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화 쾌도난마
호텔 지하 라운지바에서 보드카를 음미할 무렵, 미니 드레스 차림의 관능적인 그녀가 내 곁에 다가왔다.
그녀가 능숙한 영어로 말을 걸었다.
"술 한잔 사주실래요?"
러시아 미녀의 아찔한 유혹이었다.
바텐더를 손짓하며 입을 열었다.
"숙녀분에게 보드카 한잔."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내 옆에 앉은 그녀에게 보드카를 전달했다.
그녀는 앵두같은 입술로 보드카를 한모금 들이킨 뒤 넌지시 물었다.
"모스크바에 혼자 오셨나요?"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노골적인 언사를 흘려보냈다.
"당신의 외로움을 제가 풀어드리고 싶은데..."
그리 말하며 손가락 3개를 펴보였다.
300불에 자기를 사라는 의미였다.
러시아 정부 측의 끄나풀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내심 아쉬웠다.
평소의 나였다면 그녀와 오붓한 시간을 즐겼을테지만, 지금은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 처지였다.
결국 그녀에게 냉정한 어조를 내뱉었다.
"죄송하지만 다른 상대를 찾아보십시오."
순간 그녀의 얼굴에 진한 아쉬움이 드리워졌다.
그녀에게 재차 말했다.
"언제 기회가 되면 다시 봅시다."
그 말을 끝으로 라운지바를 재빨리 빠져나왔다.
***
다음날.
호텔 방에서 편한 옷차림으로 휴식을 취할 무렵,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똑!
문을 열자 건장한 체격의 러시아 남자가 보였다.
"회장님을 모셔오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의 말이 재차 이어졌다.
"10분 안에 외출 준비를 끝내 주십시오."
"문 앞에서 기다려 주세요."
"네. 회장님."
정장으로 환복한 뒤 호텔을 나섰다.
남자가 몰고온 차에 순순히 탑승했다.
예상대로 그는 크렘린 대통령궁 방향으로 차를 몰아갔다.
1시간이 지났을 무렵, 크렘린궁에 도착했다.
남자를 따라서 크렘린궁의 내부 정원에 들어서자 강인하게 생긴 투견이 나를 열렬히 환영했다.
"왈왈왈왈!"
개자식이 목청이 너무 컸다.
마음 같아서는 개패듯이 후드려패고 싶었지만, 저 강아지는 푸탄의 애완견이었다.
바로 그때, 익숙한 남자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키는 작지만 다부진 체격을 자랑하는 푸탄이었다.
그의 입에서 유창한 영어가 흘러나왔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하하하...!"
그와 악수를 교환한 뒤 정원을 거닐며 본격적인 담소를 이어나갔다.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대통령 각하에게 커다란 선물을 갖고 왔습니다."
푸탄이 호기심 그득한 얼굴로 물었다.
"저에게 어떤 선물을 주실 생각입니까?"
그에게 즉답했다.
"미화로 1천억불(120조원)을 대통령 각하의 통치자금으로 건넬 의향이 있습니다."
그의 두눈에 맹렬한 탐욕이 치솟았다.
푸탄 역시 돈 앞에서는 약해지는 남자였다.
그에게 재차 말했다.
"제가 원하는 걸, 한가지만 들어주시면 됩니다. 대통령 각하 입장에서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김 회장이 원하는 게 뭡니까?"
푸탄에게 즉답했다.
"미국이 중국을 도모할 경우, 러시아의 절대적인 중립을 약속해 주십시오."
순간 그의 얼굴이 보기좋게 일그러졌다.
나한테 한방 먹은 표정이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거요?"
"중국은 미국의 상대가 될 수 없습니다. 1년 안에 중국은 반드시 패망할 겁니다."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가 뭡니까?"
"중국의 핵시설과 생화학시설을 목표로 정밀한 선제 핵타격이 있을 예정입니다. 당연히 중국은 미국의 극초음속 핵미사일을 절대 탐지하지 못할 겁니다."
그제야 푸탄이 심각한 얼굴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며, 땅이 꺼질 듯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를 유심히 살피며 재차 말을 이었다.
"중국은 전쟁이 발발한지 12시간 안에 미국에 전면적인 항복 선언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이 핵무기로 반격할 경우, 대비책이 있습니까?"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 시스템은 중국의 핵무기를 얼마든지 요격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 점에 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푸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우리 러시아는 전면적인 핵전쟁을 원하지 않습니다. 미중 양국간의 국지전으로 국한되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말했다.
"아바마 대통령의 확답을 원하십니까?"
"당연한거 아닙니까?"
