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재벌이 돈을 숨김-88화 (88/175)

88화 애플 이사회 장악

애플 이사진은 총 32명으로 구성된 상태였다.

그 중에서 내가 임명할 수 있는 이사들의 수는 과반수에 해당하는 17명이었다.

나는 애플 이사회에 아담 상원의원과 에바, 스펜서, 스탠리를 참가시키기로 마음먹었다.

그들 모두 내가 신임하는 인물이었다.

나머지 13명은 아담 상원의원에게 추천을 일임할 계획이었다.

앞으로도 그와 긴밀한 협력체제를 구축하기 위함이었다.

그런 이유로 아담을 한국으로 초청했다.

***

아담 상원의원이 상암동 초고층 빌딩에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는 130층에 위치한 펜트하우스 전망대에서 포도주를 음미하며 진지한 대화를 이어나갔다.

"애플의 이사진을 추천해 주십시오."

그가 즉답했다.

"사람이 얼마나 필요하지?"

"13명입니다."

"이사진의 과반수를 갈아치울 생각인가?"

"애플 임시주총에서 17명을 신임 이사로 선임할 계획입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친근한 어조를 흘려보냈다.

"자네 마음에 들만한 사람들로 이사진을 추천하겠네."

"감사합니다. 의원님."

"아니지. 오히려 내가 고맙지. 우하하하...!"

그의 입에서 호탕한 광소가 울려퍼졌다.

잠시 뒤, 아담의 입에서 은근한 어조가 흘러나왔다.

"한국의 고급 룸살롱이 대단하다는 소문을 들었네. 그래서 말인데..."

그가 말끝을 흐리며 의미심장한 눈빛을 노골적으로 내비쳤다.

아담은 보기보다 여자를 밝히는 인물인거 같았다.

결국 그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흔쾌히 화답했다.

"제가 책임지고 한국의 밤문화를 의원님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하하하..."

화통한 웃음을 흘려보내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 후, 아담 상원의원을 대동한 채 강남의 고급 룸살롱으로 직행했다.

그날, 아담은 한국의 짜릿한 룸살롱 문화를 온몸으로 체험했다.

***

상암동 초고층 빌딩에 진대현과 대영백화점의 VVIP 고객들이 나타났다.

대현은 내노라하는 부자 고객들을 켄싱턴 필드로 안내했다.

그들은 31층부터 80층까지 조성된 켄싱턴 필드를 세심히 둘러본 뒤 대현에게 여러질문을 던졌다.

"분양가를 다운할 생각은 없나요?"

"명품점 입점이 확정된 건가요?"

"백화점 입점은 언제 확정되는 거죠?"

"고급 레스토랑 입점도 확실한 건가요?"

"켄싱턴 필드의 투자가치가 정말 그렇게 대단한 건가요?"

"입주자 전용 피트니스 센터는 언제 문을 여는 거죠?"

대현은 부자 고객들이 쏟아내는 질문에 성실하게 응대한 뒤, 그들에게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각종 사은품을 지급했다.

그런 때문인지 부자 고객들의 얼굴에 하나같이 흡족한 미소가 떠올랐다.

***

캘리포니아 애플 본사.

회장실에 스콧 부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스콧이 긴장이 역력한 얼굴로 보고를 올렸다.

"김한빈이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했습니다."

잡스가 이맛살을 잔뜩 찌푸린 채 입을 열었다.

"그자가 임시주총을 개최하려는 이유가 뭐지?"

"이사진을 교체하려는거 같습니다."

"과반수 지분을 행사할거라는 말인가?"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잡스의 입에서 침중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김한빈의 배후에 대해서 자세히 조사를 해봐."

"알겠습니다. 회장님."

다음날.

애플 본사 회장실.

스콧 부사장이 긴급 현안을 보고했다.

"김한빈의 뒤에 아담 상원의원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의 보고는 계속 됐다.

"그리고 월가의 거물인 스펜서 회장과 막역한 친분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잡스의 얼굴에 곤혹스러운 표정이 번져갔다.

한빈의 배후에 만만치 않은 실력자들이 포진한 탓이다.

그런 때문일까, 잡스는 한빈과 정면충돌을 가급적 회피하기로 마음먹었다.

