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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재벌이 돈을 숨김-150화 (150/175)

150화 EPL 빅클럽 인수를 결심하다

제주도의 푸른 해변을 조망하는 한편, 조자웅에게 제안할 사업 모델에 대해서 심사숙고했다.

나는 중국 공산당의 고위 관료와 그들과 결탁한 중국 재벌들에게 시의적절한 가르침을 베풀 생각이었다.

한국의 기업인들은 중국 공산당 놈들에게 수많은 투자사기를 당했으며 그 결과 수십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그들을 대신해서 내가 직접 놈들에게 참교육을 실행하는 게 순리라고 판단했다.

물론 재료는 충분했다.

실행만 하면 그만이었다.

***

낙원호텔로 들어서자 진대현 본부장이 나를 맞이했다.

그와 함께 지하 컨퍼런스홀로 내려갔다.

진대현은 화이트 스크린을 지시봉으로 가리키며 사업 설명을 시작했다.

“송도 국제자유도시에 초고층 빌딩 6채와 거대한 규모의 복합 카지노 타운을 조성할 계획입니다.”

그의 말과 동시에 스크린에 화려한 3D 입체영상이 떠올랐다.

그럴듯한 사업 계획서였다.

사업시연회가 끝나자마자 대현에게 지시를 내렸다.

“내일 오후에 조자웅 당서기에게 지금 한 것처럼 똑부러지게 사업 시연회를 하십시오.”

“명심하겠습니다. 회장님.”

***

스위트룸으로 올라가자 공항에서 막 도착한 이태강이 나를 반겼다.

우리는 샴페인을 즐기며 진지한 대화를 이어나갔다.

“제주도로 나를 부른 이유가 뭔가?”

“지금 이 호텔에 중국 권력서열 5위에 해당하는 상해시 당서기가 와 있습니다.”

그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

“대단하군. 한국 정부 몰래 그런 고위층을 초대하다니!”

“어차피 한국 정부는 눈뜬 장님이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하긴, 국정원의 대중 첩보망이 전부 망가졌으니······.”

그의 말대로 국정원은 대북한 첩보뿐만 아니라 대중국 정보 분야도 올 스톱 상태였다. 그런 탓으로 중국 고위층의 한국 입국을 새카맣게 모르고 있었다.

“저는 상해시 당서기인 조자웅을 비지니스 파트너로 만들 생각입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송도 국제자유도시에 거대한 규모의 카지노 타운을 조성할 예정입니다. 그러자면 최소 20조 원 이상의 자본이 필요한데, 그 자금을 중국에서 끌어올 계획입니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

“개발펀드의 지분을 약속하면, 조자웅도 내 제안을 거부하지 않을 겁니다.”

내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의 주변에는 부패한 중국 재벌이 지천으로 널려 있습니다. 조자웅을 이용한다면 그들의 돈을 손쉽게 먹어치울 수 있을 겁니다.”

태강은 뭔가 눈치를 챈 얼굴로 은근히 물었다.

“먹튀를 할 생각인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차피 중간에 조자웅이 있기 때문에 그놈들도 딴소리를 못할 겁니다.”

“미치겠군. 김 회장은 너무 배포가 커서 문제야.”

그는 내 통큰 행보에 연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차피 중국놈들은 한국 기업인들에게 수십조 원 이상을 수탈했습니다. 나름 정의구현 차원에서 하는 일이니까 형님도 협조를 해주십시오.”

태강이 질렸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형님은 한국의 국무총리 신분이라 조자웅에게 충분히 믿음을 줄 수 있을 겁니다. 그자를 만나서 송도국제자유도시에 거대한 규모의 카지노 타운 건설을 정부차원에서 계획 중이라는 사실을 넌지시 말해주십시오. 그렇게만 해주시면 됩니다.”

그가 나를 빤히 주시하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돈 달라는 소리였다.

“얼마를 원하십니까?”

“최소 500억 이상을 챙겨주게.”

“좋습니다.”

그리 말하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

펜트하우스로 들어서자 조자웅 당서기가 환한 얼굴로 악수를 청했다.

그와 악수를 교환한 뒤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했다.

조자웅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송도 국제자유도시에 마카오와 라스베가스에 필적하는 카지노 타운을 건설할 계획입니다.”

그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

“역시 소문대로 스케일이 대단하십니다. 하하!”

고개를 끄덕이며 재차 말을 이었다.

“총액 200억 불(24조 원) 규모의 송도 카지노개발 펀드를 조성할 생각입니다. 물론 시장님이 원하신다면, 5%에 달하는 지분을 양도할 의향이 있습니다.”

조자웅이 탐욕에 절은 얼굴로 재빨리 염두를 굴렸다.

“저에게 10억 불(1조2천억) 상당의 지분을 약속하시는 겁니까?”

“네. 물론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중화권 자본가들의 투자유치를 전담해 주십시오. 그렇게만 해주시면 5%에 달하는 지분을 넘겨드리겠습니다.”

그는 내 제안을 흔쾌히 수용했다.

