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F1 레이서-74화 (74/200)

< 서준하가 외롭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군요 >

“생각보다 날씨가 좋은데요?”

아침 햇살이 따스한 2차전 레이스 당일 오전. 아침 식사를 마친 서준하가 스메들리 피트에 들어왔다.

최종 점검에 들어간 미캐닉들. 헨리와 제임스가 점검했던 사항을 드라이버에게 알렸다.

“준하야, 브레이크 오일을 바꿔놨어, 어제보다 브레이킹이 훨씬 수월할 거다.”

레이스에서 극한 상태에서 자주 쓰게 되는 브레이크. 브레이크 오일의 온도변화가 심하므로 레이스마다 교환해줘야 한다.

자신의 포뮬러카로 다가선 서준하. 차량의 타이어, 브레이크, 캘리퍼 등을 살폈다.

“패드는 괜찮은 거죠?”

“그것도 새로 교체했어. 걱정마라, 준하야.”

드라이버의 테크닉이 뛰어나도 경주차의 세팅이 제대로 안 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최종점검을 소홀하면 우승은 고사하고, 완주하기 힘들고 사고를 일으킬 위험도 훨씬 높아지기 때문.

“그나저나, 아침마다 이렇게 와서 일일이 다 체크하는 레이서는 처음 보네.”

“맞아, 1차전에는 그냥 와서 한 번 보는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지난 1차전 연습 주행부터 매일 아침 피트로 찾아와 최종 점검을 했던 서준하. 보기 드문 모습에 새로운 팀원들이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준하는 돈과 실력만 있으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믿는 레이서들이랑은 다르지.”

드라이버의 테크닉이 아무리 뛰어나도 무조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돈을 많이 들였거나 팀워크가 좋아도 경주차의 정비가 제대로 안 되어 있으면 모든 게 물거품이다.

“출발 전 점검을 레이싱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아.”

서준하의 경험상 출발 전 경주차의 튜닝과 정비에 중점을 두고 하나하나 정성들여 마무리해야 결과가 좋았다.

미캐닉들과 세팅값을 조율하는 서준하. 그의 곁으로 헬멧을 손에 든 팀 스태프 한 명이 다가왔다.

“서준하 선수, 오늘은 조금 짙은 바이저(Visor)로 준비했습니다.”

헬멧에 장착된 유리막 바이저는 햇볕이 강할수록 짙은 제품을 사용한다. 헬멧을 집어든 서준하가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리고 안전 벨트는 미리 차량에 달아놨고, 말씀하신 장갑, 마스크는 테이블 위에 올려놨습니다.”

대회 당일 레이서가 신경 써야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참가 신청부터 식사, 이동 등등 이런 자잘한 일들을 생략하게 된다면, 레이스에 대한 집중력을 더욱 높일 수 있다.

[레이스 시작 1시간 전]

사전 준비에 고마움을 표시한 서준하. 시계를 확인하며 준비 물품을 챙겨들고 피트 안쪽 룸으로 걸음을 옮겼다.

“대기실에 잠깐 들어갔다 나올게요. 시간되면 불러주세요.”

레이스 1시간 전부터는 행동을 시스템화한다. 우선 될 수 있는 대로 혼자 있는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집중이 안 된다. 아무것도 아닌 내용에 빠져들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작은 방 안에 홀로 앉은 서준하. 스타트 시 자신이 해야할 일들을 미리 떠올려 보는데,

“...출발 신호 꺼지는 거 확인하고, 곧바로 시프트 업, 회전계 보고서...”

출발 과정을 미리 매뉴얼화해 두면 필요하지 않은 일에 머리를 쓰는 일이 적다. 최정상 드라이버들의 경우 이런 루틴을 필수적으로 준비 스케쥴에 포함한다.

똑똑.

꽤 오랜 시간 이미지 트레이닝을 마친 서준하. 스태프의 부름과 함께 룸을 빠져나와 포뮬러카 앞에 섰다.

두두두두두두둥.

엔진음과 함께 점점 더 선명해지는 감각. 콕핏에 올라탄 서준하가 헬멧을 착용했다.

-서준하, 준비 됐어?

라디오로 들려온 밝고 힘찬 레이스 엔지니어의 목소리. 눈을 감았다 뜬 서준하의 시야로 미캐닉의 출발 사인이 보였다.

“퍼팩트.”

곧이어 스메들리 팀의 퍼스트 포뮬러카가 피트를 나섰다.

***

“자, 오프닝 랩을 시작하는 선수들.”

2차전 레이스 시작 전, 참가자들이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포메이션 랩을 돌았다.

“순위권 레이서 대부분이 옵션 타이어를 장착한 모습이 보이는데요.”

