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화 반격의 서막
미해군의 제 7함대가 서해와 대만 해협에서 대규모 작전을 전개했다.
중국을 향한 일종의 무력시위였다.
***
일본에서 팔라크 섬의 매입작업을 끝마치자마자 다시 뉴욕행 전용기에 몸을 실었다. 클라크 의장과 긴밀한 협의를 나누기 위함이었다.
늦은 밤.
뉴저지 근교의 대저택에 들어서자 연미복 차림의 집사가 나를 맞이했다.
"의장님이 서재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에게 감사 인사를 전달한 뒤 2층 서재로 올라갔다.
클라크는 서재의 고풍스러운 책상에 앉은 채 독서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에게 나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의장님과 논의할 사항이 있습니다."
그가 책을 내려놓으면 말했다.
"나에게 할 말이 뭔가?"
"뉴질랜드 정부에 협조공문을 보내주십시오."
"이유는?"
"당분간 핵미사일을 뉴질랜드에 은닉하고 싶습니다. 팔라크 섬의 미사일 기지 조성 사업이 끝날때까지."
"예상 기간을 말해보게?"
그에게 즉답했다.
"6개월 안에 미사일 기지를 완료함과 동시에 전투기와 각종 항공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활주로를 건설할 계획입니다. 물론 언론에는 대규모 간척과 위락시설을 조성할 예정이라고 둘러댈 생각입니다."
"괜찮은 복안이군."
그가 처음으로 내 의견에 동조하는 순간이었다.
"중국의 핵시설과 생화학시설을 정밀타격할 자신이 있나?"
"제가 보유한 극초음속 핵미사일의 오차범위는 아주 미세한 수준입니다. 미국이 제대로된 정보만 제공해 준다면 백전백승할 자신이 있습니다."
"자신만만한 태도로군."
"제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클라크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그려졌다.
"김 회장 계획대로 실행된다고 해도, 중국 역시 핵미사일로 반격해올 가능성이 높은데, 그 점에 대해서는 복안을 갖고 있나?"
내 의견을 솔직히 개진했다.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한반도에 도입한다면 중국의 미사일을 얼마든지 요격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렇지만 한국 대통령이 결사적으로 사드 도입을 거부하는게 현실 아닌가?"
"그 점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책임지고 최단 시일 안에 한국 땅에 사드 미사일 부배를 들여놓겠습니다."
클라크가 만족한 얼굴로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와 악수를 교환한 뒤 서재를 나서려는 찰나, 등 뒤에서 클라크의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중국을 도모한 이후, 대륙 경영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나?"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어차피 중국 전역에 핵방사능과 핵낙진이 가득할텐데, 대륙 경영의 필요성이 과연 있을까요?"
"자네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 수소폭탄의 방사능과 핵낙진은 2개월 정도만 지나면 자연적으로 소멸하네. 그리고 특히 만주 지역은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
그의 말대로 수폭은 방사능과 핵낙진이 플루토늄 핵폭탄의 100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칠 찰나, 클라크의 목소리가 장내에 재차 울려퍼졌다.
"나는 만주경영을 자네에게 맡기고 싶네. 물론 그에 합당한 보상을 미국과 군산복합체 멤버들에게 약속할 경우에 한해서지."
뒷통수를 둔중한 망치로 가격당한 듯한 충격파가 전해져왔다.
클라크는 더욱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더구나 그가 그리는 큰 그림 안에는 당연하게도 내가 포함된 상태였다.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차분히 검토해보게."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서재를 빠져나왔다.
***
한국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클라크의 제안을 심사숙고했다.
클라크는 중국 공산당이 패망한 이후에 대해서도, 이미 대략적인 밑그림을 그려놓은 상황이었다.
특히 만주 지역에 대해서 나에게 거대한 이권을 제공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 물론 그에 합당한 보상을 미국 정부와 군산복합체 멤버들에게 두루 확약하는 게 필수조건이었다.
만주에는 6천만명 내외의 한족과 만주족이 거주하고 있었다.
광활한 영토에 비해 인구가 매우 적은 편에 속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만주의 비옥한 토지는 중국인들의 식탁을 책임지는 식량의 보고로 활용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만주에는 엄청난 지하자원이 매장되어 있었다. 석유와 가스, 철광석은 기본이었다.
더구나 만주는 한민족의 고토였다.
그런 탓일까. 만주 전역의 통치권을 수중에 넣고 싶은 불같은 야망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활화산처럼 솟구쳤다. 흡사 대뇌피질을 성난 야생마가 맹렬하게 질주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그날, 만주 지역의 지배권을 수중에 넣기로 굳게 다짐했다.
