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재벌이 돈을 숨김-152화 (152/175)

152화 강조민 구출작전

“부의장님은 신강 위구르 자치주의 중국군 진영에 폭탄 한 방만 떨어뜨려 주십시오. 나머지는 제가 전부 알아서 하겠습니다.”

클라크의 만면 가득 짙은 의혹이 번져갔다.

그런 때문일까. 그가 연신 고개를 저으며 재차 물었다.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강조민을 구하겠다고 말하는 건가?”

“저 나름대로 중국 고위층에 인맥이 있습니다. 그러니 저를 한번만 믿어주십시오.”

클라크가 여전히 의구심을 거두지 않은 채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자신만만한 얼굴로 그에게 내 의중을 재차 밝혔다.

“IS를 동원해서 중국군 주둔지에 폭탄을 떨궈주십시오. 중국 정치권이 상해에 신경 쓸 틈이 없도록.”

“일종의 성동격서인가?”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흐으음······.”

그의 입에서 침중한 한숨이 새어 나왔다.

밑도 끝도 없는 내 말을 믿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한참 고민하는 눈치였다.

“어차피 부의장님 입장에서는 손해 볼 일이 없지 않습니까? 실패하더라도 제가 모든 책임을 뒤집어 쓰는 거 아닙니까?”

“정말 자네 선에서 사건을 매듭지을 수 있겠나?”

“자신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저에게 강조민이 연금 중인 별장의 위치를 알려주십시오.”

“고민할 시간을 주게.”

“24시간 안에 확답을 주십시오.”

그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내 말에 넘어갔다.

당연한 귀결이었다.

***

내가 체류 중인 포시즌스 호텔 펜트하우스에 CIA의 동아시아 담당관인 아서 요원이 나타났다,

그는 나름 CIA에서 고위층에 속하는 인물 같았다.

풍기는 분위기가 일반 요원과 격을 달리한 까닭이다.

그는 나에게 정중히 인사한 뒤 구두로 말을 전했다.

“강조민은 상해 푸동강변에 위치한 별장 지대에서 가택 연금 중입니다.”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십시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가방에서 GPS 손목시계를 꺼내서 나에게 건넸다.

“GPS 수신기에 강조민의 별장 위치가 저장되어 있습니다.”

아서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렇지만 강조민의 별장에는 중무장한 중국 인민군 수백 명이 하루 24시간 철통같은 경계근무를 펼치고 있습니다. 그자를 구출하는 게 쉽지 않을 겁니다.”

“그 점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나름대로 복안이 있으니까.”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아서에게 금일봉을 전달했다.

“50만 불입니다. 수고비 정도로 생각해 주십시오.”

그의 얼굴에 숨길 수 없는 화색이 돌았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돈 싫어하는 인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감사한 마음으로 받겠습니다.”

“나중에 기회되면 종종 만납시다.”

“예. 회장님.”

아서는 동양식으로 정중히 허리를 숙인 뒤 펜트하우스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클라크 부의장은 CIA와 FBI, NAS(미군 육해공 통합 정보기관), 국토안보부를 수족처럼 부리고 있었다.

그들 4대 정보단체의 수장들은 오래전부터 군산복합체의 하부 조직원으로 참가한 탓에, 대통령보다 군산복합체의 최고 지도자라고 할 수 있는 클라크 부의장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었다.

***

이라크 모술 인근의 안전가옥에 CIA 중동 담당관인 유리스 요원과 자메이디 IS 최고 사령관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유리스의 입에서 단도직입적인 언사가 흘러나왔다.

“신강 위구르 자치주에 주둔 중인 중국군 기지에 폭탄 테러를 감행해 주십시오.”

“대가를 먼저 말씀하십시오.”

“미화 3천만 불과 북한제 스커드 미사일 20개를 제공할 의향이 있습니다.”

“이왕 쓰는 김에 2천만 불을 더 얹어 주시오.”

“그건 내 소관사항이 아닙니다.”

“아쉽지만 당신들의 제안을 못 들은 것으로 할 수밖에.”

자메이디가 강하게 나오자 유리스의 얼굴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결국 그의 입에서 수정 제안이 흘러나왔다.

“4천만 불 이상은 지급이 불가합니다.”

그제야 자메이디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유리스에게 악수를 청했다.

***

새벽 어스름이 짙은 밤.

파키스탄과 신강 국경 지대에 침투한 IS 전사들이 중국군 기지를 목표로 휴대용 스팅어 미사일 수백 발을 무차별적으로 발사했다.

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

그들은 중국군 기지를 일거에 초토화시킨 뒤 장내에서 유유히 자취를 감췄다.

이 같은 소식은 북경 중남해에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사진평은 진정으로 대노했다.

