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F1 레이서-72화 (72/200)

< 우리가 눈여결 볼 선수가 한 명 더 남았죠 >

부우우우우우우우웅.

위이이이이이이이잉

쎼엥.

“저거 스메들리 팀이잖아.”

2차전 준비를 위해 스파 서킷을 찾은 콜린 팀. 이미 서킷에는 F3 경주차부터 GT카까지 다양한 레이싱 카들이 질주하고 있었다.

“서킷 관계자한테 들었는데. 저쪽은 이미 지난주 월요일부터 연습 시작했대. 허참, 우리도 좀 더 일찍 왔어야 했나.”

서킷 위 컨트롤라인으로 들어오는 파란색 포뮬러카 한 대. 분명 이번 대회 경쟁 팀 스메들리의 차였다.

엔지니어들의 수근거림을 들은 조쉬 감독. 표정의 변화 없이 그저 서킷을 바라봤다.

“레이서들은 왜 안 보이지?”

점심 식사 이후 약속한 시간까지 피트로 집합하기로 했다. 레이서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감독이 스태프들을 향해 한마디 던졌다.

“후...”

1차전부터 뜻밖의 결과를 맛 본 콜린 팀. 팀의 퍼스트 레이서는 리타이어했고, 세컨드는 7위에 그쳤다.

팀 분위기가 말도 아닌 상황에 레이서들의 행동은 조쉬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었다.

“제이크가 인터뷰 때문에 늦는답니다. 톰도 옆에 있는 것 같구요.”

사실 평소라면 별 문제되지 않는 일이다. 아직 대회 시작 전이고, 지금 당장 포뮬러카에 올라탈 계획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왠지 모르게 지금 상황이 상당히 불만족스러웠다.

“인터뷰는 연습 끝나고 하라고 해. 당장 가서 데려와.”

경험 상 초반 기세라는 게 분명 존재하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경쟁 팀 몇몇이 이미 연습에 들어간 걸 눈으로 보자 마음은 더 급해졌다.

특히나 지금 자신의 앞을 스쳐지나간 레이서 덕분에 더욱 조급해지는데,

[Smedley Team: Junha Seo]

한창 롤링을 하며 스파 서킷을 서행하는 1차전 우승자의 포뮬러카. 차량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조쉬의 눈은 계속 서준하에게로 향했다.

“서준하 레이서죠? 저 친구 이제 들어왔나 보네요.”

“아, 오셨습니까, 대표님.”

조쉬의 옆으로 다가선 팀의 대표, 조지 콜린. 내리막을 따라 오 루즈 구간으로 들어간 파란색 포뮬러를 가리켰다.

우아아아아앙.

우우우우웅.

휑.

이어서 최고출력이 450hp가 넘는 메르세데스 AMG GT카 한 대. 묵직하고 요란한 배기음에 모두의 시선이 그리로 향하는데,

“하하, GT카가 보란 듯이 치고 나가네요.”

다른 차들을 계속 추월하며 빠른 속도로 스파를 질주하는 GT카. 압도적인 스피트도 오 루즈 구간을 돌파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계속해서 서킷 위에 경주차들을 바라보는 콜린 팀. 잠시 후,

“이제 본격적으로 달리려나 본데?”

턱수염을 길게 기른 조지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파란색 포뮬러카를 바라봤다.

“어디 한 번 볼까?”

전과는 눈에 띄게 달라진 속도로 스타트 라인을 통과하는 스메들리 포뮬러카.

1번 헤어핀을 돌며 빠르게 내리막에 들어갔다.

부우우우우우우우웅.

위이이이이이이이잉

쎼엥.

기다란 내리막을 내려가는 스메들리의 포뮬러카. 그리고,

“...!!!”

순식간에 10층 높이만큼의 오 루즈로 치솟아 올랐다.

“아까 그 GT만큼 빨라...!”

아슬아슬 바깥으로 밀려나갈 듯하면서도 라인을 유지하는 스메들리의 차량. 그 광경을 본 많은 이들의 입이 벌어졌다.

“원래 F3가 저 구간에서 저렇게 빨랐나?”

눈앞에서 보고도 믿기 힘든 광경. 뒤이어 나타난 경주차들과는 비교되지 않는 속도였다.

“저것 봐! 아까 그 속도랑 다르잖아.”

곧이어 나타난 또 다른 스메들리 팀의 포뮬러카. 앞선 서준하의 차보다 느린 스피드로 오 루즈를 벗어나고 있었다.

“또 온다!”

오 루즈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콜린 팀 전원. 잠시 후, 다시 한 번 서준하가 나타났다.

