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재벌이 돈을 숨김-172화 (172/175)

172화 만주의 붉은 별

중국 대륙에는 여전히 10억명 이상의 사람들이 생존한 상태였다. 그런 탓으로 미국은 중국을 최소 15개국 이상으로 분리독립 시키기로 결정했다.

미국은 수소폭탄의 방사능과 핵낙진이 가라앉자마자 만주를 제외한 15개 성의 지도자급 인사들을 백악관으로 초청했다.

늦은 밤.

아바마는 백악관 중앙관저의 연회장에서 15명에 달하는 중국 지도자들과 저녁 만찬을 즐긴 뒤 향후 계획에 대해서 차분히 설명했다.

"우리 미국은 신강성과 청해성, 복건성, 운남성, 광서성, 광동성, 섬서성, 하북성, 하남성, 호남성, 호북성, 영하성, 산서성, 강소성, 귀주성을 각각 분리독립 시킬 계획입니다."

순간 만찬장에 배석한 중국인들의 얼굴 가득 격렬한 탐욕이 번져갔다.

아바마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앞으로 여러분들은 독립국의 초대 종신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우리 미국이 전폭적으로 후원해 드릴테니, 미국식의 자본주의체제가 중국 대륙 전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

순간 좌중이 감격한 얼굴로 자리에서 몸을 일제히 일으켰다.

그들은 아바마를 향해 열렬한 박수갈채를 쏟아냈다.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중국 대륙에 오호십육국 시대가 재림하는 순간이었다.

***

흑룡강성에서 최종 유세를 끝마친 뒤 총영사관으로 직행했다.

그 후, 백악관에 핫라인을 연결했다.

아바마와 긴히 나눌 대화가 있었다.

핫라인이 연결되자마자 아바마에게 내 요구를 전달했다.

"만주국을 UN 상임이사국에 배정해 주십시오."

수화기에서 아바마의 밝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그래도, 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UN 상임이사국을 소집할 예정입니다.

"러시아가 반대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들을 설득할 복안이 있으십니까?"

그가 기다렸다는 듯 즉답했다.

-푸탄에게 지급하기로 한 통치자금을 언제 건넬 생각입니까?

"대통령 선거가 끝난 다음에 잔금을 지불할 계획입니다."

-잘됐군요. 그 통치자금을 연결고리로 푸탄을 압박해 주십시오.

생각해보니 그 방법이 최선 같았다.

"좋습니다. 러시아를 설득하는 문제는 제가 책임질테니, 상임이사회에 만주국을 신임 이사국으로 선출하는 안건을 하루빨리 상정하십시오."

-그 문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백악관과 핫라인을 종료하자마자 모스크바 크렘린궁으로 핫라인을 연결했다.

푸탄 대통령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만주국을 신임 상임이사국으로 선출하는 안건이 UN 상임이사회에 상정될 예정입니다."

내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러니 만주국의 상임이사국 가입을 러시아도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십시오."

수화기에서 푸탄의 냉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만주국의 상임이사국 지위를 러시아가 거부하면 어쩔 생각입니까?

그에게 솔직히 말했다.

"500억불(60조원)을 받고 싶으시다면 만주국의 상임이사국 지위를 인정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 말을 끝으로 핫라인를 종료했다.

나머지는 푸탄이 알아서 할 일이었다.

***

만주국 전역에서 대선투표가 개시되었다.

나는 하얼빈 시내에 위치한 미국 총영사관의 별관 접견실에서 휴식을 취하는 한편, 개표 속보 방송에 이목을 집중했다.

-출구조사결과 만주공화당의 김한빈 후보가 85%에 달하는 압도적인 득표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중략...

투표는 해보나 마나였다.

출구조사마저 내 압승을 예견한 탓이다.

곧바로 하동균 비서팀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진대현 본부장을 호출하세요."

"예. 회장님."

