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확실히 1년 사이 팀에 대한 평가가 확 달라졌어요 >
[페라리는 모두에게 꿈이다]
페라리를 만든 장본인이자 F1 레이싱팀인 스쿠데리아 페라리를 설립한 엔초 페라리. 그의 확고한 신념이 세겨진 커더란 비석이 한 남자의 눈에 들어왔다.
“안쪽으로 들어오시죠. 모두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태리 북부 지방의 작은 도시 마라넬로(Maranello). 페라리의 본사와 더불어 공장과 연구소 등이 위치한 곳이다.
[Scuderia Ferrari Mission Winnow]
F1 스쿠데리아 페라리 팀이 사용하는 머신의 모든 연구와 제작뿐만 아니라 전용 서킷에서 테스트까지 할 수 있는 페라리의 핵심 근거지 마라넬로.
보통 F1 세계에서 마라넬로는 페라리 본사, 페라리 연구소 등과 동일 언어로 사용된다.
터벅터벅.
페라리 직원의 뒤를 따르며 마라넬로 안으로 들어온 남자. 오래된 건물부터 연구소로 보이는 신축 건물까지, 어릴 적 멋모르게 구경했던 건물들이 새롭게 느껴졌다.
“어서와요, 제프.”
페라리 드라이버 아카데미라고 적힌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아카데미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그를 맞이했다.
[페라리 드라이버 아카데미]
페라리의 F1 드라이버가 될 인재들을 육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세워진 유소년 드라이버 프로그램.
억만장자의 아들부터 세계 내로라하는 유망주까지 입단을 노리지만, 그 중에서도 극소수만이 가입할 수 있는 최고의 아카데미이다. 특히나 지난 5년 간 5명의 선수만이 입단 했을 정도다.
“나는 아카데미를 책임지고 있는 마테오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제프.”
나이스한 표정이 인상적인 마테오. 페라리 아카데미의 본부장이 제프를 향해 먼저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이쪽은 치로. 앞으로 제프 선수와 가장 가깝게 지낼 사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둘이 인사 나눠요.”
마테오의 소개로 얼굴을 비친 치로. 큰 키와 긴머리와 함께 어딘가 늠름한 인상을 가진 이탈리아 사람이었다.
“좀 있으면, 다른 선수들도 곧 도착할 겁니다. 그때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잠깐 쉬고 있어요.”
말을 건네고는 어딘가로 사라진 마테오. 멀뚱히 서있던 치로가 오피스 중앙에 남겨진 제프를 보며 말을 꺼냈다.
“이번에 제프 말고도 다른 선수가 또 들어와.”
“그렇군요.”
또 다른 동료의 소식에도 표정의 변화가 없는 제프.
“F1의 타이거(Tiger) 레이서 에머슨 피터발디를 알려나? 그분의 아들도 이번에 합류하기로 했거든.”
“에머슨 피터발디라면, 브라질 선수가 아닙니까?”
“오호, 70년대 F1 월드 챔피언이라, 잘 모를 줄 알았는데, 잘 아네? 역시, 하하.”
자신이 태어나기도 훨씬 전에 F1에서 활약했던 선수의 이름을 아는 제프.
“이력 보니까, 너 카트를 꽤 오래탔던데. 마지막 대회가 ADAC 포뮬러 4라고? 어때 포뮬러는 좀 탈 만했어?”
“포뮬러가 확실히 더 빨라서 재밌는 거 같습니다.”
“그렇지? 확실히 레이서들은 빠르고 큰 차를 좋아한다니까.”
“코치님도 레이서셨습니까?”
“응, 나도 여기 오기 전까지는 GP2 레이서였어.”
부상으로 인한 트라우마 때문에 레이서 생활을 접은 치로. 현역 시절 GP2 레이서들 가운데 F1 콕핏에 가장 근접했던 이탈리아 레이서 중 하나였다.
계속해서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는 두 사람.
“여기 오니까 어때? 차만 잘 타준다면, 레이서에겐 엄청 신나는 곳이 될 거야. 우린 그냥 아카데미 팀이 아니거든.”
페라리 드라이버 아카데미는 단순히 포뮬러 레이싱만을 가르치는 장소가 아니다. 경주차 개발 프로젝트부터 해당 시즌 F1 포뮬러카를 테스트하는 과정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경주차 메이커 중 하나인만큼 아카데미 치고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5년 전에 처음 만들어지고, 그때 이후로 프로그램은 계속 업그레이드 되고 있지.”
프로그램 설명을 마친 치로. 곧이어 의미심장한 표정과 함께 제프를 바라보며 말을 꺼내는데,
“근데 제프, 이 아카데미 교육 프로그램을 누가 만들었는 줄 알아?”
