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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재벌이 돈을 숨김-137화 (137/175)

137화 까부는 놈들은 박살을 내버린다

박종태는 시내 모처에서 김도철 부장 검사와 만남을 가졌다.

종태의 입에서 사무적인 어조가 흘러나왔다.

"원하시는 바를 말씀해 주십시오."

"갑자기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당최 모르겠군요."

도철이 시치미를 떼자, 종태가 코웃음치며 반박했다.

"국조은행의 이영기 센터장에게서 대출 자료 일체를 넘겨받지 않으셨습니까?"

허나, 도철은 태연한 신색을 과시하며 유들유들한 어조로 대꾸했다.

"뭔가 켕기는 거라도 있으신 모양입니다. 대영그룹의 잘나가는 감사 실장님께서."

종태의 입가에 비릿한 조소가 떠올랐다.

"검사님은 성역을 침범하고 계십니다. 그 후환에 대해서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지금 나를 겁주려는 거요?"

"검사님처럼 세상 물정 어두우신 분들은, 그냥 책상에서 얌전히 펜대나 굴리십시오. 그게 댁한테 아울리십니다."

그제야 도철의 만면 가득 성난 표정이 떠올랐다.

동시에 격한 언성이 토해졌다.

"이 개자식이 감히 대한민국 검사를 면전에서 모욕하다니! 네놈이 제정신이 아니구나!"

"마음대로 생각하십시오."

그리 말하며 테이블 위에 돈가방을 올려놓았다.

"현찰로 20억이 들어있습니다. 그 돈 받으시고 이 사건에서 손 떼십시오. 원하신다면 수도권 차장 검사 보직을 알아봐 드리죠."

도철이 격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내 앞에서 개수작 부리지마라! 네놈이 모시는 김 회장한테 똑똑히 전해. 내가 책임지고 감빵으로 편하게 모시겠다고!"

그 말을 끝으로 찬바람을 풀풀날리며 장내에서 사라졌다.

***

수도권 근교의 클레이 사격장을 찾았다.

심신의 울화를 해소하기 위함이었다.

하늘 높이 떠오른 원반을 향해 6연발 라이플의 방아쇠를 연쇄적으로 잡아당겼다.

탕탕탕탕탕탕!

푸른 하늘을 수놓은 6개의 클레이 원반이 화려한 공중폭발쇼를 선보인 뒤, 지상으로 처량하게 추락했다.

클레이 사격은 계속 이어졌다.

탕탕탕탕탕탕! 탕탕탕탕탕탕! 탕탕탕탕탕...!

백발백중의 신기를 과시하며 라이플을 김태구 경호팀장에게 건넸다.

그 즈음, 박종태 감사 실장이 장내에 모습을 드러냈다.

눈 앞에 나타난 종태가 긴급 보고를 올렸다.

"돈과 직위 아무 것도 통하지 않는 인물 같습니다. 도리어 회장님을 교도소에 집어넣겠다고 길길이 날뛰더군요."

"김도철의 약점을 파악하셨습니까?"

"네. 회장님."

"그자의 약점을 말해보세요."

종태가 즉답했다.

"김도철의 부친인 김재익이, 작년 여름에 골프장에서 20대 초반의 캐디를 성추행 했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증거가 있나요?"

"당시 김재익의 성추행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을 입수했습니다."

"누가 촬영한거죠?"

"동료 캐디들이 스마트폰으로 몰래 촬영한 영상이었습니다."

"성추행 피해자는 고소를 하지 않은 건가요?"

"김도철이 중간에서 무마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종태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부친의 더러운 짓거리를 감싸기 위해 검사라는 직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거 같습니다."

"USB 메모리를 갖고 오세요."

"네. 회장님."

***

조중동 주필들을 상지원으로 초대했다.

그들에게 각각 20억 상당의 돈가방을 전달한 뒤 내 요구를 밝혔다.

"중앙지검 금융조세부의 김도철 부장검사라는 양반이, 아주 뒤가 더러운 모양이더군요."

조중동 주필들이 먹이를 노리는 맹수의 눈빛을 내비치며, 일제히 내 입을 주시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에게 재차 말했다.

"김도철 검사의 부친인 김재익씨는 작년 여름에 골프장에서 20대 초반의 여성 캐디를 성폭행했습니다. 이 USB 메모리에 증거 동영상이 있으니 회사에서 확인해 보십시오."

그들에게 3개의 USB 메모리를 차례로 건넸다.

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김도철은 중앙지검 부장검사라는 막강한 지위를 이용해 피해 당사자인 여성 캐디를 공갈 협박했으며, 종국에는 소송 취하에 이르게 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정의구현 차원에서 김도철의 더러운 짓거리를 낱낱이 폭로해 주십시오."

