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재벌이 돈을 숨김-170화 (170/175)

170화 무자비한 응징

핵가방을 들고 전용기에 몸을 실었다.

나를 태운 전용기가 팔라크 섬을 향해 쾌속하게 날아갔다.

전용기의 2층 침실에서 율리아를 품에 안은 채 심신의 노고를 해소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런 탓인지 율리아가 그 어느때보다 세심하게 나를 위로해주었다.

언제봐도 사랑스러운 그녀였다.

7시간의 비행 끝에 팔라크 섬에 도착했다.

임시 활주로에 착륙하자마자 지하 미사일 기지로 내려갔다.

미사일 기지 한켠에 마련된 사무실에 들어선 뒤 핵가방을 오픈했다.

핵가방의 주기억장치에는 중국 전역의 핵과 생화학 시설의 위치는 물론이고, 주요 군부대의 위치 정보가 입력되어 있었다.

한국 시간으로 2012년 1월1일 00시를 기해, 중국 전역에 분포한 600개에 달하는 핵심 거점을 선제타격할 계획이었다.

물론 중국의 수준 낮은 레이더망은 극초음속 핵미사일을 전혀 탐지할 수 없었다.

백악관에 핫라인을 연결했다.

통화가 연결되자 아바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국 시간으로 1월 1일 00시에 핵미사일을 발사할 계획입니다. 김 회장님도 준비를 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대통령 각하."

짤막하게 대꾸한 뒤 핫라인을 종료했다.

지금은 한국 시각으로 밤 11시 30분 무렵이었다.

이제 30분 뒤면, 중국의 간악무도한 공산당 놈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히 사라질 운명이었다.

한국 시간으로 2012년 1월1일 00시 정각이 되자마자 핵가방의 핵무기 발사버튼을 힘차게 짓눌렀다.

순간 팔라크 섬의 지하 미사일 발사대에서 총 600개에 달하는 극초음속 핵미사일이 화려하게 솟구쳤다.

극초음속 핵미사일은 맹렬한 화염을 뿜으며 중국 대륙을 목표로 쾌속하게 전진했다.

***

2012년 1월 1일 00시 정각.

평택과 오끼나와 미군 기지에서 총 400개에 달하는 핵미사일이 중국을 목표로 섬전처럼 날아갔다.

비슷한 시각.

북경 중남해 주석관저에서 사진평이 심각한 얼굴로 회의를 주재하고 있었다.

그는 장내에 배석한 군부의 고위장성들을 향해 모두발언을 내뱉었다.

"미국이 평택 미군기지에 핵무기를 배치했다는 첩보가 들어왔습니다. 또한 얼마전에는 미국의 고위인사가 오끼나와의 핵무기를 시찰하고 돌아갔다는 출처불명의 정보마저 확인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기에 미국의 의도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그의 모두발언이 끝나자마자 국가안전부장이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미국놈들은 허약해 빠진 종자들입니다. 감히 우리 중국을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하지는 못할 겁니다. 그저 우리 중국을 압박하는 용도로 평택 미군기지에 핵무기를 배치했을 겁니다."

북경군구 총사령관이 국가안전부장을 거들고 나섰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조차 두려워하는 판국입니다. 그런 겁많은 미국놈들이 감히 우리 대중국을 상대로 핵전쟁을 개시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 주석 각하는 염려하지 마십시오."

심양군구 총사령관 역시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미국놈들은 마약과 섹스에 환장한 개새끼들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주석 각하는 아무런 걱정을 하지 마십시오!"

그제야 사진평이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군부의 장성들과 마찬가지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사진평이 회의를 종료하려는 찰나, 천번지복의 굉음이 장내에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한발의 수소폭탄이 북경 중남해 인근에서 폭발한 탓이었다.

우르르르르르릉릉...!!

쿠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

지축이 흔들리고 검붉은 화염이 하늘 끝까지 치솟았다.

동시에 모든 생명체와 주택, 빌딩, 호텔, 학교, 관공서, 도로 등이 일순간에 소멸했다. 북경 전체가 지도에서 사라졌다.

같은 시각.

