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F1 레이서-33화 (33/200)

< (10월 19일 수정) 프론트를 일단 집어넣고, 오버스티어를 만들어서 방향을 크게 튼단 말이야 >

두두두두두둥.

르노의 피트 박스로 들어온 쥴리앙. 대기하던 미캐닉들이 재빠르게 타이어 체인지에 들어갔다.

지이이이잉.

척.

툭.

“프론트, 리어, 퍼팩트!”

레이서는 물론 미캐닉을 위한 교육 코스까지 갖춘 르노 아카데미 팀.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양성한 숙련된 미캐닉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좋아! 바로 나가!”

완료 신호를 보내자, 쥴리앙이 재빠르게 경주차를 몰아 피트를 빠져나갔다.

“출발!!!”

멀어져가는 포뮬러카를 보고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미캐닉들. 작은 실수 하나 없이 모두 침착한 모습을 보이며, 참가 팀 가운데 가장 빠른 교체 기록을 만들어냈다.

르노의 피트 월. 타이어 체인지를 지켜보던 베누아 감독이 타임 로스가 거의 없는 상황에 흡족한 미소를 띠웠다.

“감독님, 3,4위 포르텍 모터스도 피트로 복귀했습니다. 아직 몇몇 포뮬러카는 그대로 트랙을 달립니다.”

“허, 자신감이 넘치는구만. 아니지, 뭔 일이 날까 두려운 거겠지.”

타이어 체인지는 팀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만약 피트 스탑에서 실수가 나온다거나, 바뀐 타이어에 적응하지 못한 레이서들이 속도를 내지 못해 순위가 뒤로 밀려날 수 있기 때문. 주니어 무대인만큼 미캐닉들의 실력 역시 떨어지기 마련이었다. 타이어 체인지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코웃음을 치는 베누아.

“선두 차는?”

선두의 위치를 묻는 베누아 감독. 다소 큰 목소리에 레이스 엔지니어들 사이에 긴장이 흘렀다.

“아직 타이어를 안 바꾸고 있습니다.”

“계속 달려?”

쥴리앙이 교체를 하고 나간 뒤에도 여전히 서킷을 질주하는 서준하의 포뮬러카. 베누아가 다소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서킷을 바라봤다.

“아까보다 비가 더 많이 내리고 있는데... 저 팀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이제 곧 바꾸지 않겠습니까...”

“선두 차랑 얼마나 차이나지?”

다시 상황판으로 고갤 돌린 베누아. 그의 말에 레이스 엔지니어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대략 10초 가까이 차이 납니다. 쥴리앙이 피트에 들어온 사이 속도가 떨어지지 않은 듯합니다.”

격차가 많이 벌어진 상황. 하지만 아직 타이어를 바꾸지 않았기에 섣불리 판단하기 이르다.

걱정스런 얼굴로 베누아가 다시 메가폰을 집어 들었다.

“쥴리앙, 앞차랑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고 무리할 거 없어. 어차피 선두도 피트에 들어갈 거야. 네 페이스를 유지해!”

-copy

“그리고 비가 더 올 거다. 무조건 기회가 온다.”

특히나 레인 컨디션에서 자신감을 보였던 쥴리앙. 르노 팀은 그저 시간이 흐르기만을 바랐다.

곧 비가 쏟아질 것만 같은 하늘. 경쟁자들은 알아서 미끄러질 것처럼 보였다.

-선두가 보입니다, 감독님.

희망에 찬 쥴리앙의 목소리. 내심 비가 더 오기만을 바라며, 서준하의 뒤를 쫓았다.

“그래, 그래야지. 슬슬 저딴 팀 뒤에서 달리는 상황이 짜증나는구만, 쥴리앙.”

***

부우우우우웅.

위이이잉.

끼익.

-준하, 다음 바퀴에서 타이어 바꾼다. 박스 준비해둘게.

스메들리는 물론 모든 팀에서 예측하지 못한 환경. 빗방울을 확인한 롭이 서준하에게 무전을 날렸다.

-방금 코너링에서 언더스티어가 났어. 타이어 그립감이 많이 떨어진 거 같은데.

서준하가 미끄러질까 불안한 롭. 교체 타이밍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야.”

비가 내리고는 있었지만, 아직 노면이 완전히 젖은 상태는 아니었다. 걱정스런 롭의 목소리와는 반대로 서준하는 자신감이 넘쳤다.

“아직 한 바퀴 더 돌 수 있어.”

경쟁 팀이 피트에 들어간 걸 확인한 서준하. 그동안 최대한 격차를 벌리기 위해 집중력을 쏟아냈다.

