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F1 레이서-49화 (49/200)

< 그렇죠, 서준하 아직 집에 안갔어요 >

“선두 차량 휠스핀인데요!”

끼이이이익.

“3번 그리드 닐 앨런 역시 조금 늦은 출발입니다!”

좌측 젖은 쪽 그리드에서 출발한 서준하와 닐. 출발과 함께 휠스핀을 일으켰다.

“아! 스메들리 팀 동시에 스타트가 늦었는데요!”

순간적으로 스타트 타이밍이 늦어진 상황. 그리고,

“선두의 속도가 느려요오오오오!”

선두 차의 속도가 떨어지자, 단번에 앞으로 치고나가는 케빈의 포뮬러카.

“케빈이 더 빨라요!”

곧이어 서준하와 케빈의 포뮬러가 나란히 섰다. 1코너 진입까지의 기다란 홈스트레치. 선두 2대의 포뮬러로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케빈! 케빈! 기회를 포착하고, 앞으로 나옵니다아아아아!”

서준하의 앞으로 등장한 오로라 팀의 포뮬러카. 초반 스타트에서 선두권 순위가 바뀌고 말았다.

“케빈! 선두에 올라섭니다!”

레이스 초반부터 뜨거운 몬차 서킷. 중계진이 난리가 났다.

“선두권 순서가 바뀐 가운데, 모든 선수들이 필사적으로 몬차 서킷을 질주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점점 눈에 보이기 시작한 레이서간 실력 차이.

“점점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하는데요?”

레이서간 실력차가 큰 하위 리그. 게다가 몬차라는 서킷을 무대로 둔 레이스는 초반부터 순위권과의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금 제 눈에는 선두권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두 선수, 예선 때와 마찬가지로 몬차에 강한 모습을 보여주네요!”

몬차 서킷의 추월 포인트이자, 감속 코너는 총 세 곳. 1번, 4번 그리고 8번 시케인이다.

“케빈과 서준하! 3개의 시케인에서 최대한 브레이킹 타임을 늦추며 최고 속도로 코너를 빠져나가는 모습!”

선두를 빼앗긴 서준하. 당황하지 않고 레이트 브레이킹(late braking) 테크닉을 발휘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브레이크 타이밍을 최대한 끄는 서준하! 탈출 속도와 라인까지 고려해가며 속도를 늦추지 않습니다!”

하지만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으려는 시도는 선두에서만 쓰는 테크닉이 아니었다. 다른 선수들도 최대한 감속을 늦췄지만,

“아! ALECCO의 포뮬러 한 대가 스핀합니다! 1번 시케인에서 너무 욕심을 냈어요. 풀브레이킹 타이밍이 늦어요.”

몇 번이나 아슬아슬 오버스티어에서 벗어났던 키바이. 결국엔 리타이어하고 말았다.

브레이크 페달 하나 밟는 게 뭐 그리 어렵겠나 싶지만, 200km/h에 가까운 속도로 달리는 차량 위에서 진입 타이밍을 잡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자칫 하면 타이밍을 놓쳐 큰 사고가 나기도 하니까.

“8번 시케인! 아스카리(Ascari)에서 르노 아카데미의 차가 미끄러질 거 같은데요!”

직선에서 최고 속도로 달리던 몇몇 포뮬러들이 갑작스럽게 마주한 시케인에서 나가떨어졌다.

“시작부터 몬차 서킷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레이서들!”

경쟁 차량들의 라인을 신경씀과 동시에 어려운 브레이킹 테크닉을 소화해야 했으므로, 많은 레이서들이 골머리를 앓는 모습이었다.

“타임 로그를 보시죠! 다른 선수들의 랩타임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케빈과 서준하는 시작부터 지금 4바퀴까지 0.5초 정도씩 빨라지고 있습니다!”

격차가 벌어질 수 없는 상황. 갤러리와 중계진의 관심은 더욱 선두 포뮬러에게로 향했다.

“타임 트라이얼에서도 가장 빨랐던 두 선수였죠. 이렇게 되면 뒤따라오는 선수들과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거 같은데요?”

초반을 넘어선 레이스. 여러 번 급감속한 포뮬러들의 브레이킹 디스크가 슬슬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시케인에서 횡 G가 어마어마할 텐데요?”

1번 시케인에서 브레이킹이 걸리는 순간, 레이서가 받는 중력가속도는 자신의 몸무게에 2.5배 이상.

하지만 랩타임이 더 빨라지고 있는 상황으로 볼 때 두 선수의 집중력은 오히려 더 좋아지고 있는 듯했다.

