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F1 레이서-6화 (6/200)

< 와하, 코너링 날카롭다 >

- 이번 정류장은 케노 카트팀 캠프 입구입니다. 다음 정류장은

“다 왔다. 이제 내리자.”

“와아. 넓다.”

“오.”

정류장 아래로 케노팀이 연습하는 트랙이 보이자, 서준형과 장윤호의 입이 쩍 벌어졌다. 마치 레이싱 게임에서나 볼 법한 깔끔한 트랙.

“준하야, 그 아저씨가 우리도 태워준다고 했댔지?”

“응, 친구들하고 같이 오랬어.”

명함을 건네받은 날, 주현우와 곧바로 통화했다. 주현우는 케노팀을 소개하며 더 재밌는 트랙에서 레이싱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어, 그 아저씨다.”

케노의 팀 캠프 안으로 들어온 세 사람. 장윤호가 트랙 입구에 선 남자를 가리켰다.

“누구?”

“명함 준 아저씨, 저기.

선글라스를 머리 위에 올린 긴 머리의 남자가 보였다.

“어 왔구나, 서준하 맞지?”

“네, 안녕하세요. 저 카트 타러왔어요.”

남자는 주현우였다. 그가 손을 들어 아는 채하자 서준하가 공손히 인사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 지금 선수들 연습 주행 중이었어.”

멀리서 요란한 카트 엔진음이 들렸다. 서준하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흘렀다.

***

“와 준원이 형 미쳤다!”

“1분 44초 146?”

케노 팀 캠프에 위치한 실외 레이싱 트랙, 스피디 파크.

로탁스 클래스 시니어 조준원의 랩 타임이 전광판에 표시됐다. 전광판을 보고 술렁대기 시작한 야마하 클래스 선수들.

“아니 어떻게 맨날 저렇게 페스티스트(최고로 빠른) 랩을 따내는 거지?”

“진짜 저 형 괴물이야.”

카트의 클래스는 장착된 엔진에 따라 나뉘는데, 엔진 성능 차이가 제법 크기 때문에 연령에 맞게 카트를 탄다. 시니어 선수나 성인의 경우 로탁스 엔진을, 주니어부나 입문 선수의 경우 야마하를 타는 게 일반적이다.

매 연습 주행에서 자신의 최고 기록을 달성하는 케노의 조준원.

“또 코카챔(코리안 카트 챔피언쉽) 1등 먹겠는걸.”

“맞아, 졸라 빨라.”

조준원은 지난 시즌 로탁스 신인전에서 2,3위와 2초가 넘는 시간차로 우승했다.

“잘생기고 키도 크고, 레이싱도 잘 하고. 완전 사기야 사기.”

0.1초를 다투는 레이스에서 2초가 넘게 뒤차를 따돌리는 건 그만큼 그의 실력이 엄청나다는 것.

에이스 조준원에 이어 케노의 로탁스 레이서 김종겸과 정태훈 그리고 양준범이 차례로 연습을 마쳤다.

“자 다들 이쪽으로 모여라.”

트랙으로 들어온 주현우가 로탁스 벤치 앞으로 다가가 랩타임 기록지를 찬찬히 살폈다.

“이야, 준원이 44초대 돌파했네. 다른 애들도 그렇고, 전부 랩타임이 좋은데?”

주현우가 기특하다며 로탁스 선수들을 격려했다. 옆에 선 서준하도 랩타임 기록지를 살펴봤다.

랩타임 44초대의 압도적인 1위의 기록.

‘1위가 다른 애들 보다 2초나 빠르네. 여기 에이스인가 봐?’

서준하가 고개를 들어 케노 선수들을 바라봤다. 그중 주현우에게 유난히 칭찬을 받는 한 선수. 아마도 그가 랩타임 1위의 주인공 같았다.

“근데 코치님, 쟨 누구에요?”

“응, 준하라고, 오늘 카트 타러 왔어. 다들 인사 나눠라.”

날렵한 코와 깨끗한 피부가 인상적인 남자 선수. 조준원이 서준하를 향해 걸어왔다.

“어려 보이는데, 몇 살이에요?”

“준하가 아마 이제 5학년이지?”

빨간색 레이싱 슈트를 입은 낯선 아이의 정체가 궁금했던 선수들. 주현우가 서준하를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헤헤.”

자신보다 키가 큰 선수들에게 꾸벅 인사하는 서준하. 케노 팀 선수들이 그런 준하를 귀여운 듯 바라봤다.

‘한솥밥을 먹게 될지도 모르는데, 처음부터 인상 쓸 필요 없지? 그나저나 작다고 되게 귀엽게 쳐다본다 너희?’

