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재벌이 돈을 숨김-155화 (155/175)

155화 토트넘 선수영입

청와대 오찬장으로 들어서자 이영박이 노회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맞이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김 회장.”

그에게 목례를 취한 뒤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바지락 칼국수가 참 별미에요. 그러니 한번 드셔보세요.”

영박이 그리 말하며 칼국수를 권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칼국수를 묵묵히 흡입했다.

식사를 끝마친 뒤 영박에게 질문을 던졌다.

“저를 청한 이유를 알려 주십시오.”

그가 별일 아니라는 태도로 입을 열었다.

“그냥 겸사겸사, 김 회장 얼굴이라도 보려고 그런 거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마십시오.”

말은 그리 했지만, 그의 얼굴에는 돈 달라는 표정이 그득했다.

아니나 다를까. 곧이어 영박의 입에서 탐욕스런 언사가 흘러나왔다.

“제가 퇴임 후에, 우리 주변의 불우이웃과 아프리카, 아랍의 난민 등을 구제하는 복지 프로그램을 운용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

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전 세계적인 복지 프로그램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해요. 그렇지만 저는 수중에 별로 돈이 없어요. 재벌들에게 일원 땡전 한 푼 돈을 받아먹은 적이 없어서 그런 거죠.”

영박은 내 앞에서 대놓고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었다.

나에게서 받아먹은 돈만 5천억이 넘는 주제에, 눈빛 하나 변하지 않고 새빨간 거짓말을 길게 늘어놓았다. 철면피 다운 면모였다.

그에게 강한 어조로 말했다.

“전 세계적인 불황으로 인해 우리 대영 그룹과 태산 그룹은 긴축경영에 돌입한 상황입니다. 임원들의 연봉과 판공비를 30% 이상 감축한 거죠. 평직원들도 마찬가지 입장입니다. 전년도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든 연말 상여금을 지급했습니다.”

영박이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그러거나 말거나 내 할 말에 오롯이 집중했다.

“죄송하지만 대통령님에게 제공할 정치자금은 더이상 없습니다. 그럼 이만 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겠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청와대 오찬장을 박차고 나왔다.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이영박은 종이 호랑이에 지나지 않았다.

더구나 내 뒤에는 미국의 군산복합체가 있었다.

한국의 대통령을 무서워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

새벽녁.

이영박은 청와대 관저를 서성이며, 자신을 대놓고 무시한 김한빈에게 복수할 방책을 찾기 위해 두뇌를 영활히 회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한빈은 영박조차 버겁게 느껴질 정도의 초거물이었다.

더구나 그는 레임덕에 허우적거리는 상황이었다.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를 질주 중인 이태강 국무총리가 당정청의 중심으로 떠오른 탓이다. 이태강 대세론이 형성된 것이다.

더구나 이태강은 한빈의 사람이었다.

그런 까닭으로 영박은 마땅한 제재수단이 전무했다.

한빈을 적대시할 경우 퇴임후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탓이었다.

결국 영박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축 처진 어깨를 뒤로한 채 침실을 향해 쓸쓸히 발걸음을 옮겼다.

***

영국 런던을 방문했다.

토트넘 인수 문제를 마무리 짓기 위함이었다.

런던 모처에서 마르셀 쿠퍼 회장과 만남을 가졌다.

우리는 각자가 준비해온 계약서를 서로에게 전달한 뒤 고문 변호사에게 계약서의 이상유무를 확인시켰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 서로의 계약서에 자필서명을 기입한 뒤 상대방에게 전달했다.

토트넘 훗스퍼 구단을 15억 불에 인수하는 순간이었다.

다음날.

북런던에 위치한 토트넘 구단을 비공식으로 방문했다.

토트넘은 최근에 신구장을 건설한 탓에 금융권에 6억 불(7천2백억) 상당의 부채를 지고 있었다. 물론 장기 저리로 대출받은 탓에 별로 부담되는 액수는 아니었다.

구단 사무실에 들어서자 팀 프런트 직원들이 나를 향해 뜨거운 박수갈채를 쳐주었다. 라비 구단주도 마찬가지였다.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라비를 필두로 프런트 팀원들과 차례로 악수를 교환했다.

그 후, 구단주 사무실로 자리를 이동했다.

라비가 말했다.

“토트넘을 인수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경청했다.

“그렇지만 저희 토트넘은 산적한 난제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특히 수비진의 구멍이 큰 탓에 중량급 센터백 자원을 최소 2명 이상 영입해야 하는 사정입니다.”

그에게 내 견해를 밝혔다.

“저는 맨시티 구단주처럼 돈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효율적인 선수 영입 방안에 대해서 보고서로 제출해 주십시오. 보고서의 유효성을 검증한 뒤 최종결론을 내리겠습니다.”

