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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재벌이 돈을 숨김-97화 (97/175)

97화 메이링

서울 모처에 묘령의 여인이 등장했다.

중국 국가안전부 소속인 메이링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외모를 자랑했다.

그녀는 타고난 미모를 이용해서 한국군의 주요 기밀을 탐지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

메이링은 한국군의 기밀서류를 국가안전부의 서울 지부장인 황장청에게 전달했다.

황장청은 그녀의 건강미 넘치는 탄력적인 몸매를 노골적으로 훑은 뒤 끈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놈에게 몸을 허락한 건가?"

메이링이 입술을 질끈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장청이 그럴줄 알았다는 얼굴로 재차 입을 놀렸다.

"오늘 밤에 시간을 비워둬."

"죄송하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지부장님."

"왜?"

"김동엽 대령과 스키장에 함께 가기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장청의 만면 가득 격렬한 질투심이 치솟았다.

"나보다 까오리빵즈가 더 중요하다는 말인가?"

"국가를 위해서 하는 일입니다. 그러니 이해해 주십시오."

그러자 장청이 분노한 얼굴로 메이링에게 손찌검을 날렸다.

딱!

그녀의 왼볼이 금세 시뻘개졌다.

하지만 메이링은 자세를 흐트리지 않았다.

특수요원다운 몸가짐이었다.

"네년의 주인은 나다. 그 점을 항시 주지하도록."

메이링은 입술을 재차 피가 나도록 깨물며 머리를 천천히 끄덕였다.

***

안가를 빠져나온 메이링은 약속장소로 직행했다.

그 곳에는 한국군의 고급 기밀을 전담하는 김동엽 대령이 기다리고 있었다.

김동엽은 40대 중반의 남자였다.

하지만 결혼생활에 불만이 많았다.

와이프의 외모가 수준이하였기 때문이다.

그런 김동엽에게 어느날 메이링이 나타났다.

연세대학교의 국제정치외교 세미나장이었다.

그녀는 중국 유학생으로 위장한 채 김동엽에게 접근했다.

김동엽은 메이링에게 첫눈에 반했다.

여배우를 뺨칠 정도의 황홀한 미모였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그들은 전국을 누비며 뜨거운 열락의 시간을 만끽했다.

그리고 오늘에 이르렀다.

약속장소에 도착한 메이링은 김동엽의 품에 포근히 파고들었다.

그들은 뜨거운 포옹을 나눈 뒤 대관령 스키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

대영항공의 오산 공장에 김동엽 대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오산공장을 둘러본 뒤 현장 엔지니어들에게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그러기를 얼마 후, 공장에서 유유히 사라졌다.

국방부 산하의 차세대 전투기 추진사업단 건물에 김동엽 대령이 나타났다.

그는 차세대 전투기 사업의 현황을 파악한 뒤 사무실에서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날 밤.

김동엽은 메이링과 호텔방에서 뜨거운 사랑을 불태운 뒤 그녀의 손에 두툼한 노란봉투를 넘겼다. 그 대가로 미화 10만불 상당의 사례금을 지급받았다.

비슷한 시각, 국정원 대회의실.

이재천 국정원장은 상석에 배석한 채 전면에 위치한 화이트 스크린에 이목을 집중했다.

스크린에는 김동엽 대령이 중국 유학생 메이링과 호텔을 드나드는 광경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이재천이 심각한 얼굴로 국정원 1차장인 조웅래에게 질문을 던졌다.

"메이링의 정체가 뭡니까?"

조웅래가 즉답했다.

"중국 국가안전부 소속의 특수작전요원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김동엽 대령을 통해서 군의 기밀을 빼내는 겁니까?"

"그럴 개연성이 높습니다."

"물증이 있나요?"

"심증은 있지만 아직 확실한 물증은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확실한 물증 없이는 함부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

이재천의 말이 계속됐다.

"이번 사안에 대해서 철저히 함구하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이재천 국정원장이 나타났다.

그는 박태수 국가안보 보좌관에게 자조지종을 소상히 보고했다.

박태수가 곤혹스런 얼굴로 입을 열었다.

"중국은 한국 제 1의 무역 파트너 국가에요. 이런 상황에서 메이링을 중국 스파이 혐의로 체포한다면 중국 측에서 격렬하게 항의를 해올 겁니다."

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중국이 경제제재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김동엽 대령을 전역시키는 선에서 일을 마무리 지으세요."

