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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재벌이 돈을 숨김-73화 (73/175)

73화 전 세계 IT 산업의 패권을 장악히기로 결심하다

금요일 밤.

강남의 아레나 클럽에서 흥겨운 춤사위를 만끽한 뒤, 마음에 맞는 그녀와 주변의 호텔로 자리를 이동했다.

***

윤소희는 여배우 뺨칠 정도로 비쥬얼이 뛰어났다.

그런 탓으로 여배우를 지망했다.

하지만 여배우로 성공할 확률은 지극히 낮았다.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획사 대표와 방송국 관계자들에게 돈도 건네고 몸까지 줬지만, 돌아오는 배역은 아무 의미없는 단역에 불과했다.

결국 소희는 자신의 외모를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꽃뱀의 길로 전직했다.

그 후, 돈푼깨나 있어보이는 남자들에게 접근한 뒤 그들을 무고하는 행위를 밥먹듯이 자행했다. 그 대가로 거액의 합의금을 받아챙겼다.

그리고 오늘에 이르렀다.

오늘도 그녀는 쓸만한 먹잇감을 발견했다.

온몸을 초고가 명품으로 도배한, 키가 훤칠한 미남이었다.

소희는 그 남자와 즐거운 하룻밤을 같이 한 뒤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했다.

늦은 밤.

윤소희의 오피스텔에 윤건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남매지간이었다.

더구나 윤건영은 현직 형사였다.

소희는 오빠에게 명함 한장을 내밀었다.

건영은 여동생이 건넨 명함을 뚫어질 듯 주시한 후 비릿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네년이 제대로 물주를 물었구나. 낄낄낄..."

"잘하면 최소 10억 이상을 뜯어낼 수 있을거 같으니까, 이 사람이 뭐하는 사람인지 오빠가 조사를 해봐."

"OK. 나중에 보자."

***

건영은 경찰청 전산망을 이용해 김한빈을 조사했다.

그 결과 한빈이 어마어마한 재력가라는 사실을 알게됐다.

그는 하늘에 오를듯 기분이 좋아졌다.

꽃뱀 여동생 덕분에 신세팔자를 고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맞이한 탓이다.

며칠 후, 그는 카이저 빌딩을 방문했다.

본격적인 공갈 협박을 일삼기 위함이었다.

장동현 법무실장은 사무실에 나타난 현직 경찰 윤건영에게 나직한 어조로 물었다.

"경찰분이 저희 회사에는 왜, 오신 겁니까?"

건영이 유들유들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김한빈 대표님에게 볼 일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대표님은 아무나 만날 수 없는 분입니다. 그러니까 저에게 먼저 사정을 말씀하시죠."

건영은 머리를 끄덕거리며 비웃듯 말했다.

"댁이 모시는 대표님이 내 여동생에게 아주 몹쓸짓을 했더군요."

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긴말하지 않겠습니다. 여동생이 당한 정신적 육체적 피해보상을 해주십시오. 만약 저의 요구를 거부하실 경우, 대표님을 경찰에 고소하겠습니다."

장동현이 냉정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증거가 있으십니까?"

"제 여동생이 증거죠. 그거면 충분한거 아닙니까?"

건영은 그리 말하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24시간 안에 확답을 주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사무실에서 유유히 사라졌다.

***

대영호텔 강남 본점.

지하 피트니스 센터에서 헬스 3대 운동에 매진할 무렵, 장동현이 내 앞에 나타났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혹시 윤소희라는 여성을 아십니까?"

"모르는데요."

"정말 기억이 안나십니까?"

"저는 여자 이름에 별로 관심이 없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그런 질문을 왜 하시는거죠?"

장변이 쓴웃음을 지으며 저간의 사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잠시 후.

"윤소희의 오빠라는 작자가 나타나서,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했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 대표님."

"그자가 현직 형사가 맞나요?"

"확인해보니 현직 경찰이 맞습니다."

