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화 막강한 우호세력
김도철 부장 검사의 항명 사태를 일벌백계의 차원에서 엄히 다스리기로 작심했다.
그런 탓으로 대검과 중앙지검에서 근무하는 귀족 검사 100명 가량을 대영그룹의 창립 파티에 초대하기로 마음먹었다.
더불어 아바마 대통령도 겸사겸사 초청하기로 결심했다.
나의 무소불위한 파워를 검사 나부랭이들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
백악관.
아바마 대통령은 집무실의 고풍스런 책상에 좌정한 채 김한빈이 보내온 초청장에 시선을 모았다.
<대영그룹 창립 파티가 모월 모일 모시에, 한국 서울 상지원에서 개최될 예정입니다. 그러니 대통령 각하의 참석을 필히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아바마는 한빈의 요구를 감히 경시할 수 없었다.
그는 미국을 암중에서 움직이는 군산복합체의 정식 멤버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남자였다. 또한 자신에게 수천만불에 달하는 정치자금을 건넨 사람이었다.
아바마는 그의 초청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그는 마음을 정하자마자 백악관 비서실에 콜을 넣었다.
잠시 후, 맥도니스 비서실장이 집무실에 나타났다.
"부르셨습니까. 대통령 각하."
아바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지시를 내렸다.
"이번주 금요일에 한국을 극비리에 방문할 계획이니까 일정을 조율하세요."
맥도니스가 곤혹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번주 금요일로 예정된 EU 집행위원장과의 만남을 취소하라는 말씀입니까?"
"다음주로 미루자고 하십시오."
"그럼 다음주 화요일에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담을 갖는 것으로 일정을 조율하겠습니다."
"실장님이 수고를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대통령 각하."
***
가평 인근의 사격장에서 클레이 사격을 즐긴 뒤 인근의 밥집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곰탕으로 배를 채우는 한편 밥집에 나타난 이태강에게 넌지시 말했다.
"이번주 금요일에 대검과 중앙지검 요직에서 근무 중인 귀족 검사 100명 정도를, 상지원으로 데리고 오세요."
"대영그룹 창립 파티에 그들을 초청하라는 뜻인가?"
"검사님들에게 내가 지닌 파워가 어느 정도인지 확실히 보여줄 생각입니다."
"대체 무슨 계획을 갖고 있는 거지?"
그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이번주 금요일에 상지원에 아바마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우리 대영그룹의 창립 기념 파티를 빛내주기 위해서."
태강이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재차 물었다.
"그 말이 사실인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저는 검사 나부랭이들이 감히 나와 맞먹는 꼴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내가 초법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그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킬 계획이니까 알아서 판을 짜십시오."
태강의 얼굴에 복잡미묘한 표정이 그려졌다.
그 역시 검사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허나, 태강은 내 명령에 절대 복종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가 목표로하는 대권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대검과 중앙지검의 요직을 꿰어찬 검사들에게 대영그룹 창립 기념파티에 참가하라는 언질을 해놓겠네."
"언질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반드시 참석하라고 확실히 고지하십시오."
태강이 쓴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이태강은 과천정부청사로 향하는 차 안에서 김봉호 검찰 총장과 이경섭 중앙지검장에게 차례로 전화를 돌렸다.
그는 전화통화를 끝마친 뒤 운전기사에게 넌지시 말했다.
"판교 집으로 가자."
"네. 총리님."
얼마 후, 판교의 그림같은 3층 주택에 총리실의 관용차량이 정차했다.
차에서 내린 태강은 20대의 세컨드가 기다리고 있는 판교 집으로 유유히 들어갔다.
그 역시 여자라면 사족을 못쓰는 남자였다.
그런 탓에 서울과 수도권에 여러명의 세컨드를 두고 있었다.
판교 세컨드는 그 중의 한명이었다.
태강은 밤늦도록 세컨드와 오붓한 시간을 즐긴 뒤 서울 본가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본처에게 밉보이지 않기 위함이었다.
***
금요일 밤.
상지원 별관에 위치한 연회장에 들어서자 각계각층에서 몰려온 인사들이 나를 향해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그 중에는 대검과 중앙지검 소속 귀족검사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내 시선은 검찰을 대표하는 김봉호 검찰 총장과 이경섭 중앙지검장에게 절로 모아졌다.
그때, 검은 양복 차림의 서양인들이 장내에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들은 백악관 경호요원이었다.
동시에 아바마 대통령과 맥도니스 비서실장의 위풍당당한 모습이 연회장에 드러났다.
