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화 완결
왕중산은 하얼빈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만주국 경찰 본청으로 직행했다.
그는 경찰 본청에 도착한 뒤 본청을 경계 중인 무장군인에게 자신이 찾아온 이유를 알렸다.
"만주적성에 대해서 제보할 일이 있습니다."
만주적성은 만주의 별로 널리 알려진 공산주의 테러집단이었다.
그런 탓일까. 본청 무장군인은 곧바로 대테러 대응팀에 무전을 날렸다.
얼마 후, 대테러 대응팀은 왕중산의 제보를 특무대에 신속하게 전달했다.
***
하얼빈 대통령궁.
집무실에서 창 틈으로 스며드는 하오의 찬란한 햇살을 오롯이 만끽할 찰나, 조웅래 특무대장이 장내에 나타났다.
그는 나를 향해 정중히 인사한 뒤 긴급 현안을 구두로 보고했다.
"만주적성에서 연락책으로 활동하던 왕중산이 중요한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그에게 물었다.
"만주적성의 본거지를 파악하셨나요?"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재차 입을 열었다.
"심양 시내에 위치한 동방호텔이 유력한 것으로 파악 중입니다."
"지금 당장 그 곳으로 무장 병력을 급파하세요."
"그것보다는 무장드론을 활용하는 게 어떨런지요?"
"인명피해를 최소화 하자는 말인가요?"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내 의중을 살폈다.
"좋습니다. 지금 당장 그 곳으로 미사일을 완비한 무장 드론을 급파하세요."
단호한 어조로 명을 내리자, 조웅래가 기합이 잔뜩 들어간 목소리로 복명했다.
"예. 대통령 각하!"
30분 후.
집무실의 화이트 스크린에 심양 시내의 전경이 생생히 드러났다.
그때, 수천여대의 무장 드론이 푸른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으며 동방호텔을 목표로 초소형 미사일을 무차별적으로 발사했다.
콰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
동방호텔은 눈 깜빡할 새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무장 드론에 장착된 초소형 특수 미사일의 가공할 위력이었다.
스크린에서 시선을 돌리며 옆에 시립한 조웅래에게 지시를 내렸다.
"만주적성에 협력한 사람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잡아들이세요. 저항할 경우 현장에서 즉결 처형을 집행하셔도 좋습니다."
"네. 대통령 각하."
조웅래가 집무실에서 사라지자마자 하동균 비서실장에게 명령을 내렸다.
"만주의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의 채널을 통해 내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니까 지금 당장 모든 채널을 오픈하라고 방송사에 공지하세요."
"말씀대로 조치하겠습니다."
***
만주국의 시민들은 가정집, 식당, 술집, 기차역 등지에서 김한빈 종신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이목을 기울였다.
-저는 인류에 해악만 끼치는 공산주의 테러사범들을 만주국에서 반드시 척결할 것을 국민 여러분들에게 약속하는 바입니다.
-그런 이유로 공산주의 테러사범은 물론, 그들에게 갖가지 편의를 제공하는 테러연루자 역시 극형에 처할 것임을 분명히 밝히는 바입니다.
-만주시민 여러분은 주변에서 공산주의 테러분자로 의심되는 사람을 발견하는 즉시 가까운 경찰서 혹은 014에 제보 전화를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공산주의 테러범을 사살하는데 도움을 주시는 시민들에게 거액의 포상금을 지급하겠습니다. 만주국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서 공산주의 테러사범을 전국민이 똘똘뭉쳐 처절하게 응징해 주십시오. 중략...
만주시민들은 김한빈 대통령의 솔직과감한 대국민 연설에 진심으로 감격했다.
그들 역시 연일 폭탄테러를 자행하는 공산주의 테러범들을 마음 속 깊이 증오한 탓이다.
그날 이후, 만주전역에서 공산주의 테러사범을 목표로한 무차별적인 토벌작전이 펼쳐졌다.
***
대흥령산맥 모처에 위치한 만주적성의 비밀 훈련소에 어느날 문득, 수십만개에 달하는 무장드론이 새까맣게 몰려왔다.
무장드론은 만주적성의 테러분자들을 포착하자마자 무자비한 미사일 폭격을 시작했다.
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
아무르 강 남단에 위치한 만주적성의 비밀 훈련소에도 수십만개에 달하는 무장드론이 출현했다.