***
뉴질랜드의 수도인 웰링턴을 비공식적으로 방문했다.
당연히 뉴질랜드의 로레아 여성 총리는, 그런 나를 극진히 환대했다. 클라크 의장 덕분이었다.
총리 관저에서 오찬회동을 끝마친 뒤 로레아 총리에게 준비해온 금일봉을 전달했다.
"미화 1억불(1천2백억) 상당의 CD 입니다. 총리님이 정치에 전념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해서 드리는 돈입니다."
그녀는 내 돈을 거부하지 않았다.
뉴질랜드 역시 미국과 마찬가지로 정치자금에 대해 자유로운 국가였다.
"고마워요. 회장님의 돈을 뜻깊은 곳에 사용할게요. 호호..."
그녀가 반색하는 표정을 지으며 금일봉을 조심스럽게 받아들었다.
"대영해운의 컨테이너를 귀국이 6개월 정도만 보관해 주십시오. 물론 컨테이너 내용물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십시오."
로레아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그 점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책임지고 회장님의 컨테이너 화물을 안전하게 보관해 드리죠."
"감사합니다. 총리님."
"이 정도 편의는 제가 봐드려야죠. 호호호..."
돈이면 안되는 일이 없는 세상이었다.
뉴질랜드 총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
한국에 귀국하자마자 상지원으로 직행했다.
상지원 접견실에 들어서자 진대현 본부장이 나를 맞이했다.
그를 지나쳐 육중한 마호가니 책상에 좌정했다.
그 후, 면전에 서 있는 대현에게 지시를 내렸다.
"남태평양 팔라크 섬에 대규모 간척사업과 위락시설을 동시에 건설한다는 내용을 국내외 언론에 공개적으로 천명하십시오."
그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팔라크 섬은 경제적인 실익이 거의 없는 곳입니다. 그런 곳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면 거액의 손실을 볼 우려가 있습니다."
대현은 내가 팔라크 섬을 매입한 진짜 이유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물론 그에게 사실을 알려주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는 사업적인 문제에만 집중하면 그만이었다.
"더 이상 묻지 마시고, 내가 시키는대로 국내외 언론에 공개적으로 브리핑을 하세요. 특히 CNN 기자들을 브리핑 장소에 공개적으로 초대하십시오."
그가 마지못한 얼굴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가 장내에서 사라지자마자 대영중공업의 고영진 사장이 내 앞에 나타났다.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무인도 지하에 미사일 발사기지를 건설할 만한 기술력이 대영중공업에 있습니까?"
그가 뭔가를 골똘히 생각한 뒤 조심스럽게 답변했다.
"저희 대영중공업은 수십년 동안 중동과 동남아,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대규모 플렌트 건설을 성공시킨 경험이 많습니다."
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당연히 섬지하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할 만한 기술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확신하십니까?"
그가 단호한 태도로 재차 답했다.
"확신합니다. 회장님!"
"좋습니다. 내일 당장 남태평양 팔라크 섬으로 기술진을 파견해서 현지를 답사하십시오."
그리 말하며 10장에 달하는 뉴질랜드 왕복 항공편을 그에게 전달했다.
"팔라크 섬은 뉴질랜드에서 동남쪽 방향으로 400킬로 지점에 위치한 섬입니다. 뉴질랜드에 파견 나간 대영물산 직원이 안내할 예정이니까 기술진을 지금 당장 소집하십시오."
그가 군기가 바짝든 얼굴로 복명했다.
"예. 회장님!"
그날밤.
상지원으로 박아라와 김성희를 불러들였다.
2주일 동안 전 세계를 누빈 탓에 심신이 많이 지친 상태였다.
이럴 때는 그녀들의 따사로운 품이 최고였다.
***
일요일 밤.
토트넘의 시즌 마지막 경기를 차 안에서 시청했다.
아쉽게도 토트넘은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확보에 실패했다.
유로파리그 진출권을 확보한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지만 내 신경은 온통 중국과 코로나 바이러스로 가득했다.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과 유럽, 동남아, 중남미, 아프리카 할거 없이 전 세계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확산된 탓이었다.
세계 경제는 급전직하했다. 더불어 마스크를 안쓰면 일상생활을 못할 정도로 삶이 암담해졌다.
하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하고, 돈 벌 사람은 돈을 벌어야 한다.
그게 이 세상의 올바른 법칙이다.
당연히 나는 그 두가지에 모두 해당되는 남자였다.
그런 탓으로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뉴욕 증시에 이목을 집중했다.