“그렇습니다, 비가 올 것 같지는 안 거든요. 모두 초반을 노리겠다는 의도가 강해 보이는데요.”

US 타이어부터 S 타이어까지. 순위권 참가팀 모두 과감하게 옵션 타이어를 장착한 모습.

“지난 1차전에서도 스타트 미스가 몇몇 선수에게서 나왔거든요. 게다가 오늘 서킷이 스파 아니겠습니까? 조심스럽지만 스타트 직후 1코너 부근에 많은 혼전이 예상되는군요.”

드라이버는 예측 능력과 반응 속도가 아주 좋아야 한다. 앞서 잘 달리던 차가 언제 어디서 갑자기 멈출지 모르기 때문. 대형 크러쉬가 많았던 스파 서킷. 레이스 시작 전부터 중계진이 걱정을 늘어놨다.

“자, 선수들 마지막 코너를 돌며 다시 스타트 라인을 복귀합니다.”

선두 차량을 시작으로 홈 라인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포뮬러카들.

“폴포지션에는 스메들리 팀의 서준하! 그의 뒤로 프리마 레이싱의 제프, 페트로...”

그리드 위 각자의 위치에 멈춰선 차량들.

두두두두두두두둥.

“서준하의 옆뒤로 빨간색 포뮬러카 두 대가 서있습니다. 아직 출발도 안했는데, 서준하가 외롭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군요.”

“그렇습니다. 오늘 서준하에 대한 압박이 엄청 거셀 것으로 보이는데요.”

1차전 서준하에게 1위 자릴 내준 프리마 레이싱. 이번 2차전 만큼은 반드시 선두에 올라 챔피언 경쟁 구도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예선 성적이 압도적이었던 서준하와 제프 선수 아니겠습니까? 선두 경쟁이 치열할 텐데요. 사실 그러면 그 뒤에 페트로, 제이크, 강민수 세 선수에게도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이어서 등장한 스메들리 피트와 프리마 레이싱의 피트. 긴장된 얼굴의 각 팀 감독들이 번갈아 화면에 잡혔다. 그리고,

띠.

띠.

띠.

우우우우우웅.

띠.

위이이이이잉.

“신호 꺼졌습니다! 2차전 레이스 시작합니다!!!”

시작과 동시에 스타트라인을 강타하는 강렬한 엔진음과 배기음. 수십 대의 포뮬러카가 뽑아내는 사운드는 그야말로 천둥 소리 같았다.

부우우우우우웅.

위이이이이잉.

재빠르게 변속한 뒤 가속 페달을 밟는 서준하. 회전계를 확인하면서 윙미러를 확인하는데,

‘온다...!’

우측에서 한 대. 후방에서 한 대. 옆뒤로 가까워지는 빨간색 포뮬러카들.

‘그렇다면 난 이쪽!’

망설이지 않고 재빠르게 판단을 내린 서준하. 1코너 진입에 유리한 좌측에서 우측로로 진로를 변경했다.

“아! 시작부터 프리마 팀이 선두 둘러싸려고 하는데요오오!”

중위권 스타트 미스에 선두권 압박에 정신 없는 중계진.

“하지만 서준하아아아! 이를 예측하고 우측으로 이동합니다!”

우우우우우우웅.

소리만 듣고도 변속에 성공하며 주위 정황을 살피는 서준하. 초반 자리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경쟁차의 동선에 주의를 집중했다.

“이렇게되면 좌측에 공간이 열렸죠!”

1코너까지 다소 짧은 홈스트레치. 선두 좌측으로 생긴 빈틈을 페트로가 파고들었다.

“페트로! 페트로가 서준하의 옆으로 나란히 섭니다!”

“단숨에 2위로 올라선 페트로! 1코너 직전 서준하와 배틀입니다!”

옆쪽으로 더욱 강해진 경쟁차의 소음. 서준하가 윙미러를 흘겨봤다.

‘더 붙어라.’

옆차와의 간격을 확인한 서준하가 변속 타이밍을 재가며 1코너 진입 시점을 잡았다.

“붙어요! 붙어요! 서준하가 살짝 좌측으로 움직입니다!”

“두 선수 계속 서로를 확인하다간 브레이킹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거든요!”

우측으로 크게 꺾이는 1코너 초저속 헤어핀. 좌측 진입로를 차지하기 위해 두 선수가 점점 한 곳으로 모였다.

“우어어어어어어!”

바깥쪽은 페트로 안쪽은 서준하. 두 포뮬러가 나란히 코너를 돌기 시작하는데,

쿠쿵.

“아! 부딪혔어요!!!”

