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화 궁극의 핵 운반체 스톰 쉐도우
상지원 접견실에 대영항공의 전현수 미사일 개발팀장이 나타났다.
그에게 소파에 앉을 것을 권유하자, 머리를 저으며 공손히 대답했다.
"저는 서 있는게 편합니다. 부회장님."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뒤 그에게 넌지시 운을 뗐다.
"레이더가 탐지 못하는 미사일이 현실에 존재할까요?"
그가 별일 아니라는 얼굴로 태연히 답변했다.
"미국이 보유한 스톰 쉐도우라면 충분히 가능할 겁니다."
"스톰 쉐도우가 뭡니까?"
"미국의 락히드 마틴이 극비리에 개발완료한 극초음속 미사일의 일종입니다. 거의 마하 20의 속도를 구현해 낼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 말이 사실입니까?"
"알만한 사람은 다아는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전현수의 말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았다.
미국은 불가능이 없는 나라였다.
극초음속 미사일 정도는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는 국가였다.
전현수에게 재차 질문을 던졌다.
"만약 우리 한국이 스톰 쉐도우를 이용해서 북한을 선제타격할 경우, 승산이 어느 정도 있다고 보십니까?"
그가 기다렸다는 듯 즉답했다.
"북한은 스톰 쉐도우를 탐지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지척에서 발사되는 극초음속 미사일이라..."
그는 말끝을 흐린 뒤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
"스톰 쉐도우를 효과적으로 이용한다면 북한의 핵전력과 생화학전력, 재래식 전력을 단시간 내에 궤멸시킬 수 있을 겁니다."
"한국의 피해규모를 어느 정도로 예상하십니까?"
"스톰 쉐도우가 본연의 위력을 발휘한다면, 한국은 매우 경미한 피해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확신합니다."
전현수의 말처럼 지근거리에서 발사되는 극초음속 미사일은 공포 그 자체였다.
레이더에 탐지될 가능성이 극히 미약했기 때문이다.
중국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한국에서 중국은 겨우 수백킬로 내외의 거리였다.
그들 역시 극초음속 미사일을 탐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내 심중에 핵탄두를 장착한 스톰 쉐도우가 중국과 북한을 동시다발적으로 타격하는 장면이 생생히 그려졌다.
중국 공산당과 북한 공산당은 지구상에서 영원히 삭제해야하는 악의 집단이었다.
중국과 북한을 동시에 궤멸시키는 게 최상책이었다.
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칠 찰나, 전현수의 목소리가 귓전에 울려퍼졌다.
"스톰 쉐도우 미사일의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락히드 마틴 측에 도움을 요청하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부회장님."
나 역시 그와 같은 생각이었다.
"그 문제는 제가 알아서 할테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 보십시오."
"예. 나중에 뵙겠습니다."
전현수는 그 말을 끝으로 접견실에서 조심스럽게 물러났다.
아무래도 아담 의원을 다시 만나야 할거 같았다.
그의 목표는 중국 공산당의 궤멸이었다.
그런 이유로 나에게 적극 협조하고 있었다.
내가 비밀리에 만든 핵무기를 이용해 중국 대륙을 무차별적으로 선제타격할 계획이었다.
우리는 이미 한배를 탄 사이였다.
나는 그에게 스톰 쉐도우 미사일의 최첨단 기술을 요구할 권리가 있었다.
반면 아담은 나에게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을 제공할 신성한 의무가 있었다.
아담에게 국제전화를 걸었다.
그를 한국에 초대할 생각이었다.
***
아담을 대동한 채 원자력발전소 예정부지인 지방 모처를 방문했다.
우리는 원자력발전소 부지를 둘러보는 한편, 진솔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아시다시피 한국과 중국은 지근거리에 위치한 이웃국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인즉슨 미사일을 이용한 선제타격에 최적화된 지리적 이점이 있다는 뜻입니다."
아담은 내 말을 경청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거렸다.
"스톰 쉐도우라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락히드 마틴이 극비리에 개발했다는 소문이 사실입니까?"
내 날카로운 질문에 놀랐음인가. 그의 눈빛에 순간적으로 미묘한 이채가 떠올랐다.
아담의 입에서 솔직한 답변이 흘러나왔다.
"자네의 짐작대로 락히드 마틴은 수년 전에 스톰 쉐도우를 개발 완료했네."
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가 뭔가?"
나 역시 그에게 진솔한 언사를 내뱉었다.
"대영항공에 스톰 쉐도우 미사일의 기술을 제공해 주십시오."
그가 침중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그런 이유로 내 입장을 재차 강하게 피력했다.
"스톰 쉐도우를 이용할 경우, 중국과 북한을 소리소문 없이 핵으로 선제타격할 수 있습니다."
"흐으음..."
아담의 입에서 침중한 한숨이 새어나왔다.
"중국과 북한을 동시에 핵으로 선제타격할 계획인가?"
"당연히 그리해야 합니다. 중국과 북한은 무조건 동시에 궤멸시켜야 뒷탈이 없습니다."
