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F1 레이서-55화 (55/200)

< F1 레이서 중에 정석대로 타는 선수가 몇이나 될까요? - 무료 끝 >

“마지막 13, 14코너에 진입하는 서준하! 이번 랩 정말 완벽했습니다. 여기만 잘 돌아나간다면, 더 좋은 기록이 나올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드는데요!”

8,9랩에서 자신의 베스트 기록을 연달아 갈아치우며, 타임 트라이얼 9바퀴 내내 어택을 멈추지 않는 서준하.

특히나 더 과감하게 코너링에 성공했던 이번 랩에서 중계진 모두 큰 기대를 걸었다.

“왼쪽 오른쪽 직각 연속 코너입니다. 이전까지 서준하의 주행 라인으로 봤을 땐 마지막 이 두 코너가 조금 아쉬웠는데요.”

부우우우우우웅.

끼익.

“자, 보시죠. 서준하 13코너에 진입합니다!”

부우우우웅,

슈웅.

바깥으로 빠져나갈 듯 아슬아슬하지만, 매끄럽게 코너링하는 서준하.

13코너 연석 중간을 살짝 밟으며 라인이 흔들리지 않고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14코너 안쪽을 깊이 밀어넣는데 성공한 서준하가 직진 주로까지 속도를 회복합니다!”

부우우우우우웅.

휑.

띠링.

컨트롤 라인을 통과함과 동시에 측정된 랩타임.

[Barcelona-Catalunya]

[no. 10: 서준하]

[lap: 10 – 1;41:602]

“또 줄였습니다! 8,9랩 연속해서 0.5초를 단축하는 서준하!”

“이 기록이면 거의 잠정 1위로 올라서는데요.”

10바퀴 모두 전력으로 어택하며 체력적인 부담을 이겨내는 모습에 중계진 모두 감탄을 내뱉었다.

“자, 그리고 이번엔 케빈 프로스트! 마지막 14코너를 보겠습니다!”

케빈 역시 초반 어택을 쉬지 않고 이어갔다. 마치 서준하의 기록을 넘지 못하면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여주고 있는 상황.

“13코너에서 빠져나온 케빈! 순간적으로 스로틀을 밟아 14코너까지 가속합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가속을 너무 많이 하는 바람에 다음 코너 탈출 시 라인이 크게 흔들리는 케빈의 포뮬러.

“어려워요. 어려워요. 케빈에게 카탈루냐는 어딘가 조금 버거워 보입니다.”

전반적인 주행 라인에선 문제가 없지만, 좀전과 같이 몇몇 코너에선 라인이 흔들리며 재가속 타이밍 늦어지는 케빈.

“그렇죠, 집중력이 많이 떨어지기도 했고요. 쿨링을 좀 하면서 본인 페이스를 찾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일반적인 어택 시도 횟수를 넘어선 서준하와 케빈의 주행. 하지만 두 레이서가 만들어내는 결과는 달랐다.

띠링.

10바퀴 컨트롤 라인을 통과함과 동시에 측정된 케빈의 랩타임.

[Barcelona-Catalunya]

[no. 10: 케빈 프로스트]

[lap: 10 – 1;44:229]

“아, 역시 케빈 프로스트. 이전과 랩타임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아쉬운데요?”

그럴 것 같았다는 반응의 중계진들. 카탈루냐 서킷의 레코드 라인이 눈에 익은 그들이었기에, 코너 곳곳 라인을 벗어났던 케빈의 드라이빙을 보고 결과를 예측했었다.

“자, 이제 서준하는 트랙 우측으로 완전히 빠진 모습입니다.”

“그렇죠, 이정도면 됐다는 모습입니다. 10바퀴 스펙터클한 주행을 보여주고, 여유롭게 쿨링에 들어가는 서준하!”

확연히 느려진 속도로 1코너를 향해 서행하는 서준하.

곧바로 다른 포뮬러의 어택 시도가 중계화면에 담겼다.

“스핀 이후 페이스를 끌어올리던 샤를 가도! 플라잉 랩에 들어갑니다!”

“그렇죠, 선수들 이제 슬슬 어택을 시도하려는 모습입니다. 지금 쯤이면 충분히 서킷이 익숙해졌을 겁니다. 게다가 일찍 좋은 기록을 만든 서준하와 케빈 선수 때문에 맘이 급해졌을 거 거든요?”

기록을 내기 위해 과감한 질주를 시작하는 포뮬러들. 이전과는 다른 속도로 코너에 진입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엥?! 이 선수 멈추지 않습니다! 케빈 프로스트! 1코너 진입 전, 전속력으로 직선주로를 돌파합니다!”