-오케이, 다음 바퀴에 바로 들어와

비가 내리긴 해도 미리 겁먹을 건 없었다. 비가 쏟아질 것 같았어도 아직은 아니었다.

“copy.”

모든 이에게 닥친 위기가 서준하에겐 기회인 듯 보였다.

부우우우웅.

위이이이잉.

쎼엥.

“지금 많은 선수들이 타이어를 교체했죠?”

몇몇 팀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팀이 타이어를 교체했다. 그들이 시간을 들여서라도 타이어를 바꾸는 이유는 바로,

“아, 카르노! 카르노 7코너를 빠져나오다가 그대로 스핀해 버립니다. 왜 타이어를 바꾸지 않은 걸까요? 화면으로 볼 땐 충격이 꽤 클 것 같은데요!”

리타이어로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는 것보다 피트 스탑으로 시간을 쓰더라도, 안정적인 타이어로 완주 가능성을 더 높일 수 있기 때문.

“우천으로 코스 아웃 속출! 리타이어 하는 포뮬러들이 꽤 생겼습니다!”

갑작스럽게 바뀐 환경에 많은 선수들이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특히나 코너에서 타이어의 접지력을 읽은 포뮬러카들이 바깥으로 미끄러졌다.

“가장 먼저 타이어를 바꾼 쥴리앙 선수. 참가 선수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주행을 보여줍니다. 확실히 르노 대회 경험자다운 모습입니다!”

코너링에서도 슬라이드가 일어나지 않으며, 차의 중심을 잘 잡아 나가는 쥴리앙. 화면에 잡힌 그의 포뮬러카를 두고 중계진이 감탄을 쏟아냈다.

“자, 그리고 끝까지 버티던 자이바 선수! 이제 피트 레인으로 들어옵니다!”

비가 내리고 시작한 뒤 타이어 교체 없이 4바퀴를 질주했던 5위의 자이바. 무전을 받고 피트로 복귀했다.

부우우우우우웅.

위이이이잉.

피트로 들어간 자이바. 타이어를 바꾸고 피트 레인에 올랐다.

“타이어 체인지 전에 5위였던 자이바였는데요. 과연 다시 자신의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지.”

“맞습니다. 타이어 교체 시간이 좀 오래 걸리는 듯 보였던 자이바 선수였는데요.”

피트 레인 출구를 잡은 중계 카메라. 옆쪽에선 자이바의 경쟁 후미 차량이 다가서고 있었다.

부우우우우웅.

위이이이잉.

쎄엥.

“아, 자이바 늦어요! 역시 이래서 타이어 교체가 빨라야 합니다. 레이스는 레이서만 하는 게 아니에요. 자이바 선수 미캐닉들이 조금 원망스러울 수도 있겠어요.”

서킷에 복귀한 자이바. 그의 앞으로 뒤따르던 포뮬러카가 추월에 성공했다.

“이렇게 되면, 모든 선수가 타이어를 바꾼... 아, 아니군요. 서준하! 유일하게 타이어를 바꾸지 않고 계속 달리고 있습니다.”

선두의 포뮬러카로 향한 중계 카메라. 코너링에서도 아슬아슬 내달리는 서준하를 두고 중계진이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리고 서준하의 랩타임을 체크하는 중계진들.

“허, 대단하네요. 랩타임은 떨어지지 않고 있어요.”

“하지만 더 빨라지지도 않고 있죠. 이제 들어갈 때가 된 거 같습니다.

놀라움과 걱정스러움이 담긴 목소리. 중계화면과 함께 하늘을 바라본 해설진이 강수량을 체크했다.

“그렇습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빗줄기가 굵어졌습니다. 지금 상황으론 서준하도 웨트 타이어가 필요해 보입니다.”

“자, 말씀하신 순간! 서준하가 피트 레인으로 들어갑니다! 오늘 레이스의 마지막 피트 스탑 주자에게 많은 박수가 쏟아집니다.”

피트 레인으로 들어서려는 서준하의 포뮬러카. 주변 스텐드에서 갤러리들이 환호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스메들리 피트 분주해졌죠! 서준하가 빨리 복귀해야 하는데요. 뒤따라오는 쥴리앙 기세가 무섭습니다!”

스메들리 피트와 르노의 피트가 번갈아 중계 화면에 잡혔다.

“그렇습니다! 이제 서준하가 없는 서킷. 쥴리앙과 후미 차량들에겐 기회입니다!”

***

3위 잭슨과 4위 얀슨을 달리고 있는 포르텍 모터즈. 피트 중앙 스크린 화면으로 선두 차가 피트에 들어오는 모습을 확인했다.