“쟤 뭐야?!”

서킷 근처로 다가선 사람들.

“저, 저게 F3 차라고?!”

내리막에 올라선 파란색 포뮬러카. 엄청난 스피드로 다시 오 루즈에 올랐다.

***

“...공식 기록은 없지만, 저희 쪽에 들리는 정보에 의하면, 반 스페르트의 마르코 선수의 연습 기록이 상당히 좋았다고 합니다.”

2차전 퀄리파잉 예선 시작 전, 중계진이 이전 연습 주행 내용을 살피며 갤러리들의 기대를 높였다.

“자, 오늘은 기온이 상당히 떨어졌어요. 어제 연습 주행보다 쌀쌀한 날씨입니다.”

평소와 달라져야 할 차량 세팅값들. 타이어 설정부터 예열 시간, 엔진 회전수 조절까지. 퀄리파잉 당일 기온 변화가 각 팀 엔지니어들의 머릴 복잡하게 만들었다.

“날씨가 날씨인만큼, 오늘 예선에선 선수들이 히트업을 충분히 가져가야 합니다. 종종 미끄러운 구간도 있다고 하거든요. 오늘 같은 날 무리하면 차가 뒤집혀요.”

“그렇습니다. 이러다 비라도 한 번 내리면, 막장 레이스가 되기 쉬운 곳이 스파 프랑코샹이에요. 별 탈 없는 퀄리파잉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서킷 구석구석을 비추던 카메라. 1코너 이후 내리막 구간에서 잠시 멈춰섰다.

“F1 역사상 최악의 크래쉬 장면으로 뽑혔던 곳이 여기죠.”

14대의 연쇄 크러쉬가 발생했던 곳으로 스파에서 경기가 열릴 때마다 잊히지 않고 회자되는 곳이다.

“자, 그러면 이제 피트로 넘어가 보죠.”

피트레인 입구를 시작으로 등장한 참가 팀의 모습.

“이번에는 각 팀 어떤 전략을 들고 나왔을지. 분주한 참가 팀들의 피트입니다.”

포뮬러카에 올라탄 레이서들과 팀원들간의 대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서준하 레이서와 긴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퍼포먼스 엔지니어링 책임자, 헨리 가슬리입니다. 서준하의 눈에 띄는 활약에 한몫한 스태프 중 한 명이라고 볼 수 있죠.”

중계진에 말과 함께 헨리와 서준하의 대화 장면이 클로즈업 되고,

“서준하 선수는 대화를 중요시하는 레이서라고 합니다. 레이스 엔지니어들만큼이나 퍼포먼스 엔지니어들과도 피드백이 잦다고 하는데요. 참 엔지니어들이 좋아할 법한 선수군요.”

고저차가 심하고 다소 까다로운 코스인 만큼 레이서에게 무리한 운전을 자제시키는 헨리. 지난 몇 주간 서준하가 보여준 드라이빙이 어떤 내용인지 잘 알기에 몇 번이고 안전 운행을 당부했다.

“프리마 팀은 벌써 준비를 마친 듯 합니다. 두 레이서 모두 미동도 없이 신호를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엔지니어들과 얘기를 나누는 여느 선수들과 다르게, 전방을 주시하는 제프와 페트로.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듯한 모습이 인상적인데,

“프리마도 1차전에서 아쉽게 1위를 놓쳤거든요. 아마 이번 2차전에 모든 걸 걸었을 겁니다. 저 팀이 원래 2위 같은 건 안 하는 곳이니까요.”

마지막 피트를 끝으로 중계진들이 시간을 살폈다.

“자, 이제 슬슬 시간이 된 거 같은데요.”

이어서 스튜어드들이 대기 중인 컨트롤 타워가 화면에 잡혔다. 그리고,

[PIT LANE OPEN]

[29 분: 59 초]

“2차전 퀄리파잉 시작합니다!!!”

***

부우우우우우우우웅.

위이이이이이이이잉

-2분 6초 376! 민수가 세컨드 톱(잠정 2위)이야. 이번 랩타임 잘 나왔어.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늦게 서킷에 올라온 서준하. 천천히 트랙을 탐사하며, 타이어 예열에 신중을 가했다.

“현재 톱타임은?”

롭의 무전으로 강민수의 기록을 전해들은 서준하. 차분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5초 222, 마르코 하페르. 초반 어택에 성공한 듯. 서두를 거 없어, 준하야.

지난 대회 톱타임과 비슷한 랩타임이 5랩 만에 등장해버린 상황. 서준하의 주변으로 페이스를 올리는 차가 몇 대 보였다.

