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재벌이 돈을 숨김-89화 (89/175)

89화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상암동 초고층 빌딩.

130층 펜트하우스 체력단련실에서 헬스 3대운동에 매진하는 한편, 벽면을 장식한 대화면 TV에 이목을 집중했다.

-전 세계 최고의 IT 업체인 미국의 애플사가 대영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 천억불(120조원) 상당의 막대한 물량을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같은 이유로 대영전자의 주가는 장이 열리자마자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중략...

내 입가에 절로 흐뭇한 미소가 내걸렸다.

그 무렵, 대영그룹 이성호 미래전략본부장이 면전에 나타났다.

성호가 기대만발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그의 열망에 부응하듯 나직한 어조를 내뱉었다.

"임시주총을 개최하세요. 그리고 이성준 회장의 해임과 신임 회장 선출을 안건으로 상정하십시오."

성호가 감격한 얼굴로 머리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감사합니다."

"당신이 원하는대로 계약서를 작성해 줄테니까, 변호사를 준비하십시오."

"예. 부회장님."

***

오전 9시경.

대영그룹 서초동 본사 이사회장에 이성호와 그룹의 이사진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성호는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탐욕에 절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번주 목요일에 임시주총을 개최하라는 김한빈 부회장님의 하명이 있었습니다."

그의 발언이 떨어지자 이사들이 놀란 얼굴로 저마다 뭐라뭐라 수군거렸다.

성호는 그런 모습을 유심히 살핀 뒤 재차 발언을 이었다.

"임시주총 안건은 이성준 회장의 해임안과 신임 회장 선출건입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거수로 표결을 진행하겠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거수로 표결이 진행됐다.

이사진의 9할 이상이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그들은 한빈이 이사회에 심어놓은 사람들이었다.

반면 나머지 10%는 이성준의 사람들이었다.

당연히 중과부적이었다.

성호의 입에서 득의양양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번주 목요일에 임시주총을 개최하는 것으로 확정하겠습니다."

이런 소식은 이성준의 귀에 실시간으로 전달됐다.

***

한남동.

이성준은 자택의 서재를 서성이며, 난관을 헤쳐나갈 묘수 찾기에 골몰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다할 해법이 당최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성준이 현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한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미칠 노릇이었다.

기댈 언덕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그의 목줄을 쥐고 있는 한빈은 성호로 말을 갈아타기로 단단히 작정한 상태였다.

성준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탓일까, 그는 자신이 너무 이른 시점에 이빨을 드러냈음을 뼈저리게 자책했다.

만시지탄이었다.

***

수요일 밤.

한남동 상지원으로 들어서자 박종태 경호실장이 나를 반겼다.

그가 보고를 올렸다.

"상지원 주변에 물셀틈없는 경호인력을 구축했습니다."

"총 몇명이죠?"

"120명 안팎입니다."

상지원은 대영그룹의 영빈관으로 활용되는 공간이었다.

나는 앞으로 이곳을 주요 회합 장소로 이용할 생각이었다.

그런 이유로 박종태에게 상지원을 철통같이 경계하라고 명령한 상태였다.

"상지원에 상주하는 인력을 모두 내 앞으로 데리고 오세요."

"네. 부회장님."

잠시 후, 20명 내외의 사람들이 내 앞에 나타났다.

그들은 상지원을 관리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탓인지 대다수 40대 이상의 연배였다.

그들에게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상지원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외부로 함부로 발설할 경우, 모든 법적 조치를 총동원해서 그에 합당한 죗과를 치루게 만들 것입니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겠습니까?"

좌중이 바짝 긴장한 얼굴로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내 말을 얼추 알아들은 모양새였다.

그들을 뒤로한 채 상지원의 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상지원의 호화스러운 응접실에서 장동현과 나직한 목소리로 담소를 즐길 무렵, 이성호와 중년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성호는 나를 향해 정중히 인사한 뒤 옆에 우두커니 서 있는 중년 남자를 손짓하며 입을 열었다.

