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화 전부 때려잡는다 2
곧바로 박종태 감사실장에게 전화를 돌렸다.
40분 뒤.
박종태를 필두로 8명의 남자가 한정식 레스토랑에 나타났다.
그들은 모두 다부진 체격이었다.
종태가 그들을 나에게 소개시켰다.
"이들 모두 전직 경찰 특공대 출신들입니다."
그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뒤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나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존재가 출현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무력으로 제압하십시오. 검찰과 경찰 역시 마찬가집니다."
내 말은 계속 이어졌다.
"저의 배후에는 거대 외국자본이 있습니다. 한국인들과 검경을 두려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뜻입니다."
그리 말하자 8명의 남자들이 우렁찬 목소리로 복명했다.
"넵. 대표님!"
정중앙에 서 있는 김태구와 박종록에게 말했다.
"태구씨와 종록씨가 제 차를 모십시오. 그리고 나머지 분들은 봉고차를 이용해서 저를 경호하십시오."
이번에도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화답했다.
"예. 대표님."
김태구 일행을 내보낸 뒤 면전에 우두커니 서 있는 종태에게 말했다.
"4명씩 로테이션을 돌리세요. 그리고 연봉은 1억을 보장하십시오."
내 지시는 계속 이어졌다.
"대영그룹의 이철성 회장이 독이 바짝 올랐어요.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내 경호에 만전을 기하십시오."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나를 경호하려면 옷을 제대로 차려입어야 합니다. 번듯한 맞춤정장을 1인당 10벌씩 뽑아주세요."
나름 통 큰 언사를 내뱉은 뒤 입가에 담배를 물자, 종태가 조심스런 태도로 내 담배에 라이터불을 붙였다.
그를 향해 담배 연기를 훅 내쁨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압구정동에 있는 맞춤 정장 전문점에 말을 해놓을 테니까, 그곳으로 경호원들을 데리고 가세요. 그리고 이번 기회에 종태씨도 열벌 정도 맞춤 정장을 마련하십시오."
종태가 감격한 얼굴로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
이철성은 한남동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이태강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태강에게 용건을 밝혔다.
"타지마할 사모펀드의 한국 지사 대표인 크리스 킴을 조사해주게."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그럴만한 사정이 있으니 묻지 말고, 내 요구를 들어주게."
-알겠습니다. 제가 한번 알아보죠.
"범죄혐의가 발견되는 즉시, 곧바로 알려주면 고맙겠군."
-예. 회장님.
***
타팰 펜트하우스로 이성모를 호출했다.
면전에 나타난 그에게 냉랭한 어조로 물었다.
"회장님에게 모든 사실을 말한 겁니까?"
그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버지가 다그치는데, 거짓말을 못하겠더라고. 미안하다. 동생."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나는 형님을 대영그룹의 후계자로 만드려고 이번 일을 꾸민 겁니다!"
목소리를 높이자 그가 주눅든 얼굴로 내 시선을 회피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애절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한데, 아버지에게 1조원을 돌려드리면 안될까?"
"그 문제는 형님과 상관없는 일입니다. 그런 헛소리를 하시려거든 내 집에서 당장 사라지세요!"
성모가 우물쭈물한 얼굴로 내 눈치를 살피며 재차 말을 이었다.
"그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내가 그룹에서 설 자리가 없어서 그래. 제발 부탁이다. 동생."
녀석은 씨알도 안먹히는 개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 두번 다시 내 앞에 나타나지 마십시오!"
그리 말하며 출입구에 우두커니 서 있는 경호원들을 손짓하자, 성모를 내 집에서 짐짝처럼 끌고 나갔다.
***
대검 특수부 총괄 부장실.
이태강은 면전에 나타난 서울 중앙지검 금융조사부 소속의 강찬호 부장 검사에게 거두절미하고 지시를 내렸다.
"타지마할 사모펀드의 한국 지사 대표인 크리스 킴에 대해서 조사를 해봐."
강찬호 검사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자가 누굽니까?"
"나도 자세히는 몰라. 그러니까 강프로가 알아보라고."
강찬호가 곤혹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외국계 자본을 함부로 들쑤시면 큰 사단이 날 겁니다."
