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F1 레이서-34화 (34/200)

< (10월 19일 수정) 풀브레이킹 말고는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

“서준하! 트랙에 올라서며, 다시 선두로 복귀합니다!”

피트 레인 출구로 빠져나온 서준하. 타이어 교체가 조금 늦어졌지만, 이전에 벌려둔 격차 덕분에 여유롭게 선두에 올랐다.

“쥴리앙과 서준하. 격차가 좀 있었네요!”

중계진이 기대했던 아슬아슬한 자리싸움은 나오지 않은 상황.

“그래도 아직 쥴리앙과 잭슨에게 기회가 있습니다. 서준하는 지금 새 타이어를 끼고 나왔거든요? 웨트 타이어도 적응이 필요해요. 아직 모릅니다!”

서준하보다 훨씬 이전에 타이어 체인지에 들어갔던 2,3위. 새 타이어의 적응을 마치고, 차량 컨디션에 물이 오른 상황이었다.

“그렇습니다. 게다가 비가 많이 쏟아지거든요? 누구든 한 번 실수 하면 쭉 미끄러질 수 있어요.”

이어지는 한두 바퀴에서 추월 기회가 날 수 있음을 강조하는 해설진들.

부우우우우우웅.

치이이이이이잉.

휑.

“멀어요! 피트에 들어가기 전 격차가 엄청났나 보군요! 이번 레이스 쥴리앙, 데뷔전을 치루는 코리안 레이서에게 밀리는 모습입니다.”

이전보다 확실히 속도가 떨어졌지만, 벌어진 격차가 크게 줄어들지 않는 상황.

“하하! 서준하! 새 타이어에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다시 질주합니다!”

다시 트랙에 오른 서준하가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젠 서준하의 포뮬러카 주위로 빗물이 흩어지며, 뿌연 물안개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중하위권 경쟁이 치열하죠?”

레이스가 후반에 이르자, 선수들의 드라이빙이 좀 더 과감해지기 시작했다.

“7위 핫스피드의 자크! 2턴에서 경쟁차 앞으로 노즈를 밀어 넣으며 추월에 성공합니다!”

“좋습니다! 방금 전 오버테이크는 포디엄에 오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레이스 한 번으로 마무리되는 이번 대회. 상위 리그 관계자들의 주목을 좀 더 끌 수 있는 포디엄에 오르기 위해 중위권 선수들이 공격적으로 나섰다.

“5바퀴 정도 남았습니다! 선두권에선 순위 변동이 없는 가운데, 비를 뚫고 끝까지 자신의 라인을 지키는 포뮬러카들! 대단합니다!”

좀 더 거세진 빗줄기. 경주차들이 서킷 군데군데 물웅덩이를 지나며, 물길을 갈랐다. 모두가 힘겨운 환경에서 레이스를 치루는 모습.

부우우우우웅.

취이이이이잉.

촤아악.

그리고 다시 선두 포뮬러카로 향한 중계 카메라.

“벌써 새 타이어 적응한 건가요? 서준하! 브레이킹 타이밍을 최대한 늦추며, 코너 진입에서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습니다!”

거세진 비바람. 순위권 포뮬러카들 모두 보수적으로 레이스에 임하는 가운데, 서준하가 남다른 브레이크 패달링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어린 선수치고는 정말 강심장이네요. 코너에서 엄청 미끄럽지 않겠습니까? 아마 지금 온몸으로 차가 돌아가는 걸 막고 있을 거예요. 대단합니다!”

마치 레이스 막바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듯한 모습. 빗속에서도 서준하를 향해 환호가 쏟아졌다.

“와아아아아아아!”

영국은 포뮬러 원의 나라. 모터스포츠 팬들이 워낙 많다. 그들의 열정은 다른 곳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인데, 특히나 뛰어난 테크니션 앞에선 팬들의 함성이 남달랐다.

“못 따라가요. 쥴리앙, 얀슨 못 따라갑니다!”

“그렇습니다. 서준하 다시 한번 격차를 벌리고 있습니다!”

비가 쏟아지며, 지루하게 끝날 줄 알았던 레이스. 선두 차의 과감하고 공격적인 질주에 캐드웰 파크가 들썩였다.

“남은 랩은 3바퀴! 레이스 종반, 모든 선수들이 몰아붙이는 가운데, 아!”

레인 컨디션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한번 발생하는 크러쉬. 하위권 포뮬러들이 접촉 사고를 냈다.

펄럭.

펄럭.

“황색기! 황색기가 휘날립니다.”

트랙에 사고가 발생했음을 알리는 황색기. 전 차량이 속도를 늦추며, 깃발이 휘날리는 동안 추월이 금지된다.

