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화 여우 사냥
차재일 부회장은 차재성 회장의 유일한 친동생이었다.
그런 이유로 차씨 집안에서 발언권이 강한 편이었다.
더구나 그는 일본 핏줄이 섞인 차현수보다는 차경수를 암묵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차현수에게 그룹의 대권이 넘어갈 경우, 자신의 몫이 대폭 줄어들 것을 우려한 탓이다. 그는 낙원그룹의 영업이익 대다수를 일본으로 빼돌리는, 낙원재팬의 수장인 차현수를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차재일은 장내에 나타나자마자 노골적으로 차경수의 편을 들었다.
“집안의 장손이라는 놈이 부검실에서 이 무슨 행패인 게냐!”
그는 못마땅한 눈빛을 적나라하게 내비치며 차현수에게 일침을 가했다.
그런 탓일까. 현수가 성난 얼굴로 차재일과 차경수를 매섭게 돌아본 뒤 씹어뱉듯이 말을 내뱉었다.
“작은아버지는 늦게 오신 주제에 뭐가 잘났다고 집안의 장손인 저에게 큰소리를 치시는 겁니까!”
현수가 특유의 일본말로 격한 언성을 내뱉자, 재일은 일순 할 말을 잃었다.
집안사람들이 다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을 집안의 어른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명백하게 드러낸 탓이다.
재일이 온몸을 부들거리며 차현수에게 한국어로 격렬한 어조를 내뱉었다.
“빌어먹을 쪽바리 자식 주제에, 감히 집안의 큰 어른을 모독하다니! 이 개 같은 일본 놈 따위가······.”
하나 현수는 그를 도외시한 채 부검실 밖으로 발걸음을 옮긴 지 이미 오래였다.
그런 모습에 경수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그려졌다.
***
다음 날 저녁 무렵.
차재성 회장의 장례식장에 중앙지검 소속 검찰 수사관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상주 역할을 도맡은 현수에게 긴급 체포영장을 제시한 뒤, 전격적으로 중앙지검에 강제 소환했다.
그날 밤, 중앙지검 취조실.
이도형 부장검사는 맞은편에 앉아 있는 차현수에게 유창한 일본어로 질문을 던졌다.
“조애숙에게 강제로 관계를 요구하셨습니까?”
현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 여자가 저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건가요?”
“네. 맞습니다. 수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진술하더군요. 물론 병원에서 발급받은 진단서까지 검찰에 제출했습니다.”
현수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지금 당장 저의 변호사를 불러주십시오.”
“그건 나중에 부르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 저에게 사실대로 말씀해 주시죠. 조애숙의 말대로 강제로 관계를 맺으려 한 게 사실입니까?”
“그건 변호사의 입회하에 말씀드리겠습니다.”
“할 수 없군요. 그럼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
그리 말하며 현수에게 핸드폰을 사용해도 좋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40분 후.
중앙지검 취조실에 낙원그룹 법무실장이 나타났다.
그는 차현수와 귓속말을 주고받은 뒤 이도형 검사에게 말했다.
“앞으로 저에게 질문을 해주십시오.”
“좋습니다.”
이도형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조애숙이 중앙지검에 제출한 병원 진단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진단서에는 성폭행이 유력하다는 담당 의사의 소견 내용이 첨부되어 있었다.
법무실장은 진단서를 자세히 살핀 뒤 차현수와 다시 귓속말로 의견을 교환했다.
그런 모습을 유심히 주시하던 이도형의 입에서 폭탄 발언이 튀어나왔다.
“차현수 씨를 성폭행과 공갈협박 혐의로 법원에 구속영장 발부를 신청할 계획이니까 그리 알고 계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취조실에서 유유히 사라졌다.
현수는 미칠 노릇이었다.
2년 전에 합의한 사건을 조애숙이 다시 공론화한 까닭이었다.
“이걸 어쩌면 좋습니까.”
“일단 영장 전담 판사가 누군지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법무실장의 미덥지 못한 말에 현수가 버럭 했다.
“만약 내가 구속된다면 당신은 그날부로 해고니까 알아서 하십시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선 갖고는 안 돼요! 무조건 구속영장 발부를 막으시라고요.”