***

경호팀과 비서진을 대동한 채 상암동 초고층 빌딩의 지하 14층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초고층 빌딩은 지하 14층부터 지하 8층까지 주차장이 조성된 상태였다.

수천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규모였다.

지하 주차장을 두루 살핀 뒤 지하 7층과 6층으로 올라갔다.

7층과 6층에는 국제경기장 규격의 수영장과 거대한 사이즈의 피트니스 센터가 있었다.

켄싱턴 필드 입주자만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지하 5층과 4층에는 대영전자와 자동차, 물산 임직원들의 수영장과 피트니스 센터, 사원전용 식당 등이 조성된 상태였다.

지하 3층과 2층에는 빌딩 보안센터와 경호요원들의 사무실이 있었다.

그 곳은 관계자만 출입할 수 있는 곳이었다.

물론 나는 프리패스였다.

보안 센터로 들어서자 수천대의 CCTV들이 사방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보안 요원들은 빌딩 구석구석을 비추는 CCTV에 이목을 집중한 채 수상한 거동자를 감시하는데 집중했다.

그런 광경을 유심히 살필 즈음, 나를 수행하는 박종태 경호실장이 은근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해외 출장을 가실 때도, 저희 경호팀이 부회장님을 모시고 싶습니다."

"저도 그러고 싶지만, 우리 경호팀은 미국에서 총기소지 자격을 받는게 거의 불가능해요."

내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러니 당분간은 국내 경호에만 신경을 쓰세요."

그리 말하자 종태가 씁쓸한 얼굴로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

130층 부회장실로 올라가자마자 미국에 있는 스펜서 회장에게 전화를 돌렸다.

"임시주총이 끝났습니까?"

수화기에서 스펜서의 굵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방금 전에 끝났는데, 따로 할 말이 있나?

"예. 있습니다."

-그게 뭔가?

"내일 곧바로 이사회를 개최하십시오. 그 후, 스티브 잡스 회장의 연봉 인상과, 중국과 대만 업체를 블랙리스트로 규정하는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해 주십시오."

-중국과 대만 업체를 배제할 속셈인가?

"그럴 계획입니다. 그럼 회장님만 믿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통화를 끝마쳤다.

나머지는 스펜서가 알아서 할 일이었다.

***

애플 본사 이사회장에 새로 선출된 17명의 신임 이사들이 나타났다.

그 중에는 아담 상원의원과 에바, 스펜서, 스탠리의 모습도 보였다.

과반수에 달하는 신임 이사들은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스티브 잡스 회장의 연봉을 1억불(1,200억)로 인상하는 안건과 중국과 대만 기업을 배제하는 안건을 동시에 상정했다.

그 후, 신속하게 안건을 통과시켰다.

일사천리였다.

이런 소식은 잡스의 귀에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그날 새벽.

잡스는 자택의 서재에서 한국에 있는 한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통화를 끝마친 뒤 비서진에게 전화를 돌렸다.

"아침 비행기로, 한국으로 출장을 떠날 생각이니까 전용기를 대기하세요."

-네. 회장님.

잡스는 전화를 끊은 뒤 대영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문의 안내책자에 시선을 고정했다.

***

잡스를 대동한 채 대영전자의 수원 파운드리 공장을 시찰했다.

그 후, 용인에 새로 건설 중인 파운드리 공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우리는 드넓은 부지에 들어설 예정인 파운드리 공장에 대해서, 심도깊은 대화를 이어나갔다.

"전세계 최고의 반도체 장비 업체인 네덜란드 ASM에서 45나노 반도체 생산 설비를 대대적으로 도입할 계획입니다."

잡스가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용인 공장의 완공시점이 언제죠?"

그에게 즉답했다.

"2007년 연말입니다."

"그럼 당분간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AP칩셋과 생산 일체를 수원 공장에서 처리할 계획이십니까?"

"그럴 생각입니다."

그리 확답하자, 잡스가 우려하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희가 발주한 수량을 수원공장이 납기일 내에 완료할 수 있을까요?"

"그 문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알아서 다 하겠습니다."

내 호언장담에 잡스가 미심쩍은 얼굴로 재차 물었다.