내 관심은 파이자와 모도나 제약사였다.
그들은 앞으로 1년 후, 전 세계 최초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퇴치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한다.
그 덕분에 1년 사이에 주가가 최소 10배 이상 폭등할 운명이었다. 내가 경험한 미래가 그랬다.
아담 상원의원에게 국제전화를 걸었다.
그는 파이자와 모도나의 대주주들과 두루 친분이 있었다.
전화 통화를 끝마친 뒤 논현동 나무엔터 사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나무엔터의 대표실에 들어서자 정종선 매니지 1팀장이 울듯한 얼굴로 보고를 올렸다.
"코로나 사태로 여아이돌 그룹의 생명줄이나 마찬가지인 모든 행사가 올스톱 됐습니다."
그의 말은 계속됐다.
"이 상태로는 박아라와 김성희를 데뷔시키는 게 거의 불가능합니다. 대표님."
나 역시 그와 같은 생각이었다.
지금은 아이돌 그룹의 암흑기였다.
남돌 또한 마찬가지였다.
콘서트조차 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런 탓으로 박아라와 김성희를 일단 배우로 데뷔시키기로 결론내렸다.
나를 극진히 대하는 그녀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정종선에게 차분한 어조로 내 의중을 밝혔다.
"아라와 성희를 배우로 먼저 데뷔시킬 생각이니까, 연기 선생님을 초빙하세요."
그가 완강히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저는 자신이 없습니다. 대표님."
"어차피 내가 알아서 하니까 정팀장은 연기 선생이나 알아보십시오."
그제야 녀석이 순순히 복명했다.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태산 CGV에 말해놓을 테니까, 그쪽 드라마 담당자와 미팅을 잡으세요."
종선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정말 그래도 되는 겁니까?"
"어차피 태산 CGV는 내 말대로 돌아가는 회사니까,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마세요. 그럼 나중에 봅시다."
그 말을 끝으로 나무엔터 사옥을 재빨리 빠져나왔다.
그 후, 인천국제공항으로 직행했다.
***
미국 애틀란타 국제공항에 도착할 무렵, 기다리던 소식이 전해졌다. 핵미사일을 가득 실은 대영해운의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이, 뉴질랜드를 목표로 무사히 출항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런 탓인지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공항을 빠져나왔다.
파이자의 본사가 있는 애틀란타의 다운타운으로 향했다. 파이자의 절대 지배주주인 스테판 회장과 담판을 짓기 위함이었다.
파이자 본사 빌딩에 들어서자 스테판의 수행비서가 나를 맞이했다.
그의 안내를 받으며 탑층에 위치한 회장실로 들어섰다.
스테판 회장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파이자의 지분을 시가보가 50% 이상 플러스된 가격에 매입할 의향이 있습니다."
그리 말하자 스테판의 얼굴에 숨길 수 없는 진한 탐욕이 떠올랐다.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입니까?"
"저는 오래전부터 파이자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너무 난데없는 제안이라 조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시다면 잘 생각해 보시고, 저에게 연락을 주십시오."
그날 밤.
애틀란타 근교에 위치한 카지노를 찾았다.
홀덤포커를 즐기며 심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함이었다.
홀덤포커를 3시간 정도 즐겼을 무렵, 누군가 나에게 아는체를 해왔다.
그는 재벌가 로열패밀리 중의 한명인 정상엽이었다.
"김 회장을 이런 곳에서 보다니! 내가 오늘 운이 좋구나. 하하하하...!"
그는 나보다 10살 정도 나이가 많았다.
그런 탓인지 시종일관 반말로 일관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나에게 대놓고 손까지 벌리고 있었다.
"내가 오늘 재수가 조금 없어서 그런데, 김 회장이 2백만불(24억) 정도만 빌려주면 안될까? 한국에 돌아가면 이자까지 쳐서 갚아줄게. 제발 부탁이다. 김 회장."
당연이 내 대답은 노(NO) 였다.
"당신의 뭘 보고 돈을 빌려 줍니까? 귀찮게 하지 말고 저 멀리 가십시오!"
순간 녀석의 입에서 거친 억양이 튀어나왔다.
"남의 그룹을 통째로 도둑질한 놈이, 감히 누구를 괄시하는거냐! 내가 그렇게 우스워 보이냐! 이 개자식아!"
녀석은 재벌가 로열패밀리들이 나를 비난하는 주요 레파토리를 그럴싸하게 읇고 있었다.
나를 수행하는 김태구 경호 팀장에게 나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따끔하게 혼구녕을 내주세요."
"예. 회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