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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재벌이 돈을 숨김-146화 (146/175)

146화 대의를 위해 미남계를 구사하다

저녁 무렵.

대현이 상지원 서재에 다시 나타났다.

그의 손에는 두툼한 보고서가 들려있었다.

그가 장내에서 사라지자마자 하동균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역시 두툼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동균을 내보낸 뒤 총 4개의 보고서를 차례로 읽어내려갔다.

10대 그룹 등기임원의 연봉과 판공비가 기재된 보고서를 매의 시선으로 살폈다.

평균적으로 대영과 태산그룹 등기임원에 비해서 절반 가량의 연봉과 판공비를 지급받고 있었다.

곧바로 대영과 태산그룹 등기임원의 연봉과 판공비 서류에 시선을 모았다.

대영과 태산그룹 등기 임원 중에서 최고 연봉자는, 예상대로 대영전자의 김동재 사장이었다.

그는 200억에 육박하는 연봉과 100억에 달하는 판공비를 지급받고 있었다.

다른 게열사 대표보다 최소 2배 이상의 연봉과 판공비였다.

사실 대영전자가 잘나가는 이유는 순전히 내 덕분이었다.

애플이 대영전자에서 연간 수십조원에 달하는 메모리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모바일 배터리를 구입하는 이유는 내 입김 때문이었다.

또한 대영 스마트폰의 판매가 급상승한 이유 역시 순전히 내 능력 덕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동재만 모든 과실을 나홀로 먹어치우는 모양새였다.

사실 그는 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내 지시만 순순히 이행할 뿐이었다.

그 탓에 270억에 달하는 연봉과 130억에 육박하는 판공비를 챙기고 있었다.

나는 임낙철 회장의 너그러운 용인술에 내심 낙제점을 부여했다.

그는 사람을 너무 믿었다.

그 덕분에 1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자산을 가신들에게 강탈당했다.

아랫사람들에게 잘해줄 필요가 전혀 없었다.

김동재를 해임하기로 결정했다.

그 후, 대영전자의 신임사장에게 40억 내외의 연봉과 20억 정도의 판공비를 지급하기로 작심했다.

또한 계열사 등기임원 전체에 대해서 일괄적으로 30%에 달하는 연봉삭감을 단행하기로 결심했다. 판공비 역시 마찬가지였다.

***

상암 켄싱턴 빌딩 128층 대회의실로 대영그룹의 등기 임원들을 모조리 불러들였다.

상석에 좌정한 채 좌중을 휘 둘러보았다.

예상대로 장내에 배석한 등기 임원들의 얼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진대현 본부장과 하동균 비서팀장에게 뭔가 귀뜸을 받은 눈치였다.

하긴, 그들은 수십년 동안 회사 생활을 해오며 눈칫밥 하나로 등기 임원 타이틀을 쟁취한 사람들이었다. 당연히 남들보다 눈치가 빠를 수 밖에 없었다.

임원들을 향해 솔직과감한 언사를 내뱉었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우리 대영그룹은 미래 신수종 사업에 전사적인 역량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막대한 투자금액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내 말은 계속 이어졌다.

"저는 대영그룹의 사내유보금 전액을 미래 신수종 사업에 투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한 과감한 긴축경영에 돌입하기로 결론내렸습니다. 그러니 임원 여러분들도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모두발언을 끝마치자, 좌중의 만면 가득 올것이 왔다라는 표정이 잔뜩 그려졌다.

최고 연봉자인 김동재 대영전자 사장을 슬쩍 쳐다보자,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을 지으며 내 시선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솔선수범의 자세를 거부하는 모양새였다. 마음에 안드는 태도였다.

내 뒤에 우두커니 서 있는 진대현 본부장에게 낮은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

"임금 삭감안을 발표하세요."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전면에 위치한 화이트 스크린 앞으로 걸어갔다.

그 후, 큰 목소리로 내 지시 사항을 대독했다.

"저희 미래전략본부는 대영그룹의 긴축재정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등기임원들의 연봉과 판공비를 기존대비 30% 가량 삭감하는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또한 그룹내 최고 연봉자인 대영전자의 김동재 대표의 연봉과 판공비에 대해서도, 대폭적인 추가 삭감안을 제시할 계획입니다."

그의 폭탄발언이 떨어지자 장내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그들의 예상을 한참이나 초월한 삭감안을 발표한 탓이다.

임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했다.

그들의 눈빛은 매우 복잡다단했다.

애원과 분노가 복합된 짜증나는 시선이었다.

그때, 김동재의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퍼졌다.

"저희 대영그룹은 대한민국 재계 서열 1위 그룹입니다. 뿐만 아니라 제가 책임진 대영전자는 2010년도에 역대급 경영성적을 거뒀습니다."

그에게 퉁명스러운 어조로 대꾸했다.

"그래서 하고픈 말이 뭡니까?"

김동재가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대대적인 연봉삭감 방안을 실행하시면 임직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질 겁니다. 회장님."