"김종철 변호삽니다. 저의 고문 변호사직을 맡고 있죠."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계약서는 준비하셨습니까?"

"예. 부회장님."

성호는 그리 답한 뒤 김종철 변호사에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직후 김변이 장동현에게 계약서 2부를 전달했다.

장변은 계약서를 세심히 살핀 뒤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서명을 기입하셔도 좋습니다."

이성호가 준비해온 계약서에 자필서명을 기입했다.

그 후, 녀석에게 묵직한 어조로 말했다.

"계약서에 나온대로 무늬만 회장직을 수행하십시오."

"그 점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부회장님."

성호는 그리 답한 뒤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럼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변호사와 함께 상지원에서 재빨리 사라졌다.

***

목요일 오후.

대영전자의 수원공장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라디오 뉴스에 귀를 기울였다.

-대영그룹의 임시주총에서 이성준 회장이 해임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대영그룹의 신임 회장으로 이성준 전 회장의 친동생인 이성호 미래전략본부장이 선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략...

내 계획대로 일이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입가에 담배를 물자, 옆에 동승한 박은영 비서팀장이 공손한 자세로 담배불을 붙여주었다. 그녀에게 목례로 화답한 뒤 차창 문을 활짝 열었다.

흡연에 열중하며 향후 계획을 면밀히 강구했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우리 일행을 태운 롤스로이스 팬텀이 어느새 수원 공장에 도착했다.

은영과 차에서 내린 뒤 수원 공장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 라인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

수원공장의 메모리와 파운드리 생산 라인을 두루 시찰한 후 평택에 위치한 LCD 생산 공장으로 향했다.

내 관심은 터치패널 액정이었다.

모바일 기기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고성준 기술 이사에게 내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터치패널 액정의 생산량을 기존보다 3배 이상 증산하십시오."

그가 놀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생산 라인을 증설하라는 말씀입니까?"

"조만간 손안의 컴퓨터인 스마트폰과 태블릿 피시가 대중화될 겁니다. 터치패널 액정의 수요가 폭발할 거라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그는 내 말을 선뜻 믿지 않았다.

그런 탓인지 뜨끈미지근한 반응으로 일관했다.

그래서 단호한 어조로 명령을 내렸다.

"터치패널의 생산량을 6개월 이내에 3배 이상으로 증산하지 못할 경우, 당신은 그 즉시 해고조치될 겁니다."

순간 고성준이 잔뜩 겁먹은 얼굴로 나를 올려다봤다.

그가 그러거나 말거나 내 말은 계속 이어졌다.

"내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고액 연봉을 지급할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그러니 알아서 잘 하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LCD 공장을 유유히 빠져나왔다.

***

다음날.

대영전자의 핸드폰 생산 공장이 위치한 안성을 방문했다.

핸드폰 사업부문의 총책임자인 방학철 기술 이사와 핸드폰 생산 라인을 두루 시찰한 뒤 공장 사무실로 자리를 이동했다.

"애플 측에서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디자인 도면을 받으셨습니까?"

"네. 부회장님."

"디자인 도면이 마음에 드십니까?"

"디자인은 정말 대단하다고 인정하지만, 그걸 완성하려면 통알류미늄 케이스를 주조해야 합니다."

"애플이 원하는대로 통알류미늄 주조시설을 생산라인에 배치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구글 측에 접촉해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로 스마트폰을 제조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십시오."

"안 그래도 구글 측에 사람을 보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재차 말했다.

"우리 대영전자의 스마트폰 역시 아이폰처럼 통알류미늄으로 제조하십시오."

"명심하겠습니다. 부회장님."

***

구글은 앤디 루빈에게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인수한 뒤, 애플과 마찬가지로 스마트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직접 스마트폰을 제조할 생각은 거의 없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휴대폰 제조업체에 판매하고, 구글 크롬과 유튜브의 점유율을 향상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하는데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들은 피쳐폰 시장의 절대 강자인 대영전자를 오래전부터 파트너로 점찍었다.