"좋습니다. 제가 최단 시일 안에 자리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그제야 푸탄의 낯빛이 조금 풀어졌다.
그런 탓인지 그의 입에서 노골적인 언사가 흘러나왔다.
"아바마 대통령의 확답을 받는 즉시 김 회장의 제안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고려해 보겠습니다.
"그래주시면 저야 감사할 따름입니다."
***
6시간의 비행 끝에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 도착했다.
그 후, 백악관으로 직행했다.
오벌오피스에 들어서자 아바마가 나를 맞이했다.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푸탄이 대통령 각하의 확답을 원하고 있습니다."
"그가 원하는 확답이 뭐죠?"
"러시아를 침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원하는거 같았습니다."
"불가침 조약 체결을 원한다는 말인가요?"
"네. 대통령 각하."
아바마가 심유한 눈빛을 내비치며 뭔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그러기를 얼마 후, 결연한 얼굴로 말했다.
"푸탄 측에 상호불가침 조약에 대해서 언질을 해보세요."
"그가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다면, 회담에 나설 생각이 있으십니까?"
"당연히 그럴 계획입니다. 그러니 김 회장이 수고를 해주세요."
아바마에게 작별 인사를 전한 뒤 백악관을 바람처럼 빠져나왔다.
그 후, 덜레스 공항으로 다시 달려갔다.
모스크바로 되돌아가기 위함이었다.
***
크렘린궁의 고풍스러운 대통령 집무실에서 푸탄과 또 다시 면담을 가졌다.
그에게 아바마의 본심을 전했다.
"아바마 대통령은 미러 간의 상호불가침 조약을 원하고 있십니다."
그러자 푸탄이 신중한 표정을 지으며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에게 돈 얘기를 꺼내기로 결심했다.
미러 간의 상호불가침 조약 체결에, 푸탄이 적극적으로 나서게 하기 위함이었다.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미중 간의 전쟁에서 중립을 지켜주신다면 1천억불을 대통령 각하에게 헌금할 의향이 있습니다."
내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러니 미러 간의 상호불가침 조약 체결을 긍정적으로 고려해 주십시오."
창 밖으로 향했던 그의 시선이 내 얼굴에 고정됐다.
"정말 나에게 천억불을 제공할 생각입니까?"
"원하신다면, 선수금 조로 500억불(60조)을 지금 당장 각하에게 건네드리겠습니다."
순간 그의 입에서 호탕한 광소가 길게 쏟아져 나왔다.
"우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내 통큰 배팅이 마음에 든 눈치였다.
다음날.
스위스 은행에서 500억불 상당의 CD를 인출한 뒤 공항으로 직행했다.
공항에 도착한 뒤 러시아 국적기에 차분히 몸을 실었다.
2시간의 비행 끝에 모스크바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입국수속을 끝마치지마자 크렘린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크렘린 대통령 궁에서 푸탄과 술자리를 가졌다.
우리는 러시아가 자랑하는 싱싱한 캐비어를 안주삼아 보드카를 물처럼 들이켰다.
술자리가 무르익을 무렵, 서류 가방에서 1억불(1천2백억) 짜리 CD 500장을 꺼내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푸탄이 탐욕에 절은 시선으로 500억불(60조원) 상당의 CD에 시선을 집중했다.
"스위스 은행에서 발행한 CD니까 믿으셔도 좋습니다. 총액 500억불입니다."
그리 말하며 푸탄에게 CD 뭉치를 내밀었다.
그는 내 돈을 거부하지 않았다.
푸탄에게 재차 말했다.
"나머지 500억불은 미중 전쟁이 끝나면 곧바로 건네드리겠습니다."
"그 약속을 반드시 지켜주십시오."
"그 점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는 신의를 최고의 덕목으로 삼는 남자니까."
그러자 푸탄이 흡족한 얼굴로 보드카를 입안으로 벌컥벌컥 들이켰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
스위스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향후 계획을 면밀히 검토했다.
내 최종 목표는 만주 지역의 종신 대통령이었다.
만주는 젖과 꿀이 흐르는 황금의 대지였다.
무한한 지하자원과 식량의 보고였다.
그런 이유로 푸탄에게 1천억불(12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정치헌금을 제공할 계획이었다. 만주 전역의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만주에 비한다면, 1천억불은 그리 큰 돈이 아니었다.
만주에서 내가 뽑아먹을 수 있는 돈은 최소 10조불(1경2천조) 이상이었다.
물론 미국 정부와 군산복합체 멤버들에게도 금전적인 보답을 할 계획이었다. 만주의 지배권을 공고히 하기 위함이었다.
