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재벌이 돈을 숨김-125화 (125/175)

125화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다

켄싱턴 빌딩으로 향하는 방탄 리무진 안에서 라디오 속보에 귀를 기울였다.

뉴스 아나운서가 긴장된 목소리로 긴급 속보를 전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이 서울에 핵무기를 투하 하겠다는 노골적인 협박 방송을 내보냈습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북한 조선중앙방송 남성 앵커의 패기넘치는 목소리가 차 안에 울려퍼졌다.

-조선인민공화국의 최고존엄을 연일 중상모략하는 남조선 괴뢰도당들의 모략협잡질이 도를 넘고 있다!

-우리 조선인민공화국은 남조선 괴뢰도당의 불측한 모략을 분쇄하기 위해 모략책동분자들의 주요 거점인 서울을 핵무기로 끝장낼 만반의 준비를 끝낸 상태이다!

-남조선 괴뢰파쇼정권이 끝까지 최고존엄과 고귀한 백두혈동을 향한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더러운 망발을 지속한다면, 우리 조선인민공화국의 전지전능한 핵무기가 서울을 온통 불바다 지옥으로 만들 것이다!

북한놈들이 또 다시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한국을 대놓고 겁박하고 있었다.

돈달라는 소리였다.

거지발싸개 같은 개자식들의 뻔한 개수작이었다.

이제 한국 정부는 비공개 루트를 이용해 북한 측에 막대한 달러를 제공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진보정권과 보수정권을 막론하고 한국은 북한에 질질 끌려다니고 있었다.

북한을 감당할 만한 역량이 전무한 탓이다.

수중에 핵무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북한은 이미 수십여 개에 달하는 플루토늄급 핵무기를 실전배치한 상황이었다.

그들의 주장대로 한국을 끝장낼 수 있는 만반의 채비를 끝마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비핵화라는 말도 안되는 정책을 대내외에 천명하는 커다란 우를 범한 상태였다. 그 덕분에 용산기지에 있었던 핵무기가 오키나와로 이전되어 버렸다.

등신머저리 같은 비핵화 정책의 산물이었다.

당연히 중국과 북한, 일본은 한국의 비핵화 정책을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한국 스스로 국방력을 약화시키겠다고 자폭한 것이나 매한가지인 탓이다.

나는 이런 불합리한 현실을 한방에 타개하고 싶었다.

그런 이유로 핵무기 개발에 나름 공을 들이고 있었다.

내 스스로의 힘으로 중국과 북한, 일본 등에게 연일 조리돌림 당하는 한국을 지켜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들이 뇌리를 주마등처럼 스칠 무렵, 나를 태운 방탄 리무진이 켄싱턴 빌딩에 도착했다.

***

지하 주차장 VVIP 구역에 설치된 고속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130층 펜트하우스로 직행했다.

펜트하우스에서 아침을 해결한 뒤 옥상 전망대로 올라갔다.

켄싱턴 빌딩 전망대에서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자 저 멀리 위치한 중국의 산동반도가 시야에 포착됐다.

오늘은 날이 좋은 탓에 산동반동까지 희미하게 보이고 있었다.

원래 한국의 인천과 산동 반도는 구석기 시대에 한대륙으로 연결된 곳이었다.

그런 탓으로 고대 사학자와 유전학자들은 산동반도를 한민족의 고유 영역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곧잘 하곤 한다.

산동반도 사람들과 한국인들의 유전자가 90% 이상 일치하는 반면, 중국 한족들과는 확연히 다른 유전자가 검출된다는 게 주요 이유였다.

중국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속담 중에 산동호한과 동북호한이란 말이 있다.

호랑이처럼 체격이 강건하고 성정이 불같은 산동 남자와 고려 남자들을 상징하는 격언이다.

반면 중국 한족들은 체격이 작고 성격도 여성스러운 경향이 강하다.

산동반도 사람들과 확연히 다른 기질이다.

그런 때문일까. 중국의 저명한 유전학자들은 산동사람과 한족을 전혀 다른 민족으로 구분짓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산동인들과 한국인들의 유전적인 유사성에 깊숙이 몰입할 찰나, 등 뒤에서 김태구 경호팀장의 선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영중공업의 한영덕 기술 이사를 접견실로 안내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리 화답한 뒤 접견실로 내려갔다.