진대현은 하얼빈 현지의 호텔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런 탓인지 30분 만에 접견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공손한 자세로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만주국의 종신 대통령으로 등극한 회장님에게, 앞으로도 진충보국의 자세로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대현은 처세에 능했다.

그래서 내가 그를 좋아한다.

"하얼빈 시내의 정중앙에 위치한 지점에 대통령궁을 건설할 생각이니까, 태스크포스 팀을 조직해서 최단 시간내에 대통령궁 건설을 완료하세요."

"어떤 스타일을 원하십니까?"

그에게 즉답했다.

"백악관과 똑같이 만드세요. 나름 가장 효율적인 건물이니까."

"미국에서 뭐라 하지 않을까요?"

"어차피 특허도 없는 마당에 그런 걸 뭐하러 신경씁니까? 골치만 아프게."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리고 대통령궁 조성 사업은 태산건설에 하청을 주세요."

"말씀대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대현이 장내에서 사라지자마자 하동균이 눈 앞에 나타났다.

그가 긴장한 얼굴로 보고를 올렸다.

"만주 지역의 미군 총사령관인 럼스팰 육군대장이 면담을 신청하셨습니다."

"내 앞으로 데리고 오세요."

"예. 회장님."

잠시 후, 럼스팰 육군대장이 내 앞에 나타났다.

그는 나를 향해 경례를 올린 뒤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그가 심각한 얼굴로 본론을 꺼냈다.

"요녕성과 길림성, 흑룡강성의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인 폭탄테러가 방금 전에 발생했습니다."

"폭탄테러의 배후가 누굽니까?"

"조사 중에 있습니다."

"공산주의세력의 잔당인가요?"

"그럴 확률이 높습니다."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뒤 창가 쪽으로 걸아갔다.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자 총영사관 주변을 삼엄하게 경계하는 미군들의 모습이 보였다.

만주에는 여전히 수백만명에 달하는 골수 공산주의자들이 존재했다. 당연히 그들은 미국과 만주국 창설에 노골적으로 반대했을 뿐만 아니라, 무력 투쟁마저 불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럼스팰 대장에게 차분한 어조로 물었다.

"공산주의 잔당들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개시한 건가요?"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만주에서 암약하는 공산주의자들을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특무조직을 하루빨리 창설하셔야 합니다."

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한국의 방첩요원들을 대대적으로 영입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만주인들을 배제한 대공(對共 )전문 수사기관을 창설하자는 말씀입니까?"

그가 머리를 끄덕이며 단호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우리 미국은 만주인들을 신뢰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한국인 출신의 대공수사 전문가를 중심으로 특무조직을 신속하게 창설해 주십시오."

럼스팰 대장의 요구가 십분 이해되었다.

만주인들은 아직 공산주의의 빨간물이 덜 빠진 상태였다.

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만주인들을 대공수사요원으로 활용할 경우, 도리어 공산주의 잔당들에게 포섭될 우려가 있습니다."

그의 요구는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치안 분야도 한국인들을 책임자로 적극 활용해 주십시오. 지금으로선 그 방법이 최선입니다. 우리 미국의 입장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대통령 각하."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장군님의 조언을 긍정적으로 고려해 보겠습니다."

그러자 럼스팰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내걸렸다.

"감사합니다. 대통령 각하."

***

청와대 집무실.

이영박은 TV 뉴스에 이목을 집중했다.

-대영그룹과 태산그룹의 김한빈 회장이 만주국의 종신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습니다.

-전 세계는 만주국의 초대 종신 대통령으로 선출된 김한빈 회장의 일거수일투족에 모든 촉각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한 대영그룹과 태산그룹의 임직원들은 김한빈 회장이 신생 강국인 만주국의 종신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소식을 접하자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얼굴이었습니다.

-그럼 대영그룹과 태산그룹 임직원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TV 화면이 대영그룹과 태산그룹의 본사로 차례로 이동했다.

당연히 그들은 하나같이 김한빈을 찬양하는 용비어천가를 소리높여 부르짖었다.