“스메들리 녀석 이제 타이어 교체에 들어갑니다!”

서킷 위로 자신의 팀 포뮬러카들을 살피던 마렐 감독. 엔지니어들의 말에 피트 레인을 바라봤다.

“역시 스메들리는 운이 좋아. 레이서를 잘 만난 것 같아요.”

“응, 왜지?”

“저렇게 타이어 교체 타이밍을  늦게 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레이스 엔지니어들 판단력이 좀 떨어지는 거죠. 비가 오는 날, 선두 차에서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건 당연한 거잖아요. 우리 팀에도 기회가 생겼네요.”

중계 화면에 등장한 스메들리 팀 피트는 타이어를 교체에 들어가며 분주해 보였다.

“내 생각엔 레이서도 운이 좋았어. 포뮬러카로 저렇게 괴상한 드라이빙 스타일은 처음 본다고. 레이스 종반에 가면 분명히 자빠질 것 같은데?”

한국 출신 레이서의 주행을 지켜봤던 포르텍 엔지니어들. 그들의 눈에 서준하의 주법은 대단히 부자연스러웠다.

“프론트를 일단 집어넣고, 오버스티어를 만들어서 방향을 크게 튼단 말이야. 저러다간 분명히 한 번 크게 미끄러질 수 있어. 특히나 이렇게 젖은 노면에서는 그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지. 여태까진 레이서도 운이 좋았다고.”

서준하의 포뮬러카는 슬라이드가 계속될 여지가 있는 주법이었다. 희망에 찬 포르텍 엔지니어들. 반면, 마렐 감독은 말없이 스메들리의 타이어 체인지 장면을 바라봤다.

“게다가 미캐닉도 원래 쟤네 팀이 아닌가봐. 유니폼도 제대로 안 갖춰 입고 나왔어.”

중계화면에 등장한 스메들리 피트 박스. 4명의 미캐닉 중 혼자만 검은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눈에 띄었다.

“이젠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아. 쥴리앙이 넘어서겠는데?”

“그러면 잭슨이랑 2위 싸움인가?”

“그렇지! 잭슨 치고 올라와!”

시간을 재진 않았지만, 한 눈에 봐도 빠르지 않은 손놀림의 스메들리 미캐닉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포르텍 팀 분위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다들 호들갑 좀 떨지마.”

스메들리의 타이어 체인지가 늦긴 했지만, 아직 좋아할 정도는 아니었다. 상황판을 살피던 마렐 감독이 고갤 돌려 팀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스메들리 팀 엔지니어들이 바보가 아니야...”

다시 서킷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내뱉는 마렐. 그의 눈에 코리안 레이서는 운이 좋지도, 그의 주법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타이어를 타이밍이 최대로 늦춘다는 건, 지금 레이스에 자신 있다 걸지도 모르지...”

실제로 몇 바퀴를 더 달리며, 실수가 나오지 않는 코리안 레이서. 마렐의 목소리 어딘가에 감탄한 듯한 말투가 섞여 있었다.

“하, 얀슨이 계속 언더스티어를 냅니다. 아무래도 레인 컨디션이...”

갑작스런 소식에 밀려오는 불길한 예감. 마렐의 주위로 순간 팀의 메인 스폰서 로리스 회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얀슨...”

스폰서는 왕이다. 그들은 레이싱 팀에 맡겨둔 게 없다. 그렇기에 팀이 맘에 안 들면 가차 없이 갈아치우곤 했다. F1도 예외가 없는 마당에 엔트리급 포뮬러 팀을 바꾸는 건 너무 흔한 일. 그리고,

“감독님! 선두 차 피트 레인 출구로 다가섰습니다!”

서준하의 뒤를 달리는 모든 경쟁 팀들의 촉각을 곤두세웠다. 보고받은 마렐이 3위 잭슨의 위치를 물었다.

“쥴리앙 바로 뒤에 붙어있습니다! 이번 피트 레인에서 세 대가 만날 거 같은데요?!”

스메들리 팀의 타이어 체인지 시간이 길어졌던 걸까. 기회를 포착한 포르텍 팀의 분위기가 다시 뜨거워졌다.

부우우우우우우웅.

위이이이이잉.

그리고 다시 중계화면에 잡힌 스메들리 팀의 포뮬러카.

“...!!!”

모두의 예상과 다른 결과에 포르텍 팀 전원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 (10월 19일 수정) 프론트를 일단 집어넣고, 오버스티어를 만들어서 방향을 크게 튼단 말이야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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