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F1 레이서-78화 (78/200)

< 갤러리 모두 서준하의 이름을 외칩니다 >

뉘르부르크링은 장기 코스인 노르트슐라이페 그리고 스프린트 코스인 GP-슈트레케 두 가지로 나뉘는데, 이번 F3 대회는 독일 카트 대회가 자주 열렸던 스프린트 코스, GP-슈트레케를 사용한다.

“이번 3차전, 독일 모터파크 팀 레이서들의 얼굴이 유난히 밝군요.”

3차전 퀄리파잉 전날 오후. 연습주행을 마친 선수들이 프레스 컨퍼런스 장소에 참석했다.

“이번 서킷은 길이가 3.629km로 굉장히 짧습니다. 퀄리파잉부터 엄청난 난타전이 예상되는데요. 파비앙 선수는 어떻게 서킷을 공략하실 계획이십니까?”

“뉘르부르크링, 특히나 GP-슈트레케 코스는 저와 같은 독일 출신 레이서들에게 아주 익숙한 서킷이죠. 부모님과 함께 손잡고 이곳에서 카트를 타러 왔던 시절이 생각나네요.”

독일 출신 선수들이 상당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가운데, 이번에는 우승 후보들에게 질문이 시작됐다.

“스메들리의 서준하 선수, 이번 3차전 역시 강력한 우승 후보입니다. 이번에는 어떤 기록을 세울 예정이신가요? 하하하.”

1,2차전 모두 압도적인 기록으로 폴포지션을 차지했던 서준하. 다른 선수들과는 다른 성격의 질문이 등장했다.

“하하, 이번 3차전 역시 폴포지션을 차지하기 위해 준비...”

폴포지션이라는 말에 서준하를 흘겨보는 경쟁 선수들.

“저도 처음 경험해 보는 서킷이라 긴장되지만, 좋은 기록으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답변을 끝으로 쏟아지는 박수. 기자들 가운데 서준하의 팬으로 보이는 남성 기자들 몇몇이 크게 환호했다.

“자, 그리고 또 다른 우승 후보죠. 프리마 레이싱의 제프 베시 선수. 제프도 지난 기자 회견에서 뉘르부르크링에 대해 엄청난 자신감을 보이셨는데요. 어떤가요? 준비 잘 되고 있으신가요?”

마이크를 건네주며 제프를 바라본 서준하. 제프의 얼굴은 어딘가 평온해 보였다.

“지난 F4 시리즈 챔피언 파이널 라운드가 이곳이었습니다. 모터 파크 선수들처럼 독일 출신인 제게도 익숙한 곳이죠. 이곳에 오면 옛 기억에 잠기게 됩니다. 아버지가 북쪽 코스를 연습 주행하시면, 전 남쪽 코스에서 카트 연습을 하곤 했죠.”

제프의 입에서 나온 아버지라는 말이 서준하의 흥미를 끌었다.

“아하, 그러면 아버지도 모터 레이싱 선수였나 보죠?”

그의 말에 호응하던 기자가 다시 물었다.

“그러습니다. 지금은 은퇴하셨지만, 제가 이 길을 가는데 가장 많은 도움을 주신 분입니다. 3차전 독일전만큼은 아버지께 우승 소식을 전해드리고 싶네요.”

차분하고 적절한 코멘트에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또 다른 질문에 답하던 제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마지막 질문을 받게 되는데,

“제프, 이번 대회 우승을 라이벌 때문에 많이 놓치는 모습인데요. 이번에도 서준하 선수가 준비를 많이 한 듯 보이는데, 이길 자신 있나요?”

꼭 마지막에 이런 걸 묻는 얄미운 기자가 있었다. 잠시 서준하를 흘겨본 제프 베시.

“이겨야 할 적이 있는 건,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마이크를 내려놓은 제프가 당당하게 카메라를 바라보는데,

‘네가 내 라이벌이었어?’

제프의 답변에 미소를 띄운 서준하. 어린 제프의 패기가 귀엽게 느껴졌다.

***

“3차전 퀄리파잉 시작합니다!”

[3R Qualifying Time]

[29분 : 59초]

전광판에 표시된 제한 시간. 갤러리의 환호와 동시에 레이싱카 몇 대가 뛰쳐나왔다.

“예상대로입니다! 서킷으로 가장 먼저 등장한 건 파란색 포뮬러카들. 모터파크의 파비앙과 마르셀이 등장합니다.”

“그렇습니다. 두 선수 모두 슈퍼 소프트 타이어를 장착한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초반 어택을 시도하려는 듯합니다. 자신감이 넘치는군요!”

피트레인 출구를 잡은 중계 카메라. 독일 출신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죠. 연습 주행과 다르게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거든요. 충분히 초반 승부수를 띄워볼 만합니다.”

1,2차전 두 차례 모두 순위권에 들지 못한 모터파크 팀. 3차전만을 기다려왔다는 듯이 빠른 워밍업에 들어갔다.