“케빈과 서준하! 정말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주며 몬차를 더욱 뜨겁게 만듭니다!”

F1 레이서들도 들쑥날쑥한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때문에 버거워하는 몬차 서킷. 하지만 실수없는 어린 선수들의 레이스에 관중들이 연신 박수를 보냈다.

***

레이스 중반, 다른 차들과 떨어진 1,2위 포뮬러들. 중계 화면을 유심히 살피던 잡지사 포뮬러 B의 편집장 숀 폴락이 입을 열었다.

“아직 1,2위 피트 스탑 안 했지?”

“네, 아직이요. 근데 슬슬 랩타임이 떨어질 때가 오고 있어요.”

빠르게 내지르는 서킷에서 헤비 브레이크가 여러 번 들어가는만큼, 타이어의 마모도 역시 급격하게 떨어지는 법. 그의 조수이자, 기자인 존 핵도 고갤 끄덕였다.

“흠, 이제 곧 들어갈 것 같긴 한데...”

숀의 눈엔 곧 피트 스탑 시점이 임박해 보였다.

“오로라 모터즈랑 스메들리 포뮬러... 두 팀에선 교체 타이밍을 어떻게 가져가려나.”

피트 스탑을 한 번 해야하는 이번 대회. 각 팀의 교체 시기를 예측하는 것도 레이스 관람 포인트였다.

“제가 볼 땐, 케빈이 언더컷(under cut)을 할 거 같아요. 아무래도 압박을 너무 많이 받아서, 타이어를 무리하게 썼을 테니까요.”

언더컷, 경쟁 차보다 일찍 피트로 들어와 새로운 타이어로 랩타임을 끌어올려 경쟁자가 피트에 있을 때 먼저 메인 스트레이트를 통과하여 앞에 서는 작전이다.

“그런가? 만약 케빈이 언더컷에 들어간다면, 스메들리는 어쩌려나. 곧바로 피트 스탑에 들어갈지. 아니면 최대한 타이어를 살린 다음, 후반 타이어 교체로 막판 뒤집기에 들어갈지.”

코너가 적고, 특정 추월 구간이 적은 몬차이기에, 피트 스탑의 타이밍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서킷이다.

“아직 미캐닉들도 별다른 움직임은 없어서 확실히 예측하기 힘드네요.”

양 팀 피트를 바라보는 두 사람. 두 팀 모두 조용한 분위기였다.

“근데 전략도 전략이지만, 무엇보다 피트 스탑해서 타임 로스가 없어야지.”

“그렇죠, 실수 한 번이면 그대로 하위권으로 밀려날 테니까요.”

타이밍이 경쟁자보다 느리 건 빠르 건, 실수 한 번이면 끝인 상황. 두 사람의 시선이 다시 선두로 향했다.

잠시 후,

“근데요, 편집장님. 꼭 무슨 일이 날 것 같지 않습니까?”

비슷한 패턴으로 두 바퀴를 더 돌아나온 포뮬러들. 클로즈업된 중계 화면을 바라보던 존 핵이 말을 꺼냈다.

“레이서는 무엇보다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근데... 오로라 모터즈 케빈의 드라이빙이 어딘가 버거운 느낌이 살짝 있습니다.”

“흠... 어디보자.”

존의 말에 편집장도 잠시 동안 서킷을 유심히 살폈다.

“허허, 선두가 조금 도망가면, 기다렸단 듯이 바로 따라붙어 압박하네. 케빈 프로스트? 쟤 지금 머리가 좀 아플 거 같은데?”

“그러니까요. 아직 남은 랩도 많이 남았는데, 시작부터 계속해서 푸쉬가 들어갔어요. 아마 선두 차는 디펜스하랴, 전방 라인 읽어내랴, 아주 정신 없을 겁니다.”

전문가들에겐 단지 1,2위 두 차가 빠른 것만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인상적인 건 2위 차량의 엄청난 압박.

“허허, 내가 볼 땐 말이야. 스메들리 서준하? 이 친구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 같아.”

양을 몰 듯, 선두의 페이스가 떨어질 때마다 치고 나갈 듯한 모션을 보이는 서준하. 하지만 정작 빈틈이 보였을 땐 앞서 나가지 않는 게 어딘가 어색했다.

“파라볼리카 진입하는 라인이랑 에이팩스 잡는 게, 선두보다 훨씬 날카롭단 말이야? 그러면 코너를 탈출할 때 속도가 훨씬 더 빨라서 한번은 치고 나갈만 한데. 그런 시도를 안 해.”

