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재벌이 돈을 숨김-173화 (173/175)

173화 미육군 대장의 해임을 요청하다

만주국의 종신 대통령으로 선출되자마자 곧바로 대통령 직무에 돌입했다.

신생국인 탓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따위가 불필요한 까닭이었다.

일단 하얼빈 시내에 위치한 샹그릴라 호텔을 임시 대통령궁으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샹그릴라 호텔은 흑룡강성 공산당 조직의 소유물이었다. 일종의 적산가옥(주인없는 부동산)이라고 할 수 있었다.

중무장한 미군들의 경호를 받으며 샹그릴라 호텔에 도착하자, 호텔 직원들이 겁먹은 얼굴로 나를 향해 일제히 허리를 숙였다.

경호 책임자인 카이저 대령에게 지시를 내렸다.

"호텔 직원중에 공산당 조직과 깊은 연관이 있는 인물은 무조건 해고조치 하세요."

"말씀하신대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붉은 카페트가 깔린 호텔 안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 후, 펜트하우스와 직통으로 연결된 엘리베이터에 차분히 몸을 실었다.

펜트하우스에 도착하자 출처가 불불명한 중국차가 육중한 마호가니 책상에 놓여있었다. 곧바로 카이저 대령에게 명령을 내렸다.

"차 성분을 조사하세요. 지금 당장."

"예. 대통령 각하."

그를 내보낸 뒤, 대한민국 청와대로 핫라인을 연결했다.

통화가 연결되자마자 이영박 대통령에게 내 요구를 전달했다.

"대공 방첩분야의 전문가들을 만주국으로 보내주십시오."

-갑자기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만주 전역에서 활개치는 공산주의 잔당들을 신속하게 척결할 계획입니다. 그러자면, 한국의 대공수사 전문가들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만주인 대신 한국인들에게 대공 수사분야를 일임하실 생각인가요?

"그렇습니다. 대통령님."

-아시다시피 국제관계는 기브 앤 테이크가 전제되야 합니다. 지금 회장님은 만주국의 종신 대통령 신분이십니다.

"저희 만주국에 원하시는 게 있으십니까?"

-당연히 많이 있죠. 만주는 자타가 공인하는 자원과 식량의 보고 아닙니까?

"그 문제는 나중에 차차 논의하기로 하고, 일단 중국어가 가능한 대공 수사요원들을 만주국으로 급파해 주십시오."

-좋습니다. 회장님이 그리 간청하시니, 제가 통 크게 한국의 인재를 보내드리지요.

"그럼 나중에 정상회담이라도 같이 하면서, 보상 문제를 논의해 봅시다."

그리 말하며 핫라인을 종료했다.

영박은 대통령 임기가 채6개월도 안남은 상태였다.

주제파악을 못하는 위인이었다.

물론 그가 그러거나 말거나, 내 알 바 아니었다.

지금 중요한 건 만주전역에서 무차별적인 폭탄테러를 자행하는 공산주의 세력을 발본색원하는 일이었다.

그들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한국의 베테랑 대공 수사요원들이 절실했다.

***

펜트하우스에 딸린 서재에, 대통령궁 비서실장으로 영전한 하동균이 나타났다.

그의 손에는 브리핑 자료가 들려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나를 향해 정중히 인사한 뒤 정부조직도에 대해서 구두로 보고를 올렸다.

"대통령궁 산하에는 대통령 비서실과 국가안전 보장회의,국가경제 위원회, 경제자문 위원회, 만주국 무역대표부, 환경위원회, 대통령 정보 자문위원회,여성위원회, 정부예산 관리국, 행정인사 관리국, 마약 통제국, 과학기술국 등이 있습니다."

그의 보고는 그후로도 길게 이어졌다.

"그리고 총 15개의 내각 부서가 존재하며, 농무부를 시작으로 상무부, 국방부, 교육부, 에너지부, 보건복지부, 국토안보부, 주택도시개발부, 내무부, 법무부, 노동부, 국무부, 운수부, 재무부, 보훈부 등이 있습니다."

하동균은 보고를 끝마치자마자 목이 탓는지 생수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넌지시 말했다.

"경제 사령탑으로 누굴 낙점하는 게 좋을까요?"