“이런 좋은 기회를 그냥 지나친다면, 세상 사람들이 나를 실컷 비웃을 거요. 우하하하!”

그의 입에서 탐욕스런 웃음이 흘러나왔다.

예상대로였다.

조자웅의 주변에는 부패한 중국재벌이 득시글거렸다.

돈줄 역할을 해줄 인사들이 지천에 널린 것이다.

***

스위트룸으로 내려가자마자 정세아를 면전에 호출했다.

섹시한 미니 드레스 차림의 그녀가 내 앞에 나타났다.

그녀에게 지시를 내렸다.

“펜트하우스에 중국 고위층이 와 있으니까, 알아서 접대를 시작해.”

“돈 약속은 반드시 지켜주셔야 해요.”

“돈 걱정은 하지 마라. 내 입장에서 8억은 껌값에 불과하니까.”

“좋아요. 그럼 나중에 봬요.”

세아는 그 말을 끝으로 펜트하우스로 올라갔다.

그녀가 사라지자마자 몰카 장비를 작동시켰다.

얼마 후, 세아와 조자웅의 아찔한 모습이 노트북 화면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호텔 카지노를 담당하는 이경철 전무를 스위트룸에 불러들였다.

면전에 나타난 이경철에게 지시를 내렸다.

“조자웅은 거물이니까 알아서 편의를 봐주세요.”

“한도액수를 말씀해 주십시오.”

“100억 한도내에서 자유롭게 잃어주세요.”

“말씀대로 조치하겠습니다.”

이경철을 내보낸 뒤 하동균 팀장에게 명을 내렸다.

“정세아와 조자웅의 합방이 끝나면 호텔 카지노로 안내하세요.”

“예. 회장님.”

***

새벽 무렵,

낙원호텔 지하 카지노에 조자웅이 나타났다.

그는 바카라 테이블에 진을 친 채 한화로 100억 원 상당을 일사천리로 획득했다.

말도 안 되는 행운의 연속이었다.

그런 탓일까. 자웅은 카지노가 떠나갈 정도의 우렁찬 광소를 쉴 새 없이 토해냈다.

“우하하하! 우하하하하! 우하하하하하하!”

카지노의 이경철 전무는 조자웅의 일거수일투족을 한빈에게 실시간으로 보고했다.

***

다음날.

태강과 낙원호텔 소유의 제주도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즐기며 이런저런 대화를 길게 이어나갔다.

“금년 연말 즈음에 총리직을 사임하고 한국당의 당 대표로 들어가세요.”

그가 기대만발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이영박은 내가 알아서 구워삶을 테니까 형님은 한국당에서 세를 넓히는 작업에 치중하십시오.”

그의 입이 귓가에 내걸렸다.

“그렇게만 해주면 나야 고마울 따름이지. 헤헤헤······.”

태강이 간사한 웃음을 흘리며 내 눈치를 살폈다.

“오늘 저녁에 조자중과 자리를 마련할 테니까 송도 국제자유도시 개발 건에 대해서, 그에게 강력한 확신을 심어주세요.”

“그 점은 걱정하지 말게. 내가 알아서 잘할 테니까.”

“그럼 형님만 믿겠습니다.”

그날 오후.

낙원호텔 컨퍼런스 홀에 들어서자 진대현의 사업시연회가 성황리에 개최되고 있었다.

상석에 좌정한 조자웅은 화이트 스크린을 홀린 듯이 들여다보며 대현의 능숙한 파워포인트 사업설명회에 깊숙이 몰입하고 있었다.

제반 조건이 딱딱 맞아떨어지고 있었다.

***

낙원호텔의 연회장에 들어서자 이태강과 조자웅이 회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광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조자웅은 차기 대권이 유력한 태강이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그런 탓인지 송도 자유도시의 카지노 개발 사업에 대해서, 한국 정부가 역점을 기울이고 있다고 지레짐작하는 눈치였다.

내 입장에서는 반가운 현상이었다.

물론 나는 카지노 개발 사업에 대해서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그저 중국의 부패한 재벌과 공산당 개자식들의 비자금을 빨아먹는 용도로 이용할 계획이었다.

연회장을 빠져나온 뒤 하동균에게 지시를 내렸다.

“현찰로 8억을 마련해서 내 방으로 갖고 오세요. 그리고 정세아도 호출하시고.”

“예. 회장님.”

스위트룸에서 칵테일을 음미하며 제주도의 밤풍경을 조망할 무렵, 정세아가 내 앞에 나타났다.

곧바로 그녀에게 돈가방을 내밀었다.

“8억 현찰이다.”

그녀는 돈가방을 받아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제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을 주세요. 회장님. 호호호!”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해 보였다.

세아가 스위트룸에서 조용히 물러갔다.

그녀가 사라지자마자 클라크 부의장의 비밀 이메일에 조자웅의 동영상 자료를 전송했다.

잠시 후.

클라크의 전화가 걸려왔다.

-수고했네. 김 회장.

“약속을 지켜주십시오.”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를 대상으로, 미국 정부차원에서 제재를 가하는 법안을 의회에 상정하도록 손을 쓰겠네.

