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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재벌이 돈을 숨김-130화 (130/175)

130화 핵무기 개발의 목적

"그림자 정부 역시 이해관계가 얽힌 집단인 탓에 여러개의 파벌이 존재하지. 그 중에서도 대중 유화파와 대중 강경파의 알력이 심각한 수준일세."

아담의 설명은 길게 이어졌다.

"1970년대 러시아의 전신인 소비에트 연방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을 이용하자는 어젠다가 그림자 정부를 지배했네. 그 결과 대중 유화파의 거두인 헨리 키신저가 북경에서 당시 총리인 주은래와 만나서 미중 관계개선 회담을 가졌지."

"그날 이후, 미국의 천문학적인 자본이 중국에 물밀듯이 흘러들어갔네. 유럽과 일본 역시 마찬가지고. 그렇게 중국은 미국의 도움으로 전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급성장했지. 그리고 오늘날 우리 미국의 심복지환으로 거듭나게 되었네."

그의 입가에 자조섞인 고소가 내걸렸다.

"지금 현재 그림자 정부는 심각한 내홍에 휩싸인 상태일세. 대중 유화파와 대중 강경파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는 중이지."

아담에게 넌지시 물었다.

"그림자 정부의 대중 유화파들은 무슨 이유로 중국을 편드는 겁니까?"

그가 즉답했다.

"당연히 돈 때문이지. 그들이 벌여놓은 중국내 사업이 수조달러에 달하고 있네. 그런 이유로 중국을 대상으로하는 경제제재에 대해서 극렬하게 반대하는 걸세."

그림자 정부 또한 돈 앞에서 자유롭지 못한 조직이었다.

그에게 재차 물었다.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공화당은 그림자 정부의 꼭두각시에 불과한 건가요?"

"좋은 질문이군."

아담이 고개를 끄덕이며 친근한 어조로 설명을 이어갔다.

"민주당과 공화당 역시 대중 유화파와 강경파 의원들이 비슷한 비율로 분포되어 있네. 그리고 미국 대통령 또한 그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지."

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민주당 출신의 아바마 대통령은 대중 유화파 진영이 배출한 인물일세. 그런 탓에 그림자 정부의 대중 강경파들과 불편한 관계에 놓여 있지."

"아바마가 친중 대통령이라는 말씀인가요?"

아담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에게 제일 중요한 질문을 할 차례였다.

답변 여하에 따라서 그와의 관계가 소원해질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그의 본심을 알고 싶은 욕망이 더욱 강했기에, 직설적인 화법으로 질문을 던졌다.

"의원님은 대중 유화파와 강경파 중에 어디를 지지하십니까?"

그가 심유한 눈빛을 내비치며 대답했다.

"당연히 나는 대중 강경파를 지지하는 입장일세. 빌어먹을 중국 공산당은 내 스타일이 아니거든."

한결 마음이 놓이는 순간이었다.

"저 역시 의원님과 같은 입장입니다. 악마같은 중국 공산당 놈들은 반드시 개박살을 내야 한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해오고 있었습니다."

그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내걸렸다.

"내가 사람을 제대로 봤구만."

"과찬이십니다. 의원님."

그리 말하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벌써 갈 생각인가?"

"네.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거든요."

"그럼 이번주 목요일 저녁에 뉴저지에 있는 내 집으로 찾아오게."

"예. 의원님."

***

아담의 사무실을 나서자마자 소더비 경매장으로 직행했다.

이서연이 점찍은 고가의 미술품을 구입하기 위함이었다.

경매장에 들어서자 뒷쪽에 앉아 있던 서연이 나를 향해 조신하게 팔을 흔들었다.

곧바로 그녀의 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옆자리에 자리를 잡은 뒤, 서연에게 나직한 어조로 물었다.

"경매가 언제 시작되죠?"

"조금 있으면 경매가 시작될 거에요. 그런데 아침부터 어딜 갔다 오신거죠?"

"급하게 만날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녀가 섭섭한 표정을 지으며 곱게 눈을 홀겼다.

"미안합니다. 서연씨."

"알면, 앞으로 저한테 잘하세요."

"당연히 그럴 생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밤에 뮤지컬이나 같이 보시죠."

서연에게 오페라의 유령 티겟을 내밀었다.

그러자 언제 그랬냐는 듯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내 품에 포근히 안겨왔다.

"고마워요. 한빈씨."

"별말씀을. 우리 사이에."

