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재벌이 돈을 숨김-151화 (151/175)

151화 등평도수의 경지에 올라서다

나의 내공이 7갑자를 돌파했다.

불가사의할 정도로 공력이 폭증하고 있었다.

그런 탓일까. 전신에 활화산같은 기운이 폭발하듯 치솟았다.

아무도 모르게 호텔방을 빠져나왔다.

그 후, 호텔 인근의 템즈강으로 전속력으로 뛰어갔다.

그런 때문일까. 무협 소설에 자주 나오는 경신술이 자연적으로 발현되었다.

두다리에 단전의 내공이 저절로 흘러들어간 탓이다.

더불어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졌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열기였다.

결국 화마의 열기를 잠재우기 위해 템즈강으로 훌러덩 뛰어들었다.

첨벙!

시원한 강물속에서 1시간 동안 수영을 즐기자 그제야 몸이 시원해졌다.

바로 그때. 갑자기 내 몸이 어떤 힘에 의해 저절로 물 위로 뛰어올랐다.

그 후, 전설상의 경지인 등평도수가 본능적으로 발현되었다.

나는 그날, 강물 위를 힘차게 뛰어다니며 등평도수의 묘용을 온몸으로 체득했다.

기적같은 순간이었다.

***

런던의 소시민들이 모여사는 평범한 동네를 천천히 거닐며 나를 뒤따르는 하동균에게 넌지시 물었다.

"마르셀 쿠퍼 회장이 원하는 가격이 얼마죠?"

그가 기다렸다는 듯 즉답했다.

"20억불(2조4천억) 이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토트넘의 구단주인 라비 회장의 지분을 말해보십시오."

"10% 전후로 알고 있습니다."

토트넘의 구단주인 라비는 소액 지분을 보유한 고용사장에 불과했다.

실질적인 구단의 주인은 90%에 달하는 지분을 갖고 있는 쿠퍼 회장이었다.

고소한 냄새를 잔뜩 풍기는 현지 빵집으로 들어갔다.

하동균은 그런 나를 조심스럽게 뒤따랐다.

빵집에서 유럽풍의 달달한 제과로 배를 채운 뒤 다시 길거리로 나섰다.

길가를 여유로이 걸어다니며 동균에게 말했다.

"토트넘을 빅클럽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챔스와 리그 우승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 흔한 FA컵 트로피조차 전무하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토트넘은 최근 10년 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이피엘 리그에서 6위 이하로 추락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빅클럽이라고 하기에는 여전히 많은 점이 부족해요."

"토트넘 인수를 포기하실 생각입니까?"

"다른 상위권 클럽과 시간을 두고 접촉을 계속하십시오."

"솔직히 쉽지 않은 일입니다. 회장님."

그의 말대로 레바뮌은 애당초 인수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였다.

레알과 바르샤는 시민 구단 성격이었고, 뮌헨은 전 세계 최고 최대의 제약사인 바이에른이 최대주주였기 때문이다.

허나, 내 사전에 포기는 없었다.

토트넘보다 좀 더 나은 팀을 인수하고 싶었다.

"EPL 상위 5개팀의 구단주들과 다시 한번 접촉을 해보세요."

"김 지사장에게 회장님 말씀을 고스란히 전달하겠습니다."

"알아서 하세요."

그 말을 끝으로 호텔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

마르셀 쿠퍼는 김한빈 외에도 아랍과 중동 쪽의 부호들과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 역시 쿠퍼의 과한 요구에 거부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4억불에 인수한 토트넘을 20억불 이상의 가격으로 매각하려한 탓이다.

쿠퍼의 과한 욕심은 협상 결렬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결국 그는 마지막 남은 협상 대상자인 김한빈에게 모든 역량을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즈음, 한빈이 EPL 상위 5개팀과 연쇄적인 접촉을 나누고 있다는 소식이 그의 귀에 전해졌다.

쿠퍼는 마음이 급해졌다.

까딱 잘못하면 토트넘 매각이 물건너 가는 탓이다.

그는 이번 기회에 토트넘을 반드시 매각할 방침이었다.

오래동안 기다려온 시세차익을 실현하기 위함이었다.

쿠퍼는 한빈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 김영조 지사장에게 17억불 안팎의 매각가를 제안했다.

***

낙원 백화점의 강남 본점에 들어서자 점장과 직원들이 나를 향해 깍듯이 허리를 숙였다.

점장에게 말했다.

"VVIP룸에 있는 할 일 없는 졸부들을 지금 당장 모조리 내보내세요."

그가 기합이 잔뜩 들어간 얼굴로 복명했다.

"예. 회장님!"

나는 낙원그룹 총지주사의 지분을 어마어마하게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 탓으로 낙원 백화점에서 얼마든지 초갑질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점장 역시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잠시 후, 탑층에 위치한 VVIP룸으로 올라가자 백화점에서 가장 미모가 뛰어난 여직원들이 나를 극진히 환대했다.

그녀들의 마음 씀씀이에 내심 높은 점수를 부여하며 하동균에게 지시를 내렸다.

"여직원 분들에게 금일봉을 전달하세요."