접견실에 들어서자 소파에 앉아 있던 한영덕 이사가 제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정중한 자세로 인사를 해왔다.

"부회장님을 만나뵙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는 대영중공업의 원자력 발전 분야를 전담하는 저명한 핵물리학자 출신이었다.

"저 역시 마찬가지 심경입니다. 이제 편히 앉으시죠. 박사님."

"예. 부회장님."

우리는 커피를 음미하며 본격적인 담론에 돌입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나눈 대화에 대해서 철저히 함구해 주십시오. 남들이 알아봤자 좋을 일이 없으니까."

"명심하겠습니다."

한영덕은 그리 말하며 내 입을 조심스럽게 주시했다.

그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속엣말을 내뱉었다.

"저는 원자력발전소의 부산물인 이용후 핵연료를 이용해서, 개인적으로 핵무기를 제조할 생각입니다. 물론 저에게는 그만한 능력과 힘이 있습니다."

한 박사가 경악한 얼굴로 물었다.

"그게 가능한 일입니까?"

"충분히 가능합니다. 러시아와 유럽에는 개인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한 인사들이 여럿 있습니다. 저도 그 중의 한명이 되고 싶은거죠."

"그런 소문은 저도 들어봤지만, 한국에서 그런 일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재가가...?"

"그 점에 관해서는 우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차피 미국 정부도 내 편이 될 예정이니까."

자신만만한 어조로 그리 확언하자, 한 박사가 감탄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봤다.

그에게 나직한 어조로 물었다.

"핵무기를 제조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까요?"

그가 기다렸다는 듯 즉답했다.

"플루토늄 핵무기의 경우 4개월이면 제조가 가능합니다."

"플루토늄보다 파괴력이 수십 수백배 이상 강력한 수소폭탄도 제조가 가능한 겁니까?"

"당연히 가능합니다. 한국의 기술력이라면 8개월 정도의 시간 안에 충분히 개발완료가 될 겁니다."

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이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서 핵무기를 개발하려면 국제원자력 사찰기구인 IAEA의 눈을 속여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형편인지라..."

한 박사는 내 눈치를 살핀 뒤 다시 입을 열었다.

"원자력발전소를 돌리면, 부산물인 사용후 핵연료가 생성됩니다. 핵연료에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뽑아내는 재처리 기술을 적용하면, 자연스럽게 핵무기가 완성되는 거죠."

그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한국의 원자력발전소는 사용후 핵연료를 건식 혹은 습식 저장시설에 매장합니다. IAEA는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을 주기적으로 방문하며 핵연료의 양을 세밀하게 관측하는 한편, 한국 정부에 경고 메시지를 암묵적으로 전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IAEA는 미국 정부의 산하 단체나 매한가지였다.

그 말인즉슨 미국 대통령을 내 사람으로 만들 경우 얼마든지 핵무기 개발이 가능하다는 의미였다.

한 박사에게 넌지시 말했다.

"저 나름대로 복안이 있으니 박사님께서는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에 역량이 있는 분들 중심으로 연구조직을 만들어 주십시오."

"정말 미국 정부와 IAEA의 감시망을 피할 복안이 있으신 겁니까?"

"네. 믿으셔도 좋습니다. 저는 한 입으로 두말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결연한 어조로 말하자, 그제야 한 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부회장님 말씀대로 믿을만한 연구원들과 팀을 구성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연구원 분들에게 1인당 15억원에 달하는 고액연봉을 약속드리죠. 그리고 박사님에겐 25억을 연봉으로 지급해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한 박사가 감격한 얼굴로 나를 향해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부회장님을 위해 앞으로 견마지로를 다하겠습니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나직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오늘 이 곳에서 나눈 대화를 일체 함구해 주십시오."

"염려마십시오. 부회장님."

"그럼 박사님만 믿겠습니다."

***

서울 동부구치소.

차재성은 2평 남짓한 개인 독방에서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타개할 비책 찾기에 골몰했다.

그는 정관계의 유력인사들에게 연일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그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제야 차재성은 자신이 심각한 상황에 처했음을 인지했다.

결국 그는 전가의 보도를 꺼내들기로 작심했다.

일본 정부를 움직여서 한국 정부에 압박을 가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재성은 일본 수상인 고이케에게 긴급 연락을 취했다.

