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재벌이 돈을 숨김-115화 (115/175)

115화 독수무정(獨手無精)

늦은 밤.

연쇄 살인마의 별장을 찾았다.

김태구 팀장과 경호원들을 별장 밖에 남겨둔 채 노란색 폴리스 라인이 둘러쳐진 별장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별장을 지키던 경찰이 나를 막아섰지만, 이태강이 발급해준 검사 신분증을 제시하자 경례를 올려부치며 저 멀리 사라졌다.

별장에 들어서자마자 지하실로 직행했다.

지하실 곳곳을 매의 시선으로 살핀 뒤 1층으로 올라갔다.

검찰이 여러번 수색한 탓인지 별장 안은 엉망진창이었다.

집안 전체가 거대한 쓰레기장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집안 곳곳을 나뒹구는 알약과 박스, 약병 등이 눈에 들어왔다.

공교롭게도 그 약들은 특정 제약회사에서 판매한 제품이었다.

왜, 이런 사실을 검찰은 알아채지 못한 걸까?

고개를 갸웃하며 집안 구석구석을 샅샅이 훑을 찰나, 어디선가 아주 희미한 전화벨 소리가 들려왔다. 일반인들은 알아채지 못할 정도의 미세한 소리였다.

벨소리는 3층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곧바로 3층으로 올라갔다.

벨소리의 진원지는 다락방의 내벽이었다.

내벽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내벽을 목표로 오른 주먹을 힘차게 내질렀다.

펑!

시멘트 내벽이 내 한주먹에 처참하게 으스러짐과 동시에, 벽면 뒤편의 비밀 공간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비밀 공간에는 나무상자가 있었다.

그 안에는 수십여 개의 대포폰이 수납되어 있었다.

전화가 걸려온 대포폰을 귓가에 가져가자 중년 남자의 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이렇게 전화를 안받는거야? 그새 마음이 변한거냐? 마사장을 제끼고 나와 직거래를 하기로 했잖아!

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며칠 후에 한국으로 들어갈 거니까 그때 만나서 다시 얘기하자.

남자는 그 말을 끝으로 제멋대로 전화를 끊었다.

뜻 밖의 단서를 포착하는 순간이었다.

전화 내용이 사실이라면, 윤덕구의 배후에는 마사장이란 인물이 존재한다. 그리고 전화를 건 남자는 마사장의 라이벌일 가능성이 농후했다.

마사장이 누구일까?

일단 마사장이란 인물을 파악하는 게 급선무였다.

그때 손에 들린 약병에 절로 시선이 갔다.

약병의 겉면에는 중미제약이란 상표가 붙어있었다.

일단 중미제약부터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왠지 그래야만 할거 같았다.

본능적인 직감이었다.

***

상지원에 도착하자마자 거실 컴퓨터를 켰다.

그 후, 인터넷 검색창에 중미제약을 입력했다.

모니터에 중미제약의 개략적인 정보가 떠올랐다.

내 시선은 중미제약 대표인 마재웅의 프로필에 절로 모아졌다.

공교롭게도 그의 성씨는 마씨였다.

더구나 직책마저 사장이었다.

한국에 마씨는 흔하지 않았다.

마사장이란 인물이 마재웅일 가능성이 최소 80% 이상이라고 확신했다.

검찰조차 밝혀내지 못한 윗선을 내가 발견한 것일까?

두고보면 알 일이었다.

40분 후.

박종태가 상지원 접견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면전에 서 있는 그에게 지엄한 명을 하달했다.

"중미제약의 마재웅을 은밀히 조사해 보세요. 아무도 눈치 못채게."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그건 나중에 설명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내 말대로 하십시오."

"알겠습니다. 부회장님."

***

박종태는 감사실에서 근무 중인 유종일에게 마재웅 조사업무를 맡겼다.

그는 정보기관에서 잔뼈가 굵은 기관원 출신이었다.

그런 탓으로 남다른 정보 습득력을 자랑했다.

사람 뒤를 캐는 일이 전문이었기 때문이다.

오후 무렵.

상암동 켄싱턴 빌딩 128층 감사실에 유종일이 나타났다.

그는 박종태에게 정중히 인사한 뒤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에는 마재웅의 대략적인 신상명세가 적혀 있었다.

박종태가 불만스런 얼굴로 유종일을 질책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알아낸 사실이 고작 이건가?"

"그건 아닙니다."

"그럼 왜, 이따위 피상적인 보고서를 제출한거지?"

"글로 적기에는 꺼림직한 내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게 뭐지?"

"마재웅은 수도권 근교에 제약 공장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거의 날마다 저녁 시간에 공장으로 출근하더군요."

"그게 이상하단 말인가?"

"네. 그 점이 수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일반적인 회사 오너는 일주일에 한두차례 정도 공장을 찾는 게 일반적입니다. 제약 회사도 마찬가지죠."

유종일의 보고는 계속 이어졌다.

" 마재웅은 지난 일주일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저녁시간마다 공장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자정 무렵에 어김없이 냉동탑차를 어딘가로 떠나보냈습니다."

