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화 이것도 취미생활의 일종?
상암동 켄싱턴 빌딩.
129층 회장실에서 하오의 나른한 휴식을 취하며 웹서핑을 즐겼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해외 토픽란에서 내 시선을 잡아끄는 기사를 목도했다.
기사의 주인공은 파워볼에 당첨된 뒤 호화로운 사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그는 LA에 자신만의 궁전을 건설한 뒤 수십명의 미녀들과 동거 생활을 만끽하는 중이었다.
솔직히 그가 몹시 부러웠다.
사회적인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자기만의 삶을 추구한 탓이다.
문득 내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수중에 아무리 돈이 많아봤자,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미녀들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물론 내 주변에는 많은 여자들이 있었다.
허나, 그녀들은 나와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진 관계였다.
진정으로 나를 사랑한다고 볼 수 없었다.
그같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게 이어졌다.
그날 밤.
고즈넉한 공원을 거닐며 내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너무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런 반작용 때문인지, 인생을 즐기면서 쉬엄쉬엄 살고 싶다는 내면의 목소리가 날마다 강해져갔다.
하지만 나는 내면의 본질적인 열망을 모르쇠로 일관한 채 의식적으로 일에만 집중했다.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바보같은 노릇이었다.
아담 상원의원 역시 마이애미에서 미녀들과 즐거운 노후생활을 구가하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삶은 질적인 부분에서 많이 부족한 모양이었다.
나는 그날, 일에 투자하는 시간보다 인생을 즐기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로 굳게 다짐했다.
***
상지원 접견실로 진대현 본부장을 불러들였다.
면전에 공손히 서 있는 대현에게 신신당부했다.
"맹지를 구입하세요. 그리고 계약서에는 맹지에 대해서 절대 언급이 없어야 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회장님."
"코이카 계좌에 있는 4조3천억을 일사천리로 소모하세요. 그러시면 됩니다."
"중국놈들이 눈치채지 않을까요?"
"그 점은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다 알아서 하니까."
그러자 녀석이 감탄한 얼굴로 허리를 깊숙이 조아렸다.
"대단하십니다. 회장님."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재차 말을 이었다.
"한달 안에 모든 작업을 마무리 하세요."
"예. 회장님."
다음날.
오늘은 토요일이었다.
그런 탓으로 회사에 출근하는 대신, 한강변으로 마실을 나갔다.
싱그러운 강바람을 쐬며 오롯이 산책을 즐기기 위함이었다.
강변의 산책로를 하염 없이 걸을 무렵, 싱그러운 미모로 중무장한 그녀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그녀는 사랑스러운 앳띤 얼굴과 늘씬한 몸매의 소유자였다.
겉으로 척봐도 여고생으로 보였다.
그녀는 친구들과 뭐라뭐라 조잘거리며 담소를 즐기고 있었다.
그녀들이 나누는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다음달에 데뷔할 예정이야. 나 먼저 데뷔해서 미안해."
그러자 친구들이 환호성을 내지르며 그녀를 축하해 주었다.
"꺄아악! 정말 잘됐다! 축하해!"
"이제 너도 연예인이 된거잖아! 정말 잘됐어...!"
대단한 미모를 지닌 그녀는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할 예정이었다.
그런 탓인지 내심 시원섭섭한 심경이었다.
그녀에게 열광하는 수많은 아저씨팬들이 저절로 연상된 탓이다.
그날 밤.
토요일을 기념하기 위해 강남 클럽으로 향했다.
스테이지로 시선을 모으자 압도적인 미모를 과시하는 그녀가 눈에 띄였다.
화려한 이목구비와 늘씬한 몸매, 애플힙, 꿀벅지가 압권이었다.
3층 룸으로 올라가자마자 단골 웨이터에게 백만원권 수표 3장을 건네며, 스테이지에 있는 섹시한 그녀를 손가락으로 지목했다.
"내 앞으로 데려오도록."
녀석이 수표를 챙기며 즉답했다.
"염려마십시오. 사장님. 제가 총알처럼 이 방으로 데리고 오겠습니다."
웨이터는 약속을 지켰다.
룸에서 사라진지 5분 만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녀를 내 앞으로 데려왔다.
그에게 나가라는 눈짓을 한 뒤 그녀에게 물었다.
"이름이 뭐냐?"
"아저씨가 그걸 알아서 뭐하게?"
그리 말하며 내 옆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 후, 달달한 양주를 연거푸 들이켰다.
그녀는 술잔을 테이블에 큰 소리가 날 정도로 내려놓은 뒤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저씨는 하는 일이 뭔데?"
"그 전에 너부터 말해야지."
"좋아. 그렇게 알고 싶다면 말해줄게. 나는 현직 대학생이자 여배우 지망생이야. 이 정도면 됐니?"
그녀도 연예인이 꿈인 모양이었다.
"이제 아저씨를 소개해봐."
