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화 증화권 최고 여배우 유영영
밀라노 교외에 위치한 고급 주택에서 나홀로 칵테일을 음미할 무렵, 미니 드레스 차림의 스테파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새도 없이 뜨거운 키스를 나누었다.
스테파니는 정열적인 여성이었다.
그런 탓일까. 우리는 온밤을 불사르며 격정적인 하룻밤을 만끽했다.
다음날.
오늘도 하루종일 그녀와 격렬한 시간을 보냈다.
스테파니는 보통 여성이 아니었다.
남자의 사랑을 미치도록 갈구하는 가여운 암사슴이었다.
반면 나는 그녀의 아름다운 욕망을 충족시켜줘야 하는 역사적인 사명이 있었다.
그런 이유로 나름 최선을 다했다.
스테파니의 열정을 온몸으로 마주하며 그녀를 지상천국으로 안내하는 역할에 오롯이 매진한 것이다.
어느새 그녀와 함께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 정도로 우리의 사랑은 불꽃처럼 타올랐다.
물론 일반 남성들은 그녀의 애틋한 욕구를 결코 충족시킬 수 없었다.
오로지 나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때문일까. 스테파니는 나에게 홀린 듯이 빠져들었다.
추측이 불가능한, 경이적인 파워로 중무장한 탓이다.
결국 그녀는 두손두발 다 들었다.
내 여자가 된 것이다.
***
런던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스테파니에게 내 요구를 전달했다.
"군산복합체에서 한국의 핵무장을 승인하는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거든."
그녀는 내 말을 곧바로 알아들었다.
"한국의 핵무장에 대해서 찬성표를 던지라는 거지."
"그렇지. 역시 말이 잘 통하는구나. 하하..."
"내가 자기편을 들면, 나에게 뭘 줄건데?"
"원하는게 뭔데?"
"내가 운용하는 펀드에 투자를 해줘."
"얼마나?"
"1억불(1.200억) 정도. 당연히 되돌려받을 생각은 하지 말고."
그녀는 공과 사가 확실했다.
사랑은 사랑이고, 돈은 돈이었다.
"OK. 접수."
그리 화답하며 스테파니의 앵두같은 입술에 뜨거운 키스를 선사했다.
쪽!
***
런던 히드로 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노팅힐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노팅힐에 위치한 대저택으로 들어서자 연미복 차림의 노집사가 나와 스테파니를 반겼다.
"회의실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뒤 노집사를 묵묵히 뒤따랐다.
그는 우리를 3층에 위치한 서재로 이끌었다.
서재 안으로 들어서자 11명에 달하는 군산복합체 멤버들이 기다란 테이블에 배석한 광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들은 나와 스테파니를 유심히 살피며 자기들끼리 뭐라뭐라 수군거렸다.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아담 옆에 자리를 잡았다.
반면 스테파니는 친중파 인사들이 앉아 있는 좌측 편에 착석했다.
이미 그녀는 신규 멤버로 가입이 확정된 상태였다.
잠시 후,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됐다.
클라크 부의장이 큰 목소리로 안건을 상정했다.
"한국의 핵무장을 승인하는 안건을 상정하도록 하겠습니다. 투표는 거수로 진행할테니 찬성하시는 분들은 오른손을 들어주십시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를 포함한 강경파 인사 전원이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친중파 쪽에 앉아 있던 스테파니도 약속대로 오른손을 거수했다.
그런 탓일까. 친중파 인사들이 스테파니를 잡아먹을 듯 노려봤다.
허나, 그녀는 타고난 강심장이라 그들의 시선을 모르쇠로 일관하며 나를 향해 짜릿한 윙크를 날렸다.
아름다운 그녀였다.
"거수 결과 과반수인 7명이 한국의 핵무장을 승인하셨습니다. 앞으로 더 이상 한국의 핵무장에 대해서 왈가왈부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겠습니다."
드디어 한국의 핵무장이 승인 되었다.
나름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하지만 나는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았다.
친중 인사들을 의식한 탓이었다.
***
뉴욕 국제 공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옆에 동승한 클라크 부의장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가 말했다.
"한국의 핵은 김 회장이 전적으로 관리하게."
"염려마십시오. 제가 책임지고 핵무기를 관리할 계획이니까."
"조금 안심이 되는군."
그가 다소 편안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클라크는 한국의 대통령이 핵무기를 관장하는 걸 극력 경계했다.
