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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재벌이 돈을 숨김-51화 (51/175)

51화 꽃놀이패

최종연을 내보낸 뒤 장동현 법무실장을 사무실로 불러들였다.

"부르셨습니까, 대표님."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태산그룹의 비밀 지주회사가 어딘지 알아보세요."

"네에...?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

그가 의아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그럴 일이 있으니까, 한번 알아보시라고요."

그제야 장변이 머리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태산그룹을 조사해 보겠습니다."

"조사가 완료되는 즉시 저에게 보고를 올려주세요."

"예. 대표님."

대한민국의 대그룹은 복잡한 순환출자방식과 비밀 지주회사라는 두개의 무기를 이용해, 적은 지분으로도 그룹 전체의 계열사를 완벽하게 지배하고 있었다.

그 말인즉슨, 비밀 지주회사의 과반수 지분을 확보할 경우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이번 기회에 태산 그룹의 비밀 지주회사 지분을 절반 가량 취득할 계획이었다.

물론 최씨 오너 일가가 내 제안을 거부해도 상관없었다.

일종의 꽃놀이 패였다.

***

경호인력을 대규모로 증원하기로 결정했다.

8명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이 섰다.

이철성 회장이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를 경호하는 인력을 항시 30명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 60명 이상의 경호원들이 필요했다.

마음을 정하자마자 경호실장직을 겸직 중인 박종태를 대영호텔 펜트하우스로 불러들였다.

늦은 밤.

종태가 펜트하우스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60명 내외의 경호인력을 구축하십시오."

그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

"그 정도 인원을 구축하려면 연간 운용비용이 최소 100억원 이상이 필요할 겁니다."

"돈 걱정은 하지마시고 전직 경찰 특공대 위주로 경호원을 선발하세요. 연봉은 기존 경호원들과 마찬가지로 1억원을 보장할 생각입니다."

종태에게 솔직히 말했다.

"아시다시피 이철성 회장과 저는 견원지간입니다. 그자의 돼먹지 않은 수작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경호인력이 필수적입니다."

그가 납득한 얼굴로 순순히 복명했다.

"말씀대로 일을 추진하겠습니다."

종태를 내보낸 뒤 곧바로 욕실로 들어갔다.

밤외출을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샤워를 끝마친 후 드레스룸으로 들어갔다.

드레스룸에는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초고가 명품 시계와 한벌에 수억원을 호가하는 맞춤 정장, 구두가 즐비하게 널려 있었다.

파텍필립의 다이아 시계를 오른 손목에 착용한 뒤, 맞춤정장과 구두를 차례로 몸에 걸쳤다.

그 후, 김태구 경호팀장을 면전에 불러들였다.

"논현동에 있는 아레나 클럽으로 놀러갈 생각이니까, 차를 준비하세요."

"알겠습니다. 대표님."

호텔 1층으로 내려가자 프론트 직원들이 나를 향해 허리를 절반으로 접었다.

그런 탓일까, 호텔 손님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 일신에 집중됐다.

특히 여성들의 눈빛이 아주 뜨거웠다.

그녀들의 애틋한 시선을 뒤로한 채 정문으로 천천히 걸어나갔다.

정문 앞에 정차된 부가티 곁으로 다가가자 김태구가 조수석을 공손히 열어주었다.

그에게 목례를 취하며 조수석에 올라탔다.

우리를 태운 부가티가 논현동을 향해 힘차게 출발했다.

아레나 클럽에 도착한 뒤 김태구와 경호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나를 경호하세요."

그들이 일사불란하게 복명했다.

"예. 대표님."

김태구와 경호원을 대동한 채 아레나 클럽에 들어서려는 찰나, 물관리를 하는 기도가 내 앞을 막아섰다.

그는 경호원들의 외모를 트집 잡았다.

"저희 클럽은 아무나 입장할 수 없는 곳입니다."

돈달라는 소리였다.

지갑에서 백만원권 수표 3장을 꺼내서 녀석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좋아죽는 얼굴로 프리패스를 선언했다.

"화끈하게 놀다 가십시오. 고객님들."