“안녕, 난 조준원이야 반가워. 너 되게 귀엽게 생겼다.”

조준원을 시작으로 케노팀 선수 모두가 서준하와 인사를 나눴다.

“코치님 그러면 얘 오늘 입단 테스트하는 거예요?”

“음, 아마도?”

“오, 너 졸라 긴장되겠다. 나도 처음 테스트 할 때 엄청 떨렸는데.”

붙임성 좋은 정태훈이 서준하의 어깨를 잡으며 호들갑을 떨었다.

“자, 준하야 그러면 이제 카트 타러 가볼까?”

***

‘엔진 소리는 정상이고, 핸들도 퍼팩트.’

두두두둥.

서준하의 카트에 시동이 걸렸다.  카트는 가벼웠고, 엔진음은 듣기 좋았다.

서준하가 악셀을 살며시 밟아 피트를 빠져나왔다.

부우우웅.

스피디 파크 트랙 위로 서준하가 들어섰다.

“로탁스?”

트랙 위에 로탁스 카트가 들어서자, 뭔가 잘못 본 것처럼 어리둥절해 하는 케노 선수들.

“누구지?”

빨간색 레이싱슈트를 입은 운전자. 조금 전 서준하가 입은 슈트와 똑같은 복장이었다.

“뭐야? 아까 그 꼬맹이 맞잖아.”

벤치에서 일어난 정태훈이 서준하의 카트를 보며 외쳤다.

“꼬맹이가 저걸 탄다고?”

상급 카트를 탄 서준하의 등장에 선수들이 술렁거렸다.

부우우웅.

위이이이잉.

휑.

스피드파크에 울려퍼지는 강렬한 엔진음. 서준하의 카트가 깔끔하게 첫 코너를 돌며 직선주로를 치고 나갔다.

“근데 코치님, 쟤 주니어부라고 하지 않았어요?”

정태훈이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이자, 주 코치가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아니에요? 로탁스를 타기엔 아직 어린 거 같은데...”

케노 팀 선수들이 당연히 서준하가 주니어부에 지원한 거라고 생각했었다. 작고 어린데다가, 일반적으로 입단 테스트에서 로탁스를 타는 일은 없었으니까.

“와, 주 코치. 쟤 그 꼬맹이지?”

“네, 준하요.”

안혁수 정비과장이 트랙 위 준하의 카트를 가리키며 주 코치 쪽으로 걸어왔다. 그런 안혁수를 보며 미소 짓는 주현우.

“아까 보니까 준비하는 것부터 심상치 않데?”

“그래요?”

“악셀이랑 브레끼, 또 뭐야 핸들이랑 섀시(자동차 프레임)까지 점검 다 하더니만, 지가 알아서 시동 딱 키데?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야.”

주행 시작 전, 피트에서 만난 서준하의 그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보통 아이들은 조급하고 긴장해서 서두르기 일쑤였으니까.

“나는 무슨 카트에 점화 플러그까지 들여다보는 녀석은 처음 봤다구, 허허.”

프로 선수라면 경기 시작 전 경주차를 점검하는 건 필수다. 특히 새로운 경주차를 타는 경우라면 레이서가 놓치지 말고 점검해야 한다. 서준하는 그런 프로 중의 프로였다.

“카트 보는 거랑 운전은 또 다르지, 어디 잘 타나 볼까?”

부우우웅.

위이이이이잉.

안정감 있게 코너를 도는 서준하의 카트. 주행에 별 관심 없던 선수들이 하나둘씩 트랙 위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에? 스핀 안하고 잘 도는데? 쟤 뭐야?”

유소년 카트 팀의 트랙 치고는 난이도가 있다고 평가되는 스피디 파크.

“와하, 코너링 날카롭다.”

예상과 달리 서준하가 능숙하게 코너들을 파고들자 케노 선수들이 레이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양손에 낀 장갑을 다시 꽉 채우며, 휠을 잡은 서준하. 서준하의 카트가 마지막 코너를 돌고, 세 번째 랩에 접어들었다.

‘헤어핀이 세 군데. 코너도 순간순간 다가오고, 재밌네?’

여성들이 사용하는 머리핀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코너, 헤어핀. 트랙이 180도로 꺾인 만큼 속도를 전혀 낼 수 없는 초저속 구간이다.

그런 헤어핀이 3군데. 까다롭다고 여겨지는 트랙이지만, 서준하에겐 더 재밌게 느껴졌다.

[lap: 3/10]

(1) 01:55:149

(2) 01:51:766

(3) 01:49:802

.

