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화 송도 카지노 개발 사업
은명그룹의 김성국 회장은 전국구 조폭 출신이었다.
하지만 영악한 두뇌와 탁월한 친화력을 타고난 덕분에, 수많은 범법행위를 자행했음에도 전과가 하나도 없었다.
대신 그의 수하들을 교도소에 대신 들여보내는 수법으로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갔다.
물론 검경 고위층에게 주기적으로 떡값을 상납했음은 불문가지였다.
김성국은 철거용역 업체를 운영하며 큰돈을 벌었다.
그걸 바탕으로 대규모 아파트 분양을 여러 차례 성공시켰다.
그 후, 날개 돋친 듯 사업을 확장했다.
그가 자신하는 건설업은 물론이고, 제 2금융권인 저축은행과 번듯한 증권회사마저 인수한 것이다. 그리고 오늘에 이르렀다.
김성국은 40여 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거느린 은명그룹의 회장으로 당당히 군림했다.
재계 서열 30위권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그런 김성국의 레이더망에 송도 국제도시를 라스베가스에 맞먹는 카지노 타운으로 조성한다는 정보가 포착됐다.
그는 사업주체가 대영그룹의 김한빈 회장이라는 사실마저 파악했다.
성국은 엄청난 돈 냄새를 맡았다.
은명그룹은 송도 카지노 개발 예정부지에 2천 평에 달하는 토지를 보유하고 있었다.
송도의 개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알박기 용도로 선점한 토지였다.
그는 사업 주체로 알려진 김한빈에게 거래를 제안하기로 결심했다.
송도의 토지를 순순히 넘기는 대가로 시세의 100배에 달하는 거액을 요구할 심산이었다.
물론 성국의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였지만.
***
총 사업 규모가 50조 원에 달하는 송도 카지노 투자사업단이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더불어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창구로 활용될 예정인 코이카 인베스트먼트 법인을 설립했다.
조세회피처 국적 소속이라, 한국의 법망에서 자유로운 사모펀드였다.
상해시 당서기를 필두로 하는 상해방 계열 중국 재벌이 개방자금의 80%(40조 원)를 부담하는 호조건이었다. 반면 나는 10조 원 내외의 자금을 부담하는 한편, 송도 카지노 개발허가권을 따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합의를 봤다.
얼마 후, 서울 낙원호텔 본점 연회장으로 중국의 부호들을 초청했다.
그들에게 송도 카지노 조성 사업을 그럴듯하게 포장하기 위함이었다.
그 무렵, 연회장에 낯선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은명그룹의 김성국 회장이었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긴히 할 말이 있다며 독대를 청했다.
평소였다면 그의 요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했겠지만, 오늘은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시끄러운 중국 재벌들에게서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탓으로 김성국을 펜트하우스에 딸린 개인 서재로 이끌었다.
김성국은 서재에 들어서자마자 본론을 꺼냈다.
“저희 은명건설은 송도 카지노 개발 예정부지에 2천 평 규모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카지노 사업 예정부지가 확실한 겁니까?”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등기부등본을 나에게 내밀었다.
김성국의 은명그룹은 송도 개발예정 부지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부지를 보유하고 있었다.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였다.
그의 입에서 탐욕에 절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회장님의 체면을 생각해서 평당 1억 원에 토지를 매각할 용의가 있습니다.”
황당한 녀석이었다.
김성국은 평당 100만 원대에 불과한 토지를 1억 원에 강매하려는 속셈을 가지고 있었다. 날강도와 진배 없었다.
게다가 나는 송도 카지노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을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어영부영 시간을 끌며 사업비를 소진하는 게 목표였다.
당연히 사업추진비는 고스란히 내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올 예정이었다.
물론 이런 속사정을 그에게 말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녀석이 너무 괘씸하게 생각됐다.
그런 탓인지 내 입에서 절로 싸늘한 어조가 흘러나왔다.
“시세보다 100배 이상의 가격으로 토지를 강매하시려는 겁니까?”
“강매라기보다는 정당한 매매과정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후후······.”
녀석의 입에서 비릿한 조소가 새어 나왔다.
점입가경이었다.
평소의 나였다면 김성국을 단매에 능지처참 했겠지만, 오늘은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법적인 방법으로 녀석의 목줄을 단단히 움켜쥐고 싶었다.
그런 탓으로 겉으로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은 채 담담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회장님의 제안을 면밀히 검토해 보겠습니다.”