좌중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원하시는대로 김도철을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대신 1분기 광고 집행 물량을 기존보다 30% 이상 증액해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회장님."

"당연히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우하하하...!"

호탕한 웃음을 내뱉자, 그들 역시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향해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조중동 주필들을 내보낸 뒤 곧바로 이태강에게 전화를 돌렸다.

"대검 감찰부를 움직여서 김도철을 박살내십시오."

-김재익의 성폭행 증거가 명백한 건가?

"증거 동영상을 형님 이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좋아. 지금 당장 동영상을 보내게.

"사실이 확인되는 즉시 감찰반을 동원하십시오."

-당연히 그래야지. 하하하...!

통화를 끊자마자 태강의 이메일에 증거 동영상을 전송했다.

***

중앙지검 금융조세부.

김도철은 아침 일찍 사무실에 출근하자마자 조간 신문에 시선을 모았다.

특히 탁월한 여론주도력을 형성한 조중동을 가장 먼저 펼쳤다.

그의 시선은 1면 머릿기사에 절로 모아졌다.

<중앙지검 금융조세부 소속 김도철 부장 검사! 부친의 성폭행 의혹을 중간에서 무마한 혐의 포착!>

<중앙지검 김도철 부장 검사! 부친의 성폭행 혐의를 회피하기 위해 피해자인 골프장 캐디를 공갈협박한 혐의로 대검에서 내사 진행 중!>

<부친의 파렴치한 범죄 행각을 직위를 이용해 무마하려한 중앙지검 김도철 부장 검사에 대해, 대검 감찰반 정식 수사 돌입!>

그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도철의 안면은 시간이 지날수록 흙빛으로 검게 물들었다.

그때,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리며 대검 감찰반원들이 들이닥쳤다.

선두에 선 감찰반원이 냉랭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지금 당장 대검 감찰반으로 모시겠습니다. 따라오시죠."

도철의 얼굴이 참담하게 일그러졌다.

생각지도 못한 역공에 처참하게 당한 까닭이다.

그는 김한빈 측이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미처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천려일실이었다.

같은 시각.

도철의 도곡동 자택에 대검 감찰반원이 홀연히 나타났다.

그들은 압수수색 영장을 가족들에게 내보인 뒤 안방 깊숙이 숨어있는 금고 안에서 은행대출과 계좌 이체 관련 서류 일체를 압수했다.

그 뒤, 이태강 측에 압수수색 서류를 고스란히 전달했다.

***

이태강은 국무총리라 그런지 공사가 무척 다망했다.

하루 24시간 풀 스케쥴이었다.

국내외 인사들을 10분 단위로 면담한 까닭이다.

나랏일 하는 사람답게 분주하기 이를데 없었다.

하지만, 상지원을 방문할 시간 만큼은 항상 비워뒀다.

그 정도로 내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의 목줄을 강하게 틀어쥔 탓이었다.

밤 9시경.

상지원 접견실에 나타난 태강에게 단호한 어조로 지시를 내렸다.

"김도철을 무조건 감빵에 집어넣으세요!"

"흐으음..."

태강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나를 슬쩍 쳐다봤다.

그 뒤, 나직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원래 이런 사안은 직위 해제를 하는 선에서 처리하는 게 관행이야. 검찰의 위신과 명예 때문이지."

"저는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에 아무런 관심이 없으니까, 내가 말한대로 일을 처리하십시오."

김태구 경호팀장에게 콜을 넣었다.

장내에 김태구와 경호원들이 나타났다.

그들의 손에는 총 10개에 달하는 돈가방이 들려있었다.

"모두 200억 현찰입니다. 형님 차에 실어드릴테니, 내가 원하는 결론을 도출해 주십시오."

태강이 탐욕으로 번들거리는 눈빛을 노골적으로 내비치며 은근히 물었다.

"원하는 형량을 말해보게."

"최소 7년형 이상을 구형해 주십시오."

"쉽지 않은 일이군."

그에게 준비해온 서류를 내밀었다.

"이게 뭔가?"

"낙원그룹 기획조정실에서 김도철에게 떡값 명목으로 건넨 이체 자룝니다. 이 정도면 독직부패로 충분히 엮을 수 있는거 아닙니까?"

태강이 흡족한 얼굴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접수했으니까 트렁크에 돈부터 실으라구. 우하하하...!"

그의 입에서 호탕한 광소가 쏟아져 나왔다.

***

태강은 자택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옆에 동승한 이기한 비서실장에게 넌지시 말했다.

"쓸만한 칼잡이를 골라서 김도철을 저격해."

"목표 형량을 말씀해 주십시오."

"최하 7년형."

태강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부친의 성폭행 건 무마와 독직 부패등의 혐의를 적용해."