"어차피 한국 대통령은 제 손안에 있는 것과 진배 없습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가 머리를 끄덕이며 차분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필요한 일이 있으면 한국 CIA 지부장에게 부탁을 하게. 내가 말을 해놓을테니까."
"감사합니다. 부의장님."
클라크는 내 편이었다.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그의 배웅을 받으며 공항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극진한 대우였다.
미국 대통령을 능가하는 권력자가 몸소 나를 환송한 것이다.
그 정도로 클라크는 나에게 기대하는 바가 컸다.
기브앤 테이크였다.
***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대영항공의 연구소로 직행했다.
지하 깊숙이 위치한 비밀 기지로 들어서자 전현수 미사일 팀장이 나를 반겼다.
그와 악수를 교환한 뒤 극초음속 미사일 저장소로 발길을 옮겼다.
즐비하게 늘어선 극초음속 미사일을 유심히 살피며 전현수에게 질문을 던졌다.
"극초음속 미사일의 사정거리를 알려주십시오."
그가 즉답했다.
"3천킬로 안팎입니다."
"중국의 핵시설이 주로 어디에 위치하고 있습니까?"
"위구르 자치주인 신강에 핵무기가 주로 배치된 것으로 파악 중에 있습니다."
"이 곳에서 중국 신강까지 어느 정도의 거리죠?"
"대략 3천킬로 내외로 알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내가 원하는 건, 중국의 핵무기와 생화학시설, 주요 도시를 선제타격하는 것이었다.
그러자면 중국 레이더망에 포착되지 않는 극초음속 미사일이 반드시 필요했다.
전현수가 우려 섞인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정말 중국을 선제타격 하실 생각입니까?"
"그건 모르는 일이니까, 팀장님은 신경쓰지 마십시오."
그리 말하며 지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북경 중남해 주석관저에 청화 부동산투자그룹의 왕명곤 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중국의 최고권력으로 등극한 사진평 주석의 최측근이었다.
"부르셨습니까. 주석 각하."
사진평은 고개를 끄덕이며 면전에 시립한 왕명곤에게 지시를 내렸다.
"미국 민주당의 고위층들을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고, 우리 쪽으로 회유해!"
"말씀대로 일을 진행하겠습니다."
"그리고 인민은행장에게 말해 놓을테니까, 그럴싸한 명목으로 미화 대출을 신청해."
"원하시는 액수를 말씀해 주십시오."
"여러 회사 명의로 800억불(96조원) 정도를 신청하도록."
진평의 명령은 계속 이어졌다.
"민주당 실세들을 돈과 여자, 마약으로 확실히 포섭해야 한다."
왕명곤이 결연한 얼굴로 복명했다.
"존명!"
***
미국 뉴욕에 도착한 왕명곤 회장은 청화 부동산 소유의 콘래드 호텔 펜트하우스에 여장을 풀었다.
그는 점심 식사를 끝마치자마자 펜트하우스의 몰카와 도감청 시설을 점검했다.
이 곳은 미국 정가의 실력자들을 주로 포섭하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었다.
특히 중국에 유화적인 민주당 인사들이 자주 찾는 곳이었다.
왕명곤은 사진평의 막대한 비자금을 관리하는 한편 미국 정가의 실력자들을 회유하는 책무를 도맡았다.
특히 그는 중화권 유명 여배우들을 동원해 성상납을 자주 했다.
또한 민주당 인사들의 개인 펀드에 투자금 명목으로 거액의 뇌물을 주기적으로 전달했다.
그런 덕분에 왕명곤은 민주당 인사들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든 전화 한통이면 민주당 고위층들이 그의 곁으로 한달음에 달려온 것이다.
그가 제공하는 돈과 여자, 약물에 깊숙이 중독된 탓이었다.
***
여러개의 사모펀드를 운영하는 네이든 회장은 아바마 대통령의 개인 자금을 남모르게 관리하고 있었다.
그런 네이든이 콘래드 호텔 펜트하우스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역시 중화권 미녀배우의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날 밤.
펜트하우스에 왕명곤이 나타났다.
그는 네이든에게 환한 미소를 드러내며 선심을 마구 썼다.
"사진평 주석께서 아바마 대통령 각하에게 드리는 선물입니다. 그러니 부담갖지 말고 받아 주십시오."
그리 말하며 영국계 은행에서 발행한 5천만불(600억) 상당의 CD를 그에게 내밀었다.
네이든의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주석 각하에게 감사하다고 전해 주십시오. 헤헤헤..."