그런 탓인지 대영전자 측이 먼저 안드로인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제조하겠다고 의사를 전달하자 쌍수를 들어 환영을 표명했다.

그런 때문일까, 구글의 총수인 안드레이 회장이 극비리에 한국을 방문했다.

***

이태강과 경기도 인근의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즐길 무렵, 박은영 비서팀장이 내 앞에 나타났다. 그녀의 입에서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구글의 안드레이 회장을 상지원으로 모셨습니다."

"오늘 저녁에 방문할 계획이니까, 안드레이 회장 측에 내 의사를 전달하세요."

"예. 부회장님."

은영이 저 멀리 사라지자 태강이 은근한 얼굴로 물었다.

"구글 회장이 한국을 방문한 모양이지?"

"네. 저를 만나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러자 녀석이 감탄한 표정을 지으며 엄지 손가락을 곧추세웠다.

"와! 역시 우리 동생은 국제적인 거물이구나. 구글 회장과 단독 면담을 할 정도라니...!"

"너무 비행기 태우지 마십시오. 그건 그렇고, 이종성은 언제 잡아들일 생각입니까?"

"다음주에 정식으로 소환한 후,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인데... 내 뜻대로 될지는 솔직히 미지수야."

"걸리적거리는 놈들이 있는 겁니까?"

"대법원이 중부지법 영장전담 판사들한테 압력을 넣는 모양이야."

"그 점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조중동을 움직여서 대법원을 견제하면 그만이니까."

그리 확언하자 태강이 좋아죽는 얼굴로 골프채를 힘차게 휘둘렀다.

***

상지원의 응접실로 들어서자 구글의 안드레이 회장이 나를 반겼다.

우리는 악수를 교환한 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스마트폰을 주제로 심도깊은 대화를 이어나갔다.

안드레이의 얼굴에 연신 감탄한 표정이 떠올랐다.

나의 해박한 IT 지식과 미래를 내다보는 선견지명에 진심으로 놀란 탓이다.

그런 때문일까, 안드레이가 은근한 어조로 질문을 해왔다.

"스마트폰이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그렇다고 확신합니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은 인류의 생활 환경을 기존과 전혀 다른 양상으로 발전시킬 겁니다."

그가 감탄한 얼굴로 머리를 끄덕이며 넌지시 물었다.

"애플 측과 돈독한 협력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 구글과 손을 잡을 경우 애플이 반발하지 않을까요?"

"그 점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애플과 협조체제를 구축한 건 대영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문입니다. 핸드폰 사업부와 전혀 다른 곳이죠."

"그렇지만, 애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거듭 말하지만 애플은 우리 대영전자가 하는 일에 결코 딴지를 걸 수 없습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제야 안드레이가 다소 안심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할 경우, 애플의 아이폰과 격렬한 시장쟁탈전에 돌입해야 할 겁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그에게 즉답했다.

"아이폰은 고가 시장, 대영전자의 안드로이드폰은 중저가 시장을 양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딱 잘라 말하자, 안드레이가 눈빛을 빛내며 재차 물었다.

"애플과 정면출동하는 걸 회피하실 계획입니까?"

"가급적 그럴 생각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

오늘은 대영정밀의 오산 공장을 방문했다.

대영정밀은 디지털 카메라 사업을 책임진 곳이었다.

정재수 기술 이사와 공장을 시찰하는 한편, 그에게 단호한 어조로 지시를 내렸다.

"전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화소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을 최단 시간 내에 완비하십시오."

정재수가 곤혹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희 대영정밀의 자체 기술력으로는 디지털 화소를 개선하는 작업이 거의 불가능한 형편입니다. 부회장님."

"그럼 기술력을 갖고 있는 업체를 인수하면 될 일 아닙니까?"

내 말은 계속 이어졌다.

"돈은 얼마든지 지원해 드릴테니까 전 세계 최고의 디지털 카메라 기술을 갖고 있는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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