"뭔가 오해를 하시나본데, 저는 등기임원분들의 연봉과 판공비만 삭감할 예정입니다. 평직원들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뜻입니다."

순간 동재의 입에서 앓는 듯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끄응..."

그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는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제자리에 조용히 착석했다.

직후 대영자동차와 대영물산 대표들의 발언이 차례로 이어졌다.

"저희 임원들의 사기를 고려해서 대규모 임금 삭감안을 재고해 주십시오. 회장님!"

"회장님의 뜻은 잘 알겠지만, 대한민국 1위 그룹이 난데없이 연봉삭감을 실행하면 우리 그룹의 위명이 땅에 떨어질 것이 확실합니다. 또한 임원들의 사기 역시 밑바닥으로 추락할 것입니다. 그러니 연봉 삭감안을 재고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회장님."

하지만 내 결심은 확고부동했다.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좌중을 향해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연봉과 판공비 삭감안에 반발하시는 분들은 지금 당장 사직서를 제출해 주십시오. 저는 오는 사람 안막고 가는 사람 안잡는 스타일입니다. 그러니 회사의 방침에 대해서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마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회의실을 박차고 나왔다.

그날 저녁.

상지원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옆에 동승한 진대현에게 지시를 내렸다.

"다음달 말에, 김동재 사장의 해임안을 이사회에 상정하십시오."

"말씀대로 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신임 사장은 연봉을 아주 짜게 줄 생각이니까 젊은 사람 위주로 알아보세요."

"예. 회장님."

상지원에 도착할 즈음, 아담 의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겸사겸사 한국을 방문하겠다는 내용이었다.

***

한국을 방문한 아담 상원의원을 상지원으로 모셨다.

내 대부(代父)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에게 본관 게스트룸을 내준 뒤 2층 침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침실로 들어서자 아름다운 율리아가 나를 반겼다.

우리는 그날, 밤이 지새도록 짜릿한 시간을 만끽했다.

다음날.

본관 식당에 나타난 아담이 짖굳은 농담을 던졌다.

"김 회장 피앙새가 새벽 내내 질러대는 비명 때문에 당최 잠을 이루지 못했다네. 허허..."

율리아 때문에 잠을 설친 모양이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각별히 주의하겠습니다."

그러자 아담이 손사래를 치며 입을 열었다.

"그냥 해본 말일세. 어차피 오늘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라고. 하하..."

조금 창피한 기분이었다.

그런 내 기분을 짐작했는지 아담이 나를 달래는 언사를 흘려보냈다.

"자네의 절륜한 정력이 참말로 부럽구만."

그는 입맛을 다시며 진정으로 내 정력을 부러워했다.

"그저 어쩌다 보니... 그리 됐습니다. 하하..."

***

아담은 미국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클라크 부의장과 면담을 가졌다.

그는 회동 내내 한빈의 무소불위한 정력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클라크는 아담의 말을 세이경청하며 내심 회심의 미소를 한껏 지었다.

며칠 후.

클라크를 태운 고급 전용기가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공항을 빠져나오자마자 한빈이 있는 상지원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

클라크 부의장이 극비리에 상지원을 방문했다.

우리는 가벼운 술을 즐기며 진지한 대화를 이어나갔다.

클라크가 의미심장한 눈빛을 내비치며 입을 열었다.

"레너드 부의장의 슬하에는 1남 1녀가 있네."

"두명 모두 유태계 혈통을 이은 건가요?"

"그렇다네. 한명은 우리가 처리했으니까, 스테파니 레너드가 차기 회원으로 가입할 것이 유력시되고 있지."

"그녀 역시 물리적으로 처리할 생각입니까?"

그가 고개를 저으며 뜻 밖의 말을 꺼냈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네. 자네라는 확실한 해결사가 있으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죠?"

"스테파니 레너드는 남성미 넘치는 스트롱맨을 좋아하지. 특히 김 회장처럼 정력이 출중한 남자에게 환장하는 것으로 알고있네."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그가 묘한 눈빛을 내비치며 재차 말했다.

"김 회장이 절륜한 정력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네. 그러니 이번 기회에 그 좋은 능력을 군산복합체를 위해서 사용해 주시게."

"지금 저더러 미남계를 사용하라는 말씀입니까?"

점입가경이었다.

그가 별일 아니라는 어투로 말했다.

"그녀를 우리 쪽으로 포섭해 준다면, 한국의 핵무장을 군산복합체의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겠네."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결국 그의 제안을 수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스테파니의 정보를 자세히 알려주십시오."

그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서류가방에서 노랑 봉투를 꺼내들었다.

클라크가 건넨 봉투를 살피자 고화질 사진 여러장과 스테파니의 신상파일이 들어있었다.

그녀는 나름 미인 축에 속하는 여성이었다.

미남계를 사용해도 내가 손해볼 정도는 아니었다.

그녀의 외모에 나름 합격점을 부여한 뒤, 신상파일에 시선을 고정했다.