그러자 이태강이 뜨악한 얼굴로 쏘아부쳤다.
"당신이 그 자리에 오른게 누구 덕인지, 벌써 잊은 건가?"
강검사가 주눅든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자기 위치를 잊지말라고. 그래야 더 큰 물에서 놀수 있는거야."
"죄송합니다. 선배님."
"됐으니까 어서 그놈이나 조사해."
"예.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강검사는 그리 복명한 뒤 장내에서 바람처럼 사라졌다.
***
다음날.
서초동 인근의 일식당에 이태강과 강찬호가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정종과 회를 즐기며 밀담을 이어나갔다.
강찬호가 말했다.
"국세청이 얼마전에 타지마할 사모펀드를 타겟으로 세무조사를 진행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두손 두발 다 들었나 봅니다. 청와대에서 국세청장이 엄청 깨졌다는 후문이 돌더라고요."
"흐으음..."
이태강의 입에서 침중한 한숨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런 모습을 유심히 살핀 강검사가 넌지시 말했다.
"타지마할 사모펀드를 건드려봤자, 선배님에게 좋을 일이 없을 겁니다."
태강의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
그 역시 외국계 자본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었다.
청와대마저 외국계 자본에 꼼짝 못하는 탓이다.
결국 그는 이번 일에서 발을 빼기로 마음먹었다.
태강은 술자리가 파하자마자 이철성 회장에게 전화를 돌렸다.
"죄송하지만 저는 이번 일에서 빠지겠습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이철성의 불만스런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외국계 자본이 그리 무서운가?
"솔직히 그렇습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태강은 자신이 할 말만 재빨리 끝낸 뒤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통화가 길어져봤자 좋을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
한남동 서재.
이철성은 분하고 원통할 지경이었다.
한두푼도 아니고 무려 1조원을 사기당한 탓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결코 문제삼을 수 없었다.
합법을 가장한 투자사기였기 때문이다.
그는 전가의 보도를 꺼내들기로 결심했다.
해결사를 고용해 쥐도새도 모르게 한빈을 처리하기로 작심한 것이다.
잠시 후, 그의 면전에 나이지긋한 집사가 나타났다.
이철성의 입에서 스산한 언사가 흘러나왔다.
"김상무를 호출해."
순간 노집사가 흠칫한 얼굴로 철성을 쳐다봤다.
"그자에게 일을 맡기실 생각입니까?"
"다른 방법이 없지 않나? 이럴 때는 주먹이 최고야."
"김상무는 너무 험악한 사람입니다. 일이 잘못되기라도 하는 날에는, 회장님에게 누를 끼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잔걱정은 그만하고, 어서 김상무를 내 앞으로 데리고와!"
결국 노집사가 체념한 얼굴로 복명했다.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회장님."
***
늦은 밤.
한남동 서재에 김영수 상무가 나타났다.
그는 대영건설에서 술 상무로 일하며 굳은 일을 도맡아 처리하는 남자였다.
그 중에는 납치와 살인도 포함되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인간백정이었다.
이철성은 눈 앞에 나타난 김영수에게 단도직입적인 언사를 내뱉었다.
"타지마할 사모펀드의 한국 지사 대표인 크리스 킴을 수원에 있는 공장 컨테이너 창고로 끌고와. 물론 말을 안들으면 알아서 교육을 시켜."
"예. 회장님."
김영수의 눈이 먹이를 발견한 맹수의 잔인한 눈빛으로 삽시간에 변모했다.
인간백정의 진면목이었다.
***
논현동 카이저빌딩.
사무실에 들어서자 이수경 경리팀장이 진지한 얼굴로 보고를 해왔다.
"호텔 간부들이 법인카드를 너무 함부로 사용하고 있어요."
그리 말하며 법인카드로 결제한 영수증 다발을 나에게 내밀었다.
영수증을 살피자 업무와 상관없는 쇼핑, 고급 레스토랑 음식 비용, 여행 경비 등이 마구잡이로 청구된 상태였다.
대영호텔의 간부들은 나를 물로 보고 있었다.
이수경을 내보낸 뒤 장동현과 박종태를 면전에 호출했다.