별 볼 일 없는 이슬람 테러조직이 중국의 강역을 목표로 무자비한 폭탄 테러를 감행한 탓이다.

하지만 그는 마땅한 보복수단이 전무했다.

중동 지역은 미국과 유럽, 러시아의 영향력 아래에 놓인 지역이었다.

중국은 거의 발언권이 없었다.

게다가 그는 신강 위구르 자치주의 동요를 최단 시간 내에 잠재워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

사진평은 IS에 보복전을 가하는 대신 신강 위구르에 대규모 군병력을 파견하는 선에서 일을 마무리 짓기로 결정했다.

중국의 나약한 일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

한국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CNN 국제뉴스에 이목을 집중했다.

-IS가 신강 위구르 자치주에 주둔한 중국군 기지에 수백여 발에 달하는 휴대용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금 현재 중국 당국은 신강 위구르 자치주에 대규모 군병력을 급파 중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중략······.

클라크가 뒤에서 수작을 부린 모양이었다.

이제 내가 본격적으로 움직일 차례였다.

다음날 아침.

대영제철의 관계자를 상지원 접견실로 불러들였다.

“엄지 손가락 크기의 쇠구슬 3백개를 제작해 주십시오. 제작 기한은 24시간입니다. 그 안에 제작을 완료해서 상지원으로 갖고 오십시오.”

제철 관계자가 기합이 잔뜩 들어간 얼굴로 복명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회장님!”

그를 내보낸 뒤 총기와 탄약, 탱크, 방탄복을 정부에 주로 납품하는 대영 디펜스 관계자를 상지원에 호출했다.

눈앞에 나타난 관계자에게 넌지시 물었다.

“타이즈 스타일의 전신 방탄복이 있나요?”

그가 자부심 그득한 얼굴로 즉답했다.

“최근에 개발을 완료했습니다. 이미 국방부에 납품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방수 기능도 있는 건가요?”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방탄과 방수가 동시에 가능한 최신형의 방탄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하신다면 회장님 체격에 맞는 전신 방탄복을 특수 제작하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시간이 없거든요.”

“알겠습니다. 그러시다면 회장님의 신체 사이즈에 걸맞는 전신 방탄복을 준비해 놓겠습니다.”

그는 내 마음을 잘 아는 남자였다.

눈치가 남달랐다.

“내일 저녁 7시까지 전신 방탄복을 상지원으로 갖고 오십시오.”

“예. 회장님.”

그날 밤.

김태구 팀장과 경호원들을 대동한 채 상지원을 조용히 빠져나왔다.

그 뒤, 강남 클럽에서 청춘의 열기를 온몸으로 발산하며 그녀들과 즐거운 시간을 만끽했다.

***

자정 무렵.

오른손에 위성 GPS 손목시계를 착용한 뒤 큼지막한 더블백을 어깨에 멘 채 상지원을 몰래 빠져나왔다.

택시에 올라타자마자 기사에게 급하게 말했다.

“인천항으로 가주십시오.”

“예. 손님.”

1시간 후.

인천항에 도착한 뒤 어두컴컴한 장소에서 준비해온 전신 방탄 타이즈로 환복했다.

그 후, 불꺼진 밤바다로 훌쩍 뛰어들었다.

전신의 내력을 두 다리에 몰아넣은 채 등평도수의 신법을 만천하에 과시했다.

내 목표 지역은 당연히 상해였다.

위성 GPS를 지도 삼아 상해 쪽으로 쾌속하게 내달렸다.

나는 써도써도 마르지 않는 극강의 공력을 보유한 상태였다.

그런 탓으로 등평도수를 펼친 지 2시간이 지났건만, 전혀 지치지 않았다.

도리어 온몸에 날아갈 듯 한 파워가 용솟음치듯 솟구쳤다.

등평도수를 펼친지 3시간 30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2킬로 전방에 위치한 상해 항만이 시야에 들어왔다.

1분 정도면 도착할 거리였다.

나는 인천부터 상해까지 밤바다를 쉬지 않고 날듯이 주파했다.

그 덕분에 3시간 40분 만에 상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진정으로 대단한 능력이었다.

상해 항만에 즐비하게 늘어선 컨테이너 위로 날다람쥐처럼 뛰어올랐다.

컨테이너 위에서 주변을 살피자 저 멀리 푸동강이 눈에 들어왔다.

직선으로 6킬로 남짓한 거리였다.

새벽 시간대라 그런지 주변은 칠흑같은 어둠에 뒤덮혀 있었다.

두 눈에 안력을 집중하자 주변이 대낮처럼 환하게 보였다.

내 눈이 흡사 적외선 망원경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위성 GPS가 가리키는 쪽으로 쾌속하게 전진했다.