"수원공장은 AP칩셋만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에게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나머지 생산 절차는 대영전자의 핸드폰과 PC 사업부에서 전담할 계획이니까, 회장님은 쓸데없는 우려를 하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딱 잘라 말하자, 잡스가 어색한 얼굴로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입가에 담배를 문 채 그에게 말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들어가는 액정패널과 램, 플래쉬 메모리 일제를 대영전자에 발주해 주십시오."

그는 내 요구를 감히 거부할 수 없었다.

내 덕분에 연봉이 1억불로 인상된 탓이다.

"말씀대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식사나 하러 가시죠."

그리 말하며 인근의 밥집으로 그를 안내했다.

***

상암동 초고층 빌딩 129층 부회장실로 대영전자의 김동재 사장과 기술 이사들을 불러들였다.

면전에 나란히 서 있는 그들에게 나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애플은 2007년과 2008년 출시를 목표로 손안의 컴퓨터인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생산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내 발언은 계속 이어졌다.

"저는 그런 애플을 설득해서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모바일 AP칩셋과 생산 일체를 우리 대영전자가 전담하는 것으로 스티브 잡스 회장과 합의를 봤습니다."

"앞으로 우리 대영전자는 연간 수십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수익 창출 기회를 맞이한 것입니다."

순간 김동재와 기술 이사들이 감격한 얼굴로 일제히 박수갈채를 쏟아냈다.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박수소리가 가라앉자마자 다시 말을 이어갔다.

"앞으로 우리 대영전자는 애플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야 합니다. 그러니 사내에 애플을 전담하는 신설기구를 구축하십시오. 아시겠습니까?"

좌중이 일사불란하게 복명했다.

"네. 부회장님."

고개를 끄덕이며 이사들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해보였다.

이사들이 장내에서 사라지자마자 김동재에게 명령을 내렸다.

"한남동 상지원에서 스티브 잡스를 접대하세요."

"말씀대로 조치하겠습니다."

"잡스는 까다로운 사람이니까 접대에 만전을 기하십시오."

"예. 부회장님."

***

가평 골프장으로 명세현을 불러들였다.

우리는 라운딩을 즐기는 한편, 진솔한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에게 거두절미하고 말했다.

"명세웅을 처리하는 대가를 알려주십시오."

녀석이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원하는 게 뭔데?"

"영진그룹 지주사의 지분 10% 정도를 나에게 주십시오."

그러자 세현이 고개를 완강히 저었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고, 300억 정도를 사례금으로 지급해줄게. 이 정도면 됐지?"

"300억이라...? 설마 그런 푼돈을 나에게 주려는 건 아니겠지요?"

그리 반문하자 녀석이 곤혹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내가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은 300억이 마지노선이라고."

세현은 생각 외로 자금 동원력이 보잘 것 없었다.

결국 300억으로 합의를 보기로 마음먹었다.

"300억을 이태강 지검장한테 전달하세요."

그제야 녀석이 한결 편해진 얼굴로 화답했다.

"그자한테 300억을 주면, 내가 원하는대로 명세웅을 처리해 주는 거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골프채를 힘차게 휘둘렀다.

딱!

내가 날린 골프공이 하얀 포물선을 그리며 저 멀리 사라져갔다.

***

이태강은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사법농단의 주역인 이종성 전 대법관과 영진그룹의 후계자인 명세웅을 전담해서 수사한 탓이었다.

그는 명세웅 사법처리를 최우선으로 처리할 계획이었다.

그의 이복형인 명세현에게 300억에 달하는 뒷돈을 수수한 탓이다.

반면 이종성은 시간을 두고 착실히 수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사법부의 핵심인 전 대법관은 상대하기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태강은 중앙지검에 도착하자마자 휘하 검사들에게 명세웅을 구속기소 하라는 방침을 하달했다.

그의 지시를 받은 금융조세부 소속 검사들은, 그날 곧바로 법원에 명세웅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그날 새벽.

중부지법 영장전담실에 초췌한 안색의 명세웅과 변호인, 중앙지검 금용조세부 소속 검사들이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영장 전담 판사의 최후 선고가 떨어졌다.

"피의자 명세웅은 도주의 우려와 범죄증거 은닉과 훼손의 가능성이 크므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바이다."

영장전담 판사의 선고가 끝나자마자 명세웅의 얼굴에 극심한 공포가 그려졌다.

생각만해도 끔찍한 교도소 생활이 본격화한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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