“11위, 12위 두 선수간의 충돌 때문인 것 같은데요. 데브리(파편)가 떨어졌을 수도 있고, 갑작스럽게 경기가 중단됩니다.”

크러쉬로 인해 데브리가 트랙에 떨어진 경우, 자칫 다른 포뮬러가 밟아 타이어 펑크나 주로 이탈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비가 오니까 선수들 조심해야 합니다. 아무튼 큰 사고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파이널 랩을 얼마 안 남겨두고, 중단된 경기. 스메들리의 경쟁 선수들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

“시네타 레이싱 선수끼리 크러쉬가 났답니다.”

“사고가 크게 났나?”

“아닙니다. 둘 다 걸어 나왔습니다. 조금 있으면 경기 재개 될 것 같습니다!”

경기 중단으로 한숨 돌린 르노 아카데미 팀. 얼어붙었던 팀 분위기가 마지막 기회를 앞두고 활기를 되찾았다.

“다행이야. 이건 정말 하늘이 주신 마지막 기회야...”

레이스가 이대로 끝났더라면, 쥴리앙이 우승을 못할 수도 있었던 상황. 게다가 경기 중단으로 서준하와 벌어졌던 격차를 줄어들었다.

서킷 위로 고갤 돌린 베누아 감독. 세이프티카를 따라 줄줄이 포메이션랩을 도는 선수들이 보였다.

“쥴리앙, 코너링에서 무조건 프론트 노즈를 먼저 집어넣어, 그 다음 방향 전환 타이밍을 뺏는 거야. 이제부터 좀 더 공격적인 전략에 들어간다.”

비가 쏟아지는 캐드웰 파크. 아무리 레이스 막바지라도 모든 차들이 코너링만큼은 속도가 확연히 떨어졌다. 따라서 남은 3랩의 추월 포인트는 모든 코너에서 그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

“어느 때보다 진입 속도를 앞당겨라. 이젠 틈이 나길 기다려선 안 돼, 알겠지?”

쥴리앙에게 좀 더 과감한 드라이빙을 주문하는 베누아 감독.

“왜 말이 없지?”

무전을 듣고도 말이 없는 쥴리앙. 그의 앞으로 서준하의 포뮬러카가 보였다. 이번 레이스 처음으로 서준하의 리어윙을 본 상황이 너무나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이 자식, 주니어 레벨이 아닙니다...

서준하의 타이어 체인지 이후 기회라고 생각했던 순간마저도 착각이었다. 레이스 내내 코리안 레이서에게 뒤졌던 쥴리앙. 결국, 엄청난 실력 차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무슨 소리야!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은 잊어버려!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남은 3바퀴 안에 무조건 추월하는 것만 생각해!”

무전을 듣고 흥분한 베누아. 쥴리앙을 다그치기 시작했다.

-하, 네...

깊이 가라앉은 목소리. 쥴리앙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위이이이이이이이잉.

진행 요원들이 트랙 위에 올라 크러쉬 장소에 떨어진 데브리 몇 개를 치우자, 황색기가 사라졌다.

SC를 따라 주행하던 선수들이 경기 재개 타이밍을 쟀다.

“경기 다시 시작됩니다!”

녹색기가 휘날리자, 다시 달리기 시작하는 포뮬러들. 르노 팀 쥴리앙의 바로 앞 서준하의 포뮬러카가 보였다.

“와아아아아!”

침체된 케드웰 파크에 다시 한번 강렬한 포뮬러들의 배기음이 울려퍼졌다.

“남은 랩은 4바퀴. 선두는 스메들리의 서준하. 그리고 이어서 르노의 쥴리앙...”

“지금부터는 집중력 싸움입니다. 실수 한 번에 대회 순위가 바뀔 겁니다!”

“그렇습니다. 긴장되는 순간! 레이스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하네요!”

속도를 올리기 시작한 포뮬러들. 다닥다닥 붙었던 간격이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시작하자마자 실력 차이가 바로 납니다. 단, 1랩 만에 선두권과 하위권의 구분이 명확해 지는군요.”

20명의 레이서 중 선두권 무리에 들어온 건 단, 4명 뿐. 나머지 팀들은 완주가 목표인 것처럼 속도가 빨라지지 않았다.

“자, 선두권 경쟁이 다시 치열하죠! 쥴리앙! 쥴리앙! 서준하 뒤에 붙습니다!”

“경기가 중단되고 격차가 줄면서 줄리앙에게도 기회가 왔습니다!”

호시탐탐 선두의 공간을 노리는 쥴리앙. 다시 한번 줄어든 격차에 추월 시도가 가능해졌다.

“쥴리앙은 한시가 급한 상황이에요. 추월을 하려면 최대한 빨리 해야 합니다.”