하나, 법무실장은 당황한 얼굴로 연신 허리를 굽실거릴 뿐이었다.
***
과천정부 종합청사에 대영중공업의 경영진 일행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오늘 이곳에서 오종덕 국무총리와 원자력발전소 건립과 운영에 관한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었다.
얼마 후 그들은 컨퍼런스 홀에서 오종덕 총리와 총 10개에 달하는 원자력발전소 설립과 운영 협약을 공식적으로 체결했다.
그 대가로 대영중공업은 한 달 이내에 사업 보증금 1조 1천억을 정부의 공식 계좌에 납입하기로 약속했다. 일사천리였다.
***
상지원에 대영중공업의 김태정 사장이 나타났다.
우리는 접견실에서 다과를 즐기며 원자력발전소 설립과 운영에 관한 제반 사항에 대해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원자력발전소 예정 부지를 확보하셨습니까?”
김태정이 기다렸다는 듯 즉답했다.
“낙후된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대략 20개에 달하는 후보 지역을 선정했습니다.”
그에게 지침을 하달했다.
“지역주민들에게 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서면 일자리가 생기고 각종 복리후생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널리 홍보하십시오.”
“말씀대로 조치하겠습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우려되는 사항이 있습니다.”
“그게 뭐죠.”
“환경단체들이 원자력발전소 건립을 조직적으로 반대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들이 결사적으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반대한다면 지역 주민 설득이······.”
그가 말꼬리를 흐리며 내 눈치를 살폈다.
“돈질을 하세요. 그놈들은 환경이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관심이 없어요. 오로지 돈을 목적으로 움직이는 놈들이니까 원하는 만큼 현금을 지불하세요.”
그제야 김태정이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복명했다.
“예. 부회장님.”
“이만 가보세요.”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김 사장은 그 말을 끝으로 접견실에서 조심스럽게 물러났다.
그가 사라지자마자 이태강이 장내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은 뒤 넌지시 입을 열었다.
“법원에서 차현수의 구속영장을 발부했어.”
“잘됐군요. 수고하셨습니다.”
“약속이나 잊지 말라고.”
태강은 노골적으로 돈을 내놓으라는 눈빛을 내비쳤다.
고개를 끄덕이며 책상 서랍을 열었다.
서랍에서 꺼낸 CD 한 장을 그에게 내밀었다.
“스위스의 UPS 은행이 발행한 4,200만 불(500억) 상당의 무기명 양도성 예금증섭니다.”
그는 CD를 양복 상의 안주머니에 조심스럽게 수납하자마자 곧바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언제든지 내가 필요하면 연락을 하라고.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올 테니까.”
그 말을 끝으로 접견실에서 유유히 사라졌다.
이태강 역시 돈에 환장한 양반이었다.
이영박과 오십보백보였다.
물론 그런 이유로 내 뜻대로 조종이 가능한 인물이었다.
***
상암동 켄싱턴 빌딩.
129층 사무실에서 대영그룹과 태산그룹의 굵직한 사안에 대해 부회장 직인을 기계적으로 날인할 즈음, 벽면을 장식한 대화면 TV에서 오전 뉴스가 흘러나왔다.
-오늘 새벽 05시경. 서울 중부지법은 낙원재팬 차현수 사장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법원 측은 죄질이 무겁고, 도주와 증거 인멸의 가능성이 높다면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전격적으로 발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단계 작업이 끝났다.
이제 2단계 작업에 돌입할 차례였다.
곧바로 이태강에게 전화를 돌렸다.
***
낙원호텔 강남 본점 펜트하우스에 이태강 검찰 총장과 낙원그룹 차재일 부회장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태강이 먼저 운을 뗐다.
“아시다시피 낙원그룹의 차기 총수로 유력한 낙원재팬의 차현수 사장이 성폭행 혐의로 동부구치소에 구속 수감되었습니다.”
차재일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런 말씀을 왜, 저에게 하시는 겁니까?”
태강이 고개를 끄덕이며 재차 입을 열었다.
“VIP께서는 차현수를 일본으로 국부를 유출하는 데 앞장서는 매국노로 생각하고 계십니다.”