서연이 고혹적인 눈웃음을 내비치며 내 입술에 진한 키스를 선사했다.

놀랍게도 그녀는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았다.

이 곳이 뉴욕인 점이 크게 작용한 모양이었다.

잠시 뒤, 미술품 경매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목표한 미술품이 나오자마자 최고가를 배팅했다.

그 덕분에 순조롭게 미술품을 구매하는데 성공했다.

그날 밤.

서연과 브로드웨이를 방문했다.

우리는 오페라의 유령을 관람하는 한편, 뜨거운 키스를 나누는데 전념했다.

뒷좌석에 자리를 잡은 터라, 남들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거의 없었다.

그 덕분에 오페라의 유령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다.

서연의 애틋한 키스를 거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

목요일 저녁.

아담 상원의원의 뉴저지 대저택을 방문했다.

서연은 이미 한국으로 떠난 상태였다.

그런 탓에 홀가분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아담과 저녁식사를 함께한 뒤 저택 뒤편에 위치한 헬기 계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후, 우리를 태운 헬기가 지상을 힘차게 이륙했다.

4시간의 비행 끝에 텍사스 인근의 대저택에 도착했다.

저택 곳곳에는 수십여대의 헬기가 늘어서 있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헬기를 교통수단으로 활용한 모양이었다.

아담이 나에게 귓속말을 전했다.

"되도록이면 침묵을 유지하게. 그 편이 자네에게 좋을 걸세."

"명심하겠습니다."

그때, 턱시도 차림새의 남자가 우리 앞에 나타났다.

그는 아담에게 목례를 취한 뒤 나를 의심스런 눈초리로 쳐다봤다.

"이 남성분은 누구신지...?"

아담이 그에게 나를 소개했다.

"한국에서 비지니스를 크게 하는 김한빈 회장입니다."

"죄송하지만 외부인을 함부로 들이지 말라는 위원회의 지침이 있었습니다."

"내가 추천하는 사람이니까, 괜한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좋습니다. 그럼 이분을 참관인 석으로 안내하겠습니다."

남자는 그리 말하며 나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보냈다.

그러자 아담이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가도 좋다는 제스츄어를 했다.

집사 차림의 남자는 2층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 곳에는 1층 회의실을 참관할 수 있는 테라스가 있었다.

집사는 나를 테라스의 한켠으로 안내한 뒤 사무적인 어조로 입을 열었다.

"샴페인과 포도주를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장내에서 신속하게 사라졌다.

몇분 뒤 웨이터 복장의 남자가 샴페인과 포도주가 가득 들어찬 글라스 2개를 들고왔다.

그에게 감사를 표하며 1층 회의실을 매의 시선으로 살폈다.

회의실에는 총 12명이 배석한 채 중국을 주제로 뜨거운 설전을 이어가고 있었다.

"중국을 대상으로 군사적인 제재를 가할 경우, 핵무기를 반격수단으로 이용할 것이 자명합니다."

"이미 중국은 군사적인 제재가 불가능한 수준이에요."

"그렇다고 경제적인 제재를 가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요."

"중국에 투자한 자본이 수조달러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경제적인 제재를 추구한다면, 우리 역시 막대한 피해를 볼 겁니다."

그때, 아담 상원의원의 묵직한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퍼졌다.

"중국 공산당을 수수방관한다면 우리 미국은 크나큰 피해를 입게 될 겁니다."

그의 열변은 길게 이어졌다.

"중국 공산당은 인간의 탈을 쓴 악마나 진배없습니다. 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를 멸망시킬 각종 악랄한 계획을 실행하는데 혈안이라는 말씀입니다. 저는 중국의 북경과 상해, 심천 등을 목표로 무자비한 핵폭격을 감행해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그의 초강경발언이 떨어지자 장내가 벌집을 쑤신듯 소란스러워졌다.

직후 아담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언사가 줄을 이었다.

"당신같은 작자 때문에 인류가 핵전쟁의 위협에 시달리는 거에요!"

"저 사람은 입만 열면 핵무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궤변을 늘어놓더군요."

"중국에 투자한 돈이 없다고 너무 말을 심하게 하시는거 아닙니까?"

"당신은 중국이 망해도 피해가 없겠지만, 우리는 중국이 망하면 커다란 피해를 입게 됩니다. 그 점을 유념해 주십시오. 아담 의원님."

아담은 장내의 인사들이 자신을 연달아 성토하자, 못마땅한 얼굴로 회의실을 박차고 나왔다. 화가 단단히 난 모양새였다.