녀석이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럼 결정이 되시면 저에게 연락을 주십시오.”
그리 말하며 명함 한 장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 후, 서재에서 유유히 사라졌다.
***
상지원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박종태 감사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그에게 지시를 내렸다.
“은명그룹의 김성국 회장에 대해서 조사를 진행하세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다음 날 아침.
상지원 접견실에 박종태 실장이 나타났다.
종태는 나를 향해 정중히 인사한 뒤 긴급 현안을 보고했다.
“은명그룹의 김성국 회장은 철거용역으로 큰돈을 벌었습니다. 그 후,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여러 차례 완판을 기록하며 그룹의 기틀을 다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그의 보고는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김성국은 수십 차례에 걸쳐 알박기를 한 결과 천억대에 달하는 부당한 이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철거용역과 아파트 건설 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폭행사건과 사망 사고를 유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에게 넌지시 물었다.
“철거용역 출신이라면 조폭이라고 봐도 무방한 건가요?”
“맞습니다. 그 바닥에서 알아주는 전국구 조폭이라고 하더군요.”
“당연히 전과도 있겠군요?”
종태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수하들을 대신 교도소에 들여보내는 방식으로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간 거 같습니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검찰이 바보도 아닐 텐데?”
“알고 보니 검찰 고위층에 주기적으로 뇌물을 상납하는 모양입니다.”
“그자와 연계된 검찰 인사가 누구죠?”
“오철환 대검 차장과 남부지검의 유영식 지검장이 뒷배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나름 대단한 검찰 끗발을 갖고 있는 녀석이었다.
“그들 두 사람에게 그동안 상납한 돈이 상당하겠군요?”
“최소 100억 이상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김성국을 법으로 단죄하기 위해서는 그의 후견인 역할을 하는 오철환 대검차장과 유영식 지검장을 검찰조직에서 퇴진시키는 게 급선무였다.
“수고하셨습니다.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이만 돌아가 보세요.”
그러자 종태가 걱정하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김성국의 주변에는 칼잡이들이 많습니다. 그놈을 함부로 건드리시면 험한 꼴을 당할 우려가 있습니다.”
“괜한 걱정은 하지 마시고 어서 퇴근이나 하세요.”
그리 말하며 종태에게 퇴근을 종용했다.
그제야 녀석이 체념한 얼굴로 하직인사를 올렸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회장님.”
그 말을 끝으로 접견실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다음날.
상암 켄싱턴 빌딩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싱가포르에 체류 중인 이태강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이영박 대통령을 대신해 싱가포르에서 개최 중인 G20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중이었다.
전화통화를 끊은 뒤 두 눈을 지그시 내리감았다.
나머지 일은 이태강이 알아서 할 일이었다.
***
삼청동에 위치한 국무총리 관저에 오철환 대검 차장과 남부지검의 유영식 지검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태강은 면전에 나타난 오철환과 유영식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검찰에서 자진사퇴하게.”
그의 뜬금없는 말에 그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갑자기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아무리 선배님이라고 하셔도 저희들에게 이런 식으로 사퇴를 강요하실 수는 없습니다.”
순간 이태강이 딱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테이블 위에 2부의 서류 파일을 올려놓았다.
“당신들이 은명그룹의 김성국 회장에게 받아먹은 뇌물 리스트니까 자세히 살펴보도록.”
잠시 후.
오철환과 유영식이 참담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희가 사퇴를 거부하면 어찌 되는 겁니까?”
“말씀해 주십시오. 선배님.”
태강이 서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자네들이 사퇴를 끝내 거부한다면, 대검 감찰반이 수사에 나설걸세. 그러니 전관예우를 받고 싶거든, 지금 당장 사퇴하시게.”
결국 그들은 태강의 요구에 굴복했다.
대검이 정식 수사에 나설 경우, 빠져나갈 구멍이 전무한 탓이었다.
그럴 바에는 검찰에서 조용히 물러난 뒤 전관예우를 받는 게 상책이었다.
태강은 오철환과 유영식의 사퇴 약속을 받아낸 뒤 한빈에게 전화를 걸었다.
***
은명그룹의 공덕동 사옥에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소속의 검사와 수사관들이 벌떼처럼 들이닥쳤다.
그들은 회장실과 미래전략기획실, 재무회계실을 압수 수색한 뒤 김성국 회장의 자택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그날 밤.