2009년 처음 프로그램이 세워지는 데 가장 많은 기여를 했던 F1 레이서.
“이 프로그램은 팀 어드바이져였던 너희 아버지 작품이야. 아무튼 우리 잘 해보자.”
어린 레이서들은 물론 레귤러들에게도 꿈의 장소인 페라리. 그 최고의 환경에서 역대급 유망주가 본격적인 대회 준비에 나섰다.
***
[카레이서 서준하, F3 데뷔 영국 스메들리 포뮬러 팀으로 결정]
-상반기 중 메인 후원사와 조인식 후 영국 스메들리 팀과 드라이버 계약 추진 -서준하 선수의 에이전시인 ㈜PHsports, 영국 스메들리 팀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 -향후 유로피언 챔피언쉽 우승 목표로 후원사 영입도 ‘순항’...
㈜PHsports는 서 선수의 다음 시즌 F3 유로피언 챔피언십 참가를 기존 팀 스메들리 포뮬러에서 시작한다고 밟혔다.
현재 후원사 측과 공식적인 계약 체결 시기를 긴밀히 협의 중이며, 또 다른 서브 후원사들 영입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이에 서 선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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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준하 선수 사진 잘 나왔는데?”
PHsports 홍보 담당자의 연락을 받고 기사를 읽어내려가는 한서윤. 기사 중앙 엄지를 치켜세운 서준하의 사진을 가리켰다.
“확실히 몸이 커졌어. 사진으로 봐도 엄청 듬직해 보여.”
새로운 무대를 앞둔 서준하. 겨울철 휴식 기간인 스토브 시즌을 맞아 체력 훈련, 특히나 상당한 근력 훈련에 들어갔었다.
“어, 근데 이거 진짜였구나. 거의 확정인가 본데?”
PHsports를 검색하자 한서윤의 눈에 들어온 또 다른 제목. 그녀가 재빠르게 기사를 클릭했다.
[전일본 F3 무대 카레이서 강민수, 영국에서 서준하와 한솥밭 먹을지도...]
-일본 슈퍼 포뮬러 주니어 데뷔전 우승자 강민수, 영국 스메들리 팀과 드라이버 계약 가능성 높아져 -모터스포츠 에이전시 ㈜PHsports, 본격적으로 강민수 지원에 나서 -성사된다면, 국내 처음으로 한국인 레이서 2명이 같은 팀 소속으로 대회 출전...
만약 우리나라에서 F3 대회가 열리게 된다면 영국 팀 소속으로 꼭 참가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PHsports는 F3 유로시리즈의 국내 중계권을 확보하려고 노력 중이며 이후 방송사들과 중계방송 협의에도 들어갈 예정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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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님 말이 진짜였구나.”
몇 차례 미팅에서 레이서 강민수의 얘기를 언급했던 박장호. 성사 가능성을 낮게 봤던 한서윤에게 지금 기사의 내용은 다소 의외였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팀 메이트가 생긴 거네.”
“강민수... 레이서?”
일본 무대에서 포뮬러 활동을 했던 강민수. 서준하에겐 낯선 이름의 레이서였다.
“박 대표님이 눈여겨 보시던 선수였나봐. 기대되는 걸?”
잠시 후, 기사의 마지막 문단을 읽은 그녀가 서준하를 바라봤다.
“흠, 중계권이면... 그래서 강민수 선수를 영국으로 보낸다고 하신 걸 지도 모르겠다.”
스메들리 팀을 후원하며 강민수를 팀 레이서로 앉히려는 필립 황. 한국 선수 두 명을 한 무대에 올리며 본격적으로 에이전시 사업을 시작했다.
“역시 대표님이셔. 한국인 레이서가 두 명이나 출전하는 대회면, 아무래도 사람들 관심이 훨씬 더 클 테니까. 그러면 방송사 하고 딜하기도 쉬울 테고. 거래 금액도 높아질 수밖에 없지...”
한서윤의 말이 맞았다. 필립 황은 선수를 투자하는 일에서조차 수익을 낼 수 있는 길을 찾아내는 수완 좋은 사업가였다.
“근데 뭐가 어찌 됐건, 중계권은 진짜 됐으면 좋겠다. 그러면 한국에서도 준하 선수 레이스를 볼 수 있는 거잖아?”
국내 팬들은 물론 매일밤 자신을 걱정하는 가족들에게도 엄청난 선물이 될 터. 서준하 역시 가장 기쁜 대목이었다.
“다행이네요, 부모님 걱정이 조금 줄겠어요.”
***
“저번에 했던 인터뷰 반응은 어때?”