"제약회사에서 냉동탑차를 운용하는 게 뭐가 이상하지?"

유종일이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주장을 완곡하게 피력했다.

"그렇게 보실 수도 있지만, 냉동 탑차를 운전하는 기사들의 면면이 하나같이 범죄자 상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정 시간대에만 냉동 탑차를 운행하는 것도 뭔가 구린 냄새가 진동합니다."

"지금 내 앞에서 관상을 논하는 건가?"

"하여튼 제 눈에는 그렇게 보였습니다."

유종일은 감사실에서 가장 유능한 인재였다.

그런 탓일까, 종태는 그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

용인 CC 골프장에서 라운딩에 매진할 무렵, 박종태가 장내에 나타났다.

그는 나를 향해 공손히 인사한 뒤 보고서를 내밀었다.

그가 건넨 보고서를 살피자 마재웅의 개인 신상에 관련된 자료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렇다할 알맹이는 없었다.

보고서를 종태에게 되돌려주며 넌지시 물었다.

"설마 이게 다는 아니겠죠?"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구두로 추가 보고를 올렸다.

"감사실 직원의 말로는 중미제약의 냉동 탑차를 운전하는 기사들의 면면이 하나같이 범죄자 상이라고 하더군요."

"관상에 대해서 나름 잘 아는 직원인가요?"

"그런거 같습니다."

감사실 직원의 눈썰미를 믿기로 했다.

그에게 단호한 어조로 명령을 내렸다.

"중미제약이 운용하는 냉동탑차의 내용물을 확인해 보십시오!"

그러자 종태가 완강히 고개를 저으며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과도하게 움직이시는 것 같습니다. 부디 자중해 주십시오."

그는 내가 마재웅에게 사적인 감정이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모양이었다.

"저는 사적인 감정으로 이런 일을 벌이는 게 아닙니다. 그저 대한민국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공적인 의무감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겁니다."

"부회장님. 제발 자중해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결국 그에게 저간의 사정을 밝힐 수 밖에 없었다.

내 말을 세이경청한 종태가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회장님의 추측대로 마재웅이 장기밀매 조직의 수괴일 경우, 사태가 만만치 않을 겁니다. 그러니 이태강 지검장에게 도움을 청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그건 나중에 할 생각이니까, 일단 사람을 동원해서 냉동 탑차를 조사해 보세요."

그제야 종태가 체념한 얼굴로 복명했다.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

자정 무렵.

중미제약 평택 공장에 일단의 남자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공장에 시선을 고정한 채 긴장이 역력한 낯빛으로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그때, 공장의 창고 문이 활짝 열리며 여러대의 냉동탑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들은 서쪽 방면으로 떠나가는 냉동 탑차를 손짓하며 육중한 지프차에 차례로 몸을 실었다.

남자들을 태운 지프차 3대가 냉동 탑차를 바짝 뒤따랐다.

냉동 탑차가 CCTV 사각지대에 들어설 찰나, 후미에 나타난 지프차 3대가 연달아 탑차를 뒤에서 추돌했다.

쿵쿵쿵!

강한 둔중음이 장내에 울려퍼짐과 동시에 탑차가 갓길의 가드레일을 들이박았다.

순간 지프차에서 뛰어내린 남자들이 탑차의 운전석으로 쏜살같이 쇄도했다.

그들은 순식간에 운전기사를 제압한 뒤 탑차의 내용물을 매의 시선으로 살폈다.

남자들은 탑차 내부의 비밀 공간에서, 아이스 박스에 담겨진 인간의 신체장기를 어렵지않게 발견했다.

직후 박종태에게 전화상으로 저간의 사정을 신속하게 보고했다.

***

마재웅은 20대 초반에 장기밀매 조직에 뛰어든 후, 30년 동안 외길 인생을 내달렸다.

그 결과 천억대에 달하는 엄청난 재산을 모으게됐다.

허나, 그는 돈 욕심이 남달랐다.

그런 탓으로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장기밀매 범죄자들과 여전히 끈끈한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있었다.

장기밀매 사범들은 독신자 혹은 가족 지인이 거의 없는 외로운 사람들을 주요 타겟으로 삼았다. 주변에서 사라져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그런 부류였다.

그들은 외롭고 불쌍한 사람들을 납치 살해한 뒤 마재웅에게 신체 장기를 넘겼다.

그는 범죄자들에게 공급받은 신체 장기를 국내에 유통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과 일본, 동남아, 미국 등지로 밀수출하는 역할을 도맡고 있었다.

그런 재웅에게 놀랄 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주요 공급자 중의 한명인 윤덕구의 정체가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그는 증거가 될만한 것을 모조리 해외로 빼돌리기로 결정했다.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함이었다.

그날 이후, 재웅은 중미제약 공장의 냉동창고에 은밀히 저장된 신체 장기를, 냉동 탑차를 이용해 인천 항만으로 부지런히 실어날랐다.

그는 오늘도 해가 떨어지자마자 평택 공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 후, 냉동 창고에 저장된 신체 장기를 탑차에 실어나르는 작업을 몸소 실천했다.