***

뉴저지로 향하는 헬기 안에서 아담의 불만스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돈에 환장한 저런 속물들 때문에 중국 공산당 놈들이 기고만장하는 걸세."

그의 비난은 계속 이어졌다.

"공산당 놈들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저런 한심한 것들 때문에, 우리 미국의 앞날이 참으로 걱정되는군."

나 역시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경제제재를 취해서 중국에 압력을 행사하는건 어떨런지요?"

그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경제제재도 쉽지않은 일이야. 중국에서 벌어들이는 돈에 환장한 그림자 정부 인사들이 너무 많아.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핵무기를 중국 대륙에 전방위적으로 투하 하는 걸세."

아담은 중국에 핵폭격을 감행하고 싶어했다.

그 정도로 중국 공산당을 증오했다.

나와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그가 강렬한 눈빛을 내비치며 넌지시 물었다.

"김 회장의 핵무기 개발에 도움을 준다면, 내 요구를 들어주겠는가?"

"원하시는 바를 말씀해 주십시오."

"나는 중국 대륙에 핵무기를 투하 하는 것을 절실하게 원하고 있네."

예상대로였다.

"저 역시 의원님과 마찬가지로 중국 공산당 놈들을 지구상에서 영원히 발본색원할 계획입니다."

그가 감격한 얼굴로 내 손을 두손으로 부여잡았다.

"고맙네. 나와 뜻을 같이 해줘서!"

"오히려 제가 감사한 심경입니다. 의원님."

우리는 그날, 한마음 한뜻으로 의기투합했다.

중국 공산당 놈들을 지구상에서 무자비하게 분쇄하기로!

***

아담 페런은 맨해튼 인근의 사무실로 출근했다.

그는 모닝 커피를 음미하며 창 밖에 드리워진 빌딩 숲에 차분히 시선을 모았다.

아담은 한빈의 핵무기 개발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었다.

그가 개발한 핵무기를 이용해 중국 공산당을 궤멸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런 탓으로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핵사찰을 적극 무마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담은 금년 여름에 선출될 예정인 IAEA의 차기 사무총장직에 자기 인맥을 심기로 결심했다. IAEA의 핵사찰에서 한빈을 보호할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무총장직에 자기 사람을 심는 게 급선무였다.

그는 마음의 결정을 내린 뒤 아바마 대통령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다음날.

백악관을 내방한 아담 페런은, 대통령 집무실에서 아바마와 독대를 가졌다.

아담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IAEA의 차기 사무총장을 각하에게 추천드리고 싶어서 만남을 청했습니다."

"염두에 두신 인사가 있으십니까?"

"네. 락히드마틴의 전 회장인 오펜 하이머를 적극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오펜 하이머 회장이라면 저도 사적으로 친분이 있습니다."

아바마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의원님의 추천을 깊이 참고하겠습니다."

의례적인 언사였다.

그런 탓일까. 아담이 더욱 강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대통령 각하의 출신 지역구인 시카고 남부 지역에 락히드 마틴의 본사를 이전할 의향이 있습니다."

아담이 달콤한 거래를 제안해오자, 아바마가 반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시카고 남부 지역구에서 정치인으로 출세한 탓에, 그 곳에 남다른 애착이 있었다.

그런 때문일까. 아바마의 입에서 긍정적인 언사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의원님이 확실하게 약속을 해주신다면, IAEA 차기 사무총장으로 오펜 하이머를 적극적으로 고려해 보겠습니다."

"조만간에 시카고 남부 지역으로 락히드 마틴의 본사를 이전하는 계획서를 각하에게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의원님."

아바마는 정중한 자세로 아담에게 감사한 심경을 표명했다.

***

한국으로 귀국하자마자 경북 인근의 원자력발전소 예정 부지를 시찰했다.

이 곳은 지진 안전지대에 속한 지역이었다.

더구나 주변에 인가라곤 수백여호 남짓에 지나지 않았다.

원자력발전소를 설립하기에 천혜의 조건이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이미 원자력발전소 예정부지를 무단 점거한 채 지역 주민들을 선동하고 있었다.

그들의 목표는 당연히 돈이었다.

저들은 그저 손쉽게 돈을 벌기 위해 환경단체를 이용할 뿐이었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었다.

나를 수행하는 진대현 본부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환경단체의 수뇌부들을 돈으로 회유하세요."

"말씀대로 조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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