"꽃뱀이 형사 오빠를 동원해서 나에게 합의금을 뜯어낼 생각인가 보죠?"

"그런거 같습니다."

그에게 내 의중을 밝혔다.

"고소를 하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라고 전하세요."

"정말 합의를 안하실 생각입니까?"

"그런 꽃뱀은 무고죄로 엮어서 콩밥을 먹이는 게 최선이에요. 그러니까 장변은 신경쓰지 마세요."

장변을 내보낸 뒤 이태강에게 전화를 돌렸다.

1시간 후.

이태강이 피트니스 센터에 모습을 드러냈다.

면전에 나타난 그에게 윤건영의 명함을 건네자, 태강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이게 뭐지?"

"꽃뱀 여동생을 둔 현직 경찰의 명함입니다."

"꽃뱀은 뭐고, 현직 경찰은 또 무슨 말인가?"

"형님이 할 일은 꽃뱀과 현직 경찰을 교도소에 쳐넣는 일입니다. 긴 말 안할테니까, 알아서 처리하세요. 자세한 사항은 장변에게 문의를 하십시오."

그리 말하며 나가라는 손짓을 해 보였다.

그러자 태강이 모멸감에 휩싸인 얼굴로 나를 한참 동안 노려봤다.

"정말 많이 컸구나. 현직 중앙지검장을 손끝으로 부리다니!"

그가 거친 억양을 쏟아내며 불만그득한 얼굴로 나를 쏘아봤다.

"형님은 나한테 도움을 받는 처지에요. 그걸 항상 잊지마세요. 아시겠습니까?"

"그래서 나를 아랫사람으로 취급하겠다는 거냐?"

"네. 잘 아시네요. 저한테 알아서 기어다니세요. 그래야 내가 형님을 청와대로 고이 모셔다 드릴거 아닙니까?"

내 말은 계속 됐다.

"사사건건 저한테 들이대시면 내 기분이 그렇잖아요? 내 말이 틀렸습니까?"

"미치겠군. 후후..."

태강은 자조섞인 쓴웃음을 뒤로한 채 장내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

중앙지검.

이태강은 김창동 부장검사를 면전에 호출했다.

그는 윤건영의 명함을 건넨 뒤 허탈한 얼굴로 지시를 내렸다.

"이놈과 놈의 여동생을 현행범으로 체포해."

"네에...?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

"이놈은 꽃뱀을 비호하는 악질경찰이고, 당연히 놈의 여동생은 전도유망한 꽃뱀이다. 이 정도면 사이즈가 나오잖아."

그제야 창동이 납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지검장님."

다음날.

중앙지검 수사관들은 윤소희와 윤건영 남매를 무고와 공갈 협박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

오후 무렵.

중앙지검 취조실로 들어서자 윤소희와 윤건영 남매의 초라한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김창동 검사에게 양해를 구하자, 그가 취조실의 녹화버튼을 오프모드로 전환했다.

소희는 예전에 나와 강남 호텔에서 즐거운 시간을 함께한 여배우 지망생이었다.

그런 여자가 무고를 남발하는 꽃뱀이라는 사실에 저으기 실망했다.

그녀 옆에 쥐죽은 듯이 앉아 있는 윤건영을 향해 나직한 어조를 내뱉었다.

"여동생이 잘못된 길로 빠지면, 오빠라는 사람이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이 인지상정 아닙니까?"

녀석은 내 시선을 회피한 채 고개를 숙였다.

내 힐난은 계속 이어졌다.

"당신은 경찰이라는 신분을 망각한 채, 여동생의 꽃뱀 행각을 오히려 부추겼습니다. 한마디로 댁은 인간말종이나 마찬가집니다."

그리 말하자 건영이 온몸을 움찔거리며 머리를 더욱 깊숙이 숙였다.

"교도소에서 새사람으로 거듭나길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그말을 끝으로 취조실을 유유히 빠져나왔다.

***

늦은 밤.

한국을 방문한 제퍼슨 회장을 타팰 펜트하우스로 초대했다.