순간 재일이 반색하는 얼굴로 재차 물었다.
“그 말씀이 사실인가요?”
“네. 그래서 이런 말씀을 부회장님에게 드리는 겁니다.”
재일의 두뇌가 영활하게 회전했다.
그때, 태강의 목소리가 그의 귓전을 천둥처럼 강타했다.
“한마디로 VIP께서는 낙원그룹의 차기 총수로 차경수 회장이 적합하다 생각하고 계십니다.”
내심 긴가민가하던 일이 현실화되자, 재일은 자신의 할 일이 무엇인지 빠르게 염두를 굴렸다.
그러기를 잠시 뒤, 그의 입에서 태강이 원하는 내용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제가 책임지고 차경수 상무를 낙원그룹의 신임 회장으로 추대하겠습니다.”
“역시 말이 잘 통하시는 분이군요. 우하하하······.”
태강은 호탕한 웃음을 토해낸 뒤 재차 입을 열었다.
“차현수를 지지하는 경영진들의 명단을 저에게 주십시오. 그리고 그들의 약점도 건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단시간 내에 그들의 약점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이번 일만 제대로 처리해 주시면, 굵직한 계열사를 부회장님에게 떼어드리겠습니다.”
그러자 재일이 감격한 얼굴로 태강을 향해 넙죽 허리를 굽혔다.
“감사합니다. 총장님. 이 은혜를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날 이후, 차현수를 지지하는 낙원그룹 경영진들이 하나둘씩 중앙지검에 소환당하기 시작했다.
***
동부구치소에 수감된 차현수는 자신을 구명하기 위해 백방으로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이렇다 하게 도움받을 만한 인사들이 없었다.
그를 지지하던 그룹 경영진들이 하루아침에 돌변한 탓이다.
그들은 일본으로 그룹의 막대한 자본을 대규모로 유출하는 차현수를 공식, 비공식 석상을 막론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격렬하게 성토했다.
그랬기 때문일까. 현수는 피를 토하는 심경으로 그들과 의절하기로 결심했다.
그 후, 야마토 재단에 도움을 청하기로 마음먹었다.
한국 정부에 외압을 행사하기 위함이었다.
그에게 유일하게 남아 있는 비장의 카드였다.
늦은 밤.
동경 수상관저에 야마토 재단의 구마모토 회장이 나타났다.
구마모토는 고이스케 수상에게 단도직입적인 언사를 내뱉었다.
“한국 교도소에 수감된 차현수 사장을 일본 정부 차원에서 구명해 주시오.”
그러자 고이스케가 난색을 표명했다.
“이번 사건에 회장님은 관여하지 마십시오.”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요?”
“차현수 사장이 수감된 이유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파렴치한 성폭행 혐의 때문입니다. 우리 일본 정부가 나서기에는 사안이 미묘하다는 뜻입니다.”
“흐으음······.”
구마모토의 입에서 깊숙한 한숨이 새어 나왔다.
고이스케의 말에 일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차현수를 한국 교도소에서 빼낼 방법이 전무하다는 말씀이시오.”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구마모토는 일본 우익 세력의 정점이었다.
그런 이유로 고이스케는 구마모토를 극진히 대했다.
하나, 성폭행 혐의로 수감된 인사를 구명하기 위해서 일본 정부가 나서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국제무대에서 격렬한 비난에 직면할 공산이 컸기 때문이다.
총리 관저를 나서는 구마모토의 입가에 씁쓸한 고소가 내걸렸다.
그 역시 이번 사안에 도움을 주기가 난망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한국에 있는 차현수의 귀에 실시간으로 전달됐다.
***
동부구치소 접견실.
차현수는 낙원그룹의 법무실장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영박 대통령에게 거래를 제안하세요.”
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통치자금으로 300억을 건넬 의향이 있다고 전하세요.”
“말씀대로 조치하겠습니다.”
며칠 후.
동부구치소 접견실에 낙원그룹 법무실장이 다시 나타났다.
“죄송하지만 이영박 대통령은 저희 측 제안에 미온적인 반응으로 일관했습니다.”
