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재벌이 돈을 숨김-35화 (35/175)

35화 절세미남 벼락부자에게 개털리는 대영그룹 2

이성모의 모친인 진수경은 서초동 고급 빌라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철성 회장의 바람끼를 참다 못해, 제 발로 한남동을 걸어나왔다.

그 후, 서초동 빌라에서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서초동 빌라에 이성모가 홀연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모친을 보자마자 돈타령을 했다.

"엄마가 관리하는 비자금을 좀 빌려줘."

수경은 하나 밖에 없는 친아들이 손을 벌리자, 딱한 얼굴로 말했다.

"그 돈으로 마카오에서 도박을 하려는거지?"

그러자 성모가 반발하듯 대꾸했다.

"나를 그런 한심한 놈으로 보는거야!"

"그럼 네가 돈이 왜 필요한데?"

"엄마는 뉴스도 안봐? 대영자동차랑 전자의 경영권을 탈취하려고 외국계 자본이 움직이고 있잖아!"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수경의 심드렁한 반응에 성모는 속이 바짝 타들어갔다.

결국 그는 저간의 사정을 소상히 밝혔다.

어느 정도 사태 파악을 끝마친 그녀가 의심스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크리스 킴이라는 놈을 믿을 수 있을까?"

"괜찮은 친구라니까 그러네. 내가 이래뵈도 사람 보는 눈은 있다니까."

"흐으음..."

그녀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수행비서를 면전에 호출했다.

"주거래 은행 10곳에서 수표로 800억을 찾아서 내 앞으로 가져와."

"예. 여사님."

수행비서는 그리 복명한 뒤 장내에서 재빨리 사라졌다.

성모의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그런 모습에 전수경이 미덥지 못한 얼굴로 핀잔을 줬다.

"사내 녀석이 좀 진중한 면이 있어야지. 그래야 아랫사람들이 따르는 법이라구."

"엄마는 그래서 문제라니까. 암튼 쓸데없는 잔소리는 그만하라고. 앞으로 큰 일이 벌어질 예정이니까."

그녀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니?"

"조만간 대영전자와 대영자동차의 임시주총이 열릴 예정이야."

"그래서?"

"외국계 대주주들은 아빠를 많이 싫어해. 배당금을 아주 짜게 주거든. 그래서 지금 임시주총이 열리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라구."

수경이 놀란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게 가능한 일이니?"

"그러니까 엄마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을 준비나 하시라고요. 우하하하...!"

성모의 호탕한 광소가 장내에 길게 울려퍼졌다.

다음날.

성모는 모친이 건네준 800억과 자신의 비자금 200억을, 조세회피처에서 설립한 트루인베스먼트 계좌로 전액 이체했다.

그 후, 트루인베스먼트 명의로 대영전자와 대영자동차의 주식을 각각 500억씩 매수했다.

속전속결이었다.

그는 이번 기회에 제대로 돈벌이를 할 생각이었다.

***

강남 고급 한정식 레스토랑에 대영그룹의 이철성 회장과 국민기금의 안현철 이사장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뒤편에 마련된 룸에서 정갈한 한식을 음미하며, 긴급현안에 대해 논의를 가졌다.

이철성이 넌지시 말했다.

"외국계 자본이 한국 국민들이 피땀흘려 만든, 대영전자와 자동차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어요."

그의 말은 계속 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수수방관한다면, 한국의 국부가 외국으로 유출될 겁니다. 그러니 이사장님이 많은 도움을 주십시오."

안현철은 대영그룹이 설립한 백두 문화재단의 장학생 출신이었다.

그런 탓일까, 이철성의 지시 아닌 지시를 흔쾌히 수용했다.

"회장님은 아무런 걱정을 하지 마십시오. 임시주총이 열릴 경우, 회장님을 적극 지지하도록 하겠습니다."

철성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그려졌다.

국민기금은 대영전자와 자동차의 지분을 각각 20%와 15% 가량 보유하고 있었다.

그들은 대영전자와 자동차의 경영권 향배를 좌우할 만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었다.

