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재벌이 돈을 숨김-148화 (148/175)

148화 은밀한 거래

중국 국가안전국 소속 요원들은 유영영을 은밀히 경호하고 있었다.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요주의 감시한 것이다.

유영영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영화 출연을 연결고리로 삼는 게 상책이었다.

문득 태산그룹의 계열사인 태산 CGV가 뇌리를 스쳤다.

태산 CGV는 멀티플렉스 복합상영관과 영화제작, 유통 전반을 총괄하는 계열사였다.

한국 시장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화제작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유영영에게 한중 합작영화를 제안하기로 작심했다.

나름 자연스럽게 그녀를 만날 수 있는 지름길이었다.

결론을 내리자마자 태산 CGV의 최명국 사장을 상지원 접견실로 호출했다.

***

상지원 접견실에 나타난 최명국에게 단호한 어조로 지시를 내렸다.

"한중 합작 로맨스 영화를 제작하십시오. 그리고 여주는 중화권 최고 여배우인 유영영을 캐스팅 하세요."

명국이 앓는 듯한 얼굴로 읍소했다.

"유영영은 몸값이 매우 비싼 여배우 중의 한명입니다. 거의 헐리웃 여배우에 맞먹는 수준입니다. 회장님."

"돈은 달라는 대로 주십시오. 내가 원하는 건 그녀니까."

눈치빠른 명국이 내 의중을 단박에 파악했다.

"유영영에게 관심이 있으십니까?"

"네. 그녀가 마음에 듭니다. 그러니 영화 출연을 빌미로 자리를 만들어 보세요. 아시겠습니까?"

내 적나라한 언사가 떨어지자 명국이 쓴웃음을 지으며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말씀대로 일을 추진하겠습니다."

"그럼 당신만 믿겠습니다."

그러자 녀석이 기합이 잔뜩 들어간 얼굴로 복명했다.

"네. 회장님!"

***

최명국은 상지원을 빠져나오자마자 수행비서에게 지시를 내렸다.

"내일 아침 비행기로 홍콩으로 갈 생각이니까 항공편을 예약해!"

"예. 대표님."

다음날.

홍콩에 도착한 최명국은 곧바로 탕화승의 저택을 방문했다.

탕화승은 홍콩 영화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삼합회 보스였다.

명국은 탕화승과 오랜 친분을 갖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그에게 부탁을 해볼 생각이었다.

탕화승을 접견한 그는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한중 합작 영화에 유영영을 출연시키고 싶은데, 탕사장님이 다리를 놔주십시오. 그렇게만 해주시면 섭섭치 않게 사례를 해드리겠습니다."

탕화승이 만면 가득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명국의 부탁을 흔쾌히 수락했다.

거액의 사례금이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좋소. 내가 사람을 보내서 딜을 넣어볼테니 호텔에서 기다리고 계시오."

"감사합니다. 탕사장님."

며칠 후.

명국의 호텔방에 탕화승과 유영영이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곧바로 긴밀한 협의에 돌입했다.

탕화승이 유영영을 대신해 그녀의 입장을 밝혔다.

"우리 유배우는 중화권 최고 배우라고 할 수 있소. 그러니 개런티는 미화로 500만불 정도를 책정해 주시오."

명국은 탕화승의 제안을 세이경청한 뒤 어딘가로 급히 전화를 걸었다.

그는 전화통화를 끝마친 후, 환한 얼굴로 탕화승의 제안을 수락했다.

"좋습니다. 500만불을 개런티로 챙겨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세부조항 역시 유영영씨가 원하시는대로 하겠습니다."

그러자 탕화승과 유영영의 얼굴에 흡족한 미소가 그려졌다.

명국은 그들의 눈치를 살핀 뒤 유영영에게 영어로 말을 걸었다.

"저희 회장님이 유영영씨의 광팬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회장님과 저녁식사 자리를 마련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유영영이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대영그룹 회장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그녀는 뭔가를 잠시 생각한 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저녁식사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회장님에게 전해주세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하하..."

명국은 기분이 좋아졌다.

그의 예상 외로 일이 너무 술술 풀렸기 때문이다.

***

중남해 주석관저에 왕명곤 회장이 나타났다.

그는 사진평 주석에게 정중히 인사한 뒤 긴급 현안을 보고했다.

"유영영이 대영그룹의 김한빈 회장과 저녁식사를 같이할 예정입니다."

"그 말이 사실인가?"

"믿으셔도 좋습니다. 주석 각하."

사진평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그려졌다.

그는 대영그룹의 수장인 한빈을 단단히 옭아매기로 결심했다.

"그놈과 유영영을 청화 부동산그룹이 소유한 호텔방으로 유인해!"