순간 장내에 운집한 사람들이 일제히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나와 아바마를 번갈아 쳐다봤다.
그들의 놀란 시선을 뒤로한 채 아바마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우리는 환한 얼굴로 악수를 교환하며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먼 길을 오시느라 진심으로 수고하셨습니다. 대통령 각하."
"회장님이 초대를 해주셨는데, 당연히 이 정도 수고는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하하...!"
아바마와 돈독한 친분을 과시하자, 좌중의 얼굴에 하나같이 감탄한 표정이 가득해졌다.
전 세계 최고 권력자인 미국 대통령이 상지원을 방문한 것도 모잘라, 나와 친근한 덕담마저 나눈 까닭이다.
그후로도 아바마와 돈독한 친분을 과시하기 위해, 그에게 여러사람들을 소개시켜 주었다.
주로 한국 경제계와 정치권 인사들이었다.
내 덕분에 아바마 대통령과 안면을 트게 된 정재계 인사들은 거의 모두 나에게 감사한 심경을 표명했다.
아바마는 대략 1시간 동안 연회에 참석한 뒤 작별인사를 고했다.
"일본 수상과 정상회담이 있는 관계로 이만 가봐야 할거 같습니다. 나중에 시간 되면 백악관으로 놀러 오십시오."
"말씀만으로도 감사한 심경입니다. 대통령 각하."
그리 화답한 뒤 아바마를 정중히 배웅했다.
***
상지원의 창립 기념 파티는 여전히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중앙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인기 가수들의 축하 쇼가 이어지고 있었으며, 정재계와 관계의 인사들은 술과 다과를 즐기며 가수들의 노래를 감상하고 있었다.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내 시선은 검찰 인사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저절로 모아졌다.
괘씸한 자식들이었다.
녀석들은 조금만 방심하면 주인들에게 기어오르기 위해 혈안이었다.
나를 밀착 수행 중인 하동균 비서팀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김봉호 검찰 총장과 이경섭 중앙지검장을 본관 2층 서재로 데리고 오십시오."
"예. 회장님."
그에게 지시를 내리자마자 본관 건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재의 육중한 마호가니 책상에 앉은 채, 김봉호 총장과 이경섭 지검장을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서재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과 악수를 교환하자마자 노골적인 언사를 내뱉었다.
"검사들 관리를 똑바로 하십시오. 제 2의 김도철 검사를 미연에 방지하라는 말씀입니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겠습니까?"
내 질책은 계속 이어졌다.
"내 손안에 미국 대통령과 조중동이 모두 있습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당신들 모가지를 얼마든지 잘라 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거친 언사를 토해내자 김봉호와 이경섭이 당황한 얼굴로 내 눈치를 살폈다.
"당신들도 보셨다시피 아바마 대통령과 나는 거의 혈맹 수준의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영박 대통령도 내말이라면 껌벅 죽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에요. 대한민국의 여론을 주도하는 조중동 역시 내 명령이라면 알아서 설설 기어다닙니다."
내 말은 계속 이어졌다.
"김 총장과 이 지검장을 내가 얼마든지 키워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휘하 검사들 관리에 만전을 기해 주십시오. 감히 나에게 기어오르는 개짓거리를 철저히 차단하라는 말씀입니다."
그들은 전 세계 최고 권력자인 아바마와 내가 돈독한 친분을 나누는 광경을 면전에서 생생히 목도했다.
그런 이유로 감히 나에게 대들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의 주눅든 얼굴을 유심히 살핀 뒤, 책상 아래에 놓여진 돈가방 두개를 그들에게 각각 내밀었다.
"받으세요. 뒷탈 없는 현금이니까."
김 총장과 이 지검장이 서로의 눈치를 살피며 돈가방을 조심스럽게 손에 들었다.
"가방안에는 5만원권 현찰로 20억이 들어있습니다. 요긴하게 사용하십시오."
그러자 녀석들이 기합이 잔뜩 들어간 얼굴로 허리를 깊숙이 조아렸다.
김 총장의 입에서 내가 원하는 내용이 흘러나왔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회장님을 위해 견마지로를 다하겠습니다."
이 지검장도 마찬가지였다.
"저 역시 회장님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믿어주십시오."
그들의 가녀린 어깨를 부드럽게 토닥이며 나란히 서재를 빠져나왔다.
***
청와대 집무실에 민영세 국가안보수석이 나타났다.