그런 탓일까, 그들의 저녁식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노골적으로 연출했다.

철성은 식사가 끝난 뒤, 안현철에게 넌지시 말했다.

"사과박스를 다섯개 정도 트렁크에 실어드릴 테니, 댁까지 잘 살펴가십시오."

그러자 안현철의 입이 귓가에 내걸렸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그리 화답하며 이철성을 향해 허리를 깊숙이 조아렸다.

***

타팰 펜트하우스.

오전 장이 열리자마자 주가 시황에 이목을 집중했다.

예상대로 대영전자와 자동차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었다.

이 상태로 시간이 지나면 점심 무렵에 상한가를 칠 기세였다.

그 덕분에 내 재산도 덩달아 급증했다.

나는 대영전자와 자동차의 주식을 인수하기 위해 15조원에 달하는 전재산을 투입한 상황이었다.

그런 내 선택은 당연히 옳은 판단이었다.

내 주식가치가 벌써 20조원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허나, 아직 만족하기에는 이른 시점이었다.

최소 네다섯번 정도의 상한가가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임시주총을 유효적절하게 활용하는 게 급선무였다.

제퍼슨과 조쉬 회장에게 차례로 전화를 돌렸다.

***

국민기금 분당 본사에 제퍼슨과 조쉬 회장이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곧바로 탑층에 위치한 이사장실로 올라갔다.

안현철 국민기금 이사장은 사무실에 나타난 제퍼슨과 조쉬를 홀대할 수 없었다.

그들은 한국의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미국과 영국의 자본을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그런 탓에 현철은 정중한 자세로 그들을 맞이했다.

제퍼슨은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대영전자는 오너 일가의 방만한 경영과 배임 횡령, 사내유보금 전횡 혐의가 명백합니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대영전자의 대표이사인 이철성 회장을 해임하고 신임 대표이사를 선출해야 합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조쉬가 기다렸다는 입을 열었다.

"대영자동차 역시 오너 일가의 전횡과 배임 횡령 혐의가 짙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철성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신임 대표이사를 선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철의 얼굴에 곤혹스런 기색이 역력해졌다.

그때, 제퍼슨과 조쉬가 강한 어조로 그를 재차 압박했다.

"국민기금이 이 회장을 일방적으로 지지한다면, 미국 정부가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우리 영국정부도 마찬가지 입장입니다. 그러니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현철의 입에서 조심스런 어조가 흘러나왔다.

"충분히 검토한 뒤에, 두분에게 우리 입장을 전달하겠습니다."

제퍼슨과 조쉬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자, 미련없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

한남동 접겹실에 모습을 드러낸 김현수 본부장이 심각한 얼굴로 보고를 올렸다.

"칼야이칸의 제퍼슨 회장과 크라우드 사모펀드의 조쉬 회장이 국민기금의 안현철 이사장을 강하게 압박하는 모양입니다."

이철성의 미간에 깊은 골이 파였다.

그때, 김현수의 목소리가 재차 울려퍼졌다.

"대영전자와 자동차의 외국계 대주주들을 접촉하고 있지만, 이렇다할 반응이 없습니다."

"웃돈을 주고 주식을 매입하겠다고 딜을 넣어봐!"

"외국계 대주주들 거의 모두가 칼야이칸과 크라우드에 의결권 위임장 계약을 끝마친거 같습니다. "

이철성은 미칠 노릇이었다.

칼야이칸과 크라우드의 공세가 그의 예상을 한참이나 웃돌았기 때문이다.

김현수의 보고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국민기금과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우호지분을 합할 경우, 대영전자는 대략 43% 내외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대영자동차는?"

"44% 안팎입니다."

"7% 정도의 추가지분 매입이 필요하다는 뜻인가?"

"그렇습니다. 회장님."

철성의 얼굴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지금 현재 대영전자와 자동차의 주가는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원치 않는 신고가 랠리를 펼치는 중이었다.

당연히 주가 역시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이었다.

이 회장의 입에서 침중한 어조가 흘러나왔다.

"대영전자와 자동차의 지분을 7%가량 추가로 확보하려면, 어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한가?"