그녀와 친해지기 위해 일부러 거짓말로 대답했다.
"연예기획사 대표."
순간 그녀의 해맑은 눈망울이 급격하게 커져갔다.
관심이 있는 눈치였다.
"그 말이 사실이야?"
"내가 뭐하러 너한테 거짓말을 하겠냐?"
"조금 수상한데. 요즘 엔터 회사 대표를 사칭하는 사기꾼들이 엄청 많다고 하던데?"
"의심은 그만하고 술이나 마시자. 너두 술을 좋아하는거 같은데."
"OK! 콜!"
그녀는 여장부다운 면모를 과시하며 내가 따라주는 술을 넙죽 넙죽 잘도 받아마셨다. 하지만 별로 취하는 모습은 없었다. 보기보다 술이 쎈 여자였다.
얼마 후, 인근의 해장국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우리는 육개장으로 속을 푼 뒤 각자의 갈길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녀는 보기보다 조신했다.
남자한테 술만 얻어마시는 스타일이었다.
아쉬운 순간이었다.
***
상지원으로 귀가했지만 그녀 생각이 간절했다.
간만에 내 마음에 드는 그녀였기 때문이다.
그녀를 꼬시기로 마음먹었다.
그럴 듯한 엔터사 대표로 내 정체를 위장하는 게 나을성 싶었다.
내심 염두를 굴린 뒤, 태산 CGV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음날.
상지원 접견실에 40대 중년 남자가 나타났다.
그가 정중한 자세로 인사를 해왔다.
"회장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나무 엔터의 송익선이라고 합니다."
태산 CGV는 나무 엔터의 지분을 90% 가까이 보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10%는 송익선의 몫이었다.
"나무 엔터가 수년 동안 꾸준히 적자를 기록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가 긴장한 얼굴로 즉답했다.
"저희 나무 엔터는 남자 아이돌 전문 기획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돌 그룹 시장은 워낙 경쟁이 치열한 곳이라, 성공할 확률이 극히 희박합니다."
"그럼 여자 아이돌을 키우면 될 일 아닙니까?"
송익선이 천부당 만부당 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재차 답변했다.
"여돌은 투자대비 수익률이 낮습니다. 반면 남돌 그룹은 한번 뜨기만 해도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계속 남돌 그룹 위주로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말인가요?"
"죄송하지만 그래야 할거 같습니다."
황당할 정도로 당당한 태도였다.
"내가 보유한 태산 CGV가 나무 엔터의 지분을 90% 가까이 들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신 겁니까?"
"저는 태산 CGV에 지분을 넘기는 조건으로, 회사 경영에 대해서 전권을 위임받았습니다."
"그래서 당신 멋대로 나무 엔터를 경영하겠다는 뜻인가요?"
"송구하지만 회사 경영에는 간섭하지 말아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회장님."
"그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할 일이니까 이만 나가보세요."
그리 말하며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송익선을 내보낸 뒤 태산 CGV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송익선을 대표이사에서 해임시키세요. 그리고 당분간 나무 엔터의 대표를 공석으로 남겨두세요."
-알겠습니다. 회장님.
나무 엔터를 여배우와 여자 아이돌 전문 기획사로 탈바꿈시킬 계획이었다.
당연히 기존에 계약된 남자 아이돌을 모두 내보내기로 마음먹었다.
마음에 드는 그녀들로 인재풀을 구성하면 그만이었다.
어차피 내 돈으로 굴러가는 회사였다.
당연히 내 뜻대로 운영하는게 정상이었다.
***
상지원의 정원을 거닐며 나를 뒤따르는 진대현 본부장에게 넌지시 말했다.
"나무 엔터의 대표이사직을 맡을 생각이에요."
그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영세 기획사 대표직을 맡으시면 세상 사람들이 회장님을 비웃을 우려가 있습니다."
"가명을 사용하면 될 겁니다. 그러니 김우성이란 이름을 대표이사직에 등재시키세요."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을 하신 겁니까?"
그에게 솔직히 말했다.
"인생을 즐기면서 살고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하는 일이니까 너무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
그제야 대현이 납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대로 일을 진행시키겠습니다."
"그리고 요즘 성해솔이 보이지 않는데, 해외로 여행이라도 떠난 건가요?"
그가 쓴웃음을 지으며 스마트폰을 나에게 내밀었다.
폰으로 시선을 모으자 연예기사가 보였다.
<여배우 성해솔! 한류 스타 이성빈과 핑크빛 로맨스!>
그녀는 잘생긴 한류 남배우와 눈이 맞은 상태였다.
화딱지가 날 지경이었다.
곧바로 그녀의 폰에 걸쭉한 문자를 열통 이상 전송했다.
허나, 그녀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마음 속에서 그녀에 대한 모든 기억을 단칼에 삭제한 뒤 대현에게 지시를 내렸다.
