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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재벌이 돈을 숨김-75화 (75/175)

75화 본격적인 날개짓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칼야이칸의 제퍼슨 회장과 만남을 가졌다.

우리는 푸른 잔디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벤치에서 TMC 인수를 논의했다.

제퍼슨에게 나직한 어조로 말했다.

"안나푸르나와 키나발루 사모펀드 명의로 TMC를 인수해 주십시오."

"내가 전면에 나서라는 말인가?"

"그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네도 알다시피 내 몸값은 매우 비싸."

"얼마를 원하십니까?"

"아무리 못해도 1천만불은 받아야 겠네."

"원하시는대로 1천만을 보장하겠습니다."

그리 화답하며 제퍼슨에게 악수를 청했다.

당연히 그는 내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

한국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블룸버그 경제뉴스에 귀를 기울였다.

-오늘 오전 7시경, 북한이 동해상에 미사일 14발을 발사한 것으로 확인 됐습니다.

-코스피 지수는 장이 열리자마자 20% 이상 폭락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중략...

곧바로 장동현에게 지시를 내렸다.

"대영증권에 연락해서 코스피 지수를 매개체로 하는 풋옵션이 얼마나 팔렸는지 확인해 보세요."

그가 조곤조곤한 어조로 화답했다.

"예. 부회장님."

몇분 뒤 장변이 보고를 올렸다.

"오늘이 만기일인 코스피 지수 풋옵션이, 800억 가량 판매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풋옵션 매수자도 확인했나요?"

"홍콩, 싱가포르, 마카오 쪽의 사모펀드에서 대다수 매입한 모양입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장난질을 치고 있었다.

놈은 매번 이런 식으로 한국 증시에서 거액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개자식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이유는 딱 하나였다.

코스피 지수를 매개체로 하는 선물옵션을 폭락시키기 위함이었다.

당연히 녀석은 미사일 발사일을 전후한 풋옵션에 거액을 배팅했음이 틀림없었다.

북한 개자식의 개인 추정자산은 한화로 최소 5,000억불(600조원) 이상이었다.

최고지도자란 위치를 이용해 온갖 범법을 자행한 대가였다.

녀석은 한국 증시를 매개체로하는 풋옵션과 마약사업으로 떼돈을 벌고 있었다.

하지만 북한 인민들은 여전히 굶주림에 시달렸다.

한반도의 북단을 무단 점유한 김씨 왕조는 조선 이씨 왕조의 21세기 버전이었다.

한국인들은 미개하고 잔인한 북한 공산당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었다.

참으로 애석한 현실이었다.

***

다음날.

대영호텔 강남 본점.

펜트하우스에 태산그룹의 진대현 본부장이 나타났다.

그는 나를 향해 정중히 인사한 뒤 면전에 공손히 시립했다.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그에게 지시를 내렸다.

"내가 회사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과장급 이상 간부 사원들에게 전달하십시오."

"예. 부회장님."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성대하게 나를 맞이하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내 경호원들을 오늘 시간부로, 태산그룹 비서실 소속으로 전환하십시오."

"말씀대로 조치하겠습니다."

잠시 후, 대현과 롤스로이스 팬텀의 뒷자리에 차례로 몸을 실었다.

차창 밖을 스치는 샐러리맨과 학생들의 분주한 모습을 유심히 관찰할 무렵, 대현의 조심스런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졌다.

"유미향 여사가 국민기금 관계자들과 잦은 만남을 갖고 있습니다."

"이유가 뭐죠?"

"제 사견으로는 태산조선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녀가 보유한 태산조선의 지분이 어느 정도죠?"

"11% 안팎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종연도 태산조선의 지분을 갖고 있나요?"

"2%남짓 보유한 것으로 파악 중입니다."

"두사람의 지분을 모두 합해봤자 13%에 불과하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지만, 유미향 여사는 거의 조단위의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

그녀는 작고한 최동명 전 회장의 모든 유산을 상속한 상태였다.

"유미향의 움직임을 예의주시 하십시오."

"예. 부회장님."

30분 후.

대현의 조심스런 목소리가 귓전에 울려퍼졌다.

"회사에 도착했습니다. 부회장님."

고개를 끄덕인 뒤 차에서 내려섰다.

1층 로비로 들어설 찰나, 그룹 홍보실 아나운서의 거창한 안내 멘트가 장내에 연속해서 메아리쳤다.

-부회장님이 도착하셨습니다.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은 경건한 자세로 부회장님을 맞이하십시오!

-부회장님이 도착하셨습니다.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은 경건한 자세로 부회장님을 맞이하십시오!

내 마음을 흡족케하는 광경이었다.

솔직히 이 맛에 대기업 총수 노릇을 하는 것이다.