내 앞에 나타난 그들에게 법인카드로 결제한 영수증을 보여줬다.
내 의도를 파악한 장동현이 넌지시 물었다.
"이들을 법적 조치할 생각이십니까?"
"그것 보다는 매로 다스릴 계획입니다."
그리 말한 뒤 박종태에게 지시를 내렸다.
"법인 카드 결제를 남발한 간부들을 대영호텔 강남 본점 피트니스 센터로 불러들이세요."
"예. 대표님."
"그리고 법무실장님은 호텔 간부들의 동정을 예의주시 하십시오."
"명심하겠습니다. 대표님."
***
그날 밤, 대영호텔 강남 본점.
지하에 위치한 피트니스 센터로 내려가자, 법인 카드를 남발한 호텔 간부들이 장내에 운집한 광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거의 20명에 달하는 숫자였다.
거두절미하고 놈들의 복부에 맨주먹을 벼락처럼 꽂아넣었다.
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
"으헉! 크헉! 아악! 끄악! 으아아악...! 끄아아아악...!"
녀석들의 비명소리가 장내에 끊이지않고 메아리쳤다.
놈들은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연신 고통을 호소했다.
그 정도로 내 주먹은 매서웠다.
헤비급 복서 레벨이었기 때문이다.
바닥을 구르는 녀석들 주변을 거닐며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내 돈을 날로 먹는 놈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개박살을 낼 겁니다. 그러니 앞으로 법인카드는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절대 사용하지 마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장내를 유유히 벗어났다.
***
나를 태운 부가티 베이런이 타팰 텐트하우스로 향할 무렵, 운전석의 김태구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미행하는 차량이 있습니다."
백미러로 시선을 돌리자 검은색 세단 차량이 보였다.
"언제부터 우리를 미행한거죠?"
"30분 전부터 미행한거 같습니다."
"놈들을 인적 뜸한 야산으로 유도하세요. 그리고 봉고차에 있는 분들에게 준비를 하라고 무전을 치세요."
"알겠습니다. 대표님."
직후 우리를 태운 부가티가 근교의 야산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1시간 뒤.
야산 중턱에 부가티를 정차하자마자 호신봉을 손에 든 채 김태구와 차 밖으로 내려섰다.
예상대로 검은 세단 차량이 눈앞에 나타났다.
동시에 차 안에서 다섯명에 달하는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때, 봉고차가 장내에 도착했다.
직후 호신봉을 손에 든 세명의 경호원들이 봉고차에서 내려섰다.
그런 탓일까, 놈들이 당황한 얼굴로 서로를 돌아봤다.
녀석들은 무방비 상태였다.
나를 만만히 본 모양이었다.
나와 경호원들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녀석들을 향해 전속력으로 짓쳐들어갔다.
우리는 호신봉을 놈들의 전신에 우박처럼 퍼부었다.
녀석들은 변변한 저항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순식간에 우리 발밑에 무릎을 끓었다.
호신봉의 막강한 위력 덕분이었다.
내 시선은 김영수에게 절로 모아졌다.
녀석은 이철성 회장이 키우는 사냥개였다.
김태구에게 지시를 내렸다.
"얼굴에 칼자국이 있는 놈에게 물어볼 말이 있으니까, 죽지 않을 정도로 손을 봐주세요."
"네. 대표님."
내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김영수의 빌어먹을 육신에 경호원들의 매서운 주먹과 발길질이 우박처럼 떨어져내렸다.
그런 탓일까, 녀석의 입에서 애절한 비명이 쉴 새 없이 울려퍼졌다.
"제발! 그만...! 으아아아아아아악...!"
30분 후.
김태구가 녹음기를 내 손에 건넸다.
"이철성 회장이 살인교사를 지시했다는 육성을 녹음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태구가 우려하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상대는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하는 초거물입니다. 신중하게 행동하셔야 합니다. 대표님."
"제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이 회장 따위에게 겁을 먹을 나였으면, 이런 짓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가 감탄하는 얼굴로 나를 올려다봤다.
"오늘 비번인 분들을 모두 호출하세요. 갈데가 있으니까."
"예. 대표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