"재무부 장관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머리를 끄덕이자, 그가 뭔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그러기를 얼마 뒤,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대영그룹 재무회계팀에서 잔뼈가 굵은 김종록 팀장을 임명하는 게 어떨런지요?"

나는 부통령과 국무부장관을 제외한, 모든 직책을 임명할 권한을 갖고 있었다. 만주국 종신 대통령의 고유한 권력이었다.

마음같아서는 부통령과 국무부장관마저 내 사람으로 심고 싶었지만, 그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클라크 의장과 이미 오래전에 합의를 본 탓이다.

"김종록 팀장에게 만주국의 경제를 이끌만한 역량이 있을까요?"

"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 각하."

"그렇게 판단하시는 이유를 말해 보세요."

그가 즉답했다.

"대영그룹의 재무회계팀은 연간 수백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관리합니다."

하동균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OECD 선진국에 버금가는 예산이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저는 김종록 팀장이 만주국의 예산과 살림을 효율적으로 이끌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일단 김종록을 면담하기로 마음먹었다.

"김종록 팀장을 지금 당장 만주로 호출하세요. 그리고 만주족 출신의 친미인사들로 내각과 대통령 직속기구의 장들을 임명할 예정이니까, 미군 정보당국과 협조해서 신속하게 명단을 작성하십시오."

"예. 대통령 각하."

***

기무사와 국정원, 경찰 출신의 대공 방첩 수사요원들이 샹그릴라 호텔 펜트하우스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모두 20명 남짓이었으며 중국어도 어느 정도 구사가 가능했다.

면전에 도열한 그들에게 만주국의 현실을 솔직히 알려주었다.

"만주 전역에서 연일 크고 작은 폭탄테러가 빈발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뉴스를 통제하는 탓에 이런 소식이 별로 퍼지지 않은 상태지만, 조만간 만주 전역에 널리 퍼질 것이 명약관화합니다."

그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귀를 기울였다.

"저는 공산주의 체제를 신봉하는 빨갱이들을 결코 용납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니 공산테러 분자들을 발견하는 즉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여죄를 추궁해 주십시오."

그러자 일행의 책임자격인 국정원 소속 방첩요원이 은근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저희들의 공식 신분은 한국의 공무원입니다. 그런 현실에서 만주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게, 옳은 일인지 심히 의문이 듭니다. 대통령 각하."

그의 질문에 즉답했다.

"만주국은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를 공유하는 신생독립국입니다."

내 말은 계속 이어졌다.

"특히 만주국의 주요 민족인 만주족과 대한민국의 한민족은 한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친형제나 마찬가집니다. 여러분들은 만주국의 내정에 간섭할 충분한 자격을 갖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자 장내에 도열한 한국인들이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십분 공감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저는 앞으로 만주국의 군대 역시 한국인 출신으로 대거 구성할 계획입니다."

그리 말하자 좌중이 얼굴에 뜨거운 열망이 가득해졌다.

그들의 열망에 부응하듯 통 큰 언사를 내뱉었다.

"여러분들을 만주국의 1급 비밀 공무원으로 임명할 계획입니다. 연봉 역시 미화로 20만불(2억4천만원) 이상을 약속하겠습니다."

순간 그들의 얼굴에 하나같이 감격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런 탓일까. 나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경례를 올려부쳤다.

"충성!"

그들에게 목례로 화답한 뒤 하동균 비서실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 분들에게 스위트룸을 배정하세요. 그리고 각종 편의를 제공하십시오."

"예. 대통령 각하."

하동균은 그리 복명한 뒤 대공 수사요원들을 스위트룸으로 재빨리 안내했다.

***

다음날.

눈을 뜨자마자 호텔 주방에 콜을 넣었다.

인터폰에서 친숙한 한국어가 들려왔다.

-회장님이 좋아하시는 북어국으로 준비할까요?"

그는 상지원에서 초빙한 한식 주방장이었다.

"북어국이랑 돼지김치찌개로 아침을 차리세요. 그리고 상지원 출신의 요리사 외에는 절대 주방에 들이지 마십시오."

-예. 회장님.

그는 여전히 나를 회장님으로 호칭했다.

그게 편한 모양이었다.

상지원 주방장이 내온 북어국과 돼지김치찌개로 배를 채운 뒤, 내 신변경호를 책임진 카이저 대령을 서재로 불러들였다.