내 깐깐한 태도 때문인지, 라비의 입가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물론 내 알 바 아니었다.

***

상암 켄싱턴 빌딩.

129층 사무실에서 결재서류를 파악할 무렵, 진대현 본부장이 면전에 나타났다.

그는 나에게 공손히 인사한 뒤 긴급 현안을 보고했다.

“켄싱턴 필드의 입주 3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파티를 열 계획입니다. 그런 이유로 130층 펜트하우스를 연회장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습니다.”

“좋은 생각이네요. 어차피 펜트하우스는 거의 사용 안 하니까 그곳에서 파티를 진행하세요.”

“감사합니다. 회장님.”

“그리고 이왕 할 거면 아주 성대하게 합시다. 케이크 컷팅이 끝나자마자 한강에서 불꽃쇼를 하도록 세팅을 하세요.”

“불꽃쇼를 하려면 전문 업체를 초빙해야 하는데, 그럴경우 예산이 초과될 겁니다.”

“켄싱턴 필드의 입주자들이 낸 관리비로 충당하세요. 그런데 쓰라고 관리비가 있는 거니까.”

대현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입주자 대표가 워낙 깐깐한 사람이라, 관리비의 사용처에 대해서 툭하면 이의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입주자 대표 따위가 무서워서 관리비를 전용 못 하겠다는 말인가요?”

대현이 당황한 얼굴로 양팔을 내저으며 말을 더듬거렸다.

“아, 그런 게 아니라······ 저는 그저······.”

“변명은 됐으니까 내 말대로 하세요. 입주자 대표가 계속 말썽을 피우면 새로운 사람으로 갈아치우면 그만이니까.”

“알겠습니다. 회장님.”

***

주말을 이용해 성해솔과 제주도로 여행을 왔다.

우리는 낙원 호텔에 여장을 푼 뒤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온몸으로 만끽했다.

오늘도 아침 일찍 호텔을 나선 뒤, 섭지코지를 차분히 산책하는 한편 그녀와 진솔한 대화를 이어나갔다.

“배우 생활을 하는 이유가 뭐냐?”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거.”

“집안에서 뭐라 안 해?”

“당연히 뭐라 하지. 아빠 엄마가 툭하면 미친년이라고 쌍욕을 할 정도니까.”

“그런데도 배우 노릇이 하고 싶어?”

“연기가 너무 좋으니까.”

그녀는 치유 불가능한 배우병에 깊숙이 걸린 상태였다.

흔히 말하는 연기뽕이었다.

해솔의 입에서 진솔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대학시절에 학교 연극무대에 올라갈 기회가 있었는데, 기분이 너무 좋더라고. 일종의 환희랄까, 그런 게 막 느껴지는 거야. 그날부터 배우가 하고 싶어서 미쳐 버린 거지.”

그녀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나도 드마라나 영화의 여주가 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더라고.”

“집안 도움이 없어서 그런 거냐?”

“그런 것도 있고, 상납을 거부하니까 관계자들이 싫어하더라고.”

해솔은 남들에게 함부로 말 못할 속사정을, 나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감독이랑, 제작사 관계자들이 술자리에 불러내는데 미치겠더라고.”

그녀의 애끓는 하소연이었다.

그런 탓일까. 나름 해솔을 도와주고 싶었다.

집안에서 일절 도움을 받지 못하는 그녀가 애처로웠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의 외모와 성격이 마음에 든 것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내가 도와줄까?”

해솔의 입에서 조심스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진심으로 말하는 거니?”

“그래. 네가 마음에 들어서 그러는 거니까, 허심탄회하게 말해 봐라. 뭘 도와줄까?”

그녀가 앵두 같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수줍게 말했다.

“요즘 박지원 작가가 드라마를 준비하는데, 그 작품에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하고 싶어.”

“네가 원하면 주연으로 꽂아줄려고 했는데, 고작 조연이냐?”

“오빠는 드라마판을 너무 몰라. 박지원은 최고의 인기작가야. 당연히 당대 최고의 여배우만 주연으로 캐스팅 한다고.”

“그럼 다른 드라마에 여주로 꽂아줄게. 조연이 뭐냐? 모양 빠지게.”

하지만 그녀는 박지원 작가의 작품을 끝까지 고집했다.

“시청률 보증수표인 박지원 작가의 작품에 비중있는 조연으로 출연하는 건, 그저그런 드라마에 여주로 출연하는 것보다 파급력이 훨씬 강하다고.”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결국 그녀의 요청대로 박지원 작가를 섭외하기로 마음먹었다.

***

그날 밤.

우리는 호텔로 귀가하자마자 뜨겁게 불타올랐다.

해솔은 재벌가 출신이었지만 성격이 너무 순하고 착했다.

게다가 외모마저 내 스타일이었다.