"프리미엄을 포함할 경우 34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흐으음..."

철성의 입에서 앓는 듯한 신음이 새어나왔다.

허나, 지금 현재 다른 대안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탓일까, 그의 입에서 결연한 어조가 흘러나왔다.

"외국계 대주주들을 다시 만나봐. 그놈들이 달라는대로 프리미엄을 제공하라고!"

"말씀대로 일을 추진하겠습니다."

김현수가 장내에서 사라지자마자 이 회장은 모처로 전화를 돌렸다.

그는 전화통화를 끝마친 뒤, 초조한 얼굴로 서재를 서성이며 국민기금을 확실한 내 편으로 만들 방안에 골몰했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그가 결심한 얼굴로 수행비서를 면전에 호출했다.

"지금 당장 은행에 가서, 비밀금고에 있는 무기명 양도성 예금증서를 600억 정도 찾아와."

"예. 회장님."

***

그날 밤.

한남동 서재에 VIP의 최측근인 김재호가 나타났다.

그는 이철성 회장에게 목례를 취한 뒤 가죽 소파에 온몸을 깊숙이 파묻었다.

그 후, 나직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칼야이칸과 크라우드 사모펀드는 미국과 영국 자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철성의 입에서 창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래서 나에게 하고픈 말이 뭡니까?"

"솔직히 말씀드리죠. 국민기금의 일방적인 협조를 기대하지 마십시오."

순간 철성의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모습이었다.

그런 탓일까, 그의 입에서 애원조의 언사가 흘러나왔다.

"국민기금이 우리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대영전자와 자동차의 경영권을 미국과 영국 자본에 탈취당할 겁니다."

그의 읍소는 계속 이어졌다.

"그렇게 될 경우,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대영전자와 자동차는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히 사라지겠죠. 더불어 탐욕스런 외국 자본은 대영전자와 자동차의 알토란 같은 자산을 악랄하게 빼먹은 뒤, 한국땅을 유유히 떠나갈 겁니다!"

김재호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그의 말이 거의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국가경제 차원에서 이번 사안을 처리해 주십시오. 제가 원하는 건 바로 그겁니다!"

철성은 그리 말하며 책상 서랍에서 무기명 양도성 예금증서 30장을 꺼냈다.

그 후, 김재호에게 내밀었다.

"액면가 20억에 달하는 돈입니다."

"흐으음..."

재호의 입에서 침중한 한숨이 새어나왔다.

받아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때, 철성의 목소리가 장내에 재차 울려퍼졌다.

"시중은행에서 언제든지 현금화 할 수 있습니다. 통치자금으로 드리는 물건이니 아무런 부담을 갖지 마십시오."

그제야 재호가 한결 편해진 얼굴로, 무기명 양도성 예금증서를 받아들었다.

"좋은 일에 잘 쓰겠습니다. 나중에 뵙겠습니다. 회장님."

그 말을 끝으로 장내에서 재빨리 모습을 감췄다.

***

타팰 펜트하우스.

거실 소파에서 캔맥주를 음미하며 TV 뉴스에 이목을 집중했다.

-칼야이칸의 제퍼슨 회장이 대영전자의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했습니다. 그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다음주 금요일에 임시주총이 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략...

-크라우드 사모펀드 역시 대영자동차의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요청했습니다. 중략...

-반면 대영그룹 측은 사내유보금을 투입해서 대영전자와 대영자동차를 대상으로 자사주 매입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략...

TV를 끈 뒤 테라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강남의 빌딩숲을 차분히 조망하며 입가에 담배를 물었다.

자욱한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강남의 화려한 야경을 여유로이 관조했다.

대영전자와 대영자동차는 내일 역시 상한가를 예약한 상황이었다.

임시주총과 대영그룹의 자사주 매입 뉴스가 대한민국 방방 곳곳에 울려퍼진 탓이다.

그 덕분에 국내외 기관과 개미그룹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대영전자와 자동차 주를 매입할 것이 불보듯 명약관화했다.

한국 증시는 내 뜻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