경호원들과 클럽 안으로 들어서자, 현란한 사이키 조명과 일레트로닉 댄스 뮤직에 흠뻑 취한 선남선녀들이 스테이지에서 부비부비에 몰두하는 광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남자들은 거의 모두 수트 차림이었고, 여자들은 오피스룩과 미니 드레스룩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클럽 아레나는 홍대와 다르게 돈푼깨나 있는 2030세대 남자들이 주요 고객이었다.

그런 탓에, 클럽에 드나드는 여자들의 외모 역시 나름 좋은 축에 속했다.

라운지에서 칵테일로 목을 축인 뒤 스테이지로 천천히 걸어갔다.

스테이지에는 내 마음에 드는 처자가 열정적인 춤사위를 과시하며 남자들을 노골적으로 유혹하고 있었다.

그런 때문일까, 그녀 주변에는 이미 여러명의 녀석들이 불나방처럼 모여든 상태였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오로지 내 얼굴에 못박힌 듯 고정되었다.

내 압도적인 비쥬얼에 홀린 듯이 빠져든 탓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고혹적인 눈웃음을 내비치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곧바로 EDM 뮤직에 온몸을 맡긴 채, 그녀와 열정적인 부비부비를 시전했다.

그런 탓일까, 장내에 운집한 선남선녀들이 우리 주변으로 몰려든 채 격한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녀와 밤늦도록 격렬한 춤사위를 만끽한 뒤, 나란히 클럽을 빠져나왔다.

그 후, 인근의 호텔로 자리를 옮겼다.

***

카이저 빌딩.

사무실에서 웹서핑에 열중할 무렵, 박은영이 내 앞에 나타났다.

"대표님에게 건의드릴 사항이 있어요."

"그게 뭐죠?"

그녀가 즉답했다.

"대영호텔 강남 본점에서 근무 중인 본사 임직원들을, 카이저 빌딩으로 불러들이면 안될까요?"

"왜 그런 생각을 하시는 거죠?"

"대영호텔의 본사 임직원들은 고객들이 사용해야 하는 객실을, 자기들의 사무공간으로 전용하고 있어요. 호텔 입장에서 좋을 일이 없는 거죠."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은영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강남 본점에서 근무 중인 호텔 임직원들을 카이저 빌딩으로 불러들이면, 연간 12억원이 넘는 자금을 절감할 수 있어요."

그녀의 요청을 수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름 합리적인 건의였기 때문이다.

"허락할테니까, 은영씨가 책임지고 이번 일을 추진하세요."

그녀가 감격한 얼굴로 화답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

장동현은 금융감독위원회의 고위 간부인 조성일과 시내 모처에서 만남을 가졌다.

그들은 고등학교 선후배 관계였다.

장동현이 조성일에게 넌지시 운을 뗐다.

"태산그룹의 비밀 지주회사를 알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

조성일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걸 왜 아시려고 하는 겁니까?"

동현이 눈빛을 빛내며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혹시 뭐라도 아는게 있나?"

그러자 조성일이 쓴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천천히 끄덕거렸다.

그런 모습에 동현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준비해온 상품권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백만원 짜리 상품권이니까 부담갖지 말고 받아."

"뭘 이런걸 다 주십니까. 우리 사이에."

"그래도 오가는 정이 조금은 있어야지. 하하..."

조성일은 백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갑에 수납한 뒤 조곤조곤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윤광사라는 소규모 포장재 업체가 있는데, 그 회사의 오너가 최동명입니다."

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윤광사는 태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조선과 중공업, 화학 등의 지분을 직간접으로 과반수 이상 보유하고 있습니다."

동현이 물었다.

"최동명 회장이 보유한 윤광사의 지분이 어느 정도지?"

"100%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동현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그려졌다.

***

카이저 빌딩 근처에 위치한 밥집에서 경호원들과 늦은 저녁을 함께 할 무렵, 장동현의 전화가 걸려왔다.

폰을 귓가에 가져가자, 장변이 긴급 현안을 구두로 보고했다.

-태산그룹의 비밀 지주회사를 조사한 결과 윤광사가 배후에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윤광사는 태산그룹의 핵심 계열사를 암중에서 지배하는 총지주회사 격입니다. 그리고 최동명 회장은 그런 윤광사의 지분을 100% 보유 중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얼추 그림이 그려졌다.

이제 꽃놀이 패를 돌리면 게임 끝이다.