제퍼슨에게 스위스 은행에서 발행한 1천만불(120억) 상당의 CD를 선물했다.

그는 내가 건넨 CD를 수행비서에게 넘긴 뒤 은근한 어조로 운을 뗐다.

"나에게 부탁할 일이 있나?"

"있습니다."

"그게 뭐지?"

"대만 TMC를 인수하고 싶습니다. 그러니 회장님이 중간에서 기름칠을 해주십시오."

"기름칠이라...?"

"네. 회장님."

그가 심유한 눈빛을 내비치며 재차 물었다.

"TMC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가 뭔가?"

"성장잠재력이 크다고 나름대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단 말이지."

"예."

달달한 칵테일을 한모금 들이킨 뒤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애플의 대주주들과 연쇄적인 접촉을 가질 계획입니다."

"애플에도 관심이 있나?"

"당연히 있습니다."

"그들의 지분을 매입할 계획인가?"

"맞습니다. 회장님."

제퍼슨이 눈을 반짝이며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중간에서 다리를 놓아주지."

"감사합니다. 이번에도 섭섭치 않게 사례해 드리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우하하하하...!"

그는 호탕한 웃음을 길게 내뱉은 뒤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

칼야이칸 사모펀드의 홍콩 지사 빌딩에, TMC의 총수인 용덕명이 나타났다.

얼마 뒤, 그는 제퍼슨 회장과 심도깊은 협의를 이어나갔다.

제퍼슨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TMC의 인수자를 찾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현직에서 은퇴할 생각입니다. 그런 이유로 적당한 인수자를 찾는 중입니다."

"지분 전량을 매각하실 계획입니까?"

용덕명이 머리를 천천히 끄덕였다.

"원하시는 매각가를 알려주십시오."

"아무리 못해도 미화 100억불(12조원) 이상은 받고 싶습니다."

"다른 조건은 없습니까?"

"임직원의 고용을 최소 3년 이상 보장해줬으면 좋겠군요."

제퍼슨이 환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사모예드 인베스트먼트에서 TMC 인수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회장님의 요구조건을 전달하겠습니다."

용덕명이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사모예드 펀드의 주력 자본이 어느 국가인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제퍼슨이 흔쾌히 답변했다.

"월가 자본입니다. 그러니 별다른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대만정부의 매각 허락을 받으려면, 인수 자본이 미국이래야 가능할 겁니다. 그러니 저에게 사실대로 말씀해 주십시오."

제퍼슨이 태연한 얼굴로 재차 확답했다.

"월가 자본이 맞습니다. 그러니 회장님은 아무런 걱정을 하지 마십시오."

그제야 용덕명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그려졌다.

***

뉴욕에 도착한 제퍼슨은 칼야이칸의 맨해튼 본사 빌딩으로 직행했다.

그 후, 애플의 대주주들과 연쇄접촉을 이어갔다.

제퍼슨은 그들에게 20%에 달하는 프리미엄을 약속했다.

그런 탓일까, 애플의 대주주들은 보유 주식 매각에 긍정적인 반응을 드러냈다.

당연히 제퍼슨은 이런 상황을 한국에 있는 한빈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했다.

***

진대현을 대동한 채 가평 인근의 골프장을 찾았다.

우리는 골프를 즐기는 한편, 회사 일에 대해서 논의를 가졌다.

대현에게 넌지시 물었다.

"태산그룹 임시주총이 언제죠?"

"이번주 목요일 오전에 태산그룹 회장를 선출할 예정입니다."

"부회장 선출 안건도 같이 올리세요."

"부회장으로 염두에 둔 인물이 있으십니까?"

그에게 즉답했다.

"내가 부회장 노릇을 해볼 생각입니다."

대현이 순순히 복명했다.

"말씀대로 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태산그룹 본사 빌딩에 있는 회장실을 내가 사용할 생각이니까, 준비를 해두세요."

그가 흠칫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최종수 회장을 본사에서 내쫒을 생각이십니까?"

