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화 성난 야생마
나를 태운 전용기가 동경 하네다 공항에 착륙했다.
입국수속을 끝마치자마자 롯본기 힐스의 고급 맨션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사랑스러운 그녀를 한시라도 빨리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맨션으로 들어서자 네글리제 차림의 그녀가 내 품에 와락 안겨들었다.
시너자키 에이는 언제봐도 아름다웠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내가 이 세상에서 만난 여자 중에 최고였다.
그런 탓일까. 그녀를 소중한 신주단지 모시듯 침대로 이끌었다.
그 후, 온밤을 하얗게 불태우며 그녀를 천국으로 인도했다.
***
시너자키 에이를 뒤로한 채 하네다 공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출국수속을 끝마친 뒤 전용기 격납고로 다가갔다.
얼마 후, 나를 태운 전용기가 뉴질랜드 웰링턴을 목표로 전속력으로 내달렸다.
웰링턴 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초고속 함정으로 갈아탔다.
2시간 뒤.
팔라크 섬의 전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팔라크는 섬 전체가 거대한 공사장으로 변모한 상태였다.
대영중공업과 대영건설의 기술진과 근로자들은 섬 지하에 미사일 기지를 조성하는 한편, 지상에서는 대규모 간척공사를 시행하고 있었다.
나를 태운 고속 함정이 섬 주변을 천천히 돌았다.
그때, 공사 책임자인 대영중공업의 신현학 전무가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나를 향해 정중히 인사한 뒤 보고를 올렸다.
"지하 미사일 기지와 간척사업의 공정률이 50%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 추세대로라면 4개월 안에 모든 공사가 완료될 예정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4개월만 더 노력해 주십시오."
"예. 회장님."
그후로도 수시간 동안 현장을 시찰한 뒤 웰링턴으로 발길을 돌렸다.
***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곧바로 뉴욕으로 출발했다.
만주족 출신의 미녀들과 선자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맨해튼 인근의 고층빌딩 펜트하우스로 직행했다.
펜트하우스에 들어서자 클라크 의장이 매직 거울방으로 나를 이끌었다.
매직 거울 반대편에는 열명에 달하는 만주족 출신 미녀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클라크가 말했다.
"그녀들 모두 청황실의 후손일세. 나름 성골이라고 할 수 있지."
"국적을 말씀해 주십시오."
"대다수 미국과 중국의 이중국적을 보유하고 있네."
매직 거울에 드러난 그녀들의 미모를 나름 세심하게 관찰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시선은 맨 오른쪽에 위치한 그녀에게 모아졌다.
고운 이목구비와 가지런한 하얀 치아, 늘씬하면서도 건강미 넘치는 몸매 등등...
발군의 미모였다.
클라크에게 말했다.
"맨 오른쪽에 위치한 여자가 마음에 드는군요."
"저 여자로 낙점한 건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흡족한 얼굴로 화답했다.
"내일 그녀와 자리를 주선해 놓겠네."
"알아서 하십시오."
그리 말하며 펜트하우스를 유유히 빠져나왔다.
다음날.
포시즌스 호텔방에 내가 간택한 만주족 미녀가 나타났다.
그녀는 섹시한 미니 원피스 차림이었다.
마음에 드는 복장이었다.
우리는 곧바로 통성명을 나눴다.
"김한빈이라고 합니다. 금나라의 태조인 아골타가 저의 먼 조상이죠. 혹시 몰라서 드리는 말씀인데, 아골타는 신라의 김씨 왕족 출신입니다."
그녀가 반색한 얼굴로 화답했다.
"저도 청황실의 후손이에요. 그러고 보니, 우리 두명 모두 만주족의 자랑스런 역사의 산물이네요. 호호호..."
그녀는 만주족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그날 우리는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렸다.
***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송도로 직행했다.
송도 역시 대역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거대한 규모의 카지노 타운이 본격화된 것이다.
그런 탓인지 사진붕은 연일 공사 현장을 방문하며 근로자들을 독려하고 있었다.
카지노에 환장한 인물 다웠다.
우리는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커피를 음미하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에게 말했다.
"송도 카지노 타운에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조성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코이카 계좌에 입금된 자금을 인출할 계획입니다."
그러자 사진붕이 고개를 저으며 딴 소리를 했다.
"고층 호텔이나 지으면 그만이지, 뭐하러 위락시설을 조성하려고 하십니까? 돈만 드는 사업인데."
"송도 카지노 타운을 라스베가스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죄송하지만 저는 그 견해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그러니 10조원을 초고층 호텔 건설 사업에 투입해 주십시오."
