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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재벌이 돈을 숨김-36화 (36/175)

36화 절세미남 벼락부자에게 개털리는 대영그룹 3

아침 식사를 끝마치자마자 거실 책상에 좌정했다..

컴퓨터를 켠 후, HTS 프로그램에 접속했다.

예상대로 대영전자와 자동차의 주가는 장이 시작되자마자 상한가를 기록했다.

내 재산이 급증하는 소리였다.

그 무렵, 한달간의 휴가를 끝마친 박종태가 내 집에 모습을 드러냈다.

곧바로 그에게 지시를 내렸다.

"바람 좀 쐬고 싶으니까 춘천으로 갑시다."

"예. 대표님."

우리는 나란히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2시간 후.

나를 태운 아우디 R8이 춘천 시내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뒤 호숫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음식점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춘천 막국수로 배를 채울 무렵, 제퍼슨과 조쉬의 전화가 차례로 걸려왔다.

임시주총이 확정되었음을 알리는 소식이었다.

대영전자와 자동차 모두, 다음주 금요일에 임시주총이 열릴 예정이었다.

이제 슬슬 대영전자와 자동차 주를 털어낼 시점이었다.

곧바로 이성모와 제퍼슨, 조쉬 회장에게 차례로 전화를 돌렸다.

***

대영그룹 서초동 본사.

미래전략본부장실에 이성모가 나타났다.

그는 김현수 본부장에게 거두절미하고 용건을 꺼냈다.

"대영전자와 자동차의 외국계 대주주를 사적으로 알고 있는데, 한번 만나볼 생각이 없습니까?"

김현수가 반색하는 얼굴로 말했다.

"그 말이 정말입니까?"

"내가 할 일 없이 김본한테 구라나 치는 인물로 보이십니까?"

그리 말하며 명함 2장을 그에게 내밀었다.

"예일대학에서 동문수학한 친구들이라, 내 이름을 대면 반드시 만나줄 겁니다."

성모의 호언장담이었다.

그런 탓일까, 현수가 정중한 자세로 허리를 굽혔다.

"이번 일만 제대로 처리되면 상무님에게 제가 크게 한턱 쏘겠습니다."

"한턱 갖고 되겠습니까. 아무리 못해도 열턱은 쏴야지. 우하하하..."

성모는 호탕한 웃음을 길게 내지른 뒤 장내에서 유유히 사라졌다.

그날 밤.

한남동 서재에 김현수 본부장이 나타났다.

그는 성모가 건네준 명함 두장을 이철성 회장에게 전달했다.

이 회장은 명함을 자세히 살핀 뒤, 현수에게 넌지시 물었다.

"둘째놈이 이 친구들을 어찌 아는 건가?"

그가 즉답했다.

"예일대학에서 동문수학한 친구들이라고 하더군요."

철성의 얼굴에 숨길 수 없는 놀람이 드러났다.

"밥만 축내는 놈인지 알았더만, 나름 월가 사람들과 친분관계가 있었던 건가?"

"그런거 같습니다. 둘째 도련님이 다른 건 몰라도 친화력은 좋지 않습니까?"

"하긴, 그놈 주변에 사람들이 들끓는 걸 보면 친화력 하나는 좋은 모양이야."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회장님."

이 회장의 입가에, 간만에 흡족한 미소가 그려졌다.

"이번 일만 무사히 해결되면, 둘째놈을 대영유통의 사장으로 발령낼 생각이니까 알아서 준비를 해둬."

"네. 회장님."

***

오후 무렵.

서울시내 호텔 스위트룸에 김현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룸에서 대기 중인 미국인과 통성명을 나눈 뒤 곧바로 본론에 돌입했다.

그날 저녁.

프린스턴 호텔 스위트룸에 김현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영국인 남자와 인사를 나눈 뒤 진지한 협의에 돌입했다.

그날 밤.

한남동 접견실에 김현수가 나타났다.

그는 곧바로 이철성 회장에게 긴급 보고를 올렸다.

"키나발루와 안나푸르나 사모펀드가 보유한 대영전자 지분 7%와 대영자동차 지분 6.8%를 전량 인수하기로 합의를 봤습니다."

"프리미엄은 얼마를 요구하던가?"

"현시세 대비, 28% 안팎의 웃돈을 달라고 하더군요."

"한화로 어느 정도지?"

"대략 33조원 가량입니다."

철성은 눈 앞이 캄캄해질 정도였다.

한두푼도 아니고 무려 33조였다.

하지만, 대영전자와 자동차의 경영권을 사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부담해야 하는 돈이었다.