“아까 보셨죠? 시간이 지날수록 서준하와 차이가 더 벌어질 지도 모르거든요. 나중에는 기회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레인 컨디션에서 서준하는 압도적으로 빨랐다. 쥴리앙에게 기회가 있다면 오직 코너뿐. 지금 서준하에게 빈틈이 있다면, 그건 바로 불안정할 수밖에 없는 코너링이었다.

“3코너! 3코너! 쥴리앙이 아웃 라인으로 추월을 시도합니다!”

서준하의 뒤에 붙은 쥴리앙. 코너 바깥쪽을 노렸다. 하지만,

“아! 짧아요. 코너가 짧습니다! 다시 한번 기회를 놓치는 쥴리앙!”

연속되는 추월시도에도 서준하의 디펜스는 막강했다. 빈틈을 보여주는 듯싶다가도 곧바로 쥴리앙의 치고 들어온 빈공간을 막아서는 서준하. 특히나 차체의 방향을 미리 틀어놓고 공간을 막는 특이한 주법은 뒤차에 상당한 부담을 선사했다.

연이은 추월 시도가 좌절되자, 르노팀 베누아 감독의 속이 타들어갔다.

“쥴리앙! 2바퀴 밖에 안 남았어! 계속 시도하라고!”

점점 줄어드는 랩. 쥴리앙을 재촉하는 베누아 감독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부우우우우웅.

위이이이잉.

“어?!”

4코너 진입 직전, 서준하가 레코드 라인을 벗어나 라인 바깥쪽으로 도는 모습을 포착했다.

“지금이야! 들어가, 쥴리앙!!!”

기회를 포착한 르노팀. 재빠르게 서준하의 인코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

-뭐하는 거야, 준하! 갑자기 왜 그래!

장시간 레이스 동안 퍼팩트한 드라이빙을 보여준 서준하. 롭의 눈엔 두 가지였다. 차에 문제가 생겼거나, 아니면 우천 레이스 동안 힘겨웠던 서준하가 집중력을 잃었거나.

심각한 표정으로 트랙을 유심히 살피던 롭. 그런데,

-...!

누구보다 트랙의 상황을 빨리 읽어낸 롭. 몇 초 후 벌어질 상황이 머릿속에서 그려지자, 경악하고 말았다.

“아! 이게 무슨 일입니까! 서준하! 서준하! 4코너 아웃라인으로 빠지는데요!”

“차에 문제가 생긴 건가요?!”

선두에 선 서준하. 추월을 시도하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코너를 크게 돌고 말았다.

부우우우우우웅.

취이이이이이잉.

“그리고! 쥴리앙! 치고 나옵니다! 빈틈을 놓치지 않는군요!!!”

오른쪽으로 꺾이는 4코너, 재빠르게 파고든 쥴리앙이 코너 안쪽을 차지했다. 이어지는 5코너,

“케드웰 파크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곳, 바로 여기 5코너입니다!”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상황. 캐드웰 파크에서 가장 감속에 주의해야하는 5코너를 두고, 중계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코스로 우위를 점한 쥴리앙! 곧바로 이어지는 5코너!!!”

4코너 이후 급격히 꺾이는 5코너. 케드웰에서 가장 코너 각이 높은 곳으로 풀브레이킹으로 돌아야 한다. 하지만, 끼이이이이이익.

빠른 속도로 진입한 쥴리앙의 포뮬러카. 주체할 수 없는 속도 덕분에 브레이킹 존을 너무 멀리 잡은 듯 보였다. 그리고,

“Nooooooooo!!!”

과도한 진입 속도를 제어하지 못한 쥴리앙. 뒷바퀴가 미끄러지며 차 전체가 트랙 바깥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콰쾅.

스핀과 함께 빙글빙글 돌아 가드레일에 처박은 르노의 포뮬러. 순식간에 사방으로 데브리가 튀어올랐다.

“으아아아아!!!”

클로즈업된 쥴리앙의 포뮬러카. 콕핏에선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지르는 레이서의 모습이 보였다.

“쥴리앙! 리터이어합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요?!”

조급함과 불안함에 시달렸던 쥴리앙. 레이스 막바지, 빈공간이 생김과 동시에 무턱대고 틈을 파고들어 결국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아, 이건 너무 무리였어요 쥴리앙!”

부우우우웅.

위이이이잉.

자신의 주변을 확인한 서준하. 악셀을 밟으며 재가속 타이밍을 늦추지 않고 코너를 빠져나왔다.

“피니쉬라인을 향해 달려가는 서준하!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마지막 코너를 빠져나온 서준하의 포뮬러카. 스타트라인 근처로 체커깃발이 눈에 들어왔다.

“스메들리의 팀 프로젝트, 왕의 귀환! 프로젝트 성공 직전입니다!”

< (10월 19일 수정) 풀브레이킹 말고는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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