신강, 티벳, 청해, 하북성, 섬서성, 사천성, 중경, 상해, 광동성, 심천, 광서성, 호남성, 호북성, 흑룍강성, 심양성, 길림성 등지의 핵저장소와 생화학시설, 군부대에 수소폭탄이 무치별적으로 쏟아져 내렸다.

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

중국 대륙 전체가 일순간에 괴멸하는 순간이었다.

***

전 세계 각지에 중국의 소식이 실시간으로 타전되었다.

그 무렵, 뉴욕에 위치한 UN에서 중국을 제외한 상임이사국 회의가 개최됐다.

미국 대표부의 캘러한 UN 대사가 모두발언을 내뱉었다.

"전 세계에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생화학 테러를 감행한 중국을 단죄하기 위해, 우리 미국은 1천여개 달하는 수소폭탄을 중국 전역에 투하했습니다."

그의 발언은 계속 이어졌다.

"앞으로도 우리 미국은 전 세계 인류에게 위협을 가하는 세력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히는 바입니다!"

캘러한 미국 대사의 당당한 태도에 프랑스와 영국의 상임이사국 대사들은 열렬한 찬성을 표명했다. 반면 러시아 대사는 신중한 자세를 견지했다.

캘러한의 발언은 계속 이어졌다.

"앞으로 우리 미국은 중국 대륙을 상당기간 신탁통치 할 것이며. 그들을 미국식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이끌 것임을 분명히 하는 바입니다!"

그날 유엔 상임이사회는 미국의 결의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

상지원 접견실.

감개가 무량한 심경이었다.

오래동안 계획한 일이 순조롭게 완성된 탓이었다.

소파에 온몸을 깊숙이 파묻은 채 CNN 뉴스에 이목을 집중했다.

-중국 전역에 방사능과 핵낙진이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략 4억명 내외의 사상자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아나운서의 멘트가 끝나자마자 불바다로 변한 중국의 대도시로 화면이 넘어갔다.

CNN은 고성능의 헬리캠을 이용해 중국 전역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있었다.

중국의 주요 대도시는 거의 완벽하게 파괴된 상황이었다.

나는 중국이 경제적으로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의 타격을 줄 계획이었다.

그런 이유로 핵과 생화학시설은 물론이고, 중국의 대도시를 집중적으로 타격했다.

그들이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발판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함이었다.

중국은 전 세계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무차별적으로 살포한 원죄가 있었다.

그들의 죄는 목숨으로 갚아야 한다.

그런 탓일까. 나는 그들의 죽음에 대해서 별다른 감각이 없었다.

자업자득이었기 때문이다.

나 아니더라도, 미국이 먼저 나서서 중국 전역에 핵무기를 투하했을 것이다.

중국의 패망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

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칠 찰나, 하동균 비서팀장이 면전에 나타났다.

"CIA 한국 지부장이 방문했습니다."

"접견실로 데리고 오세요."

"예. 회장님."

잠시 뒤, CIA 한국 지부장이 내 앞에 나타났다.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만주의 피해상황에 대해서 자세히 보고해 주십시오."

그가 즉답했다.

"심양과 흑룡강성, 길림성의 주요 군부대를 정밀 타격한 결과, 만주의 피해는 극히 미미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그의 보고는 계속 이어졌다.

"우리 CIA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총 50만명 정도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대도시들에 비하면 나름 경미한 피해였다.

그에게 감사인사를 표명한 뒤 나가라는 손짓을 해 보였다.

"나중에 뵙겠습니다. 회장님."

그 말을 끝으로 접견실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이제 만주 경영에 집중할 차례였다.

곧바로 클라크 의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와 만주 경영의 대략적인 로드맵을 논의하기 위함이었다.

***

뉴저지 근교에 대저택에 들어서자 리마인드 노집사가 나를 반겼다.

"의장님은 서재에 계십니다."

그에게 감사 인사를 전달한 뒤 2층 서재로 올라갔다.

푹신한 소파에 자리 잡은 뒤 책상에 앉아 있는 클라크에게 내 의중을 밝혔다.

"만주 지역의 방사능과 핵낙진이 소멸하는 즉시, 만주국을 선포해 주십시오. 그리고 만주국 선포후 2달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공포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너무 서두르는거 아닌가?"