그는 간사한 웃음을 흘려보내며 CD를 서류가방에 수납했다.
네이든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친근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아바마 대통령에게 이 돈을 틀림없이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저 대신 수고를 해주십시오. 그리고 이건 수고비 조로 드리는 돈입니다. 받아 주십시오."
그리 말하며 백만불 상당의 현금이 들어찬 돈가방을 네이든에게 전달했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회장님. 헤헤헤..."
네이든의 입이 귓가에 내걸렸다.
거액의 뇌물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미녀의 극진의 환대마저 만끽한 탓이다.
***
민주당의 차기 대권후보인 조 월터가 뉴욕 콘래드 호텔에 나타났다.
그는 호텔 지배인의 안내를 받으며 탑층에 위치한 펜트하우스로 올라갔다.
펜트하우스에는 중화권의 유명 여배우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월터를 황제처럼 떠받들며 농밀한 접대에 나섰다.
잠시 후, 그들은 한쌍의 원앙으로 화신한 채 열락의 밤을 뜨겁게 불살랐다.
다음날.
왕명곤은 아침 일찍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명곤은 북경 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사진평 주석이 있는 중남해로 발걸음을 옮겼다.
새벽 어스름이 짙게 물든 시각.
사진평은 중남해 관저에서 므훗한 동영상을 뚫어져라 감상했다.
그의 시선은 중화권 여배우의 화려한 미모에 집중됐다.
그런 탓일까. 그는 시종일관 입맛을 다시며 아쉬운 심경을 토로했다.
"저런 늙다리 양놈이 중국 미녀를 취하는 꼴이라니...! 쯧쯧쯧..."
사진평은 씁쓸한 언사를 나직이 내뱉은 뒤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며칠 후.
중남해에 중화권 미녀 여배우가 나타났다.
뉴욕에서 조 월터를 접대한 그녀였다.
그날 밤. 중국 미녀는 최선을 다해서 사진평을 수발들었다.
***
뉴욕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음미하며 여유로운 한때를 보낼 무렵, 클라크 부의장이 면전에 나타났다.
그는 내 곁에 앉자마자 본론을 꺼냈다.
"민주당의 고위층들이 사진평 주석에게 매수당한 정황을 다수 포착했네."
"확실한 증거가 있습니까?"
"물증은 없지만 정황상 틀림없는 사실일세."
"심증 갖고는 곤란합니다. 확실한 물증이 있어야 민주당과 연결된 친중파 놈들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클라크가 머리를 끄덕이며 맞은편에 위치한 호텔을 손짓했다.
"저 호텔이 누구 소유인지 아는가?"
고개를 젓자 그가 기다렸다는 듯 즉답했다.
"청화 부동산투자그룹 소유일세."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청화 부동산투자그룹의 왕명곤 회장은 사진평 주석의 비자금 관리책으로 알려진 인물일세."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졌다.
"그러니까 저 앞에 있는 콘래드 호텔의 실소유주가 사진평 주석이라는 말씀입니까?"
"그런 셈이지. 그래서 그런지, 저 호텔에 민주당의 고위 인사들이 자주 드나든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고 있네."
"콘래드 호텔이 사진평의 공작 거점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클라크가 확신하는 얼굴로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저에게 이런 말을 하는 이유를 솔직히 알려주십시오."
그가 은근슬쩍 테이블에 사진 한장을 올려놓았다.
비키니 차림의 동양미녀가 섹시한 미소를 지으며 뭇 남성들을 유혹하는 사진이었다.
"이 여배우가 누군지 아나?"
당연히 그녀가 누군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녀는 중화권 최고 미녀 배우인 유영영이었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자, 클라크가 흡족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역시 알고 있구만. 하하하...!"
그의 의도를 단박에 알아차렸다.
"유영영을 포섭하라는 말씀입니까?"
"그렇지. 김 회장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 아닌가?"
클라크는 여자를 홀리는 내 마성적인 매력을 높이 평가하는 눈치였다.
"그녀의 증언이 필요하네. 그러니 우리 쪽으로 회유해주게."
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유영영의 증언만 확보된다면, 친중파를 일거에 쓸어버릴 수 있네."
구미가 동하는 제안이었다.
친중파는 암적 요소였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녀에 대한 다각적인 정보를 구해 주십시오."
클라크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내걸렸다.
자신의 제안을 수락한 내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자료를 수집해서 김 회장에게 보내주지."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카페를 유유히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