재웅은 탑차의 비밀 공간에 장기가 들어있는 아이스 박스를 가득 옮긴 뒤 조직원으로 활동 중인 운전기사에게 신신당부했다.

"밤 12시 이후에 출발하도록!"

"네. 사장님."

그때, 수십명에 달하는 괴한들이 장내에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들은 재웅과 운전기사를 신속하게 제압한 뒤 모처로 비밀리에 이송했다.

***

인천 항만에 도착하자 박종태가 나를 반겼다.

그의 뒤편에는 경호원들이 10열 종대로 도열한 채 허리를 깊숙이 숙이고 있었다.

종태가 보고를 올렸다.

"이태강 지검장에게 냉동 탑차를 운전한 놈을 전달했습니다."

"마재웅은 내가 개인적으로 처리할 생각이니까 경호원들을 모두 물리세요."

종태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경호원들에게 철수하라는 손짓을 해 보였다.

그러자 녀석들이 장내에서 썰물 빠지듯 사라졌다.

그에게 넌지시 말했다.

"드럼통을 준비하십시오."

"네. 부회장님."

종태를 뒤로한 채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갔다.

마재웅은 평범하게 생긴 중년 남자였다.

허나, 그의 속마음은 악마의 그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돈을 위해서 생사람의 장기를 아무렇지 않게 적출하는 인간말종이었다.

나는 오늘 살계를 크게 열 게획이었다.

저놈에게 잔인하게 살해된 피해자들을 나름 위무하기 위함이었다.

마재웅은 철제 의자에 양손이 결박됐고, 입은 청테이프로 봉해진 상태였다.

허나, 녀석의 눈빛 만큼은 여전히 독살스러웠다.

마음에 안드는 눈빛이었다.

놈의 곁으로 천천히 걸어가며 단전에서 끌어올린 기운을 두손에 갈무리했다.

그가 나를 매섭게 노려봤다.

그때, 내 양손이 마재웅의 눈가를 잔인하게 뒤덮었다.

놈의 안구 속으로 양손가락을 무자비하게 박아넣자 큼지막한 눈깔사탕 두개가 부드럽게 딸려나왔다.

푸욱!

스산한 파육음과 동시에 큼지막한 눈동자 두개가 맨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런 탓일까. 녀석의 입에서 짐승이 울부짖는 듯한 괴성이 흘러나왔다.

물론 청테이프로 입이 봉해진 까닭에 마재웅의 비명은 소리없는 아우성에 머물렀다.

놈이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내 할 일에 오롯이 집중했다.

그의 두팔을 어깨죽지에서부터 힘차게 뜯어낸 것이다.

부욱! 부우욱...!

놈의 양팔이 어깨죽지에서 종잇장처럼 찢겨져 나왔다.

더불어 진한 핏물이 양어깨 쪽에서 폭포수처럼 치솟았다.

그런 때문일까, 녀석의 소리없는 아우성이 더욱 극심해졌다.

그는 온몸을 부들거리며 참혹한 고통을 만끽하고 있었다.

내심 바라던 바였다.

비릿한 피내음이 코끝을 기분좋게 간질였다.

인간말종이라 그런지 피냄새마저 향긋했다.

녀석의 참혹한 몸부림을 모르쇠로 일관한 채 골반에 인접한 두허벅지에 양손을 가져갔다.

허벅지 뿌리에 힘을 가하자 골반 어림에서 양다리가 쉽게 뜯겨져 나왔다.

부우욱! 부우우욱...!

어깨죽지와 골반 쪽에서 쏟아진 핏물이 장내를 홍건히 적셨다

마재웅은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응급 처치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준비해온 수술도구를 이용해서 양어깨와 골반 쪽을 신속하게 봉합했다.

물론 마취 따위는 내 알 바 아니었다.

봉합을 끝마치자마자 녀석의 입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 후, 말랑말랑한 혀를 중간에서 싹둑 잘라버렸다.

순간 마재웅이 온몸을 부들거리며 구슬픈 비명을 내질렀다.

물론 소리로 새어나오지는 않았다.

이제 끝을 봐야하는 시점이었다.

녀석이 제정신을 차린 것이다.

놈의 목덜미를 오른손으로 옥죄었다.

조금 힘을 주자 머리통이 몸통에서 싹둑 뽑혀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마재웅의 한 많은 삶이 마침내 종지부를 찍어버렸다.

뿌드드득!

바닥에 나뒹구는 녀석의 머리통을 목표로 성난 사커킥을 내질렀다.

퍼엉!

놈의 머리통은 산산조각으로 박살난 채 허연 뇌수를 컨테이너 구석구석에 흩뿌렸다.

마재웅의 몸통은 자신이 쏟아낸 걸쭉한 피바다 속에 고이 잠들어 있었다.

애석한 순간이었다.

나처럼 험한 인간에게 최후를 맞이한 탓이다.

컨테이너를 나서자 종태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나를 올려다봤다.

그를 위로하기 위해 금일봉을 전달했다.

"저번과 마찬가지로 10억입니다. 나머지는 실장님이 알아서 처리해 주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장내를 유유히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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