영국의 한 모터레이싱 잡지사의 인터뷰에서 다음 시즌 F3 유로피언 챔피언십 도전 의사를 밝힌 윌리엄. 회의실에 앉은 수석 코치진들을 바라봤다.
“확실히 1년 사이 팀에 대한 평가가 확 달라졌어요. 영국 무대에서 한 팀이 연속으로 브리티시컵이랑 유로컵을 우승한 사례가 드물잖아요. 다들 F3도 기대된다고 난리에요.”
팀의 커머셜 담당자 루시. 트위토를 포함한 SNS 속 스메들리의 평가를 체크해왔다.
“확실히 서준하가 있으니까 스메들리에 거는 기대도 더 커진 거 같아요.”
F3 역시 차량을 직접 제작해야 하는 대회가 아니다 보니, 팀의 경쟁력은 곧 어떤 레이서를 보유했느냐에서 갈린다.
영국 포뮬러 관계자들에게 부쩍 관심을 받고 있는 서준하. 스메들리 팀 상승세의 주역이었다.
“반면에 의외라는 반응도 있는데, 전부 경쟁 팀의 패널들이 그런 소릴 하더라고요.”
“그렇겠지. 안 그래도 포화인 상태에 경쟁자가 하나 더 들어온 셈이니까.”
여러 레이싱 카테고리 중 치열하기로 소문난 F3 유로피언 챔피언십. 기존 팀 모두 새로운 팀의 참가는 달갑지 않았다.
“그때 보내드린 LCC쪽 미캐닉들 프로필 읽어 보셨나요?”
본격적인 팀원 모집에 들어간 스메들리 팀. 미캐닉, 퍼포먼스 엔지니어 등 엔지니어링 파트 쪽 팀원 모집을 위해 헨리가 명단을 추렸었다.
“어, 봤네. 조금 더 검토할 시간이 필요해. 곧 넘겨 줄게.”
“LCC? 거기는 레스터 쪽 미캐닉들이잖아. 설마 우리 팀에 데려오려는 건가?”
영국에선 명문으로 꼽히는 경주차 엔지니어링 교육 기관 LCC. LCC란 이름을 들은 롭이 두 눈을 크게 떴다.
“LCC의 제임스 오빗한테도 제안을 드렸는데, 반응이 긍정적이었어. 어때, 대박이지 않아?”
“와, 우리 진짜 이번에 제대로 달리는구나.”
팀의 변화가 하나둘 가시권에 들어오자, 벅찬 감정에 휩싸인 롭. 웃는 얼굴로 코치진의 얼굴을 둘러봤다.
“윌리엄 그리고 이거.”
자신의 가방을 열어 무언가를 꺼내든 루시.
“이번 시즌 오버롤 샘플이에요.”
팀의 상징 색상인 파랑과 노랑의 조화가 돋보이는 레이싱 슈트.
“이전 시즌이랑 다른 소재를 써서 그런가? 전체적으로 훨씬 고급스럽게 느껴져요.”
고급 소재를 사용해 특별 주문한 팀 유니폼. 상의 등판에 자수로 새겨진 커다란 스메들리 팀 마크가 돋보였다.
“색깔이 쨍한 게, 서준하랑 아주 잘 어울리겠구만, 하하.”
흡족해 하는 윌리엄을 시작으로 코치진 저마다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이는데,
“근데 루시, 이번에 준하는 사이즈 더 큰 걸로 주문해야 할 거예요.”
“왜?”
“키가 더 컸어. 그리고 무엇보다 근육량이 많이 늘은 것 같아. 이젠 정말 프로 드라이버 같다니까.”
동계 시즌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하고 있는 서준하. 눈에 띄게 엄청난 신체적 발달을 이뤄내고 있었다.
“하하, 오케이, 오케이. 아참!”
어딘가 굉장이 기대감에 찬 얼굴로 말을 잇지 못하는 루시.
“내일 새로 구매한 차량이 오는 거, 다들 알고 계시죠?”
F3 출전을 위해 새로운 포뮬러카를 구입한 스메들리 팀. 팀원 모두가 고대하는 날이 다가왔다.
“허허, 벌써 그 날이 왔구만.”
순간, 더 빠르고 날렵한 F3 차를 탄 서준하의 모습이 윌리엄의 머릴 스치고 지나갔다.
“내일 당장 서준하를 부르게. 곧바로 셰이크 다운(shake-down)에 들어가자고!”
새로 조립한 차량을 테스팅하는 주행, 셰이크 다운. 스메들리의 F3 신고식이 내일로 다가왔다.
< 확실히 1년 사이 팀에 대한 평가가 확 달라졌어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