아름답게 펼쳐진 붉은 레드카펫을 오롯이 즈려밞으며, 나를 향해 허리를 깊숙이 숙인 임직원들을 차례로 휘 둘러보았다.

거의 3백명이 넘는 숫자였다.

내가 태산그룹의 실직적인 오너라는 사실을 모두 인지한 모양이었다.

그러했으니 이렇게 성대한 규모로 나를 환대한 것이다.

나를 뒤따르는 대현에게 넌지시 물었다.

"최회장 쪽 사내 이사가 총 몇명이죠?"

그가 즉답했다.

"24명 가량입니다."

"정기 주주총회가 언제죠?"

"다음달 초순입니다."

"정기 주총에서 그들의 해임안을 상정하세요."

"최동명 전 회장의 유산을 상속한 유미향 여사는, 여전히 그룹의 2대 주주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처럼 유미향은 태산의 지주회사인 윤광사의 지분을 49% 가량 보유하고 있었다.

"4명 정도만 남겨놓고 나머지 20명은 모두 해임안을 올리세요."

"유미향 여사 쪽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마음대로 하라고 하세요."

그리 말하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

탑층에 위치한 부회장실로 들어서자 비서진들이 나를 향해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그들을 힐끗 쳐다본 후, 나를 뒤따르는 진 본부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최종수를 내 앞으로 조용히 데리고 오세요. 임직원들이 눈치 못채게."

대현이 조심스런 어조로 복명했다.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이만 나가보세요."

"예. 부회장님."

대현을 내보낸 뒤, 나를 향해 여전히 허리를 숙이고 있는 비서진들을 유심히 살폈다.

거의 30명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나름 20대 그룹이라 그런지, 비서진들이 규모가 있었다.

맨 앞에 위치한 중년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당신의 직급과 이름을 말씀해 보십시오."

그가 공손히 즉답했다.

"비서실 팀장을 맡고 있는 하동균입니다."

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저는 비서진들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말은 청산유수였다.

"비서진의 면면을 알고 싶으니까 차례로 자신을 소개해 보십시오."

내 명령이 떨어지자 비서진들이 큰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략 1시간 동안 비서진과 상견례를 나눈 뒤 홍애란 여비서에게 지시를 내렸다.

"달달한 커피를 마시고 싶으니까 알아서 타오세요."

"네. 부회장님."

비서진들을 복도에 남겨둔 채 부회장 사무실로 들어섰다.

원래 이 곳은 작고한 최동명이 회장실로 이용하던 곳이었다.

그런 탓으로 200평에 달하는 큼지막한 공간을 점유하고 있었다.

당연히 호화로운 개인 침실과 욕조가 완비된 상태였다.

이 곳에서 살림을 차려도 될 정도였다.

대기업 오너의 특권이었다.

입가에 담배를 문 채 창가 쪽으로 걸어갔다.

그 후, 흡연과 커피를 오롯이 만끽하며 나름의 휴식을 즐겼다.

***

오후 무렵.

비서실에 콜을 넣었다.

"짬뽕과 쟁반짜장, 군만두를 배달시키세요."

-네. 부회장님.

30분 뒤.

사무실에 3명의 여비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들 손에는 쟁반짜장과 짬뽕, 군만두가 들려있었다.

여비서들은 간이 테이블에 중화요리를 세팅한 뒤 내 앞에 조신하게 시립했다.

그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중화요리를 봄날에 게눈 감추듯 후딱 해치웠다.

그런 탓일까, 여비서들이 놀란 얼굴로 일제히 나를 쳐다봤다.

내 왕성한 식욕에 감탄한 눈치였다.

그녀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생수와 커피, 냅킨을 갖고 오세요."

여비서들이 일사불란하게 화답했다.

"네. 부회장님."

***

저녁 무렵.

타펠 펜트하우스로 포커 멤버들을 불러들였다.

우리들은 50억원의 판돈을 걸고 홀덤 포커에 매진했다.

그 결과 세창그룹의 후계자인 정진수가 오늘의 승자로 등극했다.

그날 밤, 정진수는 승리턱을 쏘기 위해 우리 일행을 강남의 고급 룸빵으로 안내했다.

룸빵에서 오붓한 시간을 즐길 무렵, 이성호의 전화가 걸려왔다.

성호는 이성준의 배다른 동생이었다.

녀석은 호시탐탐 성준의 자리를 넘보고 있었다.

당연히 그는 내 눈에 들기 위해 온갖 아부를 떨었다.

나는 성준을 견제하기 위해 성호를 미래전략실장으로 배치한 상태였다.

일종의 이이제이(以夷制夷)였다.

폰에서 성호의 얍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성준이 계열사의 사내유보금을 대거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이유가 뭐죠?"

