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재벌이 돈을 숨김-69화 (69/175)

69화 아마존의 절대자

인천국제공항 전용기 격납고에 들어서자 대영물산의 민수현 해외자원개발 팀장과 조종사, 승무원 등이 나를 향해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그들과 악수를 교환한 뒤 경호원들과 대영전자의 전용기 안으로 나란히 들어갔다.

잠시 뒤, 우리 일행을 태운 전용기가 인천국제공항 활주로를 힘차게 이륙했다.

***

전용기의 라운지에서 칵테일을 즐기는 한편, 칼야이칸의 제퍼슨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제퍼슨에게 내 용건을 밝혔다.

"아마존의 베이조스 회장과 면담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니 회장님께서 일정을 잡아주십시오."

-아마존의 지분을 인수할 생각인가?

"네. 이번 기회에 그와 진솔한 대화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그러니 회장님께서 저 대신 수고를 좀 해주십시오."

-안 그래도 베이조스가 자네를 만나고 싶다고 하더군.

"그에게 제 얘기를 하신 겁니까?"

-자네가 아마존 지분에 관심이 많다는 얘기를 은근히 흘렸더니, 그 친구가 먼저 연락을 해오더군.

일이 술술 풀리는 모양새였다.

"그럼 일정이 잡히는 즉시 저에게 연락을 주십시오. 일이 잘되면 회장님에게 섭섭치 않게 사례를 해드리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하하...

제퍼슨은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며 전화를 끊었다.

옆자리에 공손히 앉아 있는 민수현에게 넌지시 말했다.

"호주에 있는 폐유전과 폐가스전, 폐광 등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그가 조심스런 얼굴로 입을 열었다.

"호주 내륙 사막지대에는 폐유전과 폐금광, 폐다이아, 폐광 등이 지천에 널려 있습니다. 그리고 호주의 연안 대륙붕에는 폐가스전이 많이 있죠."

민수현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당연히 서류 작업도 이미 끝난 상황입니다."

그리 말하며 두툼한 서류철을 나에게 내밀었다.

그가 건넨 서류는, 폐유전과 폐가스전, 폐광 등을 사업성이 유망한 자원으로 둔갑시킨 위조 서류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세계 유수의 자원탐사 업체가 발행한 서류와 똑같았다.

한국에서는 이 서류의 진위를 절대 파악할 수 없었다.

서류철을 007 가방에 수납한 뒤 수현에게 말했다.

"이제 내 눈치 보지말고 편히 휴식을 취하세요."

그가 감격한 얼굴로 화답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수현을 뒤로한 채 2층에 조성된 개인 사무실로 올라갔다.

마호가니 책상에 좌정한 채 창 밖을 스치는 푸른 하늘과 아름다운 운무를 잠시 감상한 뒤 노트북으로 시선을 돌렸다.

노트북에 아마존의 주가 현황이 일목요연하게 드러났다.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한화로 200조원 내외였다.

나는 그 중에서 10% 남짓한 지분을 인수할 계획이었다.

한화로 20조원에 상당하는 돈이었다.

거기에 20%에 달하는 프리미엄을 추가할 경우, 최소 24조원 이상의 인수자금이 필요했다.

하지만 내가 동원할 수 있는 가용자금은 10조원 남짓에 불과했다.

아마존의 지분 10%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14조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했다.

답은 하나였다.

대영물산의 해외자원개발 펀드에 예치된 20조원을 내 뜻대로 전용하는 게 최선이었다.

이미 만반의 준비가 된 상태라, 실행에 옮기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

6시간의 비행 끝에 호주 내륙에 위치한 캔버라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우리 일행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현지 코디네이터의 안내를 받으며 내륙 사막지대로 곧바로 이동했다.

호주 내륙에 위치한 사막지대에는 수많은 폐광과 폐유전이 있었다.

우리는 그 중에서 대략 10군데 정도를 눈여겨 보았다.

그날 밤.

캔버라 다운타운에 위치한 호텔에 여장을 푼 뒤 민수현 팀장과 늦은 저녁을 함께하며 내일 일정에 대해서 논의를 이어나갔다.

민수현이 공손한 어조로 말했다.

"내일은 연안 지대에 위치한 대륙붕을 두루 시찰할 예정입니다."

"가스전을 말하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대표님."