"김동엽은 한국군의 기밀을 중국 측에 넘겼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러니 내사를 진행하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죄송하지만 이 쯤에서 꼬리를 자릅시다. 더 이상 일이 확대되면 한중 양국 관계에 좋을 일이 없어요."

"그래도 이번 사안은 전역 조치 정도로는 너무 미흡하다고 생각합니다."

순간 박태수가 성난 표정을 지으며 버럭했다.

"내 말이 말같지 않으십니까? 국정원장님!"

그가 목소리를 높이자, 이재천의 얼굴이 잔뜩 찌푸려졌다.

허나, 박태수는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안보 분야의 컨트롤타워였다.

국정원장보다 위에 존재하는 인물이었다.

그런 탓일까, 이재천이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말씀대로 조치하겠습니다."

***

중국 국가안전부의 서울 지부장인 황장청은, 김동엽 대령이 군에서 강제전역 당했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메이링을 서울 안가로 긴급 호출했다.

늦은 밤.

중국 국가안전부의 서울 안가에 메이링이 다시 나타났다.

그녀는 황장청에게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고 있었다.

"대영그룹과 태산그룹의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김한빈이 새로운 목표다. 그놈에게 접근한 후 락히드마틴이 대영항공에 제공하는 7세대 전투기의 기술을 빼오는 게 네년의 임무다!"

그의 말은 계속 됐다.

"김한빈은 너처럼 얼굴 이쁘고 몸매 좋은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다. 특히 강남 클럽을 자주 출입하는 사람이니까, 그 곳에서 작전을 펼치도록."

메이링이 긴장한 얼굴로 복명했다.

"존명!"

그날 이후. 메이링은 섹시한 미니 드레스 차림으로 강남의 클럽가를 날마다 배회했다.

그녀의 목표물인 김한빈에게 접근하기 위함이었다

***

강남의 아레나 클럽을 방문했다.

내 마음에 드는 그녀들과 즐거운 시간을 함께하기 위함이었다.

4층 VIP 룸에 좌정한 채 스테이지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내 시선을 확 잡아끄는 매혹적인 그녀가 시선에 포착됐다.

그녀는 흰색 미니드레스 차림으로 자극적인 춤사위를 펼치고 있었다.

사슴같은 눈망울과 아름다운 콧날, 앵두같은 입술 등등... 내가 정말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170cm 안팎의 늘씬한 키와 건강미 넘치는 몸매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그런 탓일까, 그녀의 주변에 놈팽이들이 벌떼처럼 출몰했다.

첫눈에 그녀에게 홀딱 반했다.

반드시 내 여자로 만들고 싶었다.

내 면전에 공손히 시립한 웨이터에게 지시를 내렸다.

"저 여자를 내 앞으로 데리고 오도록."

그리 말하며 지갑에서 백만원권 수표 석장을 꺼내서 녀석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웨이터가 좋아죽는 얼굴로 화답했다.

"제가 지금 당장 데리고 오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잠시 뒤, 스테이지를 현란하게 누비던 그녀가 내 앞에 나타났다.

그녀를 내 옆에 앉힌 뒤 나직한 어조로 물었다.

"여대생이냐?"

그녀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는 중국에서 유학온 여학생이에요."

"정말?"

"네."

"한국말을 이렇게 잘 하는데?"

"원래 중국에서부터 한국말을 연습해서 그래요."

"중국 이름이 뭔데?"

"메이링이에요."

"메이링?"

"네."

그녀는 내가 묻는 말에 친절하게 답변했다.

그녀 역시 내가 마음에 든 눈치였다.

메이링의 흑단같은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넘기며 앵두같은 입술에 진한 키스를 선사했다. 당연히 그녀는 내 입술을 피하지 않았다.

그녀와 오붓한 키스를 즐긴 뒤 곧바로 자리를 이동했다.

우리는 클럽 인근에 위치한 고려호텔 스위트룸에서 짜릿한 첫날밤을 만끽했다.

***

메이링에게 선물을 사주고 싶었다.

나는 그녀에게 푹 빠졌다.

얼굴, 몸매, 성격 모든 면에서 백점만점이었기 때문이다.

오후 무렵.

그녀를 만나기 위해 연세대학교를 방문했다.

메이링은 학교로 찾아온 나를 열렬히 반겨주었다.

"고마워. 오빠. 사랑해."

"나도 마찬가지다. 하하..."

내 입에서 절로 흐뭇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우리는 곧장 대영백화점 강남 본점으로 직행했다.