"수고하셨어요. 오늘은 이만 집에서 편히 쉬세요."

-감사합니다. 대표님.

"그럼 내일 봅시다."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

늦은밤.

대영호텔 강남 본점 지하 피트니스 센터에 60명에 달하는 남자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모두 검은색 양복 차림이었고, 손에는 하나같이 호신봉을 든 상태였다.

박종태는 장내에 도열한 경호원들을 향해 우렁찬 목소리로 일장연설을 내뱉었다.

"여러분들은 앞으로 1일 2교대 체제로 30명씩 대표님을 모셔야 합니다."

"대표님이 차량으로 이동할 경우, 봉고차 6대를 이용해서 대표님이 탑승한 차량을 앞뒤에서 호위해야 할 것입니다."

그의 발언은 계속 이어졌다.

"만약 대표님을 위해하려는 존재가 출현한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무자비하게 제압하십시오. 모든 법적 책임은 우리 대표님이 해결하실 겁니다."

"또한 여러분들 모두에게 1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보장할 것입니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서 대표님을 경호해 주시기를 부탁하는 바입니다."

그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좌중이 일사불란하게 경례를 올려부쳤다.

"충성!"

***

호텔 정문으로 나가자 부가티 베이론과 6대의 봉고차, 30명에 달하는 경호원들이 보였다.

그들을 유심히 살핀 뒤 부가티 조수석에 몸을 실었다.

부가티 앞쪽에 위치한 봉고차 3대에, 15명에 달하는 경호원들이 5명씩 올라탔다. 직후 그들을 태운 봉고차가 재빨리 출발했다.

잠시 뒤, 나를 태운 부가티가 봉고차를 뒤따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뒤편에 위치한 3대의 봉고차 역시 부가티를 바짝 뒤따랐다.

부가티와 봉고차 6대가 앞서거니 뒷서거니하며 신사동에 위치한 슈퍼카 매장에 차례로 도착했다.

30명에 달하는 경호원들과 슈퍼카 매장에 들어서자, 손님들과 딜러들이 놀란 얼굴로 우리 일행을 쳐다봤다.

안면이 있는 딜러에게 명령했다.

"롤스로이스 팬텀을 사려고 왔으니까 지금 당장 계약합시다."

그러자 녀석의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지며 나를 향해 허리를 절반으로 접었다.

슈퍼카 매장에서 롤스로이스 팬텀 계약을 끝마치자마자 카이저 빌딩으로 직행했다.

***

카이저빌딩의 사무실에서 주가시황에 이목을 집중할 무렵, 태산그룹의 최동명 회장이 나를 찾아왔다.

그와 악수를 교환한 뒤 소파에 앉으라는 손짓을 보냈다.

우리는 소파에 자리를 잡은 뒤 본론에 돌입했다.

최동명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비밀 총지주회사인 윤광사의 지분 50.1%를 저에게 주십시오. 물론 공짜로 달라는 말은 아닙니다. 그 대가로 4천억원을 일시불로 지급할 용의가 있습니다."

최 회장의 얼굴에 극심한 갈등이 적나라하게 표출됐다.

그런 탓일까, 고개를 푹 숙인 채 혼자만의 사색에 잠겼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그의 입에서 간절한 읍소가 흘러나왔다.

"태산그룹은 수도권에 공장부지를 갖고 있습니다. 그 토지를 넘겨드릴테니, 윤광사의 지분에는 관심을 두지 말아 주십시오."

"죄송하지만 부동산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그리 말하며 나가라는 손짓을 해 보였다.

최 회장이 낙담한 얼굴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 후, 축 쳐진 어깨를 뒤로한 채 내 사무실에서 쓸쓸히 사라졌다.

물론 내 알 바 아니었다.

***

이철성은 한빈에게 치욕을 당한 그날을 곱씹으며, 성북동에서 연일 와신상담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참담한 모멸감을 안겨준 한빈을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

그런 탓으로 기회를 봐서, 그에게 물리적인 복수를 감행할 계획이었다.

외국계 자본을 등에 엎은 한빈을, 법적으로 처리하기가 난망하다는 사실을 잘 아는 까닭이다.

철성은 솜씨 좋은 해결사를 동원해서 한빈을 죽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초장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김현수 본부장의 입에서 흘러나온 구두 보고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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