"원래 쇠뿔도 단김에 빼야 탈이 없습니다. 그러니 제 의견을 받아주십시오."

"대통령 선거를 미국처럼 간선제로 할 생각인가?"

"간선제보다는 직선제가 나을거 같습니다."

그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직선제로 선거를 실시했다가, 만주 출신의 정치인이 승리하면 자네는 물론이고 우리 미국도 커다란 낭패를 보는 걸세."

"그 점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전자개표기를 조작하면 그만이니까."

그제야 클라크가 안심한 얼굴로 머리를 끄덕거렸다.

그에게 재차 말했다.

"김신강과 해달풍이 대선에 나오지 못하도록 철저히 관리해 주십시오."

"그점은 염려하지말게."

클라크는 그리 말한 뒤, 내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뭔가 나에게 할 말이 있는 눈치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입에서 돈독이 잔뜩 오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대통령에 당선되는 즉시 만주자원 개발회사를 설립하게. 그리고 저번에 말했다시피 미국 정부와 군산복합체에 각각 33%씩, 총 66%에 달하는 지분을 신속하게 양도해주면 고맙겠군."

"대신 제 보유지분에 대해서 200%에 달하는 차등의결권을 반드시 부여해 주셔야 합니다."

클라크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내가 약속하지. 자네야 말로 그 점에 관해서는 걱정하지 말게나."

"좋습니다. 그럼 나중에 봅시다."

***

한국으로 귀국하자마자 상지원 접견실로 이태강 국무총리를 불러들였다.

이태강이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중국이 하루아침에 패망하다니! 정말 믿기지가 않는다고!"

그의 놀람은 계속 이어졌다.

"평택 미군기지의 핵미사일을 중국에 발사했다는 소문이 사실인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뒤 그에게 향후 거취에 대해서 솔직히 밝혔다.

"조만간 만주 지역에 만주국이 신설될 예정입니다. 저는 그 만주국의 종신 대통령이 될 예정이고."

태강이 입이 떠억 벌어졌다.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정말 그 말이 사실인가?"

"미국과 합의를 본 사항입니다. 그러니 당분간 형님만 알고 계십시오."

"당최 믿어지지가 않는군. 한국인 출신이 김 회장이 무슨 수로 만주국의 대통령이..."

그가 말꼬리를 흐리며 진한 의문을 내비쳤다.

"서류를 조작하기로 합의를 봤습니다. 그리고 대통령 직선제를 이용해서 종신 대통령직에 선출될 예정이고."

"설마...? 부정투표를 할 속셈인가?"

"전자개표기를 이용할 계획입니다."

짤막하게 대꾸한 뒤 그에게 재차 말했다.

"만주국과 한국 사이에 북한이 낀 형국이 되는 거니까,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하시면 북한의 김씨 왕조를 얼마든지 무너뜨릴 수 있을 겁니다."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고. 김 회장도 알다시피 북한 놈들은 사상이 너무 고루해서, 김씨 일가에게 끝까지 충성을 다할 공산이 크다고."

태강의 말처럼 북한의 김씨왕조를 몰아내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과 비슷한 확률이었다.

"앞으로 한국인들의 이민을 대대적으로 받을 계획이니까 형님이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십시오."

"그러면 나야 고맙지. 실업률을 대폭 낮출 수 있으니까."

"그리고 만주지역의 질 좋은 농산물과 원유, 가스, 철광석, 니켈 등을 저렴한 가격에 넘겨드릴테니, 앞으로 잘해 봅시다."

그러자 태강이 좋아죽는 얼굴로 고개를 미친 듯이 끄덕였다.

그는 차기 대권이 확실시되고 있었다.

여론지지율이 거의 60%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그런 이유로 당내 경선도 해보나마나였다.

***

5월의 어느날.

나를 태운 전용기가 흑룡강성의 하얼빈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공항을 나서자 중화기로 무장한 미군들이 내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나를 경호하기 위해 파견된 미군들이었다.

미군 대령이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는 나를 향해 경례를 올려부친 뒤 공손한 태도로 입을 열었다.

"하얼빈 주재 미국 대사관으로 회장님을 모시겠습니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뒤, 미군이 준비한 방탄리무진에 차분히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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