백화점 로비에 들어서자 임직원들이 나와 메이링을 향해 허리를 90도 각도로 정중하게 접었다.

그런 탓일까, 그녀가 당황한 얼굴로 귓속말을 해왔다.

"오빠 엄청 높은 사람이니?"

"그래. 맞다. 한국에서는 대통령보다 내가 더 위다. 우하하하...!"

내 입에서 호탕한 광소가 쏟아져 나왔다.

그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나는 그날, 메이링에게 다이아몬드와 명품 드레스 등을 산더미처럼 선물했다.

거의 수십억에 달하는 액수였다.

물론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

국정원 대회의실이 심각한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대영그룹과 태산그룹의 부회장직을 겸임 중인 김한빈에게 메이링이 접근한 탓이다.

그들은 화이트 스크린에 이목을 집중한 채 한빈과 메이링의 모습을 유심히 감상했다.

스크린이 꺼지자마자 조웅래 국정원 1차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김한빈은 대영그룹과 태산그룹의 실질직인 오너로서, 정관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입니다."

이재천 국정원장이 침중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메이링이 김한빈 부회장에게 접근한 이유를 말해보게."

조웅래가 즉답했다.

"대영그룹의 계열사인 대영항공 때문입니다."

그의 보고는 계속 이어졌다.

"아시다시피 대영항공은 락히드마틴과 7세대 전투기의 기술을 공유하기로 비밀협정을 체결했습니다."

"중국 국가안전부가 7세대 전투기의 기술을 노린다는 말인가?"

"그거 외에는 설명이 안됩니다. 지금 당장 김한빈 부회장 측에 메이링의 정체를 알려야 합니다. 그래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흐으음..."

이재천의 입에서 깊은 한숨 소리가 새어나왔다.

조웅래의 말이 타당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조웅래의 조언을 실행에 옮기기로 작심했다.

***

상암동 켄싱턴 빌딩.

129층 사무실에서 대영그룹과 태산그룹에서 올린 결재서류에 부회장 직인을 날인할 무렵, 박은영 비서팀장이 내 앞에 나타났다.

"손님이 찾아오셨는데요."

"누구죠?"

"이재천 국가정보원장입니다."

나와 별로 상관이 없는 사람이 찾아왔다.

그런 탓일까, 본능적으로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를 만나봐야 할거 같았다.

"그 사람을 내 앞으로 데리고 오세요."

"예. 부회장님."

50대의 남자가 내 앞에 나타났다.

그가 이재천 국정원장이었다.

소파에 앉을 것을 권유한 뒤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창가로 발걸음을 옮기며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를 찾아오신 용건이 뭐죠?"

그가 즉답했다.

"먼저 이 사진들을 한번 보시겠습니까?"

그리 말하며 나에게 수십장에 달하는 고화질 사진을 내밀었다.

창가에 우두커니 선 채 그가 건넨 사진들을 차례로 살폈다.

사진 속에는 메이링이 40대 중반의 군인과 즐거운 시간을 함께하는 광경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런 때문일까, 절로 기분이 나빠졌다.

나만의 아프로디테가 별 볼 일 없는 중년 남자와 그렇고 그런 관계였기 때문이다.

사진을 사무실 바닥에 내던지며 성난 어조로 물었다.

"이런 엿같은 사진을 나에게 건넨 이유가 뭡니까?"

이재천이 태연한 얼굴로 답했다.

"그녀는 중국 국가안전부 소속의 특수작전요원입니다. 이 정도면 설명이 됐습니까?"

순간 후두부를 쇠망치로 두들겨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아닌 밤 중의 홍두깨였다.

그때, 이재천의 냉정한 목소리가 사무실에 재차 울려퍼졌다.

"메이링이 부회장님에게 접근한 이유는 락히드마틴의 7세대 전투기 기술 때문입니다."

그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중국은 대영항공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락히드마틴과 체결한 7세대 전투기 기술 공유 협정을 이미 파악한 상탭니다."

거듭 나를 충격에 빠트리는 말이었다.

"지금 당장 메이링과 관계를 단절하십시오. 국익 차원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럼 이만."

이재천은 그 말을 끝으로 사무실에서 사라졌다.

곧바로 메이링의 핸드폰으로 연락을 취했다.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거두절미하고 물었다.

"중국 국가안전부 소속이냐?"

순간 수화기 너머에서 '헉'하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내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재천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해주는 순간이었다.

나는 분노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곧바로 이재천 국정원장에게 전화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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