-오늘은 대부분 플라잉랩 타이밍이 빠르다, 예상대로야.

서준하는 차분했다. 이들처럼 서두를 생각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지금 상황은 자신이 바라던 바였다. 아직 시간은 남았고, 생각해둔 어택 타이밍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

끼이이익.

쿠궁.

트랙 바깥 런오프(Run-off)로 밀려난 포뮬러카들. 내리막 이후 등장한 코너 앞에서 제어 능력을 상실한 차량들이 등장했다.

-이제 스피드를 내도 될 거 같다. 충분히 예열됐어

계속 서행하는 서준하를 두고 날라온 롭의 무전. 하지만 속도를 높이지 않았다.

헨리의 말처럼 실제 노면의 느낌은 달랐다. 연습 때보다 그립감이 빠르게 올라오지 않았는데,

부우우우우우우우웅.

위이이이이이이이잉

휑.

남다른 스피드로 서준하를 추월하고 사라진 황금색 포뮬러카. 뒤이어 이번에는 빨간색 경주차가 등장했다.

휑.

다시 한번 달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겨우 참아냈다.

끼이이익.

17턴을 지나 마지막 18,19턴의 버스스탑 시케인으로 들어온 서준하. 80km/h 아래로 속도를 떨어뜨리며 강력하게 브레이킹했다.

-페트로가 마르코의 톱타임을 잡았다. 2분 4초 933.

확실히 지난 대회 기록보다 현저히 앞선 톱타임. 2분 5초의 벽을 깬 선수가 잠정 폴에 들어갔다.

-이제 가자, 준하!

길고 길었던 한 랩을 마무리한 서준하. 스타트라인을 통과하며 본격적으로 속도를 높였다.

***

[2R Qualifying]

[10 분: 11 초]

남은 시간은 10분 남짓. 순위권 경쟁자들이 플라잉랩에 들어간 듯 한데,

“자, 콜린의 제이크! 턴 17에서 속도가 떨어지지 않았죠! 이번 랩 기대됩니다!”

잠정 1위의 기록을 넘어서기 위해 연속으로 고속 주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뒤에 또 다른 경쟁자 제프 베시! 제프의 빨간색 포뮬러카가 스파의 고속 코너 뿌옹(Pouhon)을 빠져나옵니다!”

연달아 세 바퀴 고속 주행을 이어가던 제이크. 이제 스타트라인을 통과했다.

“아! 제이크! 2분 5초 003!!!”

혼신을 다한 듯 보이는 마지막 플라잉랩. 아쉽게도 1위에 올라서지 못했다. 그리고,

“자! 이번에는 제프! 제프 볼까요!”

계속해서 뒤바뀌는 랭크, 다시 한번 또 다른 도전자가 나타난 상황.

“와아아아아아아아!!!”

스타트 라인을 통과하고 전광판으로 제프의 기록이 표시됐다.

[2Round – Qualifying Pole]

1. Jeff Bessie?2:04:521 / 9 lap

“드디어 나왔습니다! 제프 잠정 1위에 올라섭니다!”

페트로보다 0.5가량 앞선 기록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제프. 마지막 연료를 짜내며, 스타트라인을 통과했다.

“아직 끝이 아닙니다. 우리가 눈여결 볼 선수가 한 명 더 남았죠!”

스피드를 높이며 1턴으로 들어갔던 서준하. 기다란 직선주로에 초반 어택에 들어갔던 선수들이 서행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후...’

내리막에 오른 서준하의 포뮬러카. 타이어의 그립감은 최상이었고, 트래픽은 없었다.

‘자, 1차 시도.’

성공하면 엄청난 스피드가 주어지지만, 단 한 순간의 미스로 차가 뒤집힐 수도 있는 서준하의 드라이빙.

“서준하! 오 루즈를 내려오는 속도가 남다른데요?!”

부우우우우우우우웅.

위이이이이이이이잉

예선 내내 꾹참았던 스피드. 서준하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놓지 않았다.

“진입 속도가 너무 빨라요오오오!!!”

하지만 내리막의 끝에서조차 가속 페달을 놓치 않는 서준하.

“...!!!”

좁아터진 연석에 절묘한 각도로 오른쪽 앞바퀴를 붙인 서준하. 미친 스피드 그대로 오 루즈를 통과하는데,

“OMG!!!”

모두의 관심이 쏠린 순간, 서준하가 스피드를 높이며 플라잉 랩에 들어갔다.

“다릅니다! 이 선수 오 루즈를 통과하는 속도가 차원이 다릅니다!”

< 우리가 눈여결 볼 선수가 한 명 더 남았죠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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