"내일 일정이 끝나는 즉시, 계약을 체결할 생각이니까 서류 준비를 해주세요."

"예. 대표님."

다음날.

우리 일행은 호주 대류붕에 펼쳐진 폐가스전을 하루종일 둘러본 뒤 호텔로 되돌아왔다.

그 후, 내가 보유한 사모펀드 명의로 폐유전과 폐광, 폐가스전 20군데를 일사천리로 매입했다.

계약서 상에는 총액 180억 달러 정도의 매입액수가 써 있었지만, 실제 매입가격은 1천만불에 불과했다.

흔히 말하는 업계약서였다.

대영물산이 높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명분을 주기 위함이었다.

***

늦은 밤.

호텔 방에 전용기 기장을 불러들였다.

면전에 나타난 기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내일 아침에 뉴욕으로 갈 예정이니까 준비를 해주세요."

"예. 대표님."

기장을 내보낸 뒤 옆방에 있는 민수현에게 기별을 넣었다.

잠시 후, 수현이 내 앞에 나타났다.

"당신은 내일 아침 비행기로 한국에 돌아가십시오."

그가 조금 실망한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에 입국하면 해외자원개발 펀드에 관해서 입을 굳게 봉하세요. 아시겠습니까?"

엄하게 말하자, 수현이 긴장한 낯빛으로 대답했다.

"명심하겠습니다."

"이만 가보세요."

"네. 대표님."

그가 장내에서 사라지자마자 장동현에게 호출을 넣었다.

몇분 뒤 장변이 내 방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에게 책상에 앉을 것을 권하며 서류가방에서 매매계약서를 꺼냈다.

장변은 책상 위에 놓여진 매매계약서에 자필 서명과 인감도장을 날인한 뒤 나에게 매매계약서를 건넸다.

매매계약서에 사모펀드으 대표 명의 대여자들과 대영물산 해외자원개발 펀드 책임자의 인감도장을 차례로 날인한 뒤 장변에게 되돌려주었다.

2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이 내 수중에 들어오는 순간이었다.

그런 탓일까, 장변이 우려하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사내유보금을 전용한 사실이 외부에 드러나면 대표님에게 좋을 일이 없습니다."

"그 문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차피 서류상으로 완벽한 매매계약이니까."

"그렇지만 검찰이 문제를 삼을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그는 여전히 잔 걱정이 많았다.

"장변은 다 좋은데, 매사를 부정적으로 파악하는 경향이 있어요. 비지니스에 안좋은 겁니다."

"저도 알지만, 대표님이 걱정되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걱정은 됐으니까, 이만 나가보세요."

장변이 체념한 얼굴로 장내에서 조심스럽게 물러났다.

***

뉴욕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한국에 있는 이태강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최종연 건은 잘되고 있습니까?"

-그놈 일은 걱정하지마라. 김대표가 원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테니까.

"좋습니다. 그럼 다음 단계로 넘어갑시다."

-다음 단계?

"네. 이제 태산의 최동명 회장을 처리해야죠."

-태산그룹을 장악할 생각인가?

"태산그룹은 이미 제 손안에 있습니다. 형님은 제가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올리시면 됩니다."

-최 회장을 작업하는데 도움을 주면, 나에게 뭘 줄거지?

"돈을 원하십니까?"

-돈은 됐고, 나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천거해주게.

"쉽지 않은 청탁이군요."

-현 여권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오종덕 부회장을 이용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니까, 그 자에게 도움을 청해봐.

"오종덕은 이성준 사람이라, 제 말을 듣지 않을 겁니다."

-오종덕은 돈과 권력에 환장한 양아치라고. 김대표가 어르고 달래면 알아서 기어 다닐거다.

"생각을 좀 해보죠."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

오종덕의 평창동 자택에 박종태가 모습을 드러냈다.

종덕은 자신의 집에 불쑥 찾아온 종태를 서재로 이끌었다.

종태의 입에서 정중한 언사가 흘러나왔다.

"대표님의 명령으로 부회장님을 찾아뵈었습니다."

종덕이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그 말이 정말이오?"

"대표님은 오래전부터 부회장님을 마음에 두고 계셨습니다."

종태는 그리 말하며 뉴욕행 왕복 비행기표를 그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죠?"

"보시다시피 뉴욕행 왕복 티겟입니다."