그는 이영박 대통령에게 정중히 인사한 뒤 긴급 보고를 올렸다.
"아바마 대통령이 극비리에 한국을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영박이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그 말이 참말인가?"
"사실입니다. 대영그룹의 상지원에서 개최된 창립 기념파티에 아바마 대통령이 참석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의 보고는 계속 이어졌다.
"대영그룹의 창립 파티에 참가한 아바마 대통령과 김한빈 회장이 돈독한 친분을 나눈 모양입니다. 아바마를 초청한 사람도 김 회장으로 사료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바마는 1시간 가량 파티를 즐긴 후, 일본으로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영박은 극심한 열패감에 사로잡혔다.
아바마가 한국의 대통령인 자신은 안중에도 두지 않은 채, 김한빈만 챙긴 탓이다.
하지만 그가 어쩌겠는가?
한빈과 아바마는 영박의 힘이 전혀 미치지 않는, 꿈같은 영역에서 활동하는 천외천의 존재였다.
***
상지원의 잘 조성된 정원을 거닐며 나를 뒤따르는 김 총장과 이 지검장에게 향후 지침을 나직한 어조로 하달했다.
"휘하 검사들에게 대영그룹에 대해서 절대 터치하지 말 것을 주문하십시오."
"이영박 대통령도 해당하는 사안입니까?"
김 총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고개를 저으며 즉답했다.
"이영박 대통령은 검찰이 자체적으로 판단하십시오."
그러자 김 총장이 반색하는 얼굴로 화답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이번에는 이 지검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중앙지검 소속 검사들에게도 내가 한 말을 고스란히 전달하십시오. 그리고 김도철이 저 사단이 난 이유도 대영그룹을 건드린 대가라고 확실히 고지하세요."
"명심하겠습니다. 회장님."
이 지검장이 순순히 복명했다.
그들 모두 내가 지닌 무소불위한 권력을 잘 아는 탓에, 예스맨의 면모를 무한히 과시했다. 마음에 드는 자세였다.
그들을 돌려보낸 뒤 하동균 비서팀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장동현 법무실장을 상지원으로 호출하세요."
"예. 회장님."
1시간 후.
장동현이 상지원 서재에 모습을 드러냈다.
면전에 나타난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김도철의 주심 재판관이 누군지 아십니까?"
"오대철 부장판사로 알고 있습니다."
"그의 성향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동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하게 대답했다.
"돈을 많이 밝히는 모양입니다."
"확실한 건가요?"
"법원 안팎에서 소문이 파다하더군요."
내 입장에서는 반가운 희소식이었다.
"오대철 판사를 회유하세요."
그리 말하며 돈가방을 그에게 전달했다.
"20억 정도면 충분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
강남 인근의 고급 중화요리집에 장동현이 나타났다.
그는 매니저의 안내를 받으며 뒤편에 위치한 룸으로 들어섰다.
장년의 남자가 동현을 맞이했다.
그는 오대철 부장 판사였다.
동현은 자리에 앉마자자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저희가 원하는 쪽으로 재판을 해주시면 20억을 사례비로 드리겠습니다."
오대철이 돈독이 잔뜩 오른 얼굴로 동현을 쳐다봤다.
"이왕 돈질하시는 김에, 20억을 추가로 더 주십시오. 대영그룹의 체급에 걸맞게."
대철은 그리 말하며 테이브 아래에 놓여진 돈가방을 서슴없이 집어들었다.
소문대로 돈에 환장한 모양새였다.
다음날.
장동현은 오대철이 원하는대로 추가로 20억을 더 제공했다.
***
과천정부종합청사.
이태강은 국무총리실을 서성이며 김한빈이 그에게 요구한 일을 심사숙고했다.
한빈은 한국에 사드 미사일 포대를 배치함과 동시에 중국과의 국교단절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태강은 한빈의 과격한 요구에 내심 혀를 길게 내둘렀다.
그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중국에서 매년 벌어들이든 수백억불에 달하는 무역흑자를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태강은 다른 수가 없었다.
한빈의 도움 없이는 청와대 안방을 차지할 가능성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의 뒤에는 아바마 대통령을 필두로 미국 정가의 파워 엘리트 집단이 버티고 있었다.
태강은 한빈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탓일까. 그는 등골이 절로 오싹해지는 기분이었다.
그의 눈 밖에 날 경우, 어떤 참화가 발생할지 감히 예측조차 못할 지경이었다.
태강은 한빈이 원하는대로, 움직이기로 결론내렸다.
그 길이 상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