두 포뮬러카의 바뀌가 부딪히며 콕핏의 레이서들이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하지만,

“페트로! 바깥으로 밀려납니다!”

스파 서킷의 홈스트레치는 짧다. 그말은 곧 페트로가 아웃라인으로 추월하기위한 모멘텀이 적게 실릴 수밖에 없다는 소리. 추월 차량에겐 충격에도 밀리지 않고 치고 나갈 힘이 부족했다.

“서준하! 서준하! 서준하가 먼저 나갑니다아아아!”

충격에도 당황하지 않은 서준하. 재빠르게 스로틀을 개방했다.

“내리막 구간에서 페트로보다 빠르게 속도를 높인 서준하! 가장 먼저 오 루즈를 내려갑니다!!!”

사실 프리마 팀의 전략은 눈에 보였다. 이미 이런 상황을 수차례 겪어봤던 서준하는 오히려 페트로가 들어와주길 바랐다.

“페트로 자신의 출발 순서로 돌아갑니다! 속도가 떨어진 틈을 타 제프가 먼저 내리막을 올라탔습니다!”

추월은 공간만 보고 하는 게 아니다. 차량의 컨디션과 속도를 더한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어린 페트로는 단순히 공간만 보고 들어왔다.

“서준하! 이번 레이스 첫 블로킹에 성공하며 케멜스트레이트로 들어섭니다!!!”

독특하고 재밌는 고속 슬라럼을 지나 직선주로에 들어선 서준하. 내리막 시작 지점에서의 배틀 덕분에 평소보다 느린 속도로 오 루즈를 빠져나오는데,

“서준하의 뒤로! 제프! 이번에는 제프 베시가 선두를 쫓습니다!”

1,2위 선두의 배틀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은 3위 제프. 1턴에서 안정적인 코너링에 성공하며 내리막에서 가속 타이밍을 빠르게 가져갔다.

“오 루즈를 빠져나온 제프! 서준하의 뒤에 바짝 붙으려합니다!”

1km가 넘는 직선 구간 케멜 스트레이트. 오 루즈 탈출 속도가 빠른 차량일수록 이 구간 돌파가 수월하다. 그리고,

“어! 진입 속도는 제프가 더 빠른데요오오오오!!!”

직선 주로 시작점 놓인 중계 카메라. 순식간에 가까워진 선두와 제프의 차량이 한 화면에 담겼다.

부우우우우우우우우웅.

위이이이이이이이잉.

뒤차가 바싹 따라오면 레이서는 심리적 동요를 일으킨다. 몸이 굳어지고 페달, 핸들 기어의 조작이 거칠어진다. 그러면 경주차의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앞지르기를 당하거나 차체의 균형이 깨지면 스핀을 일으키기 십상이다.

“들어갈 듯 말 듯! 아! 제프! 서준하의 슬립스트림에 들어갑니다!”

“조금 타이밍이 빠른 것 같기도 한데요!”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달려가는 레이서가 있었으니,

‘그래, 들어와.’

윙미러에 보이는 빨간색 포뮬러카. 부쩍 가까워진 경쟁자의 모습에 서준하가 미소 지었다.

부우우우우우우우우웅.

위이이이이이이이잉.

휑.

“성공! 제프! 서준하를 제치고 선두에 올라섭니다!”

케멜 스트레이트 1/3 지점. 제프가 이번 대회 처음으로 서준하의 앞을 넘어섰다.

“프리마 팀 환호합니다! 제프 빠른 속도로 앞질러 나가는데요오오!”

앞선 배틀에서 페트로의 희생으로 이득을 본 프리마 팀. 피트 분위가가 난리가 났다. 하지만,

“아! 서준하!!!”

케멜 스트레이트 2/3 지점. 중계진이 서준하의 포뮬러카를 보고 소리를 질렀다.

“이번에는 서준하가 제프의 슬립스트림에 들어갑니다아아!!!”

“와, 설마 노린 건가요?!”

추월 당한 이후 직선 구간에서 끌어올린 스피드. 서준하가 다시 따라 붙었다.

“그렇죠! 슬립스트림도 직선 구간의 길이를 보고 해야죠!!!”

너무 일찍 슬립 이용하면 남은 거리에서 상대에게 똑같이 반격을 당할 수 있다. 이른 추월 시도로 다시 위기에 놓인 제프. 그리고,

“나와요! 나와요! 나와요!”

엄청난 기민성으로 순식간의 우측으로 빠져나온 서준하.

“워어어! 서준하 순식간에 제프의 옆으로 튀어나옵니다!”

이어지는 7코너. 서준하가 먼저 코너 진입에 성공했다.

< 서준하가 외롭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군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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