그가 고심이 역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생각할 시간을 주게."
"많이는 못 드립니다."
"48시간 안에 가부를 알려주겠네."
"좋습니다. 그럼 48시간 안에 결론을 내려주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우리는 각자의 갈길로 발길을 돌렸다.
***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클럽을 찾았다.
그녀들과 즐거운 시간을 함께하기 위함이었다.
라운지 테이블에서 병맥을 음미하며 스테이지로 시선을 돌렸다.
스테이지에는 아름다운 그녀가 광란의 춤사위를 펼치고 있었다.
문득 그녀의 얼굴이 낯이 익다는 느낌이 들었다.
곰곰이 생각하자 그녀가 누군지 절로 알게됐다.
그녀는 재벌가 로열패밀리 출신인 한소정이었다.
우리는 나름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그런 탓일까. 그녀 역시 라운지 테이블에 앉아 있는 나를 금세 알아봤다.
직후 나를 향해 일직선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내 옆에 앉자마자, 찰랑거리는 흑단같은 머릿결을 내 어깨에 자연스럽게 밀착시켰다. 그 덕분에 향기로운 냄새가 내 코 끝을 기분좋게 간질였다.
소정의 귀여운 목소리가 내 귓가에 울려퍼졌다.
"오빠. 정말 오랜 만이다. 요즘 그렇게 바쁘다면서?"
"조금. 너도 회사일로 많이 바쁘다고 들었는데?"
소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병맥을 입안으로 시원하게 들이켰다.
그녀는 패션회사를 운영하는 CEO였다.
그런 탓에 나름 비지니스에 대해서 해박한 식견을 갖고 있었다.
그녀는 병맥을 벌컥벌컥 들이키자마자, 분위기에 안맞는 쓸데없는 얘기를 입 밖으로 꺼냈다.
"내가 요즘 화장품에도 관심이 많거든. 이미 공장에서 초도물량까지 뽑아낸 상황이야."
"갑자기 그런 얘기를 나에게 하는 이유가 뭔데?"
심드렁하게 대꾸하자, 그녀가 고개를 저으며 조곤조곤하게 입을 열었다.
"요즘 중국과 일본, 동남아에 한류가 아주 강해. 그래서 한국 화장품도 인기가 아주 많다구."
"화장품 사업에 관심 없다."
딱 잘라 말했음에도 소정은 자신의 할 말에 오롯이 집중했다.
"낙원그룹의 면세점 매장에 우리 백화점을 입점시키고 싶은데, 오빠가 좀 도와주면 안될까?"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병맥을 입안으로 콸콸 쏟아부었다.
그 후, 소정에게 냉정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클럽에 놀러왔으면 춤추고 놀다 갈 생각이나 해라. 여자애가 이런 곳에서 사업 얘기를 왜 하는거야!"
대놓고 핀잔을 준 탓일까. 소정이 삐진 얼굴로 작별 인사도 없이 클럽에서 도망치듯 사라졌다. 자업자득이었다.
***
다음날.
상암동 켄싱턴 빌딩 사무실에서 회사일에 열중할 찰나, 하동균 비서팀장이 면전에 나타났다.
"뷰티쿨의 한소정 대표가 찾아오셨습니다."
나를 귀찮게 할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귀엽고 농염한 스타일이었다.
솔직히 마음에 드는 비쥬얼이었다.
"사무실로 안내하세요."
"네. 부회장님."
잠시 뒤 섹시한 정장룩 차림의 소정이 내 앞에 나타났다.
그녀의 손에는 두툼한 카탈로그가 들려있었다.
아주 작정하고 나를 찾은 모양이었다.
소정은 소파에 앉자마자 카탈로그를 나에게 건넸다.
예상대로 화장품에 관련된 카탈로그였다.
카탈로그를 대충 살핀 뒤 소파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녀에게 사무적인 어조로 질문을 던졌다.
"나를 찾은 이유가 뭐지?"
소정이 기다렸다는 듯 즉답했다.
"낙원그룹의 면세점에 뷰티쿨의 화장품을 입점하고 싶어. 그러니까 오빠가 나를 좀 도와주면 안될까?"
"이런 말은 낙원그룹의 책임자에게 해야지. 왜, 나에게 부탁을 하는거야?"
"낙원그룹의 차경수 회장이 오빠 말이라면 껌벅 죽는다면서?"
"그런 말같지도 않은 개소리를 대체 누가 하는건데?"
"오빠가 낙원그룹을 설거지 했다는 소문이 이미 재계에 파다하다구."
역시 재계 인사들은 정보에 밝았다.
"그런 헛소리를 정말 믿는 건 아니겠지?"
"아니. 충분히 믿음이 가는데. 오빠가 대영그룹과 태산그룹을 설거지한 걸 보면."
내 입가에 절로 씁쓸한 고소가 내걸렸다.
뭐라고 반박하기가 뭐했다.
그때, 소정의 고운 목소리가 사무실에 울려퍼졌다.
