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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재벌이 돈을 숨김-105화 (105/175)

105화 뜻 밖의 행운

상해 동방명주호텔 펜트하우스.

강단있는 체구를 자랑하는 중년의 남자가 육중한 책상에 좌정한 채,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의 손에는 한장의 사진이 들려있었다.

사진 속에는 미이라로 전락한 묵청기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상태였다.

남자는 이 상황을 당최 이해할 수 없었다.

100년에 달하는 내공을 보유한 묵청기가 임무 완수는 커녕, 허망한 시체로 발견된 탓이다.

그는 상해 흑사회를 장악한 청방의 요도강이었다.

허나, 그의 진실된 정체는 요인 암살을 전문으로하는 천살단의 단주였다.

천살단은 중국 국가안전부의 산하 기관이었다.

천살단은 증거없는 살인을 모토로 삼는 조직이었다.

그런 이유로 내가기공을 바탕으로한 살인에 주안점을 두었다.

그들은 기공 수련에 재질이 있는 어린 소년소녀들을 납치해 최소 20년 이상 모처에서 강제 수련시켰다.

특히 중국이 자랑하는 소림과 화산, 무당 등의 내공심법을 천살단원들에게 전수했다. 일반 내공심법보다 최소 3배 이상의 내공증진 효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묵청기는 30년 만에 100년에 달하는 내공을 완성했다.

그걸 바탕으로 수백명에 달하는 요인들을 암살하는데 성공한 인물이었다.

그런 묵청기의 허망한 죽음에 요도강은 극심한 충격을 받았다.

천살단 특급 살수였기 때문이다.

그는 김한빈의 주변에 엄청난 내가고수가 있다고 확신했다.

특히 흡성대법에 관련된 인사가 있을 거라고 지레짐작했다.

묵청기의 모습은 내공을 강제로 탈취당한 모습이었다.

요도강은 그런 사실을 한 눈에 파악했다.

그 역시 내공 고수인 탓이다.

요도강은 거의 2갑자(120년)에 육박하는 내공을 보유하고 있었다.

체외로 기를 자유자재로 발출할 수 있는 경지였다.

하지만 그는 단주로 등극한 이후, 천살단과 청방의 운영에만 집중했다.

허나, 이제는 그럴 수가 없었다.

자신이 직접 필드에 나가야 하는 처지였다.

흡성대법을 연마한 내가고수를 상대할 만한 인물은, 흑살단에서 요도강이 유일했다.

그런 때문일까, 그는 이번 사건에서 손을 떼고 싶었다.

흡성대법을 연마한 인물과 손을 섞고 싶지 않았다.

동물적인 직감이었다.

그날 밤.

상해 황포강 인근에 요도강이 나타났다.

그는 주변을 둘러본 뒤 국가안전부의 안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냉막하게 생긴 50대 남자가 요도강을 향해 싸늘한 어조를 내뱉었다.

"내공 고수라고 하더니, 대체 이 꼬라지가 뭐요?"

그는 미이라 신세로 전락한 묵청기의 초라한 사진을 내던지며 요도강을 윽박질렀다. 그런 탓일까, 요도강은 어금니를 앙다물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두말하지 않겠습니다. 한달 안으로 목표물을 반드시 제거하시오. 물론 이번에는 당신이 직접 나서야 할 겁니다."

요도강이 불만스런 얼굴로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일은 총기로 해결하십시오. 목표물의 주변에 놀랄 만한 고수가 있단 말입니다."

"헛소리는 그만하고, 예전과 마찬가지로 증거 없는 완벽 살인으로 일을 마무리 하십시오!"

요도강은 환장할 노릇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국가안전부의 2인자였다.

그의 눈 밖에 날 경우, 요도강이 일평생 쌓아올린 돈과 조직은 하루아침에 무너질 운명이었다.

결국 그는 국가안전부의 명령을 수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다른 길이 존재하지 않았다.

"존명!"

다음날.

요도강은 혈혈단신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였다.

***

한달 정도 속 편하게 휴가를 즐기고 싶었다.

그런 이유로 대영그룹의 이성철 본부장을 상지원으로 호출했다.

대영그룹이 소유한 해외 고급 별장을 두루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눈 앞에 나타난 이성철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대영그룹이 보유한 해외 별장 중에서 가장 좋은 곳이 어디죠?"

그가 즉답했다.

"삿뽀로 근교에 위치한 별장이 제일 좋습니다."