그리 말하며 한빈이 건네준 자료를 이기한에게 슬며시 내밀었다.

이기한은 자료를 살핀 뒤 태강에게 공손히 화답했다.

"말씀하신 대로 일을 진행하겠습니다."

다음날.

이기한 비서실장은 서초동 일식당 룸으로 수도권 지검에서 근무 중인 유진용 수석 검사를 호출했다.

이기한은 면전에 나타난 유진용을 향해 단도직입적인 언사를 내뱉었다.

"대검 감찰부로 발령을 내줄테니까 김도철을 제대로 엮어봐."

유진용이 감개무량한 얼굴로 복명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선배님."

"최소 7년형 이상을 구형해야 할거다. 그러니까 쓸만한 죄목을 모조리 엮어."

그리 말하며 계좌 이체 서류의 사본을 그에게 내밀었다.

"낙원그룹 기획조정실에서 떡값 명목으로 김도철에게 이체한 자료니까 이걸 효과적으로 활용해 보라고."

"명심하겠습니다. 선배님."

"이번 일만 제대로 처리하면, 중앙지검 특수부 부장검사로 영전시켜 줄테니까 확실하게 일을 마무리 지어!"

유진용이 군기가 바짝 든 얼굴로 복명했다.

"예. 선배님!"

***

대검 감찰부 취조실에 유진용 검사가 나타났다.

그는 취조실 책상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김도철에게 노트북 화면을 보여주었다.

화면에는 그의 부친인 김재익이 여성 캐디를 강제 추행하는 장면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었다.

유진용은 노트북을 끈 뒤 날 선 목소리로 취조를 이어갔다.

"부친의 성폭행 혐의가 이리 명백한데도, 당신은 중앙지검 부장 검사라는 막강한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인 여성 캐디를 공갈 협박했으며, 그 결과 피해 여성이 고소 자체를 못하게 막았습니다. 이 모든 사실을 인정하시겠습니까?"

도철이 시니컬한 표정을 지으며 냉랭한 어조를 내뱉었다.

"피해여성이 고소를 취하한 이유는, 그녀 자신의 선택이었다고! 나는 아무런 죄가 없다니까!"

"지금 누구 앞에서 반말 짓거리야! 당신은 지금 범죄 피의자에 불과하다고!"

"이 자식아! 나는 너보다 사시 기수가 무려 여섯 기수나 높아! 그 점을 절대 잊지마라!"

"웃기고 자빠졌네! 검찰의 명예를 땅바닥으로 추락시킨 범죄자 새끼가!"

검찰 후배에게 면전에서 대놓고 비아냥을 들은 탓일까. 도철이 분노한 얼굴로 온몸을 부들거렸다.

바로 그때, 진용이 테이블 위에 노란 서류 봉투를 올려놓았다.

그는 약올리는 듯한 눈빛을 내비치며 조롱하듯 입을 열었다.

"이 봉투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아? 당신을 한방에 조질 수 있는 증거가 들어있다고!"

순간 도철이 놀란 얼굴로 서류 봉투를 뚫어져라 노려봤다.

진용이 서류 봉투에서 계좌이체 서류를 꺼냈다.

"살펴보라고. 궁금할 테니까."

도철의 시선이 서류에 모아졌다.

잠시 후.

도철의 얼굴이 짙은 사색으로 물들었다.

빼도 박도 못하는 완벽한 독직수뢰 혐의가 완성된 탓이었다.

그는 작년과 금년에 6천만원 상당의 떡값을 낙원그룹에서 건네받았다.

흔한 관행 정도로 생각한 탓에, 자신의 명의로 바보처럼 입금받았다.

"당신이 아무리 변명해봤자, 법원은 이걸 뇌물수수로 판단할거야. 그리고 당신 부친인 김재익도 성폭행 증거가 너무 명백해서 최소 8년 형을 구형받을거다."

그의 조롱은 계속 이어졌다.

"부자 최초로 한명은 성범죄자, 아들놈은 독직수뢰 혐의로 교도소에 동반 입소하겠네. 낄낄낄..."

도철이 비감한 얼굴로 진용을 쳐다봤다.

직후 그의 입에서 김한빈의 이름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

"김한빈 회장님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

도철의 부탁은 계속 이어졌다.

"이번 한번만 나를 도와주면 이 은혜를 절대 잊지 않으마. 제발 부탁이다! 유프로!"

진용은 그의 애절한 읍소를 귓등으로 흘려들으며 비웃듯 말했다.

"그러니까 주제모르고 함부로 설치면 좆된다고 선인들이 누누이 말하는거 아닙니까? 나이깨나 잡수신 양반이 아직도 그런 것도 모르시다니. 에휴..."

진용은 허를 끌끌 차며 취조실에서 유유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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