-겉으로는 신수종 사업에 투자할 자금을 모으는거라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비자금을 조성하려는 목적인거 같습니다.

"이성준의 움직임을 잘 살펴보세요."

-예. 대표님.

통화를 끊은 뒤 포커 멤버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이만 자리에서 일어나야 할거 같습니다. 나중에 봅시다."

그 길로, 대영호텔 강남 본점으로 직행했다.

***

강남의 고급 에스테틱 살롱에 유미향 일행이 도착했다.

피부 관리와 마사지를 받기 위함이었다.

유미향은 마사지 베드에서 편한 자세로 엎드린 채, 수행비서의 보고를 세이경청했다.

"다음달에 열리는 정기 주총에서, 김한빈 부회장이 우리쪽 이사진들을 대거 해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비서의 보고는 계속 이어졌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태산조선의 주식을 과반수 이상 확보한 뒤, 계열분리를 시도하는 게 최선입니다. 여사님."

유미향은 태산조선의 지분을 11% 가량 보유하고 있었다.

"광윤사가 갖고 있는 태산조선의 지분이 어느 정도니?"

비서가 즉답했다.

"직간접으로 39% 정도를 보유 중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민기금도 대략 12% 안팎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연히 국민기금이 우호지분을 형성하고 있으며..."

유미향은 길게 이어지는 비서의 보고를 참을성 있게 경청한 뒤, 그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해 보였다.

다음날.

동부 교도소 접견실에 유미향과 최종연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미향은 친아들인 종연을 애틋하게 보듬어 안은 채 조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태산조선의 지분을 과분수 이상 확보한 후에 그룹에서 계열분리를 시도할 계획인데, 아들 생각은 어떠니?"

종연이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방법이 최선같아. 그렇지만 태산조선의 과반수 지분을 확보하려면 조단위의 자금이 필요하잖아?"

"돈 걱정은 하지마. 네 아빠한테 물려받은 부동산과 현금자산을 모두 합하면 1조원이 넘어. 그리고 국민기금과 손을 잡으면, 태산조선의 경영권을 얼마든지 장악할 수 있다고."

"국민기금이 우리 손을 잡는다는 보장이 없잖아?"

유미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럴 경우를 대비해서 국내외 사모펀드와 접촉을 하고 있으니까, 아들은 걱정하지마."

그제야 종연이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광복절 특사로 나가고 싶으니까, 삼촌한테 힘 좀 써달라고 전해줘."

"안 그래도, 삼촌한테 부탁을 해놓았으니까 차분하게 기다리고 있어봐."

미향은 그 말을 끝으로 종연에게 작별인사를 고했다.

***

늦은 밤.

고즈넉한 올림픽공원을 거닐며 내 보유자산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아마존과 페이스북의 지분을 각각 20%와 30% 가량 보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애플과 TMC, ARM의 경영권을 수중에 넣을 예정이었다.

또한, 대한민국 최고의 재벌그룹인 대영그룹과 재계 순위 20위권인 태산그룹의 경영권마저 확보한 상태였다.

하지만, 여전히 배가 많이 고팠다.

21세기 IT 패권을 독차지 하고픈 격렬한 야망에 사로잡힌 까닭이다.

그런 탓일까, 아직 갈 길이 먼 기분이었다.

그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게 이어질 찰나, 등 뒤에서 김태구 경호팀장의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태강 중앙지검장이 나타났습니다."

"내 앞으로 데리고 오세요."

"네. 부회장님."

잠시 뒤, 이태강이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아쉬워하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사시 1년 선배인 김종열이 신임 검찰 총장에 임명됐다는 소식을 들었나?"

"뉴스에 나오더군요."

무덤덤하게 대꾸하자 태강이 애가 타는 얼굴로 읍소했다.

"나를 검찰 총장으로 만들어 준다면, 김대표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들어줄게."

"지금은 정권말기에 접어든 상태에요. 총장이 되어봤자 내후년에 출현할 신정권에 밉보일 뿐입니다."

그리 말하며 입가에 담배를 물자 태강이 재빨리 담배불을 붙여주었다.

내 아랫사람다운 처신이었다.

담배 연기를 훅 내뿜으며 입을 열었다.

"서울시장에서 물러난 이영박이 차기 대통령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가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한국당의 박근해는 어쩌고?"

"그 여자는 페이스 메이커에 불과해요. 내 말대로 이영박이 한국당의 대선후보가 될겁니다. 두고보십시오."

"장담하는 건가?"

"네. 그러니까 이영박 측과 접촉을 해보세요."

"나도 그러고 싶지만, 소문에 듣기로 그 사람이 돈을 더럽게 밝힌다던데?"

"나더러 뒷돈을 대라는 말씀입니까?"

태강이 어색한 얼굴로 머리를 천천히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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