***

늦은 밤.

이영박은 청와대의 관저를 거닐며 고이케 수상의 친필서한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친필 서한에는 일본 기업으로 분류되는 낙원그룹의 차재성 회장을 한국 정부가 법적으로 단죄할 경우, 일한 양국 간의 정치 경제 문제가 전면적으로 비화될 것이라는 경고성 멘트가 가득 적혀 있었다.

또한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핵심 부품과 소재가 수출중단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이케 수상은 언급하고 있었다.

그런 탓일까. 영박의 얼굴이 점점 심각해졌다.

아직 한국은 일본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기술을 필요로하고 있었다.

그들의 핵심 부품과 소재가 없으면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제대로 생산조차 못하는 형국이었다.

결국 그는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 김한빈에게 알리기로 마음먹었다.

***

청와대 경호실에서 보내온 리무진에 몸을 실었다.

대략 3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무렵, 나를 태운 차량이 청와대 경내로 진입했다.

청와대 관저로 들어서자 청와대 비서진들이 나를 맞이했다.

그들에게 목례를 취한 뒤 서재로 짐작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재 안으로 들어서자 이영박 대통령이 침중한 얼굴로 나를 맞이했다.

"일본 수상이 보내온 친필 서한을 보십시오."

그가 건넨 서한에 시선을 고정했다.

일본 수상이란 개자식은 노골적인 협박성 멘트를 서한 안에 가득 담아낸 상태였다.

차재성을 무사히 풀어주지 않을 경우,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를 전면적으로 금수조치 하겠다는 내용이 태반이었다.

서한을 영박에게 되돌려준 뒤 나직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차재성을 풀어 주십시오."

"그래도 되겠소? 그 자를 잡아들이기 위해 수천억을 소요했는데?"

"이번 기회에 차 회장의 명줄을 끊을 생각입니다. 그러니 국정원이 관리하는 암살 독극물을 저에게 제공해 주십시오."

순간 영박이 흠칫한 얼굴로 나를 빤히 쳐다봤다.

내 발언에 충격을 받은 눈치였다.

"일본의 우익세력과 연계된 차재성은 반드시 제거해야 하는 인물입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질테니 대통령님은 저에게 모르는 척 협력해 주십시오."

그가 당혹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정말 이 일을 김 회장 혼자서 감당 할 수 있겠소?"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습니다."

"그리 장담하시는 이유가 뭐요?"

"제 뒤에는 미국 정부가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영박이 긴가민가하는 얼굴로 물었다.

"아담 페런 상원의원을 말하는 거요?"

"대충 맞습니다. 그러니 내 말대로 국정원에서 관리 중인 암살 독극물을 제공해 주십시오. 그렇게만 해주시면 책임지고 차재성을 처리해 드리죠."

허나, 그는 여전히 주저하는 눈치였다.

그런 탓으로, 돈 욕심이 남다른 그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낙원그룹을 수중에 넣어야 대통령님에게 6천억을 통치자금으로 제공할 여력이 생깁니다. 그 점을 유념해 주십시오."

내 전략이 주효했음인가?

드디어 영박의 입에서 내가 원하는 답변이 흘러나왔다.

"국정원에 말해 놓을테니, 조용히 일을 처리해 주십시오."

"그점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청와대 관저를 유유히 빠져나왔다.

***

상지원.

거실 소파에 온몸을 깊숙이 파묻은 채 TV 뉴스에 이목을 집중했다.

-일본의 오사카 지역에서 대규모 혐한 시위가 발생했습니다.

-재특회 소속으로 알려진 일본의 혐한 시위대는 '한국인을 때려죽이자!' '한국 여성을 모조리 강간하자!' 등의 차마 입에 담기조차 힘든 폭언이 적힌 플래카드를 든 채, 주변을 오가는 한국인 관광객과 재일동포 등을 대상으로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습니다.

-그럼에도 현지의 일본 경찰들은 혐한 시위대에게 피해를 당하는 한국인과 재일동포들에게 그 어떤 보호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 정부에 심심한 유감을 표명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략...

한국 정부는 일본인들의 노골적인 인종차별 행위에 대해서 이렇다할 대응조차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능력한 한국 정부의 씁쓸한 민낯이었다.

자국민의 안위조차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는 한국 정부는 존재의미 자체를 상실한지 이미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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