그런 탓일까. 그녀가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흔히 말하는 천생연분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해솔과 애틋한 시간을 탐닉한 뒤, 테라스로 발걸음을 옮겼다.

제주도의 고즈넉한 밤바다를 조망하며 태산 CGV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

태산 CGV 본사빌딩에 박지원 작가가 나타났다.

그녀는 곧바로 이영배 전무가 있는 사무실로 직행했다.

이영배는 사무실에 나타난 박지원에게 정중히 인사했다.

“작가님을 뵙게 되서 영광입니다.”

그녀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드라마 작가였다.

그런 탓인지 이영배는 깍듯한 태도로 그녀를 대했다.

그들은 소파로 자리를 이동한 뒤 본격적인 대화에 돌입했다.

“작가님을 청한 이유는 쓸 만한 여배우를 추천하기 위함입니다.”

“고작 그런 말이나 하려고 저를 부르신 건가요?”

지원이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내비치자 이영배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작가님에게 아주 중요한 제안 사항이 있으니까.”

“그게 뭐죠?”

“300억대 규모의 대작 드라마를 제작할 계획입니다. 로맨스 판타지 계열이죠. 그 작품을 작가님이 맡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제야 지원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져갔다.

그녀 역시 대작 드라마를 갈구하는 스타일이었다.

“그 말씀이 정말인가요?”

“믿으셔도 좋습니다. 원하신다면 차기작 계약서를 작성할 용의도 있습니다.”

이영배가 적극적으로 나오자, 지원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번져갔다.

“그래서 말인데, 차기작 계약조건으로 성해솔 배우를 작가님 작품에 비중있는 조연으로 출연시키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지원은 성해솔을 알고 있었다.

“성해솔이라면 저도 알고 있어요. 비주얼이 대단한 신인 여배우죠. 좋아요. 전무님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고려해 볼게요.”

“감사합니다. 작가님. 그런 의미에서 제가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은데, 오늘 저녁에 시간이 되시나요?”

“저야 좋죠.”

“그럼 말이 나온 김에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기시죠.”

“고마워요. 호호······.”

지원과 이영배는 죽이 척척 잘 맞았다.

***

켄싱턴 필드의 입주자 대표인 황영식은 회계사 출신이었다.

그런 탓으로 관리비의 사용 출처에 대해서 꼼꼼히 따졌다.

특히 켄싱턴 필드 3주년 기념 파티에 사용되는 자금에 대해서 매의 시선으로 살폈다.

그런 황영식의 눈에 한강 불꽃놀이와 펜트하우스 대여비용이 추가로 청구된 정황이 포착됐다. 거의 20억 원에 육박하는 액수였다.

결국 영식은 켄싱턴 필드의 관리실을 찾아간 후 거칠게 항의했다.

그런 소식은 진대현 본부장의 귀에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늦은 밤.

황영식의 집에 진대현이 나타났다.

그의 손에는 비타오백 박스 4개가 들려 있었다.

대현은 영식에게 정중히 인사한 뒤 조곤조곤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추가비용에 대해서 언급을 자제해 주십시오.”

그리 말하며 비타오백 박스 4개를 그에게 내밀었다.

영식은 현찰이 들어찬 비타오백 박스를 본체만체하며 거칠게 항의했다.

“내가 한 달에 지급하는 관리비용이 거의 5백만 원 돈인데, 그런 돈을 아껴 쓸 생각은 안 하고, 쓸데없는 곳에 왜 이렇게 많은 돈을 지출하는 겁니까? 입주자들이 봉으로 보이십니까!”

“3주년 입주를 기념하기 위해 저희 나름대로 성대한 파티를 준비하다 보니 그리된 일입니다. 그러니 화 푸시고 저희가 건네는 선물을 받아주십시오.”

그제야 영식이 조금 화가 풀린 얼굴로 비타오백 박스에 시선을 던졌다.

“모두 1억 원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6개월 동안 대표님 가구에 한해 관리비를 전액 면제해 드리겠습니다.”

대현이 파격적인 특혜조치를 약속한 탓일까. 영식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진작 이렇게 나올 것이지. 좋습니다. 더 이상 관리비 지출에 대해서 왈가왈부하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

토트넘 구단주인 라비가 선수 영입 방안에 대해서 팩스로 서류를 보내왔다.

상지원의 정원을 거닐며 라비가 보내온 서류에 시선을 모았다.

그는 이적료 3천만 불 이상의 센터백 자원 2명과 공격과 수비가 자유로운 미드필더 자원 3명의 영입을 요청하고 있었다.

토트넘은 손형민과 케인으로 대표되는 최정상급 투톱이 공격진을 이끈 반면, 센터백 라인은 수비 조직력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매 경기 2실점을 이상을 기록한 탓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