다시 한번 서킷을 질주하는 케빈 프로스트. 중계 화면을 지켜보던 해설진들이 살짝 당황하고 말았다.

“이야, 11번째 어택을 시도하는 케빈 프로스트입니다!”

어딘가 지쳐보이는 케빈. 다시 한번 어택에 들어갔다.

***

“압도적이군요.”

“스메들리 팀 레이서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서준하라는 한국 선수요.”

영국 F3 팀 루나 레이싱의 젊은 감독 브라이언과 일본 F3팀 토우다 모터즈의 수석 코치 곤다. 선수 영입을 위해 찾은 카탈루냐에서 서로 친분이 있는 두 사람이 만나게 됐다.

“다른 선수들과 실력차가 많이 나긴 합니다. 포뮬러 경험이 있는 줄 알았더니, 아니더라구요. 나이도 가장 어린 축에 속해요.”

“맞습니다. 저도 처음엔 두 번째 시즌 정도되는 레이선줄 알았어요. 페이스 컨트롤을 참 잘합니다.”

경주차 레이서들의 엄청난 승부욕. 잘 컨트롤한다면 서킷 위에서 끈기와 열정으로 작용하지만, 자칫하면 평정을 잃고 무너지기 쉽다. 경험 많은 레이서일수록 평정을 유지하며 자신의 페이스를 살리는데, 지금 서준하가 그랬다.

“다만, 저 선수 흠이 좀 있다면, 라인을 계속 바꿔서 탄다는 겁니다. 좀전에 감독님도 보셨다시피 1코너 진입 라인이 또 달라졌지 않습니까?”

곤다의 말에 서준하의 주행을 눈여겨 보는 브라이언 감독. 그의 말처럼 몇몇 코너에서 눈에 보이는 정석 레코드 라인을 밟지 않는 서준하였다.

“음, 그러네요... 근데 랩타임은 좋아지고 있지 않나요?”

“네, 저도 그게 신기합니다. 랩타임을 보면 생각없이 막 탄다고 볼 수도 없는 것 같은데... 제가 알기론 카탈루냐는 정석적인 라인을 타는 공략법이 있습니다. 아마 저 선수가 그런 걸 배우고 탄다면 훨씬 더 좋은 기록을 낼 거 같네요.”

“그래요? 근데 그런 공략법으로 타면 진짜 더 빨라지려나.”

곤다의 말은 어딘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하지만 곧 확신에 찬 표정의 그가 다시 얘길 꺼냈다.

“그럼요. 아직 서킷이 익숙하지 않은 어린 선수라 고전적인 라인이 중요하단 걸 잘 모르는 듯합니다.”

“근데요, 곤다 코치님. 그 공략법이라는 거, 누가 만든 건가요?”

“감독님도 잘 아시다시피, 여기가 온갖 차량의 프리시즌 테스트가 열리는 서킷 아니겠습니까? 레이서들 사이에 오고가는 정석 공략법이 있다고 합니다.”

코치의 말에 잠깐 생각에 잠긴 브라이언. 서킷을 공략하는 기본 가이드라인 정도는 있을 수 있지만, 레이스에 정석이란 건 있을 수 없었다.

“흠, 저는 그 생각에 반대해요. 그 공략법은 그거 만든 사람한테나 적용되는 거 아닐까요? 저 친구가 그렇게 달린다고 더 좋은 랩을 따낼 거 같지도 않은데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그 공략법이 만들어진 환경이 지금 상황하고 완벽하게 동일하다면 모를까, 그런 건 불가능하잖아요. 그리고 애초에 레이서가 각자 다른 스타일인데, 모두에게 적용되는 정석이란 게 있을까 싶은데요?”

잠시 후, 브라이언의 말에 고갤 끄덕이던 곤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죠, 하지만 저는 포뮬러를 시작하는 단계에 있는 이런 주니어 레이서들일수록 그런 공략법 대로 주행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시니어 선수들이 괜히 그렇게 연습을 하는 게 아니니까요. 보편적인 걸 따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죠. 벌써부터 저러면 나중에 더 성능 좋은 차량을 탔을 때 기록이 더 안 나올 겁니다.”

자신의 말에 은근한 확신을 드러내는 곤다 코치. 멀리서 보이는 샤를 가도의 포뮬러를 보고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잠자코 곤다의 말을 듣던 브라이언이 한마디 던졌다.