종덕이 뭔가 눈치챈 얼굴로 재차 물었다.

"대표님이 뉴욕에 계신 겁니까?"

"네. 부회장님."

종태는 짤막하게 대꾸한 뒤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번 기회에 대표님과 뉴욕에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십시오. 그럼 이만."

그 말을 끝으로 서재에서 바람차럼 사라졌다.

다음날.

종덕은 날이 밝자마자 인천국제공항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뉴욕에 체류 중인 한빈을 남몰래 만나기 위함이었다.

***

맨해튼 트럼프 타워로 들어서자 베이조스 회장의 수행비서가 우리 일행을 맞이했다.

그는 내 주변에 포진한 30명에 달하는 경호원들을 놀란 얼굴로 쳐다본 뒤 공손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베이조스 회장님이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김태구 경호팀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로비에서 대기하고 계십시오."

"예. 대표님."

그리 명한 뒤 베이조스의 수행비서와 엘리베이터에 차분히 몸을 실었다.

탑층에 위치한 사무실로 들어서자 대머리가 인상적인 베이조스가 나를 반겼다.

우리는 악수를 교환한 뒤 곧바로 본론에 돌입했다.

베이조스가 말했다.

"아시다시피 저는 20% 내외의 프리미엄을 원하고 있습니다."

"협상의 여지가 없는 건가요?"

그가 단호한 어저로 답했다.

"죄송하지만, 전혀 없습니다."

베이조스는 완강했다.

그 정도로 아마존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했다.

결국 그가 원하는 조건에 계약하기로 마음먹었다.

"20%에 달하는 프리미엄을 제공하겠습니다."

베이조스가 흡족한 미소를 지은 채 양팔을 활짝 벌리며 나를 친근하게 포옹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우하하하하...!"

그의 입에서 호탕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다음날.

맨해튼 모처의 사무실에서 아마존 지분 10%를 한화 24조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전격적으로 체결했다.

그 덕분에 아마존 지분이 20%까지 급증했다.

베이조스와 더불어 아마존의 최대 주주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물론 이런 사실을 아는 이들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수십개에 달하는 사모펀드 명의로 아마존의 지분을 소유한 탓이었다.

***

맨해튼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오롯이 즐길 무렵, 김태구가 면전에 나타났다.

"오종덕 부회장이 레스토랑에 오셨습니다."

"내 자리로 안내하세요."

"네. 대표님."

잠시 뒤, 오종덕이 내 앞에 나타났다.

그는 긴장이 역력한 얼굴로 나를 향해 정중히 허리를 숙인 뒤 맞은 편에 앉았다.

그에게 거두절미하고 말했다.

"내 사람이 되십시오."

"네에...?"

그가 놀란 얼굴로 은근히 되물었다.

"내 라인으로 갈아타십시오. 그 편이 부회장님 입장에서도 좋을 겁니다."

"흐으음..."

그가 고심이 역력한 얼굴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에게 슬며시 말했다.

"부회장님도 잘 아실 겁니다. 대영그룹의 진정한 오너가 누구인지."

내 말은 계속 이어졌다.

"바지사장에 불과한 이성준 곁에 있어봤자, 부회장님에게 좋을 일이 없습니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내 편에 서세요."

종덕이 고민하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12시간 드리겠습니다. 12시간 안에 내가 원하는 답변을 안하신다면, 부회장님을 해직조치 하겠습니다."

단호한 어조로 말함과 동시에 그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해 보였다.

***

맨해튼 인근의 호텔.

오종덕은 선택의 갈림길에 놓였다.

그런 탓인지 호텔방의 창가를 서성이며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었다.

종덕은 고인이 된 이철성이 발탁한 인물이었다.

그런 이유로 이성택과 이성모, 이성준에게 대를 이어 충성했다.

허나, 그의 지극한 충성심도 막바지 길에 내몰린 형국이었다.

대영그룹의 실권을 장악한 김한빈이 자신의 편에 설 것을 요구한 탓이다.

종덕은 한빈의 요구를 감히 허투루 여길 수 없었다.

그의 눈 밖에 날 경우 하루아침에 그룹에서 밀려나기 때문이었다.

종덕은 여전히 부회장직에 미련이 많았다.

그런 때문일까, 그의 마음은 이성준보다는 그룹을 암중에서 장악한 한빈에게 급격히 기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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