그는 나를 향해 정중히 경례 한 뒤 본론을 꺼냈다.

"이 호텔은 위험합니다. 지하 벙커가 있는 미군 시설에서 당분간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테러의 위험성이 상존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휴대용 미사일을 이용한 폭탄 테러가 현실화할 경우 대통령 각하의 펜트하우스가 최우선적인 타격 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샹그릴라 호텔이 마음에 들었다.

"샹그릴라 호텔에도 지하 벙커가 있습니다. 당분간 그곳에서 국정을 돌볼 생각이니까, 더 이상 미군 부대로 거처로 이전하라는 말은 꺼내지 마십시오."

그리 말하자, 카이저 역시 더 이상 집무실 이전 문제를 입 밖에 꺼내지 않았다.

***

그날 오후 무렵.

럼스팰 미육군 대장을 샹그릴라 호텔 펜트하우스로 호출했다.

우리는 응접실에서 커피를 음미하며 만주의 시급한 현안에 대해 논의를 가졌다.

그에게 말했다.

"미군이 보유한 최첨단 무장 드론을 이용해, 만주 전역에서 활개치는 공산주의 테러분자들을 하루빨리 박멸해야 합니다."

"흐으으음..."

그의 입에서 침중한 한숨이 새어나왔다.

믿음직스럽지 못한 태도였다.

"뭘 그리 걱정하시는 겁니까?"

그제야 럼스팰이 입을 열었다.

"무장드론을 이용한 대대적인 섬멸전에 나설 경우,무고한 민간인들이 피해를 당할 우려가 있습니다."

럼스팰은 구데기 무서워서 장을 담구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중이었다.

이런 작자가 미육군 대장이라는 사실이 내심 한심스러웠다.

우유부단함의 극치였기 때문이다.

"무고한 민간인들을 운운하기 이전에, 공산주의 테러분자들이 연일 자행하는 폭탄테러에 좀 더 집중하십시오!"

대놓고 면박을 주었음에도 그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무장드론을 운용하는 건, 저의 고유권한이니 대통령 각하는 더 이상 참견하지 마십시오."

그리 말하며 제 멋대로 몸을 일으켰다.

나를 우습게 아는 처사였다.

응접실을 빠져나가는 그의 등에 대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 명을 거부하는 순간, 당신은 더 이상 육군대장 노릇을 못할 겁니다. 내가 장담하죠."

하지만 럼스팰은 뒷등을 잠깐 움찔했을 뿐, 끝까지 내 명령에 복종하지 않았다.

녀석은 그렇게 내 앞에서 사라졌다.

시건방진 작자였다.

곧바로 뉴욕에 있는 클라크 의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가 연될된 후 저간의 사정을 소상히 전했다.

내 말을 참을성 있게 경청한 클라크의 목소리가 폰에서 울려퍼졌다.

-럼스팰 대장의 해임을 원하는 건가?

"내 말에 복종하는 예스맨을 보내주십시오."

-나도 그러고 싶지만, 럼스팰은 아바마의 심복일세.

"아바마의 허락을 꼭 받아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꼭 그런건 아니네만...

그는 말끝을 흐리며 내 눈치를 살폈다.

"긴말 안하겠습니다. 내 말에 순종하는 미군 대장을 보내주십시오. 아시겠습니까?"

그 말을 끝으로 통화를 끊었다.

나머지는 클라크가 알아서 할 일이었다.

***

백악관 오벌오피스.

클라크 의장과 아바마 대통령이 머리를 맞대고 뭔가를 논의하고 있었다.

아바마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김 회장은 위험한 인물이에요. 그를 제어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그자를 제어하는 게 쉽지 않네."

"하여튼 저는 럼스팰 대장을 해임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자의 요구를 끝까지 거부할 생각인가?"

아바마의 얼굴 가득 곤혹스런 표정이 떠올랐다.

그때, 클라크의 목소리가 장내에 재차 울려퍼졌다.

"그자는 UN 상임이사국이 유력한 만주국의 종신 대통령이네. 우리 미국에 반드시 필요한 인물이라는 뜻일세. 그 점을 간과하지 마시게."

아바마가 고민이 역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일단 그자와 의견조율을 해보겠습니다."

그제야 클라크의 얼굴에 만족한 표정이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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