"말씀대로 조치하겠습니다."

"약물도 복용시키도록."

"존명!"

***

홍콩 구룡호텔의 옥상에 위치한 루프탑 레스토랑으로 올라가자 최명국과 탕화승, 유영영 등이 나를 반겼다.

그들과 일일이 악수를 교환한 뒤 이런저런 실없는 대화를 길게 나누었다.

물론 내 시선은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내내, 중화권 최고 여배우인 유영영에게 절로 모아졌다. 그녀는 사진보다 실물이 더 아름다웠다.

내 눈짓을 받은 명국이 탕화승과 함께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들과 작별 인사를 교환한 뒤 맞은편에 앉아 있는 유영영에게 영어로 말을 걸었다.

"오래전부터 유영영씨의 팬이었습니다. 이렇게 저녁식사를 같이하게 되어 진심으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그녀가 베시시 웃으며 영어로 대답했다.

"너무 비행기를 태우시네요. 저도 조금 놀랐어요. 대영그룹의 회장님이 너무 젊으셔서. 호호호..."

그녀는 고혹적인 웃음을 흘려보내며 도발적인 시선으로 나를 쳐다봤다.

자신을 유혹해주길 바라는 눈치였다.

우리는 맛 좋은 스테이크와 포도주로 배를 채운 뒤 호텔 지하의 칵테일바로 자리를 옮겼다.

***

달달한 칵테일을 연거푸 석잔 정도 마셨을 무렵, 유영영의 입에서 유혹하는 언사가 흘러나왔다.

"호텔방으로 올라갈까요?"

"좋습니다. 제가 자주가는 별장이 있는데 그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러자 유영영이 완강히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저는 이 호텔이 좋아요. 그러니까 스위트룸으로 같이 올라가요."

구룡호텔은 청화 부동산그룹의 소유였다.

당연히 스위트룸에 몰카와 도감청 시설이 완비된 상태였다.

그녀는 나의 약점을 잡으려고 하였다.

사진평의 오더를 받은 눈치였다.

그녀가 원하는대로 움직였다간 사진평에게 약점을 잡힐 가능성이 농후했다.

결국 그녀에게 그럴듯한 핑계를 대기로 마음먹었다.

"요즘 몰카가 너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호텔도 안전지대가 아니죠. 그래서 저는 가급적 개인 저택을 이용합니다."

유영영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회장님이 자주 가는 곳으로 가요."

"감사합니다. 사례는 톡톡히 해드릴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래주시면 저야 고맙죠. 호호..."

그녀는 섹시한 웃음을 흘리며 나를 따라 나섰다.

***

홍콩에는 대영그룹 소유의 고급 저택이 여러채 있었다.

나는 그 중에서, 부촌지역으로 유명한 리펄스베이의 별장으로 그녀를 안내했다.

별장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우리는 뜨겁게 불타올랐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는 극한의 환희에 휩싸였다.

진정한 여자가 된 것이다.

오로지 나만이 가능한 일이었다.

다음날.

유영영은 내 품에 꼬옥 안긴 채 쉴 새 없이 감탄사를 쏟아냈다.

"오마이갓! 자기는 진짜 너무 대단한 남자야! 정말 엄청나다구...!"

그녀의 진솔한 칭찬을 온몸으로 만끽하며 조곤조곤한 어조로 속삭였다.

"니스에 별장이 있는데 그 곳에서 한달 정도 휴가를 즐길 생각이거든. 너도 같이 갈래?"

그녀는 내 제안을 거부하지 않았다.

진정한 남자를 만난 까닭이다.

"고마워. 안그래도 자기랑 휴가를 같이 보내고 싶었는데. 호호호..."

그녀는 고혹적인 웃음을 내비치며 내 품 깊숙이 안겨들었다.

***

왕명곤 회장이 중남해 주석관저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유영영과 김한빈이 프랑스 니스에서 휴가를 같이 보낼 예정입니다."

"아직도 동영상을 확보하지 못한 것인가?"

"김한빈이 워낙 몰카를 경계하는 인물이라... 그렇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유영영이 몰카를 촬영하기로 했으니까."

"반드시 놈의 약점을 잡아야 한다."

"명심하겠습니다. 주석 각하!"

왕명곤은 중남해를 빠져나오자마자 유영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몰카 장비를 이용해서 동영상을 촬영해!"

-네. 회장님.

"반드시 놈의 약점을 잡아야 하니까, 절대 실수하지마라."

-염려하지마세요. 제가 다 알아서 하니까.

"좋아. 네년을 믿을테니 나를 실망시키지 말도록."