어쩔 수 없었다.
돈줄은 그였기 때문이다.
"초고층 호텔 사업자를 선정해서 최단 시일 안에 건물을 올리도록 합시다."
그제야 녀석의 얼굴에 흡족한 표정이 떠올랐다.
***
상지원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사진평과 사진붕 형제를 실컷 비웃었다.
앞으로 6개월 후, 중국은 패망할 운명이었다.
당연히 송도 카지노 개발사업의 중국측 지분도 소멸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들 형제는 그런 것도 모르고, 수십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송도에 투입하고 있었다.
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칠 찰나, 나무엔터의 정종섭 1팀장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끊자마자 운전석의 김태구 경호팀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상암동으로 차를 돌리세요."
"예. 회장님."
켄싱턴 빌딩의129층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하동균에게 지시를 내렸다.
"태산 CGV의 채태우 본부장을 내 앞으로 데리고 오세요."
"네. 회장님."
1시간 후.
40대의 중년 남자가 내 앞에 나타났다.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나무엔터의 정종섭 매니지 1팀장과 만남을 거부한 이유가 뭡니까?"
그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회장님이 그 일을 어찌 아시는지...?"
채태우에게 확실히 말했다.
"나무엔터는 내가 키우는 회사 중의 하나에요. 그리고 박아라와 김성희도 내가 키우는 아이들이고."
그러자 녀석이 화들짝 놀란 얼굴로 머리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깊숙이 조아렸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회장님. 저는 그런 것도 모르고... 제발 한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긴말하지 않겠습니다. 내일 당장 박아라와 김성희를 드라마의 비중있는 조연으로 출연시키세요. 아시겠습니까?"
채태우가 군기가 바짝 든 얼굴로 복명했다.
"넵. 회장님!"
***
채태인은 태산 CGV 본사에 도착한 뒤 드라마 제작진을 면전에 호출했다.
그는 눈 앞에 도열한 제작진에게 강한 어조로 지시를 내렸다.
"나무엔터의 박아라와 김성희를 비중있는 조연으로 출연시키라는 오더가 상부에서 내려왔으니까 책임지고 드라마에 꽂아넣어!"
그의 지엄한 명이 떨어지자 제작진들이 일사불란하게 복명했다.
"예. 본부장님!"
며칠 후, 박아라와 김성희는 주중 미니시리즈의 비중있는 조연으로 차례로 캐스팅됐다.
***
아라와 성희를 상지원으로 불러들였다.
그녀들과 상지원의 풀장에서 수영을 즐기며 정겨운 한때를 보낼 무렵, 하동균 비서팀장이 장내에 나타났다.
그가 귓속말을 전했다.
"파이자가 전 세계 최초로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임상 절차만 남은건가요?"
"네. 최단 시간 안에 임상 절차를 종료하고 금년 연말부터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주가는 어떤가요?"
"뉴욕증시가 열리자마자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주가가 폭등하고 있습니다."
예상대로였다.
"알았으니까 이만 가보세요."
"예. 회장님."
그를 보낸 뒤 아라와 성희를 동시에 품에 안은 채 침실로 발길을 돌렸다.
***
일본을 다시 방문했다.
사랑스러운 그녀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시너자키를 대동한 채 시부야 인근에 위치한 고급 백화점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곧바로 탑층에 위치한 VVIP 룸으로 직행했다.
아멕스 센트리온 블랙 카드의 위용이었다.
VVIP 룸에서 다과를 즐길 무렵, 여점원들이 미니 드레스와 원피스, 속옷, 구두, 여성용 명품 시계 등을 한아름 들고 나타났다.
시너자키에게 말했다.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봐."
그녀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
"김상. 정말 이 비싼 옷들과 시계, 구두를 나한테 선물하려는 거야?"
"그래. 나는 돈 밖에 없는 인간이니까 부담갖지 말고 내 선물을 받으라고."
그리 말하며 시너자키의 앵두같은 입술에 뜨거운 키스를 퍼부었다.
쪽!
잠시 후, 그녀가 본격적으로 패션쇼를 펼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녀에게 맞는 옷이 별로 없었다.
바스트가 너무 큰 탓이었다.
그래서 여점원에게 말했다.
"특대 사이즈의 바스트에 어울리는 미니 드레스와 원피스를 갖고 오세요."
그러자 그녀들이 어색한 얼굴로 대답했다.
"저희 백화점에는 고객분의 바스트 사이즈에 맞는 옷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한심한 노릇이었다.