그가 즉답했다.

"네. 회장님."

동균은 수천만원 상당의 수표가 들이었는 금일봉을 그녀들에게 차례로 전달했다.

그런 탓일까. 여직원들의 얼굴에 하늘에 오른 듯한 짜릿한 기쁨이 찬란하게 피어났다.

그녀들에게 선심성 금일봉을 제공한 후, 황제 쇼핑을 마음껏 즐겼다.

***

상지원으로 향할 무렵, 옆에 동승한 하동균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녀석은 전화통화를 끝마친 뒤 곧바로 보고를 올렸다.

"토트넘의 쿠퍼 회장이 17억불을 제안했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연락이 없나요?"

"예. EPL 상위 5개팀은 우리 제안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거 같습니다."

비지니스는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하는 게임이었다.

결국 토트넘을 인수하기로 내심 마음먹었다.

동균에게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15억불로 의견 접근을 보십시오."

"알겠습니다. 회장님."

상지원에 별관 접견실에 들어서자 진대현이 나를 맞이했다.

그를 지나쳐 육중한 마호가니 책상에 자리를 잡았다.

그 후, 면전에 시립한 대현에게 말했다.

"태산그룹 등기 이사들의 연봉과 판공비도 기존대비 30% 이상 삭감하는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하세요."

내 명령은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토트넘 구단을 매개체로 하는 유럽지역의 홍보전략 보고서를 3일 안에 제출하세요."

그가 조금 놀랄 얼굴로 물었다.

"정말 토트넘 구단을 인수하실 생각입니까?"

"아무래도 그래야 할거 같아요. 그러니까 진본이 제반 사항에 대해서 검토를 해보세요."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은근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장동현 법무실장이 회사에서 실시하는 정기 건강검진에서 간암 2기라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조금 놀랐다.

"그래서 지금 현재 대영병원에서 암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언제 입원한거죠?"

"4일 정도 된 모양입니다."

"왜, 회사에는 알리지 않았죠?"

"회장님의 심기를 어지럽힐까 저어한 모양입니다."

"지금 당장 병원으로 갑시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그날 밤.

장동현은 한달 사이에 몰라볼 정도로 수척해졌다.

박박 깍은 민머리와 초췌한 안색이 병자임을 알수 있게 해주었다.

그는 극한의 고통을 유발하는, 항암치료를 받는 중이었다.

그에게 몸조리를 잘하라는 말만을 남긴 채 병원을 되돌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 어떤 말로도 그를 위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

박종태 실장을 용인 골프장으로 불러냈다.

우리는 푸른 잔디에서 라운딩을 즐기며 이런저런 대화를 이어나갔다.

"박 실장도 평소부터 건강을 챙기세요. 장 실장 꼴이 나지말라는 법이 없으니까."

그가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요즘 술을 거의 안하고 있습니다. 하더라도 맥주 한잔 정도만 마시는 정도죠."

"잘 생각하셨습니다. 의사가 그러더라구요. 술이 정말 몸에 나쁜거라고."

"제 보잘 것 없는 건강을 생각해 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회장님."

종태는 그리 말하며 나를 향해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자신의 건강을 걱정해주는 내가 눈물나게 고마운 눈치였다.

우리는 라운딩을 끝마친 뒤 재첩국을 전문으로하는 밥집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맛깔나는 재첩국으로 배를 채우는 한편, 종태의 보고에 귀를 기울였다.

"대영물산의 전 회계팀장인 최영식이 재경지검에 근무하는 검사에게 이중 회계장부를 넘긴 모양입니다."

"담당 검사에게 이중 회계장부를 회수하세요. 그리고 최영식은 적당한 혐의를 씌워서 빵으로 보내세요."

"말씀대로 조치하겠습니다."

***

오늘따라 당최 잠이 오지 않았다.

그런 까닭으로 아무도 몰래 상지원을 빠져나왔다.

나 홀로 새벽 밤거리를 무작정 싸돌아 다니기 위함이었다.

발길 가는대로 걷다보니 할로윈 파티가 한창인 이태원 한복판에 도착했다.

각양각색의 복장으로 젊음의 열기를 한껏 분출하는 친구들을 오롯이 감상한 뒤 강남으로 훌쩍 넘어갔다.

아레나 클럽에 들어서자 섹시한 춤사위를 펼치는 그녀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곧장 스테이지로 향했다.

그 후, 마음에 드는 그녀와 부비부비를 한껏 즐겼다.

그녀와 오붓한 시간을 만끽할 무렵, 험상궂은 생김새의 덩치들이 내 곁으로 모여들었다.

"이 호로자식아! 우리 형수님이 누군줄 알고 지랄을 하는 거냐?. 낄낄낄...!"

"아그야. 언능 형님들을 따라온나. 조용히 할 말이 있응게."

"좋은 말로 할때 언능 따라온나. 개처럼 쳐맞고 싶지 않으면."

나와 즐거운 시간을 함께한 그녀는 이미 저 멀리 사라진 뒤였다.

그때, 걸쭉한 입담이 재차 들려왔다.

"쪽팔리게 여기서 쳐맞을래? 아니면 조용히 따라올래? 선택은 니가 하그라."