미흡한 조치였다.

나는 그것보다 더욱 강력한 제재를 원했다.

그래서 강한 어조로 내 의중을 피력했다.

“메모리 반도체 필수 특허를 대거 보유한 미국 반도체 업체가, 중국 반도체 업체를 미국 상무부에 특허 침해로 제소해야 합니다! 그래야 중국의 반도체 산업 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습니다!”

그제야 클라크의 입에서 내가 원하는 내용이 흘러나왔다.

-김 회장이 원하는 쪽으로 조치를 취하겠네.

“감사합니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

상해에 귀국한 조자웅은 막내 딸의 생일파티를 빌미로 중국 재벌들을 대거 자택으로 불러들였다.

송도국제개발도시의 대규모 카지노 프로젝트에 대대적인 투자를 독려하기 위함이었다.

***

북런던에 소재한 토트넘 훗스퍼 구장을 방문했다.

한국의 축구영웅인 손형민의 경기를 직관하기 위함이었다.

손형민은 동양인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은 월드클래스 공격수였다.

폭발적인 순간 스퍼트와 탁월한 오프 더 볼 움직임, 뛰어난 라인 브레이킹, 그리고 강력한 좌우 양발 슛팅을 일신에 구비한 완전체 포워드였다.

하지만 그는 셀링 클럽에 속하는 토트넘에서 무관에 그치고 있었다.

그 덕분에 손형민은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중이었다.

오늘도 토트넘은 손형민과 카인이 골을 기록했지만 수비 불안으로 말미암아 2대 2 동점으로 게임을 마무리했다.

마음에 안 드는 게임 결과였다.

나는 손형민이 빅클럽으로 이적하는 걸 원했다.

흔히 레바뮌으로 통칭되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등으로 이적하는 걸 바랬다.

그게 힘들다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 첼시, 리버풀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동양인 출신인 손형민을 적극적으로 영입할 생각이 없었다.

거액을 주고 영입할 만한 메리트가 없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하얏트 호텔에 여장을 푼 뒤, 창 밖에 드리워진 템즈강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프리미어리그 빅클럽을 인수하는 내 모습이 심중에 짙게 드리워졌다. 일종의 계시 같았다.

프리미어리그는 전 세계 최고 리그였다.

라리가와 분데스리가. 세리에는 소수의 강팀이 약팀을 양학하는 흥미가 실종된 리그였다.

반면 프리미어리그는 절대 약팀도 없고 절대 강팀도 없는 상향평준화된 리그였다.

그 덕분에 전 세계의 축구팬들은 연일 물고 물리는 혈전을 펼치는 프리미어리그에 이목을 집중했다.

그런 탓일까. 수년 전부터 아랍과 중국의 막대한 자본이 프리미어리그에 물밀 듯이 몰려들었다. 압도적인 시청률을 자랑하는 프리미어 리그에 대규모 투자가 단행된 것이다.

이번 기회에 EPL 빅클럽을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대영그룹의 이미지를 재고할 수 있는 광고 홍보 수단으로 제격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손형민이 마음 놓고 신계로 등극할 수 있도록 사다리를 놓아주기 위함이었다.

나름 사익과 국익의 절묘한 조화였다.

나는 그렇게 자평했다.

***

다음날.

호텔 방에서 오전 식사를 끝마친 뒤 하동균 비서팀장을 면전에 불러들였다.

눈앞에 나타난 하동균에게 지시를 내렸다.

“EPL 빅클럽을 영입할 생각이니까 매각할 의향이 있는 구단을 조용히 알아보세요.”

동균은 내 배포가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탓으로 별다른 의문을 제기하지 않은 채 순순히 복명했다.

“말씀대로 조치하겠습니다. 회장님.”

***

카나리 워프 금융타운에 하동균이 나타났다.

그는 고층 빌딩이 밀집한 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동균은 대영자동차의 런던 지사 빌딩 사무실에서 김영조 지사장과 심도 있는 협의를 진행했다.

“회장님이 EPL 빅클럽을 영입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 지사장님이 매각 의사가 있는 구단주들과 접촉을 가져 주십시오.”

김영조가 곤혹스런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인수 작업이 쉽지 않을 겁니다. EPL 빅클럽의 가치가 날이 다르게 상승하고 있거든요.”

“그래도 회장님의 엄명이니까 한번 알아봐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실장님.”

그날부터 김영조는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EPL 빅클럽 관계자들과 만남을 이어갔다.

그러기를 얼마 후, 토트넘 훗스퍼의 최대주주인 마르셀 쿠퍼 회장에게서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냈다.

마르셀 쿠퍼는 토트넘 훗스퍼의 지분을 무려 90% 가까이 보유한 절대지배주주였다.

그는 원래 런던 금융가에서 사모펀드를 운영하는 노회한 금융인 출신이었다.

그는 20년전, 현재 토트넘의 구단주로 알려진 라비 회장과 손잡고 토트넘을 4억 불(4천8백억)에 전격적으로 인수했다.

재매각 수익을 얻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오늘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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