선두를 충분히 내지를 수 있는 상황이 몇 번 있었음에도 추월하지 않는 2위 포뮬러.

“그러네요, 서준하가 원래 디펜싱 드라이빙 스타일의 레이서였나?”

“그건 아니야, 지금 코너링만 봐도 엄청 공격적인 타입이잖아. 그리고 지난번 레이스에서 봤다시피 드라이빙 자체는 엄청 급진적이야.”

기다란 직선 주로가 4번 가까이 등장하는 몬차 서킷. 포뮬러 간의 거리가 멀지 않다면, 추월 시도를 여러 번 하는 게 일반적이다.

흥미로운 표정으로 서킷을 바라보는 두 사람. 다시 파라볼리카에 들어선 선두권에게 집중했다. 그런데,

“어!”

선두 포뮬러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두 사람. 놀란 얼굴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

파라볼리카를 빠져나가며 직진 주로에 오른 선두 포뮬러들.

스타트 라인을 지나치자 컨트롤 타워로 측정된 데이터가 전광판에 표시됐다.

[2014 포뮬러 르노 유로컵 2차전]

[본선전 Monza]

[순위/best lap time/랩]

1.케빈(오로라)/1:42:101 / 15

2.서준하(스메들리)/1:42:646 / 14

3.닐(스메들리)/1:45:103 / 14

4.샤를(WD)/1:45:555 / 15

.

.

“서준하! 피트 스탑에 들어갑니다.”

“선두 케빈은 아직 피트 스탑에 들어가지 않은 상황에서 서준하가 언더컷에 들어가는군요.”

2위 서준하가 피트 레인을 따라 피트 박스로 들어갔다.

“이렇게 되면, 케빈이 오버컷(over cut)에 들어갈지, 아니면 곧바로 다음 바퀴에서 피트로 들어갈지! 선두권 경쟁이 흥미진진한 몬차입니다!”

오버컷. 언더컷의 반대 경우로 경쟁차보다 피트인 타이밍을 늦춰 경쟁차의 타이어 그립을 떨어뜨린 뒤, 피트 인 해서 경쟁차가 느려진 사이 다시 앞으로 나오는 작전. 상대가 언더컷을 시도했을 경우 방어에 나서는 전략이다.

“케빈! 일단 그대로 달립니다!”

“서준하가 없는 사이 최대한 격차를 벌려야 해요!”

선두에서 나홀로 질주를 이어가는 오로라 모터즈의 포뮬러카.

“오랜만에 뒤에 아무도 따라붙지 않은 상황에서 미친 듯이 속도를 뿜어내는 케빈!”

차를 한계까지 밀어붙이며 속도를 높이는 케빈. 그런데,

“왜 저러죠?”

중계 화면에 잡힌 케빈의 포뮬러.

“감속 구간이 맞기는 한데요!”

두 번째 시케인에서 급격히 느려진 케빈의 포뮬러.

“케빈! 속도를 올려야죠! 조금 있으면 서준하가 새로운 타이어를 끼고 다시 나타날 겁니다!”

이어지는 직선 주로를 본 중계진이 의아한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봤다.

“그렇죠, 서준하 아직 집에 안갔어요!”

모두의 관심이 집중된 쏠리자, 중계 카메라가 케빈의 포뮬러를 클로즈업 했다. 바로 그때,

“피트 스탑에 들어갔던 서준하가 트랙으로 복귀했습니다!”

분리된 화면으로 피트 레인 출구를 나서는 서준하가 보였다.

“서준하! 서준하! 빠른 스피드로 다시 몬차를 질주합니다아아아!”

콰광!

천둥 같은 소리와 함께 멀리서부터 배기음을 뿜어내던 포뮬러가 순식간에 화면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

파라볼리카에 진입하는 케빈의 포뮬러. 화면을 보던 중계진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케빈! 케빈 프로스트...!”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가요?!”

몬차의 마지막 코너 파라볼리카. 그 출구 근처로 멈춰선 케빈의 포뮬러가 포착됐다.

슈우우웅.

클로즈업된 케빈의 옆으로 스메들리 포뮬러카 한 대가 쏜살같이 지나가는데,

“아! 케빈! 스메들리 경주차를 넋 놓고 바라봅니다아아아!!!”

지나가는 차를 향해 시선을 고정한 케빈이 머리를 감싸쥐었다.

< 그렇죠, 서준하 아직 집에 안갔어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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