"삿뽀로 별장을 추천하시는 이유가 뭐죠?"

"별장도 넓을 뿐만 아니라, 별장 안에 그림같은 온천이 있습니다.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죠."

마음에 들었다.

"한달 정도 휴가를 즐길 예정이니까 삿뽀로 별장을 비워두세요."

"말씀대로 조치하겠습니다."

이성철을 내보낸 뒤 하동균 비서팀장에게 전화로 지시를 내렸다.

박은영은 여비서인 탓에 장기 휴가에 대동하는 게 적합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둬야 하는 처지였다.

그런 탓으로 하동균을 휴가길에 대동하기로 결정했다.

다음날.

인천국제공항 전용기 계류장으로 들어서자 하동균 비서팀장이 나를 반겼다.

그와 악수를 교환한 뒤 전용기 안으로 나란히 올라갔다.

***

요도강은 목표물이 북해도로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곧바로 행동에 돌입했다.

오후 무렵.

삿뽀로 국제공항에 요도강이 나타났다.

그는 공항을 빠져나오자마자 접선 장소인 우동 가게로 향했다.

다음날.

삿뽀로 교외에 위치한 고급 저택에 요도강이 나타났다.

그는 저택 안에 위치한 노천 온천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 후, 다른 일꾼들과 마찬가지로 허드렛일을 하는데 주력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일본인 잡역부와 별다르지 않았다.

그날 밤.

요도강은 온천탕을 청소하는 한편, 건장한 체격의 경호원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하지만 내공 고수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거의 모두 태양혈이 밋밋한 사람들 밖에 없었다.

내공을 축적하면 얼굴의 태양혈이 융기하며 자르르한 윤기가 서리게 된다.

그러나 경호원들 중에는 그런 사람이 전무했다.

요도강은 경호원들에게 내심 실망한 뒤 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온천욕을 즐기는 목표물 쪽으로 시선을 모았다.

바로 그때, 목표물의 힘차게 융기한 태양혈에서 강렬한 광채가 솟구치는 광경이 그의 시야에 생생히 포착됐다.

요도강은 진정으로 경악했다.

솔직히 그는 도망가고 싶었다.

흡성대법은 악마의 무공이었다.

힘들게 모은 내공을 무자비하게 도적질하는 마공이었다.

요도강은 자신이 없었다.

그와 손을 섞을 경우 백이면 백, 묵청기의 꼴이 날거라고 예감했다.

허나, 그는 이 곳에서 도망칠 수 없었다.

그를 감시하는 특작 요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원거리에서 그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요도강은 자신의 운명을 하늘에 맡기기로 결심했다.

경호원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손짓 몇번이면 고꾸라질 상대였다.

그는 마음을 결정하자마자 단전에서 끌어올린 강대한 내공을 열손가락에 가득 모았다.

그 후, 경호원들을 향해 벼락처럼 짓쳐들어갔다.

동시에 열손가락에서 뿜어낸 살기넘치는 지력이 경호원들의 훈혈에 섬전처럼 파고들었다.

갑자기 장내가 고요해졌다.

10명에 달하는 경호원들이 제자리에서 짚단처럼 허물어진 탓이다.

요도강은 곧장 온천탕으로 쾌속하게 뛰어들며 목표물의 사혈에 열손가락의 지력을 폭풍처럼 쏟아냈다.

그의 만면가득 짙은 공포심이 드리워졌다.

요도강의 예감처럼 전신 공력이 목표물의 사혈쪽으로 태풍처럼 빨려들어간 탓이다. 그는 손을 떼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요도강의 양손이 강력한 흡입력에 지배당한 까닭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전신은 묵청기와 흡사한 모습으로 변질됐다.

그렇게 요도강 역시 뼈만 앙상한 미이라로 변해가기 시작했다.

도저히 걷잡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요도강은 이국만리 타향에서 한 많은 삶에 종지부를 찍었다.

***

이해못할 노릇이었다.

마술처럼 경호원들을 쓰러뜨린 남자가 내 양미간에 열손가락을 접붙인 채 와락 인상을 쓰고 있었다.

그는 내 양미간에 뭔가 알수 없는 막대한 기운을 불어넣은 뒤, 미이라처럼 변해갔다. 저번에 경험한 웨이터와 똑같은 몰골이었다.