쏘아진 화살을 방불케 하는 압도적인 스피드였다.

6킬로 거리를 대략 1분 만에 주파한 뒤 별장 근처의 아름드리 소나무 위로 재빨리 올라갔다.

별장은 30미터 높이의 전기 철조망이 둘러쳐진 상태였다.

별장의 외곽에는 200명에 달하는 무장한 군인들이 삼엄한 경계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내 입장에서 허수아비나 마찬가지였다.

샌드백에서 쇠구슬이 가득 담긴 파우치를 꺼내자마자 녀석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내던졌다.

내가 발사하는 쇠구슬은 철갑탄에 맞먹는 파괴력을 자랑했다.

7갑자에 달하는 가공할 내력이 은연 중에 실린 탓이다.

놈들이 걸친 방탄복과 철모는 내가 던진 쇠구슬에 종잇장처럼 찢겨져 나갔다.

녀석들은 비명조차 제대로 내지르지 못한 채 동시다발적으로 안면 전체가 폭죽처럼 터져 나갔다.

펑펑펑펑펑펑펑펑펑펑펑펑펑펑펑펑펑펑펑펑!!

짙은 혈향이 코끝을 기분 좋게 간질였다.

더불어 놈들이 쏟아낸 걸쭉한 피와 허연 뇌수가 별장 주변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별장 외곽을 경계하는 무장병력이 순식간에 전멸했다

거의 200명 정도였다.

허나, 아직 별장 안에는 다수의 무장 병력이 진을 치고 있었다.

곧바로 별장의 담벼락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30미터 높이의 전기 장벽은 나에게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별장 안으로 내려서자마자 주변에 기파를 내보냈다.

순간 별장의 별관에서 100명가량의 기운를 감지했다.

곧바로 그곳을 향해 쇠구슬을 벼락처럼 내던졌다.

직후 끔찍한 파육음과 요란한 총격음이 장내에 연쇄적으로 울려 퍼졌다.

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

실내에서 동료 군인의 머리통이 산산조각으로 박살 나는 현장을 목격하자 곧바로 대응 사격을 해온 것이다.

허나, 녀석들은 임자를 잘못 만났다.

나와 하등의 상관없는 엄한 장소를 목표로 일제히 기총사격을 가한 탓이다.

그 덕분에 놈들의 위치를 파악하는 게 한결 수월해졌다.

동시에 내 손에서 쏜살같이 튀어나간 쇠구슬이 놈들의 관자놀이에 정확히 박혀들었다.

참혹한 비명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밤하늘에 한가득 울려 퍼졌다.

“크악! 흐헉! 으악! 크아악! 으아악! 아아아아아악!”

시산혈하로 변한 별장의 정원을 가로질러 곧장 본관 건물로 진입했다.

본관 1층 현관에 강조민이 경악한 얼굴로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에게 대충 말했다.

자세히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미국에서 보낸 특수요원입니다. 그러니 제 등에 업히십시오.”

허나, 그는 내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결국 그의 혼혈을 재빨리 제압했다.

인사불성으로 전락한 강조민을 등에 업은 채 별장을 전속력으로 빠져나왔다.

두 다리에 전신공력을 내 쏟은 채, 상해의 밤바다를 향해 극쾌의 스피드로 내달렸다.

20분 만에 상해항에 도착했다.

곧바로 상해의 푸른 물결을 향해 몸을 내던졌다.

***

등평도수의 신법으로 바다를 가르고 있었다.

등에 강조민을 업은 상태였지만 별로 힘들지 않았다.

가공할 내공 덕분이었다.

거의 4시간 만에 인천항에 도착했다.

주변을 지나치는 택시에 강조민과 나란히 몸을 실은 뒤 운전기사에게 말했다.

“한남동에 위치한 상지원으로 가주세요.”

“네. 손님.”

상지원에 도착하자마자 클라크 부의장에게 위성전화를 걸었다.

1시간 후.

상지원에 검은 양복 차림의 CIA 요원들이 나타났다.

그들에게 깊은 잠에 취한 강조민을 넘겨주었다.

“한두 시간 후에 저절로 깨어날 겁니다. 그러니 별다른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CIA 요원이 정중한 자세로 작별 인사를 고했다.

“나중에 뵙곘습니다. 회장님.”

“좋을 대로 하십시오.”

그들을 내보낸 뒤 상지원에 막 출근한 하동균에게 지시를 내렸다.

“상지원에서 휴식을 취할 생각이니까 오늘 스케쥴을 전부 취소하세요.”

그가 군기가 바짝 든 얼굴로 복명했다.

“말씀대로 조치하겠습니다. 회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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