"조중동에 연락해서 그녀가 모 재벌과 그렇고 그런 사이였다는 기사를 제보하세요. 내일 무조건 신문에 나와야 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접견실을 박차고 나왔다.
***
상지원의 육상트랙에서 조깅을 하는 한편, 나무 엔터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 나름 심사숙고했다.
나만 바라보는 여배우와 여자 아이돌을 전문적으로 육성할 계획이었다.
그러자면 성해솔처럼 딴 놈이랑 눈이 맞는 행위를 사전에 철저히 차단하는 게 급선무였다.
여배우와 여자 아이돌의 계약서에 연애금지라는 조항을 삽입하기로 결정했다. 만약 연애금지 조항을 위반할 경우, 그에 합당한 패널티를 부여할 계획이었다.
그녀들을 철저히 단속하기 위함이었다.
마음을 정하자마자 하동균에게 지시를 내렸다.
"내일 당장 나무 엔터에 소속된 남자 아이들과 일괄적으로 계약을 해지하세요."
"그 친구들이 극렬하게 반발할 우려가 있습니다."
"위로비 조로 인당 2천만원씩 지불하면 뒷 말이 없을 겁니다."
"말씀대로 일을 진행하겠습니다."
며칠 후.
나무 엔터의 논현동 사옥을 방문했다.
지상 6층 지하 2층 규모의 건물이었다.
지하 2층에는 안무 연습실이 있었고, 지하 1층에는 보컬 연습실이 구비되어 있었다.
1층과 2층은 사무실로 이용 중이었고, 3층부터 6층까지 연습생과 남돌그룹의 숙소로 활용되고 있었다. 기숙학원같은 시스템이었다.
회사를 두루 시찰한 뒤 대여섯명의 직원들과 상견례를 가졌다.
그들에게 나직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김우성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저를 성심을 다해서 도와주십시오. 그렇게 해주시면 여러분들에게 그에 합당한 대가를 보장하겠습니다."
회사 직원들은 경계심 그득한 표정을 지으며 마지못해 인사하는 눈치였다.
송익선 대표와 여전히 끈끈한 유대관계를 형성한 모양새였다.
그런 탓인지 시종일관 나를 데면데면한 태도로 대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내가 누군지 확실히 알려줄 필요성이 있었다.
"저는 비록 20대 중반의 나이지만 세상 경험이 풍부합니다. 그런 이유로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 못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을 나름 잘 알고 있습니다."
내 말은 계속 이어졌다.
"저는 나무 엔터의 대표이삽니다. 그에 걸맞는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그러니 알아서 잘 하십시오."
그제야 녀석들의 얼굴에 잔뜩 긴장한 표정이 그려졌다.
***
2층에 위치한 대표 사무실로 매니지 1팀장인 정종선과 매니지 2팀장인 성지혁을 불러들였다.
면전에 나란히 서 있는 그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매니지 1.2팀이 하는 일이 뭡니까?"
정종선이 먼저 답했다.
"매니지 1팀은 아이돌 그룹과 연습생의 전반적인 관리를 책임진 조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성지혁이 입을 열었다.
"매니지 2팀은 회사의 자금 관리와 광고, 협찬, 계약 등에 관련된 사항을 총괄하는 조직입니다."
"매니지 2팀에 경리부가 포함된 건가요?"
"대충 맞습니다. 대표님."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창가로 걸어갔다.
창 밖에 드리워진 빌딩 숲에 시선을 고정하며 그들에게 내 의중을 밝혔다.
"앞으로 나무 엔터는 여배우와 여자 아이돌 전문 기획사로 탈바꿈할 겁니다. 그리고 여배우와 여 아이돌의 영입 권한 역시 모두 제가 독점할 생각입니다."
그들이 놀란 얼굴로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같은 방침을 회사 직원들에게 알리십시오."
그리 말하며 금일봉을 정종선 매니지 1팀장에게 내밀었다.
"1천만원입니다. 그 돈으로 직원들과 성대한 회식을 여십시오."
그들이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한껏 우러러 보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대표님!"
그들의 감사 인사를 귓등으로 흘리며 사무실에서 재빨리 빠져나왔다.
***
상지원 접견실로 들어서자 라비가 나를 맞이했다.
그의 손에는 영입 리스트가 들려있었다.
그가 건넨 리스트에 시선을 모았다.
선수 이름 옆에 이적료가 적혀 있었다.
영입 대상자는 11명이었고, 총 이적료는 임대 영입을 포합해 2억불(2천4백억) 내외였다.
라비에게 통 큰 언사를 내뱉었다.
"이적료를 전액 부담할테니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당사자들에게 연락을 취하십시오."
그가 감복한 표정을 지으며 화답했다.
"고맙습니다. 회장님."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어차피 우리 모두 토트넘의 성공을 위해서 일하는 입장 아닙니까. 그러니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
라비의 얼굴에 나를 향한 존경심이 그득해졌다.
내 호기로운 배포에 진심으로 감탄한 눈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