"어차피 얼굴마담인데 본사에 있을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그야 그렇지만, 보는 눈도 있는데..."

"당신은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마세요. 내가 다 알아서 하니까."

"죄송합니다. 대표님."

"앞으로는 저를 부회장님으로 호칭하세요.""

"명심하겠습니다. 부회장님."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넌지시 물었다.

"최동명 회장의 유산 상속에 대해서 말씀해 보십시오."

대현이 즉답했다.

"본처인 유미향 여사가 거의 대다수 유산을 상속했습니다."

"최종수는 유산을 못받은 건가요?"

"네. 그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종수는 재벌가 쭉정이의 전형이었다.

수중에 10억도 없는 형편이었다.

대현에게 지시를 내렸다.

"최종수의 연봉을 40억 정도로 선정하세요. 그리고 고급 세단 차량과 사무실, 수행비서, 수행기사도 지원해 주세요."

"사무실은 어디로 정할까요?"

"논현동에 있는 카이저 빌딩에 최종수의 사무실을 마련할테니까, 녀석을 그 곳으로 안내하세요."

"알겠습니다."

***

목요일 오후.

카이저 빌딩에 들어서자마자 박은영 비서팀장을 면전에 호출했다.

"빌딩 14층에 있는 공실을 태산그룹 최종수 신임 회장의 사무실로 제공하세요."

그녀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태산그룹의 회장 사무실을 이 빌딩에 마련하라는 말씀인가요?"

"네. 그러니까 더 이상 묻지 마시고, 내가 시키는대로 하세요."

그제야 은영이 고분고분한 얼굴로 허리를 숙였다.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장동현 법무실장을 호출하세요."

"네. 대표님."

잠시 뒤, 장동현이 내 앞에 나타났다.

그에게 긴급 현안을 질문했다.

"오피스 빌딩 매각 작업을 말씀해 보십시오."

"대영전자와 대영자동차 측에, 업무용 빌딩 29채를 매각 완료했습니다."

"총액 20조원 수준인가요?"

"예. 대표님."

고개를 끄덕인 뒤 재차 말했다.

"나머지 오피스 빌딩도 신속하게 매각하십시오."

"빌딩에 관심이 있는 국내외 자본과 연일 미팅을 나누고 있으니까,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장변이 수고를 해주세요."

"예. 대표님."

그를 내보낸 뒤 스위스 은행으로 전화를 걸었다.

내 전담 마크맨인 후베르트에게 물었다.

"내가 보유한 비밀 계좌에 예치된 자금이 어느 정도죠?"

그가 즉답했다.

-미화로 200억불(24조원) 안팎입니다.

비밀계좌의 잔고를 확인한 뒤 블랙스톤의 스탠리 회장에게 전화를 돌렸다.

***

다음날.

경기도 인근의 골프장으로 이태강을 호출했다.

우리는 라운딩을 즐기며 이런저런 대화를 길게 늘어놓았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내 입에서 김창동 검사의 이름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김창동을 감빵에 쳐넣으세요."

내 명령이 떨어지자 태강이 흠칫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진심인가?"

"네. 그 인간 쌍판데기가 너무 마음에 안들어요. 그러니까 알아서 하세요."

"내가 거부한다면."

"형님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겠죠."

"내 인내심을 시험하는 건가?"

"형님은 두가지 중에 한가지를 선택하시면 됩니다. 김창동을 독직 부패혐의로 빵에 쳐넣든가, 아니면 내 라인에서 이탈하든가."

그리 말하며 골프채를 힘차게 휘둘렀다.

따악!

내가 날린 골프공이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하늘 높이 떠올랐다.

***

월요일 오전.

장동현 법무실장을 대동한 채 뉴욕행 전용기에 다시 몸을 실었다.

블랙스톤에서 600억불(72조원) 규모의 대출을 받기 위함이었다.

내 목표는 전 세계 IT 산업의 패권을 장악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욱 많은 현금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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