“저는 코치님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 안 해요. 근데 제가 좀 찝찝한 건, 코치님이 그 방식에 확신을 갖고 있다는 태도 때문이에요. F1 레이서 중에 정석대로 타는 선수가 몇이나 될까요? 아마 단 한명도 없을 걸요? 제가 볼 땐 저렇게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자기만의 라인을 찾는 건 문제될 게 하나 없어요. 지금 서준하 선수가 그걸 증명하고 있고요.”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받아치려던 곤다. 그때, 쎄에에에에엥.

때마침 두 사람이 자리한 메인 스텐드 근처로 서준하의 포뮬러가 휑하고 지나갔다. 그리고, 띠디디디디딩.

전광판에 표시된 선수들의 랩타임. 장내 방송이 울려퍼지며 예선 종료를 알렸다.

[3 Round Qualifying Result]

1. Smedley/ 서준하

2. WD/ 샤를

3. Aurora/ 케빈

4. MA/ 루카

“유로컵 3차전 폴포지션에 스메들리 포뮬러팀의 서준하 선수!”

전광판을 바라본 브라이언 감독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

끼익.

철컥.

예선이 끝난 저녁, 스메들리 팀 하우스.

“준하 선수, 이제 올라가서 좀 쉬지 그래?”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온 한서윤이 다소 걱정스런 눈으로 서준하를 바라봤다.

“금방 들어갈게요.”

테이블 위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는 서준하. 묻는 말에 웃어 보이며, 다시 자신의 일에 열중했다.

“흠...”

그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며 맞은 편 의자에 앉는 한서윤. 휴대폰을 꺼내 트위토 기사를 훑어봤다.

“유로컵 트위토는 전부 준하 선수 소식으로 가득하네.”

3차전 예선에서 다시 한 번 페스티스트랩을 만들어내며, 3연속 폴포지션을 차지한 서준하. 실수 없이 안정적인 레이스만 해도 높은 확률로 1위가 가능한 서킷을 덕분에 이미 많은 이들이 대회가 끝났다고 예측했다.

“다들 이미 우승자가 정해졌다는 분위기야. 어머, 이 사람은 F3 유명 감독인데?”

직접 경기를 관람했던 포뮬러 관계자부터 상위 리그 팀 선수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서준하의 우승을 예측하는 트윗을 날리고 상황.

“표정의 변화가 하나도 없네? 역시 서준하야.”

트윗을 보고 조금 들뜬 한서윤의 목소리. 반면, 서준하는 계속해서 노트 위에 무언가를 써내려갔다.

“준하 선수, 사실 내가 말해주고 싶은 게 있어서 여기 왔는데, 뭔 줄 알아?”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서준하와 눈이 마주치자, 빙그레한 미소를 띄우는 한서윤,

“스페인이랑 이탈리아 쪽 F3 팀이 서준하 선수한테 관심이 있나봐. 어때? 대박이지? ”

아직 유로컵 대회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 먼 타국 F3팀이 서준하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게다가 테스트 없이 입단 자격을 준다는 파격적인 제안까지.

“아직 레이스 안 끝났어요.”

F3, 서준하가 간절히 원하던 F1이 가시권에 들어오는 무대. 그 소식에 가슴 벅찼지만, 아직 기뻐하긴 이르다.

이럴 때일수록 자만하지 말고, 레이스에 충실해야 하는 법. 간단히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고는 다시 노트에 집중했다.

“맞아, 아직 안 끝났지... 그래도 오늘은 좀 일찍 자..,”

자신이 기다렸던 반응이 나오지 않아 실망스러웠지만, 무언가에 다시 열중하는 그를 보고 자신이 섣불렀음을 느꼈다.

“근데 아까부터 뭘 그렇게 적는 거야?”

자리에서 일어나 서준하의 옆으로 다가선 한서윤. 테이블로 고개를 숙여 노트를 확인했다.

“Formula of art? 이게 뭐야?”

노트에 그려진 카탈루냐 서킷. 각 코스 주변으로 빼곡이 적힌 메모들과 함께 서킷 중앙 ‘포뮬러 오브 아트’라는 글자가 눈에 띄었다.

“이건 내일 레이스에서 보여드릴게요.”

누구보다 빨라야 하지만, 빠른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빠른 것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줘야 하는 엔트리급 대회.

“포뮬러 오브 아트. 이번 대회 제 진짜 목표에요.”

전생부터 수없이 달려본 카탈루냐 서킷. 이번만큼은 예술의 경지에 오른 레이싱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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