“그 말이 사실입니까?”
“네. 법적인 사안에 관여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차현수는 자신이 빠져나올 수 없는 덫에 걸렸음을 직감했다.
그때, 장내에 차재일 부회장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베어 문 채 노골적인 언사를 내뱉었다.
“네놈이 교도소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알려주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현수가 따지듯 묻자, 재일이 못마땅한 얼굴로 쏘아붙였다.
“잠자코 내 말이나 먼저 들어봐.”
그제야 현수가 머리를 끄덕이며 입을 다물었다.
재일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룹의 경영권을 포기한다는 뜻을 언론에 표명해. 그렇게만 하면 형 집행정지로 네놈을 빼주지. 그리고 일본으로 향하는 밀항선을 알아봐 줄게.”
현수의 만면 가득 극심한 갈등이 그려졌다.
그는 교도소에서 나갈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룹의 대권을 포기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의 제안을 섣불리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었다.
그때, 재일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접견실에 재차 울려 퍼졌다.
“일단 일본으로 몸을 피신하는 게 급선무야. 그 점을 최우선적으로 유념하게.”
결국 현수는 그의 제안을 못 이기는 척 수용했다.
“좋습니다. 원하시는 대로 한국 언론에 낙원그룹의 경영권을 포기한다는 점을 밝히겠습니다.”
“좋아. 잘 생각했다.”
“대신 저를 형 집행정지로 풀어주겠다는 확실한 약속을 해주십시오.”
“그 점은 걱정 마라. 검찰 총장이 내일 너를 방문할 테니까.”
***
다음 날.
동부구치소 접견실에 이태강 검찰 총장이 나타났다.
그의 손에는 형 집행정지 서류가 들려 있었다.
태강이 그 서류를 차현수에게 건넸다.
“약속대로 언론에 그룹의 대권을 포기하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하십시오.”
차현수가 어금니를 피가 나도록 앙다물며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후.
현수를 태운 밀항선이 일본 주고쿠항에 나타났다.
이런 사실은 한국에 있는 김한빈의 귀에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
상지원으로 차경수를 호출했다.
녀석은 낙원그룹 임시주총에서 신임 회장으로 선출될 예정이었다.
면전에 시립한 경수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룹 회장에 취임하자마자 낙원그룹이 보유한 수도권 요지의 부동산을 내가 지정한 사모펀드에 시세의 10분의 1 가격으로 매각하십시오.”
그러자 녀석이 앓는 듯한 얼굴로 읍소했다.
“그건 너무 지나친 처사 같습니다. 회장님.”
“요즘 부동산 경기가 개판이에요. 미국발 부동산 폭락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마찬가지라는 뜻입니다.”
“그래도 수도권 부동산은 불패나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제발 한 번만 저를 도와주십시오. 회장님.”
“우리 차경수씨는 뒷간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는 속담을 몸소 실천하시는 분이군요. 죽고 싶어서 환장한 모양이네요.”
그리 말하며 이태강에게 전화를 돌렸다.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내 뜻을 그에게 밝혔다.
“차경수를 비자금 조성과 외환 밀반출, 조세 포탈, 횡령 배임, 그리고 성폭행 혐의로 지금 당장 구속하세요. 아직 제정신을 못 차린 거 같으니까.”
내 전화 내용을 고스란히 엿듣고 있던 경수가 사색에 질린 얼굴로 온몸을 벌벌 떨었다.
그때 수화기에서 태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옆에 차경수가 있나?
“네. 있습니다. 자기 주제도 모르고 저에게 기어오르더군요. 그러니 형님께서 따끔하게 혼꾸멍내 주십시오.”
그리 말하며 폰을 경수의 손에 쥐여 주었다.
잠시 후.
녀석은 잔뜩 겁먹은 얼굴로 태강과 전화통화를 나눴다.
그에게 쓴소리를 듣는 눈치였다.
아니나 다를까. 통화가 끝나자마자 내 발밑에 납작 엎드렸다.
“원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한 번만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회장님.”
녀석은 태강에게 약점을 단단히 잡힌 상태였다.
그런 탓인지 금세 고분고분해졌다.
내가 원하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