스위스에 도착하자마자 거래은행으로 직행했다.
12억불(1조4천억) 상당의 CD를 인출하기 위함이었다.
클라크 의장과 군산복합체 멤버들에게 선물을 듬뿍 안겨줄 생각이었다.
***
군산복합체 회의가 열리는 뉴욕 모처를 방문했다.
내 수중에는 12억불 상당의 CD가 있었다.
스위스 은행에서 찾은 돈이었다.
이제 스위스 계좌에는 돈이 거의 없었다.
그렇지만 별로 후회하지 않았다.
10조불(1경2천조) 이상의 가치를 지닌 만주 지역의 통치권이 목전에 당도한 까닭이다.
회의가 끝나마자마자 멤버들에게 1억불(1천2맥억) 상당의 CD를 차례로 돌렸다. 총12억불 규모였다.
그런 탓일까. 그들이 흡족한 얼굴로 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멤버들이 장내에서 자취를 감추자마자 클라크와 아바마 대통령 등과 삼자대면을 가졌다.
아바마에게 말했다.
"푸탄이 다음주 월요일, 독일에서 비밀 정상회담을 갖자고 제안했습니다."
그에게 재차 말했다.
"미러 간의 상호불가침 조약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아바마가 만족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중간에서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김 회장."
"아닙니다. 의당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니까.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할테니, 김 회장은 더 이상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바마는 그 말을 끝으로 장내에서 유유히 사라졌다.
이제 회의장에는 나와 클라크 의장 단 둘 밖에 남지 않았다.
클라크가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푸탄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할 생각인가?"
"이미 5백억불을 선수금 조로 건넸습니다."
그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내 어마어마한 돈질에 진정으로 놀란 얼굴이었다.
"자네는 통이 너무 커. 사람을 질리게 할 정도로."
"만주의 통치권을 얻을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한 돈질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클라크가 질렸다는 얼굴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기를 얼마 뒤, 고화질 사진첩을 나에게 내밀었다.
사진 속에는 미모의 동양 여자들이 한가득이었다.
"이 여자들이 누굽니까?"
그가 빙긋 미소지으며 즉답했다.
"자네의 간택을 기다리는 만주족 출신의 미녀들이지."
"네에...?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만주국의 종신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그 지역 출신이라는 위장 신분이 필요해. 그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뜻일세."
"그냥 서류만 조작하면 될 일 아닙니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만주족 출신의 아내를 맞이하는 게, 그럴듯하지 않겠는가?"
솔직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의장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그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회를 봐서 만남을 주선할테니, 그런줄 알게."
"알아서 하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장내를 조용히 벗어났다.
***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돈나올 구멍을 면밀히 검토했다.
스위스 은행에는 500억불(60조원) 정도의 현금이 예치되어 있었다.
푸탄에게 전달할 자금이었다.
그런 이유로 가용 현금이 턱 없이 부족한 형편이었다.
돈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마존과 애플, 로열더치셀, 파이자의 주식을 처분해야 할거 같았다.
하지만 저들 4개사의 주식은 앞으로도 꾸준히 우상향을 기록할 예정이었다.
그런 때문인지, 주식을 매각하는 게 너무 아깝게 느껴졌다.
결국 다른 방법을 찾기로 마음먹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돈 나올 구멍은 사진평 밖에 없었다.
놈을 꼬드겨서 현금을 마련하는 게 최선이었다.
송도 카지노 개발 사업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그걸 명분으로 10조원 안팎의 현금을 조달하기로 결론내렸다.
***
회사로 향하는 차 안에서 사진붕에게 전화를 걸었다.
녀석을 회유하기 위함이었다.
그날 밤.
강남의 고급 풀살롱으로 사진붕을 안내했다.
우리는 아가씨들과 흥겨운 시간을 함께한 뒤 본격적인 담론에 돌입했다.
"10조원을 추가로 코이카 계좌에 입금해 주십시오. 그렇게 해주시면 카지노 건설 사업을 본격화 할 수 있습니다."
내 말은 계속 이어졌다.
"이영박 대통령과 현정권의 실세, 그리고 시민사회단체들에게 돈로비를 하려면 최소 조단위의 현금이 필요합니다. 물론 나머지 자금은 전액 송도 카지노 개발에 투입할 예정이죠."
사진붕이 은근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10조원을 추가 투입하면, 정말 다음달부터 삽을 뜰 수 있는 겁니까?"
"네. 제가 100% 보장하겠습니다. 그러니 저를 믿고 자금을 투입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