녀석들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클럽 뒷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클럽의 뒷문으로 나가자마자 덩치들이 나를 빙 둘러쌌다.

녀석들은 걸쭉한 임담을 과시하며 내 귀한 몸에 손을 대려했다.

바로 그때, 섬전같은 빠르기의 가공할 맨주먹이 놈들의 명치에 벼락처럼 틀어박혔다.

퍽퍽퍽퍽퍽!

"크악! 크헉! 으악! 아아악! 으아아아악...!

녀석들은 돼지멱따는 비명을 내지르며 더러운 뒷골목을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자업자득이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몇달 동안 병원에서 개고생을 해야 할 것이다.

놈들을 뒤로한 채 보무도 당당히 클럽 안으로 발길을 되돌렸다.

그 후, 동녁에 아침 해가 떠오를 때까지 스테이지에서 광란의 춤사위를 마음껏 분출했다.

***

상해 모처.

강조민 전 주석은 서재를 거닐며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수족들을 부정부패 혐의로 연일 단죄하는 사진평을 결코 용서할 수 없었다.

사진평의 최후 목표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런 탓일까. 그는 미국과 손잡과 사진평을 무너뜨리는 방안에 대해서 심사숙고했다.

강조민은 그 누구보다 중국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

10년 이상 중국의 최고 통치자로 군림한 탓이다.

그는 중국의 아킬레스건이 신장 위구르 자치주라고 오래전부터 확신했다.

위구르 자치주라는 시한폭탄을 터트릴 경우, 사진평 체제는 송두리째 뒤흔들릴 가능성이 높았다.

허나, 강조민은 바람 앞의 등불같은 신세였다.

결국 그는 사진평의 무자비한 숙청에서 살아남기 위해 미국과 손을 잡기로 작심했다.

그날 밤, 강조민은 해외에서 활동 중인 측근의 비밀 이메일 계정에 은밀한 메시지를 전송했다.

***

CIA 싱가포르 지부에 위소청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강조민의 비밀 인맥이었다.

위소청은 카라스코 CIA 지부장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폭탄 발언을 내뱉었다.

"강조민 전 주석은 상해 모처에서 가택연금 중입니다. 그분은 지금 현재 미국으로의 망명을 절실하게 원하고 계십니다."

카라스코가 경악한 얼굴로 되물었다.

"그 정보가 사실입니까?"

"틀림없는 진실입니다."

"증거가 있습니까?"

그러자 위소청이 스마트폰을 보여주었다.

그는 강조민이 자신의 이메일에 전송한 내용을 공개했다.

스마트폰의 이메일을 확인한 카라스코가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잠시 기다려 보십시오."

그는 랭글리 본부로 이같은 사실을 즉각 보고했다.

***

짐 토마스 CIA 국장이 클라크 부의장의 뉴욕 사무실에 나타났다.

그는 싱가포르에서 입수한 극비정보를 클라크에게 고스란히 전달했다.

"강조민의 위치를 파악했나?"

"상해 푸동강 인근의 개인 별장에 구금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강조민을 구출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지?"

"솔직히 말해서 거의 가망성이 없습니다. 게다가 중국 영토에 미군을 진입시킨 사실이 드러난다면, 세계 3차 대전의 우려마저 있습니다."

클라크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런 탓일까. 그의 입에서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강조민의 근황을 면밀히 주시하도록. 그리고 아바마에겐 아무런 언급도 하지말게."

"예. 부의장님."

***

클라크 부의장이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그런 이유로 만사를 제쳐두고 회의장소인 뉴욕으로 향했다.

뉴욕 모처.

회의는 클라크 부의장의 폭탄발언으로 후끈 달라올랐다.

강조민 전 주석이 미국으로 망명 의사를 타진한 것이다.

하지만 회의는 끝내 별다른 결론을 도출해내지 못했다.

중국 영토에 미군을 투입하는 걸, 극도로 경계한 탓이다.

세계 3차 대전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날 밤.

뉴욕 포시즌스 호텔의 펜트하우스를 서성이며 강조민을 구출할 방안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전설상의 경지인 등평도수를 완성한 상태였다.

황해 바다를 건너는 건 일도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쇠구슬을 이용해서 적들을 소리소문없이 제압할 수 있는 막강한 능력을 일신에 구비했다.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가택연금 중인 강조민을 구하는 건 식은죽 먹기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렇게 확신했다.

이렇게 좋은 능력을 썩힌다는 건 신을 모독하는 것과 진배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의 결정을 내린 뒤 클라크에게 한통의 전화를 걸었다.

다음날 오후.

클라크의 뉴욕 사무실을 방문했다.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제가 책임지고 강조민을 미국으로 데리고 오겠습니다."

그가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지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말 그대로, 중국 상해에서 제가 강조민을 무사히 빼오겠다는 뜻입니다."

"그 일이 가능할거라고 생각하나? 자네 혼자 힘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확신합니다."

"허허...! 사람은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는 걸세. 그러니 말을 가려서 하게."

클라크는 심하게 역정을 내며 나를 못마땅한 시선으로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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