중앙지검 취조실에 김성국 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초췌한 안색으로 특수부 검사의 심문에 응하고 있었다.
다음날.
법원은 은명그룹 김성국 회장을 조세포탈과 횡령배임, 특수폭행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일사천리였다.
며칠 후.
동부구치소 접견실에 은명그룹의 조정태 비서실장이 나타났다.
김성국이 매서운 시선을 내비치며 질문을 던졌다.
“뒤에 누가 있는지 알아봤나?”
“오철환과 유영식의 말로는 이태강 총리가 배후에 있는 거 같습니다.”
“그 말이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이태강이 왜 나에게 총질을 하는 거지?”
“대영그룹의 김한빈 회장과 이태강이 막역한 관계인 모양입니다. 아무래도 그의 사주를 받고, 이 총리가 움직인 거 같습니다.”
비서실장의 그럴듯한 추론이었다.
성국 역시 그의 추측이 맞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의 눈가에 스산한 살기가 스쳤다.
성국은 빚지고는 못사는 성미였다.
“애들을 동원해서 그놈을 담궈!”
“김한빈은 엄청난 거물입니다. 회장님.”
“어차피 이판사판이다. 아무리 잘난 놈도 배때지에 칼침이 박히면 별 볼 일 없는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고!”
조정태가 움찔한 얼굴로 대답했다.
“말씀대로 일을 추진하겠습니다.”
“쓸 만한 놈들로 척살조를 꾸려.”
“예. 회장님.”
***
상암동 켄싱턴 빌딩 사무실에서 결재서류를 검토한 무렵, 박종태가 면전에 나타났다.
“청우고의 김택수 교장이 명문대에 입학 추천서를 써주는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모양입니다.”
“그 말이 사실인가요?”
“여러 명의 학부모가 교육청에 투서한 내용입니다.”
“검찰 수사를 막으세요. 그리고 김택수 교장을 지금 당장 상지원으로 호출하세요.”
“예. 회장님.”
그날 밤.
청우고의 김택수 교장이 상지원 접견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에게 물었다.
“학무모들에게 수십억대의 뇌물을 수수했다는 교육청의 투서내용이 사실인가요?”
“그건 순전히 저에 대한 모함에 불과합니다. 믿어주십시오. 회장님!”
그가 천부당 만부당 하다는 얼굴로 시치미를 뚝 뗐다.
하지만 교육청의 투서에는 그의 지인 계좌에 수십억이 입금된 정황이 적시되어 있었다.
이 개자식은 감히 내 앞에서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나를 졸로 본 것이다.
녀석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확실하게 각인시켜 주기로 작심했다.
곧바로 실력행사에 돌입했다.
소파에 태연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놈의 얼굴에 강력한 맨주먹을 벼락처럼 박아 넣었다.
퍼억!
“크헉!”
녀석의 전신에 주먹질과 발길질을 무차별적으로 가했다.
그런 탓일까. 놈의 입에서 애타는 비명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놈은 독한 매질을 견디지 못하고 실신한지 이미 오래였다.
접견실 바닥에 비참하게 널브러진 녀석을 잠시 일별한 뒤 경호팀에 콜을 넣었다.
“접견실에 있는 쓰레기를 지금 당장 대영병원으로 이송하세요.”
-네. 회장님.
***
다음날.
압구정동에 위치한 청우고로 들어서자 학교 관계자들이 나를 향해 일제히 허리를 접었다.
그들을 본체만체하며 이사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사장실에 들어선 뒤 면전에 일렬로 늘어선 교감과 간부급 선생들의 면면을 유심히 관찰했다.
내 의중을 그들에게 전달했다.
“앞으로 제가 청우고의 교장선생직을 겸임할 생각입니다. 그러니 학교 추천서가 필요한 사안은 무조건 나에게 보고해 주십시오.”
그들이 군기가 반짝 든 얼굴로 복명했다.
“예. 회장님!”
“그리고 오늘 이시간 이후로 교장실을 휴게실로 사용할 계획이니까, 인테리어 작업에 즉시 돌입하십시오.”
이번에도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복명했다.
“네. 회장님.”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이종성 교감에게 지시를 내렸다.
“학생들의 수업태도를 참관할 생각이니까, 당신이 나를 안내하세요.”
그가 긴장이 역력한 얼굴로 대답했다.
“회장님을 성심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이사장실을 유유히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