그들 역시 테러분자를 포착함과 동시에 무차별적인 미사일 폭격을 실시했다.
콰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
혼춘에 위치한 만주적성의 비밀 훈련소에도 수십만개에 달하는 무장 드론이 홀연히 등장했다. 그들 역시 테러사범을 포착함과 동시에 맹렬한 미사일 폭격을 감행했다.
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
만주국은 무소불위한 무장드론을 이용해, 만주적성의 잔존세력을 연일 송두리째 뿌리 뽑고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수십만명에 달하는 사상자가 발생했음은 불문가지였다.
허나, 만주국의 종신 대통령인 김한빈은 눈썹하나 까딱 하지 않은 채, 오늘도 만주전역에 산재한 만주적성의 테러사범을 뿌리 뽑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경주했다.
***
하얼빈 대통령궁의 아름다운 정원을 산책한 뒤 집무실로 돌아왔다.
푹신한 소파에 온몸을 깊숙이 파묻은 채 CNN 뉴스에 이목을 집중했다.
-만주국 정부의 잔인한 진압작접 때문에 연일 무고한 희생자가 양산되고 있습니다.
리포터의 말이 끝나자마자 폐허로 변한 시가지의 모습이 화면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더불어 부모를 잃은 아이들과 피투성이로 전락한 생존자, 숯검뎅이로 화신한 시체 등이 화면에 연이어 나타났다.
리포터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화면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만주국 정부는 테러분자를 진압한다는 명목으로 무차별적인 미사일 폭격을 연일 감행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가 수십만명 이상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지만 만주국의 김한빈 대통령은 애꿎은 피해자들에게 그 어떤 사과도 표명한 적이 없습니다. 중략...
CNN 방송사는 나를 엿먹이기 위해 혈안이 된 상태였다.
곧바로 BBC로 채널을 돌렸다. 허나, 아쉽게도 그들 역시 CNN과 대동소이한 방송을 내보내고 있었다.
서구언론을 대표하는 양대 방송사인 CNN과 BBC가 쌍으로 나를 비난하는 모양새였다.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내 관심은 새로 발행된 만주국 화폐와 국채에 절로 모아졌다. 그런 이유로 화폐와 국채발행의 총 책임자인 김종록 재무부장관을 대통령궁으로 호출했다.
1시간 후.
집무실에 나타난 김종록이 나를 향해 정중히 허리를 숙인 뒤 007 가방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가방을 개봉하자 만주국의 화폐와 국채가 보였다.
국채의 액면단위는 미화 1억불(1200억)이었다.
국채를 자세히 살핀 뒤, 화폐에 시선을 모았다.
만주국의 화폐는 10만원권 5만원권, 1만원권, 5천원권, 1천원권, 500원, 100원, 50원, 10원 동전 등으로 구성된 상태였다. 한국과 거의 같은 모양새였다.
10만원권의 메인 모델은 당연히 내 얼굴 사진이었다.
그리고 5만원은 금나라의 태조 아골타의 영정 사진이었고, 1만원권은 청나라의 태조인 누루하치, 5천원권은 청나라의 성군인 강희제, 1천원권은 청나라의 번영을 이끌었던 건륭제의 사진 등이 삽입되어 있었다.
대체적으로 만주인들이 좋아하는 민족 영웅이었다.
국채와 신규화폐를 살핀 뒤 김종록에게 지시를 내렸다.
"만주국의 화폐 가치를 한국의 원화와 비슷한 수준으로 설정하세요."
"고정환율제를 도입하라는 말씀입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만주국의 원화와 미국 달러화의 가치를 1200원으로 고정하십시오."
"저희야 그렇게 하면 좋지만, 미국이 가만히 있을까요?"
"미국은 만주국의 경제에 간섭할 명분이 없습니다. 그러니 내가 시키는대로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10만원권은 20조원 가량 발행하고, 그 중에서 5조원 정도만 시중에 유통시키세요."
내 명령은 계속 이어졌다.
"나머지 15조원은 중앙은행 금고에 보관하시면 될 겁니다."
"말씀대로 조치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금모으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추진하세요. 만주는 다 좋은데 금이 너무 없어요."
"맞습니다. 만주에는 금이 너무 적습니다. 중앙은행 금고에 있는 금괴량이 겨우 1톤이 될까 말까한 수준입니다."