"내일 당장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해. 그리고 이사회에 추가로 25조원에 달하는 사내유보금 인출 안건을 올려!"

"말씀대로 조치하겠습니다."

***

힐튼호텔 스위트룸을 방문했다.

응접실로 들어서자 제퍼슨과 조쉬 회장이 환한 얼굴로 나를 맞이했다.

그 후, 주식매매계약서와 이체확인서를 나에게 내밀었다.

그들에게 작별인사를 고한 뒤, 타팰 펜트하우스로 돌아왔다.

스위스 은행의 후베르트에게 전화를 돌렸다.

통화가 연결된 후 그에게 넌지시 물었다.

"제가 개설한 비밀 계좌의 잔액을 알려주십시오."

-11개의 비밀계좌에 각각 25억불(3조원)이 입금됐습니다.

"이번주 안으로, 비밀계좌 잔고 증명서를 타지마할 사모펀드 한국 사무실의 팩스로 보내주십시오."

-예. 고객님.

단 한달 만에, 두배 이상의 차익을 실현했다.

모두 내가 잘난 덕분이었다.

하늘에 오를듯 기분이 좋아졌다.

짜릿한 성취의 순간이었다.

이철성 회장에게 제대로 한방 먹인 기분이었다.

나는 이 기분을 오롯이 만끽하고 싶었다.

냉장고에서 캔맥을 꺼내서 입안에 시원하게 들이부었다.

알싸한 청량감이 목젖을 타고 식도 깊숙이 흘러내려갔다.

그때, 이성모의 욕심 많은 얼굴이 뇌리를 스쳤다.

곧바로 녀석에게 전화를 돌렸다.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그에게 말했다.

"대영전자와 자동차 지분을 모두 장내 매도하십시오."

수화기에서 의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도 상한가가 유력하잖아? 뭐하러 벌써 털라고 하는거야?

"내일부터 대영전자와 자동차는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겁니다. 그러니 내 말대로 하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

대영그룹 서초동 본사 컨퍼런스홀.

임시주총 사회자는 장내를 가득 메운 국내외 주주들에게 대영전자와 자동차의 임시주총 결과를 차례로 발표했다.

"대영전자의 현 경영진을 대상으로한 해임안 투표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해임안 찬성 31.4%, 해임안 반대 64.7%, 기권 3.9%를 기록했습니다. 이로써 칼야이칸 측이 제기한 해임안 투표가 부결되었음을 알리는 바입니다."

사회자의 발표는 게속 이어졌다.

"대영자동차의 현 경영진을 대상으로한 해임한 투표결과도 발표하겠습니다."

사회자는 목이 탔는지 생수로 목을 축인 뒤, 발표를 이어갔다.

"투표결과 해임안 찬성 34.7, 해임안 반대 61.5%, 기권 3.8%를 기록했습니다. 이로써 대영자동차의 해임안 역시 부결되었음을 선포하는 바입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장내에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우와!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

이철성은 상처뿐인 영광을 얻었다.

경영권을 방어하는 대가로 40조원에 육박하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은 탓이다.

그 덕분에 대영자동차의 사내유보금은 거의 바닥이 날 지경이었다.

대영전자도 무사하지 못했다.

막대한 자금을 자사주 매입에 투입한 까닭이다.

그 바람에 대영전자의 사내유보금은 단 한달 만에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임시주총이 끝나자마자 대영전자와 자동차의 주가가 연일 큰폭으로 하락하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사내유보금을 동원해서, 자사주 매입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그룹의 자금 사정이 빠듯해진 탓이다.

그의 입장에서는 매우 뼈아픈 순간이었다.

반면 이성모는 살판이 났다.

수천억대의 비자금을 축적했을 뿐만 아니라, 대영유통의 사장으로 임명된 까닭이다.

그런 탓일까, 내심 한빈에게 커다란 고마움을 느꼈다.

그의 입장에서 한빈은 걸어다니는 재신(財神)이나 마찬가지였다.

***

서울 모처에서 제퍼슨과 조쉬 회장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성공 사례금을 전달한 뒤, 그들에게 작별인사를 고했다.

"두분 덕분에 손 쉽게 일을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러자 제퍼슨과 조쉬가 흡족한 얼굴로 차례로 덕담을 건넸다.

"앞으로도 종종 작업을 같이 하자고. 하하..."

"나 역시 마찬가지일세. 언제든지 내가 필요하면 주저하지 말고 연락을 주게."

"당연히 그래야지요. 우하하..."

내 입에서 절로 호탕한 웃음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

다음날.