영박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TV를 종료했다.

그 후, 유력한 차기대권주자인 이태강 국무총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날 밤.

청와대 관저 서재에 이태강 총리가 나타났다.

그는 이영박에게 정중히 인사한 뒤 서재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영박은 책상에 자리한 채 태강에게 넌지시 물었다.

"뉴스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김 회장이 만주국의 종신 대통령으로 되었더군요. 이 총리가 보시기에 김 회장의 꿍꿍이가 대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태강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원래 김 회장은 야망이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재벌 회장에 만족할 위인이 아니었던거죠."

"그럼 본래부터 만주국의 종신 대통령직을 노리고 있었다는 말씀입니까?"

"저는 그것까지는 모르겠고, 김 회장이 미국 정가의 파워엘리트와 오랜 시간 교분을 나누었다는 사실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영박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입을 열었다.

"중국이 하루아침에 멸망한 것도 이해못할 노릇인데, 김 회장까지 만주국의 종신 대통령이 됐어요."

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요즘 말도 안되는 일이 너무 자주 일어나는거 같은데, 이유가 대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태강 역시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걸, 낸들 알겠습니까. 하여튼 요즘 이상한 일들이 너무 많이 생겨나는 와중이니까, 대통령님도 몸을 바짝 사리시는 게 좋아보입니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그말을 끝으로 청와대 관저에서 조용히 사라졌다.

***

만주적성(滿州赤星)은 한족으로 구성된 극렬 공산주의 테러집단이었다.

그들은 만주국이 창설되고, 미국식 자본주의체제가 안착하자 만주 전역에서 무차별적인 폭탄테러를 감행했다.

허나, 그들은 철저한 점조직으로 운영된 탓에 꼬리를 잡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 무렵, 만주적성에서 중간 연락책으로 활동하던 왕중산의 신변에 커다란 불상사가 발생했다.

왕중산은 만주적성의 심양 거점 지역인 고급 중식당에서, 신분을 위장한 채 요리사로 일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가 일하는 중식당에 만주적성의 무력투쟁을 이끄는 홍희맹이 나타난다. 그는 각종 격투기와 단검술, 총격술에 능한 일당백의 용사였다. 뿐만 아니라 폭약제조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그런 탓일까. 왕중산은 그를 극진히 접대했다.

자신의 월급을 털어서 고급 중식과 술을 풍족하게 대접한 것이다.

하지만 홍희맹은 거기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며칠 정도 심양에서 휴식을 취할 생각이니까, 왕형 집에서 신세를 집시다."

왕중산은 감히 그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제가 대형을 모시겠습니다."

"고맙소. 왕형."

홍희맹은 그리 화답하며 값비싼 마오타이주를 물처럼 들이켰다.

그날 밤.

심양 근교의 아파트에 왕중산과 홍희맹이 들어서자 미모의 여성이 그들을 맞이했다. 그녀는 왕중산의 처인 봉루연이었다.

홍희맹은 봉루연에게 첫눈에 홀딱 반했다.

그녀는 청나라의 전통치마인 몸에 찰싹 달라붙는 치파오를 걸치고 있었다.

그런 탓으로 굴곡진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상태였다.

수개월 동안 여인을 접하지 못한 홍희맹은 맹렬한 욕구에 휩싸였다.

눈이 돌아간 것이다.

그런 때문일까. 그는 왕중산이 깊이 잠든 틈을 타서 봉루연을 범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종국에는 그녀를 데리고 감쪽같이 사라졌다.

하루아침에 조강지처를 강탈당한 왕중산은 홍희맹과 만주적성에 격렬한 적개심을 느끼게 되었다. 공산주의 혁명을 기치로 내건 그들의 야비한 본성을 뼛속 깊이 깨달은 것이다.

얼마 후, 왕중산은 만주국의 수도인 하얼빈으로 향했다.

자신의 처를 빼았은 홍희맹과 만주적성에게 복수하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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