"낙원그룹 면세점에 뷰티쿨 화장품을 입점시켜주면, 화장품 판매가의 30%를 오빠에게 마진으로 줄게."
그녀는 나름 통 큰 배팅을 시도했다.
물론 내 입장에서는 푼 돈에 불과했지만.
그녀의 정성이 갸륵하게 느껴졌다.
자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까닭이다.
결국 소정의 요청을 수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낙원그룹에 말을 해둘테니까 관계자를 만나봐."
"야호! 정말 고마워 오빠!"
그녀는 소녀처럼 방실거리며 진심으로 좋아했다.
보기좋은 모습이었다.
***
인천국제공항 전용기 계류장으로 들어서자 아담 의원이 나를 반겼다.
아담에게 정중히 물었다.
"결론을 내리셨습니까?"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즉답했다.
"김 회장이 원하는대로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을 제공하지. 대신 그에 합당한 라이센스를 지불해주게."
"얼마를 원하십니까?"
"우리 락히드마틴은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총 30억불(3조6천억)을 투입했네."
그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니 아무리 못해도 15억불(1조8천억) 정도는 김 회장이 부담해 줬으면 고맙겠군."
"알겠습니다. 기술협정 계약을 체결하는 즉시 15억불 전액을 의원님의 비밀 계좌로 전액 이체해 드리겠습니다."
"고맙군. 그럼 나중에 보세."
아담은 그리 말하며 전용기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낙원그룹 본사 빌딩 회장실.
차경수는 TV 뉴스를 시청하고 있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여파로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이 연일 폭락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들이 보유한 비업무용 부동산도 큰폭으로 하락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불패신화가 무너졌다며 이같은 대세하락 기조가 최소 수년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중략...
경수의 입가에 승자의 짜릿한 미소가 내걸렸다.
그는 한빈에게 낙원그룹의 수도권 부동산을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거의 대부분 매각했다. 매각 당시에는 자신이 엄청난 손해를 본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여파로 한국의 부동산 시장이 연일 곤두박질한 까닭이었다.
경수는 악성 부채나 마찬가지인 부동산을 깔끔하게 처리해준 한빈에게 도리어 감사한 심경이었다.
그런 탓일까. 그의 입에서 노골적인 조소가 적나라하게 쏟아져 나왔다.
"잘난 척은 혼자서 다하더만, 알고보니까 많이 모자란 놈이었네. 낄낄낄...!"
바로 그때, 수행비서가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차경수에게 공손히 인사한 뒤 보고를 올렸다.
"대영그룹의 진대현 본부장이 찾아오셨습니다."
순간 경수의 만면 가득 불쾌한 표정이 역력해졌다.
그는 대현을 몹시 미워했다.
한빈의 위세를 등에 엎고 감히 자신을 업신여긴 탓이다.
하지만, 경수는 아직 대현의 눈치를 봐야하는 처지였다.
결국 그는 참을 인자를 마음 속 깊숙이 각인하며 싸늘한 어조로 지시를 내렸다.
"그놈을 회장실로 들여보내!"
"네. 회장님."
***
상암동 켄싱턴 빌딩.
내 사무실로 장동현 법무실장을 호출했다.
면전에 나타난 그에게 지시를 내렸다.
"락히드 마틴의 극초음속 미사일 기술도입 계약서를 작성하셨습니까?"
"네. 부회장님."
"그럼 내일 오전 비행기로 뉴욕으로 떠나세요. 뉴욕에 도착하시면 아담 의원의 사무실을 방문하십시오. 나머지 일정은 그 쪽에서 알아서 진행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부회장님."
장변을 내보낸 뒤 아담 의원에게 국제전화를 걸었다.
그날 밤.
회사에서 저녁을 해결한 뒤 한남동에 위치한 오르세 미술관으로 향했다.
오르세 미술관에 도착할 무렵, 나이지리아 흑인들로 짐작되는 남자들이 길바닥에서 패싸움을 하는 광경이 시야에 포착됐다.
당연히 한국 경찰은 겁먹은 얼굴로 나이지리아 흑인들의 패싸움 현장을 수수방관하고 있었다.
무기력한 한국 경찰의 민낯이었다.
한심할 지경이었다.
결국 내가 현장을 해결하기로 작심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흑인들의 안면에 매서운 일권을 벼락처럼 선사했다.
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
"으악! 크헉! 끄악! 아아악...!"
극한의 빠르기로 중무장한 내 주먹은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었다.
눈 깜짝할 새에 수십명에 달하는 흑인들이 길바닥에 처연히 나뒹굴었다.
그런 탓일까. 주변을 구경하던 행인들과 경찰들이 폰으로 나를 촬영하기 위해 생난리를 피웠다.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위풍당당한 걸음걸이를 과시하며 방탄리무진에 씩씩하게 몸을 실었다.
"오르세 미술관으로 갑시다."
그리 명하자 운전석의 김태구가 존경심 그득한 얼굴로 복명했다.
"네. 부회장님!"
직후 나를 태운 방탄리무진이 전방을 향해 힘차게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