.

“뭐? 49초?”

“크큭, 지난번 준범이 기록이랑 얼마 차이 안나.”

처음 3바퀴 정도는 라인을 익히느라 좋은 기록이 나오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와 준뱀아, 꼬맹이가 너랑 얼마 차이 안난다, 크큭”

3랩에서 케노 팀 로탁스 클래스 양준범의 베스트 랩타임과 엇비슷한 기록이 나오자, 선수들이 양준범을 놀려댔다.

부우우웅.

‘3,4번 코너만 조심하면 되고, 이제 대충 감이 오는데? 슬슬 속도를 올려야겠다.’

빠른 속도로 4번째 랩을 도는 서준하의 카트.

네 번째 랩타임은 1분 48초 796!

“헐, 1초씩 줄고 있어.”

“뭐? 1초가 줄어?! 그게 말이 돼? 미리 연습해 본 거 아냐?”

자신들의 랩타임에 가까워지자 로탁스 레이서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흠...”

조준원도 오늘 처음 보는 아이였다. 미리 연습해 봤다는 건 말도 안되는 소리.

여유로웠던 조준원도 자세를 고쳐 앉고는 서준하의 주행을 유심히 관찰했다.

부우우웅.

위이이잉.

스타트 라인을 지나 직선주로를 빠져나가는 서준하의 카트. 4바퀴를 돌자 서준하의 머릿속에 스피디 파크의 트랙 지도가 그려졌다.

‘1코너 라인 꽉 채워 타고, 2코너 안으로 물고 터닝. 3코너 핸들 한 박자 빨리 감기. 4코너 레이트 cp(클리핑 포인트)...’

매 코너에서 어떤 포인트로 주행해야 하는 지까지 모든 분석이 끝난 상태.

‘이젠 진짜 밟는다!’

부우우우웅.

위이이잉.

라인을 꽉 채워 6번 코너를 빠져나온 서준하의 카트. 눈에 띄게 빨라진 속도로 트랙 위를 질주했다.

“하하, 이제 좀 달리려는 건가?”

주현우가 4랩 이후 달라진 카트의 속도가 느껴졌다. 미묘하지만 더 커진 엔진음과 코너에 접근하는 타이밍도 최대한 늦추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lap: 5/10]

.

.

(4) 01:48:796

(5) 01:46:803

그의 예측대로 서준하의 카트는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레이서가 트랙에 적응할수록 당연히 랩타임도 빨라지는 법.

“와 46초.”

“...!”

어느새 서준하의 랩타임이 로탁스 선수들의 기록과 가까워졌다.

“헐, 이번엔 2초나 줄였어.”

전광판을 보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정태훈. 이젠 자신의 기록과 0.01초도 차이가 나지 않았다.

“꼬맹이가 처음 타는 트랙에서 내 베스트 랩이랑 똑같아...”

“아직 몰라 태훈아, 저게 끝일지도 모르잖아.”

옆에선 조준원도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저 꼬맹이. 5코너 탈출에서 6코너 진입 전까지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 거기가 포인트라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스피드 파크의 베스트 랩은 5번과 6번 코너에서 최대한 속도를 끌어 올릴 때 만들어진다. 이건 트랙을 오래 경험해 본 레이서만이 알 수 있는 포인트. 케노의 에이스 조준원 조차도 몇 개월을 경험하고 나서야 깨닫게 된 사실이었다.

‘이거 말도 안 돼! 어떻게 단 5랩 만에 처음 타는 트랙의 특성을 다 이해하는 거냐고!’

조준원은 점점 자신의 기록에 가까워지는 서준하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서준하의 카트가 5번을 빠져나와 6번 코너에 진입했다.

6번 코너에 초집중하는 서준하.

서준하에겐 트랙을 몇 바퀴만 돌아도 머릿속에 지도가 그려지는 엄청난 재능이 있었다.

‘여기서 삐긋하면 X되는 거야!’

그건 바로 다른 선수들과 구별되는 천부적인 모터스포츠 지능.

서준하는 스피디 파크에서 어느 코너를 공략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

.

부우우웅.

카트는 돌고 돌아 어느덧 9바퀴를 마치고 출발선에 접어들었다.

서준하가 출발선을 통과하자 기록되는 랩타임. 전광판에 표시된 기록을 본 모든 선수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lap: 9/10]

.

.

(8) 01:45:349

(9) 01:44:166

서준하가 에이스 조준원의 기록보다 0.02초 뒤진 채 마지막 한 바퀴를 남겨뒀다.

“...!”

“44초대?!”

< 와하, 코너링 날카롭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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