물론 나는 그의 못돼먹은 행위를 제지하려고 했지만, 온몸을 장악한 알 수 없는 기운 덕분에 손가락 하나조차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렇게 1시간이 쉴 새 없이 지났을 무렵, 드디어 남자가 내 곁에서 떨어졌다.

동시에 나를 억압하던 막강한 기운이 씻은 듯이 자취를 감췄다.

남자는 해골바가지로 변모한 채 온천탕을 유령처럼 떠다니고 있었다.

공포영화 속의 한 장면같았다.

그때, 단전에서 일어난 맹렬한 기운이 사지백해로 폭퐁처럼 뻗어나갔다.

동시에 상상을 불허하는 강력한 힘이 전신에 팽배해졌다.

짜릿한 기분이었다.

30분 후.

현지 경찰들이 별장에 나타났다.

그들은 시체로 발견된 중년 남자와 죽은 듯이 널브러진 경호원들을 인근 병원으로 긴급 호송했다.

일본 경찰이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가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유창한 영어였다.

"별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그에게 영어로 답했다.

"해골처럼 죽어자빠진 남자가 나와 경호원들을 갑자기 공격했습니다."

"그 말씀이 사실입니까?"

"명백한 진실입니다."

"죄송하지만 경찰서로 같이 가주십시오."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 내가 무슨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그래도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의 말을 짤랐다.

"내 신분이 범상치 않아서 그럽니다. 그러니까 오늘은 이만 돌아가 주십시오."

그리 말하며 별장 관리인에게 눈짓을 보냈다.

내 눈짓을 받은 별장 관리인이 일본어로 경찰에게 뭐라뭐라 조곤됐다.

경찰이 놀란 얼굴로 나를 잠시 살핀 뒤 별장에서 조심스럽게 물러났다.

내 신분이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을 그제야 눈치챈 모양이었다.

***

다다미 방에서 잠을 청할 찰나, 갑자기 단전에서 맹렬한 기운이 치솟았다.

단전에서 치솟은 불꽃이 내 온몸을 영활한 뱀처럼 미친 듯이 질주했다.

그러기를 1시간이 지났을 무렵, 흔히 말하는 백회혈 부근에서 대폭발이 일어났다.

머리 속이 온통 터져나갈 것 같은 충격파였다.

그 것을 끝으로 모든 의식을 잃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자 온몸이 상쾌했다.

하늘에 오를 듯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더불어 내 몸속을 세차게 휘몰아치는 기의 모습과 단전에 또아리를 튼 막대한 기운이 심상에 생생히 전해졌다.

의식적으로 단전에 신경을 집중하자 한줄기 기운이 일어남과 동시에 백회혈을 일직선으로 관통했다.

순간 상상을 불허하는 찌릿한 쾌감에 휩싸였다.

왜 이런 현상이 나에게 생겼을까?

이건 아무리봐도 내공 혹은 기공 종류였다.

곧바로 하동균 비서팀장을 면전에 호출했다.

단전호흡 책을 봐야 할거 같았다.

그가 나타나자마자 지시를 내렸다.

"단전호흡 책을 구해오세요. 지금 당장."

"예. 부회장님."

그는 내 명령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예스맨의 전형이었다.

그날 이후, 수십 종류의 단전호흡 서적을 독파하며 내 몸을 유심히 관조했다.

***

나는 전신 대주천을 완성한 상태였다.

나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임독과 독맥, 생사현관을 타통했을 뿐만 아니라, 천지교태마저 완성했다.

단전호흡 서적을 탐독한 결과, 알게된 사실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정주좌와를 막론하고 자동적으로 전신 대주천이 실행되고 있었다.

또한 한서불침과 만독불침을 완성한 상태였다.

단학 서적의 내용이 맞다면.

그런 탓일까, 나는 일반인들을 한참이나 능가하는 막강한 파워와 스피드를 일신에 구비하게 되었다. 신의 은총이었다.

오늘도 나는 아침 일찍부터 삿뽀로 인근에 위치한 눈덮인 설산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거의 날듯이 하며 해발 900미터에 위치한 산 정상을 순식간에 점령했다.

단 30분 만에 이룩해낸 성과였다.

이 정도 능력이라면 에베레스트 산을 정복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칠 찰나, 저 멀리서 힘겹게 산을 오르는 경호원들과 하동균 비서팀장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들이 산 정상으로 오르려면 아직도 6시간 이상이 필요해 보였다.

한심한 사람들이었다.

평소에 체력관리를 얼마나 안했으면 저렇게 굼벵이처럼 느려터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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