 현금을 대영전자와 자동차를 매집하는데 모두 쏟아부을게. 고맙다. 동생. 우하하...!"
녀석의 입에서 호탕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
다음날 아침.
힐튼호텔 스위트룸에 들어서자 제퍼슨과 조쉬회장이 나를 맞이했다.
우리는 응접실 테이블에 둘러앉은 채 향후 계획에 대해서 논의를 가졌다.
제퍼슨에게 말했다.
"오늘 중으로 금감원에 대영전자의 주식을 7% 가량 보유한 사실을 신고하십시오. 그리고 언론사에는, 외국계 대주주들의 위임장을 다수 확보한 점을 획실히 표명하십시오."
내 지시는 계속 이어졌다.
"또한 대영전자의 방만한 경영과 총수 일가의 부정부패를 도저히 방관할 수 없다는 점도 거듭 강조해 주십시오."
내 말을 세이경청한 제퍼슨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조쉬에게 지시를 내렸다.
"회장님도 마찬가지로 금감원에 대영자동차의 지분을 6.8% 가까이 확보했다는 사실을 전달하십시오. 그 후, 언론사에 대영자동차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인수합병에 돌입하겠다는 공문을 발송해 주십시오."
그 역시 머리를 끄덕이며 내 요구를 흔쾌히 수용했다.
그날 밤.
타팰 펜트하우스에서 여유로이 휴식을 취하는 한편 TV 뉴스에 이목을 집중했다.
-칼야이칸 사모펀드의 제퍼슨 회장이 대영전자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선언했습니다.
-소식통에 의하면 칼야이칸은 이미 대영전자의 지분을 7% 가까이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칼야이칸 측은 외국계 대주주들의 의결권 위임장 역시 다수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중략...
-같은날, 크라우드 사모펀드 역시 대영자동차를 목표로 공격적인 M&A를 선언했습니다.
-크라우드 펀드 또한 대영자동차의 지분을 6.8% 가량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외국계 대주주들의 위임장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주식 시장에서는 외국계 자본의 공격적인 인수합병 선언에 대한 기대감으로, 대영전자와 대영자동차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략...
내가 원하는대로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
대영그룹은 벌집을 쑤신 듯 온통 난리가 났다.
그룹의 양대 핵심 계열사인 대영전자와 대영자동차를 목표로 미국과 영국의 사모펀드가 공격적인 M&A를 선언한 탓이다.
그 때문 일까, 이철성 회장은 오랜만에 서초동 사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후, 장남인 이성택과 김현수 미래전략본부장을 회장실로 호출했다.
이철성은 면전에 나란히 서 있는 성택과 김현수를 매의 시선으로 살핀 뒤, 나직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칼야이칸과 크라우드 사모펀드의 진의가 뭔지 신속하게 파악해봐!"
성택과 현수가 긴장한 얼굴로 복명했다.
"네. 아버지."
"예. 회장님."
철성의 지시가 재차 내려졌다.
"그리고 놈들과 접촉한 외국계 대주주 명단도 빠짐없이 파악해!"
"네. 회장님!"
직후, 성택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그놈들 수작이야 뻔한거 아니겠습니까? 공격적인 M&A를 명분으로 차익을 실현하려는 속셈입니다."
"누가 그걸 몰라!"
철성이 고성을 내질렀다.
그런 탓인지 성택이 두려운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만일의 사태에 항상 대비하는거야! 그게 바로 대영그룹 오너가 지녀야할 덕목이라고!"
"명심하겠습니다. 아버지."
그때, 현수가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칼야이칸이 확보한 대영전자의 지분이 무려 38%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크라우드 사모펀드 역시 대영자동차의 지분을 무려 41% 가량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철성과 성택의 얼굴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그들의 경영권을 위협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런 탓일까, 이 회장이 급해진 얼굴로 지시를 내렸다.
"국민기금 이사장에게 저녁식사나 같이하자고 연락을 넣어. 지금 당장!"
"말씀대로 전언을 넣겠습니다."
현수는 그리 복명한 뒤 장내에서 재빨리 몸을 감췄다.
직후, 이 회장의 창노한 목소리가 회장실에 재차 울려퍼졌다.
"그리고 지금 당장, 이사회에 자사주 매입 안건도 올려."
"규모를 말씀해 주십시오."
철성이 분노한 얼굴로 씹어뱉듯이 말을 내뱉었다.
"대영전자와 자동차의 사내유보금 중에서 각각 10조원과 5조원 정도를 자사주 매입에 투입해!"
"예. 아버지."
***
성택은 회장실을 나오자마자 아래층에 위치한 대회의실로 들어갔다.
그는 장내에 도열한 이사진들의 정중한 인사를 본체만체하며, 그들을 지나쳐 상석에 좌정했다.
성택의 입에서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대영전자와 대영자동차가 보유한 사내유보금 중에서 각각 10조원과 5조원을 인출한 뒤, 곧바로 자사주 매입에 투입할 계획입니다."
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당연히 이 사안을 오늘의 안건으로 상정하는 바입니다. 찬반투표는 거수로 정하겠습니다."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장내에 배석한 이사진 전원이 일제히 오른손을 번쩍 쳐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