내 집에 이성모가 나타났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감격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동생 덕분에 6천억이 넘는 시세차익을 봤어. 정말 고맙다. 우하하하...!"

성모는 특유의 호탕한 웃음소리를 길게 흘려보냈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가에 담배를 물자, 녀석이 주머니에서 재빨리 지포 라이터를 꺼내서 내 담배에 불을 붙였다.

폐부 깊숙이 빨아들였던 담배 연기를 성모를 향해 훅 내뿜으며 테라스 쪽으로 걸어나갔다.

그러자 녀석이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내 뒤를 졸졸 따라왔다.

강남의 화려한 빌딩숲에 시선을 고정한 채 나직한 어조로 말했다.

"뭔가 그럴 듯한 선물을 하셔야 하는거 아닙니까?"

넌지시 운을 떼자 성모가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조곤조곤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안 그래도, 동생한테 쓸만한 선물을 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해뒀다니까."

"무슨 선물이길래 그러십니까?"

"묻지 말고, 오늘 밤은 나한테 맡기라고."

그리 말하며 나를 2층 드레스룸으로 이끌었다.

전신을 명품으로 도배한 채 성모와 집을 빠져나왔다.

우리를 태운 세단 차량이 내곡동의 고급 저택 앞에 멈춰섰다.

"이 곳이 어딥니까?"

"안으로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알게될거다."

저택 안으로 들어서자 익숙한 얼굴의 중년여성이 우리를 맞이했다.

알고보니 그녀는 왕년의 인기 여배우였다.

그녀는 나를 향해 다소곳이 인사한 뒤, 이성모에게 조곤조곤한 어조로 말했다.

"너무 오랜만이에요. 상무님."

그리 말하며 성모의 품에 덥석 안겨들었다.

나름 끈끈한 사이같았다.

그들은 내 앞에서 애틋한 정을 연출했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그녀가 요염한 미소를 내비치며 입을 열었다.

"젊은 사장님은 이 곳에서 잠시 기다려 주세요. 상무님이랑 할 말이 많거든요."

성모는 못 이기는 척 그녀를 따라나서며, 나에게 한쪽 눈을 찡긋했다.

잘 조성된 정원에서 우두커니 서 있을 무렵,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당대의 탑 여배우인 한아영이 내 앞에 '짠' 하고 나타났다.

흡사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그 정도로 비현실적인 순간이었다.

그녀는 타이트한 정장룩 차림이었다.

그런 탓인지 섹시한 매력이 철철 넘쳐 흘렀다.

한아영이 다소곳이 말했다.

"저를 따라오시죠."

뭐에 홀린 듯, 조건반사적으로 그녀를 뒤따랐다.

그녀는 호화로운 내실로 나를 이끌었다.

나는 그날, 대한민국 탑여배우와 밤 늦도록 즐거운 시간을 함께했다.

***

이른 아침.

우리를 태운 세단 차량이 테헤란로에 들어설 무렵, 옆에 동승한 성모가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어느 종목에 투자하면 큰 돈을 만질 수 있을까?"

녀석은 돈독이 잔뜩 오른 얼굴로 나를 연신 곁눈질했다.

그에게 솔직히 답했다.

"당분간 강남 아파트에 올인하십시오. 그래야 돈을 벌 겁니다."

"정말?"

"왜, 내 말이 믿기지 않습니까?"

"노우현 당선자의 제 1 공약이 부동산 투기 근절이잖아?"

그가 의아한 얼굴로 반문했다.

그래서 재차 내 의중을 밝혔다.

"강남의 아파트는 앞으로 4년 동안 미친 듯이 폭등할 겁니다. 두고보시면 압니다."

그 말을 끝으로 입을 굳게 다물었다.

잠시 뒤, 세단 차량이 대송빌딩 앞에 멈춰섰다.

차에서 내리며 성모에게 다시 말했다.

"지금은 주식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강남 아파트에 초점을 맞추시는 게 여러모로 좋을 겁니다. 그럼 이만."

그리 말한 뒤, 대송빌딩 안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갔다.

***

탑층에 올라가자 복도의 간이 테이블에서 티타임을 즐기는 직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나를 발견하자 일제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정중한 태도로 허리를 숙였다.

그들과 일일이 악수를 교환한 뒤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육중한 마호가니 책상에 좌정한 채, 향후 투자 계획에 대해서 면밀히 검토했다.

한국의 부동산은 2003년부터 2006년까지 큰 폭으로 상승한다.

특히 서울 요지의 업무용 빌딩과 강남, 목동, 분당, 과천 등의 아파트가 천정부지로 폭등할 예정이었다.

내가 경험한 미래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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