스테파니는 세계 굴지의 명품 브랜드 주식을 대거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 탓인지 거의 날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지의 패션쇼를 관람하는 한편, 잘생기고 건장한 남자 배우, 스포츠스타, 모델 등과 숱한 염문을 뿌리고 있었다.

나름 즐거운 인생을 살아가는 그녀였다.

하지만 그녀는 막중한 책무를 부여받은 상황이었다.

부친의 천문학적인 자산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탓이다.

그녀의 부친과 오빠는 모두 내 손에 목숨을 잃었다.

물론 내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그들은 한국의 핵무장을 반대한 인물이었다.

어차피 스테파니는 이용물에 지나지 않았다.

그녀가 원하는 걸 선사해주고, 내가 갈구하는 걸 대가로 받으면 그만이다.

그런 생각이 뇌리를 점령할 무렵, 클라크가 노회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한달 안에 그녀를 우리편으로 끌어들여야 하네. 할수 있겠나?"

"부의장님이 주신 정보가 사실이라면, 얼마든지 내 여자로 만들 자신이 있습니다."

"아주 보기 좋은 모습이야. 하하하하하...!"

클라크의 입에서 요란한 웃음소리가 길게 울려퍼졌다.

***

나를 태운 전용기가 이탈리아 밀라노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밀라노를 방문한 이유는 패션위크에 참가하는 스테파니에게 미남계를 구사하기 위함이었다.

그녀의 정보가 확실하다면 결코 내 손아귀에서 빠져나갈 수 없었다.

나는 전 세계 챔피언급의 정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써도 써도 마르지 않는 수준이었다.

6갑자에 달하는 막강한 내공 덕분이다.

내 공력은 날이 가고 달이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하고 있었다.

거의 1년 만에 5갑자에서 6갑자로 점프한 것이다.

아무래도 나는, 내공이 저절로 폭증하는 신의 육체를 타고난 것 같다.

그 외에는 내공 급증의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다.

그건 그렇고, 스테파니가 있는 패션쇼장이 어디더라?

이럴 때는 나를 그림자처럼 수행하는 하동균을 써먹어야 한다.

내 뒤에 공손히 서 있는 동균에게 지시를 내렸다.

"밀라노 패션위크가 열리는 곳으로 안내하세요."

녀석이 기다렸다는 듯 화답했다.

"안그래도 제가 이미 패션쇼 초대권을 입수했습니다."

"잘하셨습니다. 하하..."

사람 좋은 웃음을 흘려보내자 동균이 감격한 얼굴로 허리를 깊숙이 조아렸다.

그의 어깨를 부드럽게 토닥인 뒤 공항 주차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밀라노 시내에 위치한 패션쇼장으로 들어서자 보안요원이 내 앞을 막아섰다.

"초청장이 있으십니까?"

동균이 재빨리 초청장을 그에게 내보였다.

"한분만 입장이 가능하십니다."

동균에게 말했다.

"밖에서 대기하세요."

"네. 회장님."

잠시 후, 보안요원이 나를 맨 앞줄로 안내했다.

그 곳에는 이미 패션계의 거물과 유명인사들이 잔뜩 진을 치고 있었다.

그 중에는 이름만대면 다아는 헐리웃 배우들도 있었다.

스테파니 역시 그곳에 있었다.

그녀 곁으로 다가간 뒤 옆의 빈 의자에 착석했다.

그 후,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작고하신 선친과 나름 안면이 있습니다."

그러자 스테파니가 조금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저희 아빠를 아시나요?"

"사업적으로 긴밀한 파트너쉽 관계를 구축한 사이였습니다."

"와우! 비지니스를 크게 하시는군요."

그녀가 감탄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레너드 회장님에게 여러가지 도움을 받은 전력이 있습니다. 아무튼 이런 곳에서 은인의 따님을 뵙게 되어서 정말 감사한 심경입니다."

스테파니가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제가 고맙네요. 호호..."

그녀는 나에게 노골적인 호감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 탓인지, 나의 남성미 넘치는 마스크와 근육질의 바디를 적나라하게 훑었다.

스테파니에게 명함 한장을 건넸다.

"언제 시간이 되시면 저에게 연락을 주십시오. 제가 근사한 곳에서 저녁식사라도 대접하고 싶으니까."

그녀는 내 명함을 거부하지 않았다.

얼마 후, 패션쇼가 절정을 향해 치닫을 무렵 장내를 조용히 빠져나왔다.

***

스테파니는 밀라노의 자택을 서성이며 김한빈이 건네준 명함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한빈의 외모가 마음에 들었다.

선굵은 마스크와 탄탄한 근육질의 몸매가 그녀 타입이었다.

스테파니는 여지껏 단 한번도 동양남자와 사겨본 역사가 없었다.

그래서 더욱 신경이 쓰였다.

그녀는 미지의 아시안 남성과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본능적인 욕망이었다.

결국 그녀는 한빈의 연락처로 한통의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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