-예. 회장님. 그럼 나중에 연락들 드릴께요.

***

유영영은 왕명곤이 건네준 초소형 몰카 장비를 블라우스 상의에 장착한 채 한빈의 전용기에 몸을 실었다.

그녀는 프랑스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준비해온 코카인을 테이블 위에 흩뿌렸다.

그 후, 한빈에게 넌지시 말했다.

"자기도 해볼래? 기분이 아주 좋아지는데?"

그러자 한빈이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별로 관심이 없다. 정 하고 싶으면 너 혼자해라."

그리 말하며 2층 침실로 올라갔다.

그런 모습에 영영의 얼굴 가득 낭패한 기색이 떠올랐다.

한빈은 그녀의 유혹에 당최 응하지 않고 있었다.

영영은 입술을 피가 나도록 질끈 깨물었다.

***

영영은 내 약점을 잡기 위해 혈안이었다.

하지만 도리어 그녀가 나한테 약점이 잡힌 상황이었다.

영영이 약물을 흡입하는 광경이 전용기 내부에 설치된 몰카 장비에 적나라하게 포착된 탓이다.

이제 슬슬 그녀에게 사실을 말할 시점이었다.

프랑스 니스의 별장에 도착하자마자 그녀에게 솔직히 말했다.

"당신이 전용기 안에서 약물을 흡입한 장면을 촬영했거든. 이걸 SNS와 유튜브에 공개할 생각인데 당신 생각은 어때?"

순간 그녀가 분한 표정을 지으며 길길이 날뛰었다.

"이런 비겁한 자식아! 그게 여자한테 할 짓이니! 니가 그러고도 남자냐고!"

"흥분하지말고 내 말을 잘 들어봐. 내 말대로 하면 네년이 약물을 흡입한 동영상을 영원히 폐기해 줄테니까."

그제야 영영이 흥분을 가라앉힌 얼굴로 슬며시 물었다.

"내가 뭘 어쩌면 되는데?"

"그동안 니가 미국 민주당의 고위 인사들을 포섭한 과정을 사실대로 말해. 그러면 된다. 그렇게만 해주면 헐리웃 대작 영화에 주연 여배우로 캐스팅 해줄게. 그리고 추가로 1천만불을 보너스로 줄게. 어때? 이 정도면 구미가 당기는 제안 아니냐?"

그녀는 뭔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걱정이 그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사진평 주석이 가만히 있지 않을거야? 내 목숨이 위험해진다고!"

"그건 걱정마라. 우리 미국이 너를 보호해 줄테니까. 그리고 사진평은 너에 대해서 함부로 행동을 할 수 없어. 전 세계 대중의 눈총을 받을테니까."

영영이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생각할 시간을 줘. 부탁이야."

"12시간 준다. 그 안에 결론을 내도록 해."

그리 말하며 경호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저 여자를 2층 방으로 안내해. 그리고 외부 출입을 통제하도록."

"네. 회장님."

***

유영영을 대동한 채 파리 근교의 대저택으로 들어섰다.

회의실로 들어가자 군산복합체 멤버들의 호기심 그득한 시선이 영영의 일신에 집중됐다.

그녀를 아담 의원과 내 사이에 앉힌 뒤 클라크 부의장에게 귓속말을 전했다.

잠시 후,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됐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신 유영영은 중화권 최고 여배우임과 동시에 미국 민주당 인사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성상납을 해온 여성입니다."

순간 친중파 인사들이 경악한 얼굴로 유영영과 나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허나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영영은 모든 사실을 솔직히 자백했다.

"저는 민주당 인사들을 포섭하기 위해 사진평 주석의 지시를 받고 그들과 잠자리를 가졌어요. 또한 약물을 흡입하는 광경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는데 협조했습니다."

그녀의 폭탄발언이 떨어지자 친중파 인사들의 얼굴이 일제히 참담하게 일그러졌다. 올 것이 왔다라는 표정이었다. 반면 대중 강경파 인사들은 살판이 났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

뉴욕 센트럴파크를 거닐며 아담 의원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민주당의 뒤를 봐주던 친중 인사들이 전원 물러나기로 합의를 봤네."

"그럼 그들의 빈자리를 누가 메꾸는 겁니까?"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공화당 쪽 인사들이 자리를 메울걸세."

"본격적인 대중국 압박 정책이 실행되는 겁니까?"

아담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최악의 경우 핵전쟁까지 염두에 둬야 할걸세."

"그 점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극초음속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계획이니까."

내 말은 계속 이어졌다.

"유영영의 신변보호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헐리웃 대작 영화에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해 주십시오."

"그 점은 걱정하지말게."

아담의 믿음직한 확답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