그의 말처럼 만주는 빈약한 금보유량을 자랑했다.
중국 공산당은 패망하기 직전 북경과 상해, 심천, 광주, 중경 등지의 은행으로 금괴를 대다수 이송조치했다.
그 덕분에 만주의 금은 씨가 마른 형편이었다.
***
그날 밤.
대통령궁 중앙관저로 조웅래 특무대장을 호출했다.
조웅래는 나를 보자마자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부르셨습니까. 대통령 각하."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말했다.
"외국언론에서 요즘 나를 잡아먹으려고 환장한 모양이에요."
"개자식들의 헛소리에 너무 신경쓰지 마십시오. 늘상 하는 레퍼토리 아닙니까?"
"아무리봐도 미국이 배후에 있는거 같아요. 특히 아바마가 장난질을 치는거 같단 말이죠."
조웅래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대통령 각하는 미국 정가의 핵심 세력인 군산복합회의 정식 멤버가 아니십니까?"
"만주국의 종신 대통령이 되는 순간, 저는 정식 멤버 자격을 상실했어요."
그러자 웅래가 아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진심으로 위로했다.
"그래도 각하께서는UN 상임이사국인 만주국의 종신 대통령이시니, 기운을 내십시오."
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더구나 우리 만주에는 극초음속 대륙간탄도탄과 천여개가 넘는 수소폭탄, 7세대 전투기 등이 있지 않습니까? 제아무리 미국이라해도 감히 우리 만주국을 업신여기지는 못할 겁니다."
웅래의 말이 정답이었다.
하지만 만주국의 육상전력은 너무 허약한 수준이었다.
겨우 10만명에 불과한 경찰병력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30만명에 달하는 미군이 만주의 치안과 국경을 책임지고 있었다.
그래서 내심 불만이었다.
미군은 미국 정부의 말만 듣는 존재였다.
그들에게 나는, 그저그런 일개 외국 정상에 불과했다.
하루빨리 한국인으로 이루어진 군대를 육성하는 게 최선이었다.
"한국에서 만주국의 정규 군인을 모병할 계획입니다. 연봉은 최소 4천만원 이상이고, 5년간의 군복무를 끝마치면 고급 아파트와 만주국의 공무원직을 약속하는 조건이죠."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될 겁니다. 감당할 자신이 있으십니까?"
"어차피 있는 건 돈 밖에 없으니까 당신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말을 끝으로 조웅래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해 보였다.
***
군대를 제대하고 할 일 없이 빈둥거리던 김모씨는 어느날 문득, 인터넷에서 자신의 마음을 확 잡아끄는 광고를 목격했다.
<만주국의 군대에 지원하십시오! 최소 연봉 4천만원 보장! 5년 군복무를 이수할 경우, 만주국의 고급 아파트 무상 증정! 만주국의 공무원으로 임용 보장!>
김모씨는 그날 곧바로, 만주국의 모병 이메일 계정으로 자신의 이력서를 전송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방구석 게임 폐인으로 살아가던 이모씨 역시 만주국의 모병 광고를 인터넷으로 접했다.
이모씨는 답답한 현실에서 미치도록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만주국의 모병 광고를 접했다.
당연히 그 역시, 만주국의 모병 이메일 계정으로 간략한 이력서를 발송했다.
예정된 귀결이었다.
박모씨는 공익으로 군복무를 대체한 뒤 자영업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모두의 예상대로 돈만 까먹는 신세로 내몰렸다.
그 무렵, 인터넷에서 만주국의 모병 광고를 우연히 접했다.
당연히 그 또한 만주국의 모병 이메일 계정으로 이력서를 전송했다.
지긋지긋한 한국에서의 삶을 쫑내고 만주에서 새 삶을 시작하기 위함이었다.
대한민국 전역에서 이런 일이 비일비재로 발생하고 있었다.
젊은층과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만주국이 새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엘도라도로 급부상하는 순간이었다.
***
만주국이 건설된지 1년 만에 국빈자격으로 미국의 뉴욕을 방문했다.
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된 기념으로 UN에서 연설을 하기 위함이었다.
UN 회의장에 들어서자 전 세계 각국에서 파견된 UN 대사들이 자리에서 몸을 벌떡 일으킨 채 나를 향해 열광적인 박수갈채를 쏟아냈다.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대미(大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