내 사랑 시너자키에게 맞는 옷이 없는 것이다.
그런 탓일까. 그녀가 서글픈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걱정마라. 뉴욕 백화점에 가면 너한테 맞는 옷이 널리고 널렸으니까."
다음날.
시너자키를 대동한 채 전용기에 몸을 실었다.
그녀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전용기 내부를 쉴 새 없이 구경했다.
"김상은 정말 돈이 그렇게 많은거니?"
"그래. 아주 많으니까 시너자키는 걱정하지마라."
그리 말하며 2층 침실로 그녀를 이끌었다.
우리는 푹신한 침대에 눕자마자 곧바로 사랑놀음에 빠져들었다.
***
뉴욕 포시즌스 호텔 펜트하우스에 여장을 풀자마자 길거리로 나섰다.
시너자키에게 어울리는 미니 드레스와 원피스를 선물하기 위함이었다.
맨해튼의 고급 백화점으로 들어설 찰나, 누군가의 집요한 시선이 느껴졌다.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그녀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녀는 에바 페론이었다.
골치 아픈 순간이었다.
그녀가 내쪽으로 다가왔다.
당연히 그녀의 시선은 내 곁에 서 있는 시너자키에게 모아졌다.
그녀가 영어로 물었다.
"당신 옆에 있는 여자가 누구니?"
에바에게 대충 들러댔다
"여비서니까 신경쓰지마라."
그러자 그녀가 질투심에 그득한 눈길로 나와 시너자키를 번갈아 노려봤다.
"내가 바본줄 알아? 저 여자랑 그렇고 그런 사이잖아! 왜, 나한테 거짓말을 하는건데!"
에바는 찬바람을 풀풀 날리며 저 멀리 사라져갔다.
단단히 삐진 눈치였다.
시너자키도 어느 정도 상황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영어는 알아듣지 못했지만, 분위기가 너무 뻔한 탓이다.
하지만 이왕 벌어진 일이라, 더 이상 에바를 신경쓰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중요한 건 시너자키의 옷을 사주는 일이었으니까.
***
다음날.
시너자키를 전용기에 태워서 일본으로 돌려보낸 뒤 워싱턴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에바를 위로하기 위함이었다.
워싱턴 다운타운에 위치한 그녀의 집으로 찾아갔다.
그녀는 당최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결국 완력을 써서 그녀 집의 자물쇠를 박살냈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 그녀가 서러운 얼굴로 내 품에 와락 안겨들었다.
곧바로 그녀의 촉촉한 입술에 불같은 키스를 선사했다.
그러기를 얼마 후, 그녀를 번쩍 안아든 채 2층 침실로 올라갔다.
여자는 사랑에 약하다.
특히 나처럼 강한 남자에게.
그녀를 위해 새벽 내내 성난 야생마처럼 날뛰었다.
그 덕분인지, 그녀의 입에서 듣기 좋은 소리가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다음날 오후.
에바를 뒤로한 채 일본행 비행기에 차분히 몸을 실었다.
***
롯본기 힐스의 고급 맨션으로 들어서자 시너자키가 애절한 얼굴로 내 품에 안겨들었다. 그녀를 번쩍 안아 든 채 사랑 놀음을 시작했다.
그날 밤.
동경 인근의 명품 쥬얼리 샵에서 시가 100억대의 다이어몬드 목걸이아 반지, 팔찌 등을 사서 시너자키에게 선물했다.
그런 탓일까. 그녀가 그 어느 때보다 극진한 서비스를 선사했다.
기브앤 테이크였다.
***
나를 태운 전용기가 인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입국수속을 끝마칠 무렵, 이태강의 전화가 걸려왔다.
상지원에서 할 말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1시간 후.
상지원 접견실로 들어서자 이태강이 불만그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왜, 나와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사드 미사일 포대를 도입한 건가?"
"그 문제 때문에 나를 보자고 한 겁니까?"
"지금 중국이 길길이 날뛰고 있다고! 국내 기업들한테 어마어마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니까!"
"어차피 6개월 안에 결판이 날겁니다. 그러니 중국놈들의 헛수작을 모르쇠로 일관하십시오."
그러자 녀석이 목소리를 높이며 나를 다그쳤다.
"김 회장은 세상 편한 소리만 하는군.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지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사람을 귀찮게하는 인간이었다.
"내가 다 알아서 하니까, 형님은 속 편히 국정이나 돌보세요. 그러시면 됩니다."
그리 말하며 접견실을 재빨리 빠져나왔다.
그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