“생각보다 서킷이 많이 짧거든요. 아마 초반부터 어택을 많이 시도하는 게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죠. 오늘은 다들 빨리 나오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중계진의 말과 동시에 어택을 시작하는 모터파크의 포뮬러카들. 뒤이어 다수의 선수들이 서킷에 등장했다.

“오호, 이러면 초반 상당한 카오스가 예상되죠. 자, 말씀하신 순간, 스메들리와 콜린 팀의 레이서들이 출전합니다!”

대부분의 선수가 등장하는 가운데, 메인 스텐드에 위치한 붉은 물결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했다.

“마지막으로 제프와 페트로가 등장합니다!”

“오, 제프 곧 바로 달려요! 마지막 주자라서 후반을 노릴 줄 알았는데, 아니에요!”

US 타이어를 장착한 제프 베시. 프리마 팀의 환호를 받으며 스타트 라인을 통과했다.

“워밍업을 마친 모터파크의 포뮬러카들! 곧바로 플라잉랩에 들어가는 듯 합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제프 베시! 워밍업을 마친 선수들이 스피드를 높입니다!”

컨퍼런스에서의 자신감은 허세가 아니었다. 본격적으로 초반 어택을 실시하는 독일 선수들.

부우우우우우우웅.

위이이이잉.

휑.

띠링.

파비앙을 시작으로 스타트 라인을 통과한 선수들. 타임 체커에 랩타임이 전송됐다.

“1분 22초 241! 파비앙 쉴러, 단 네 바퀴만에 지난 대회 폴(pole) 기록과 가까운 랩타임을 만듭니다!”

“그리고 이어서 들어오는 제프 베시! 자, 기록 한 번 볼까요?!”

띠링.

“와우, 잠정 폴입니다. 제프 베시 1분 22초 114!”

3차전 강력한 우승 후보로 지목되며 곧바로 그 실력을 입증해 보이는 제프 베시. 일찍이 등장한 폴 기록에 몇몇 후발주자들의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

-아직 연료량이 많아, 페이스 유지하자, 준하야

“copy.”

롭의 무전에 문제 없다는 듯한 말투로 답하는 서준하. 최소 10바퀴는 서킷을 돌 생각으로 나왔다.

-22초대가 한 명 더 나왔어. 폴을 따내려면 21초대를 만들어야 해예상대로 초반 어택을 시도하는 선수들이 여럿 나온 상황. 경쟁자들의 레이서는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본래 자신의 전략 타이밍에 맞게 페이스를 유지해야 하는 게 중요한데, -다들 슬슬 달리기 시작한다 주변에서 감각을 높이던 차들 몇몇이 사라졌다. 원래 전략인지, 아니면 조급해진 탓에 갑작스럽게 속도를 내는 건지 알 턱이 없지만, 서준하는 내심 이들이 플라잉 랩을 나서는 게 고마웠다.

-우리 전략에 맞게끔 돌아가고 있어. 네가 달릴 때 쯤이면 트래픽이 줄어들 거야.

“오케이, 지금 몇 바퀴 돌았지?”

기다란 홈 스트레치를 달리는 서준하. 맞은편 똑같은 모양의 백 스트레치를 흘겨보고는 물었다.

-7바퀴째, 정확히 11랩에서 플라잉에 들어간다

초반과 그리고 지금 중반에 나눠 많은 차들이 어택에 들어간 상황. 상황판을 살핀 롭이 적절한 오더를 내렸다.

부우우우우우웅.

위이이이이이잉.

이후 한참을 달리던 서준하의 앞으로 깃발을 들고 움직이는 마샬들이 보였다.

-전방에 옐로우 플래그! 데브리 주의!

초반 어택 선수들의 파이널 타임과 중반 어택 선수들의 시작 타임이 맞물린 상황. 절반 이상의 선수들이 플라잉 랩을 달리는 카오스에선 반드시 사고가 나기 마련이다.

“copy. 다들 힘이 좀 빠지겠네.”

서준하의 말처럼 한껏 집중하며 기록을 내던 선수들이 사고 구간에서 속도를 줄였다. 사고 처리 후 곧바로 경기가 재개되고, -한 바퀴 더 일찍 들어가자. 이번 랩을 끝으로 스타트한다 사고 덕분에 페이스가 많이 떨어진 차들. 그 모습을 본 롭이 오더를 바꿨다.

“copy. 다음 랩에 들어간다.”

서준하의 앞으로 폴 타임을 만드는데 필요한 참가자들이 보이는 듯했다.

***

띠링.

“이전과 같이 두 바퀴를 클린하게 돈 제프 베시! 21초 336을 기록하며 잠정 폴에 오릅니다!!!”

전광판 맨 위로 제프의 기록에 빨간 불이 켜졌다. 중계 화면에 등장한 프리마 팀이 잔칫집마냥 들뜬 분위기에 휩싸이고,

“지금 1,2,3위 모두 독일 선수들입니다. 서준하를 포함한 우승 후보였던 영국 팀 모두 아직 5위에도 못 들었는데요.”

퀄리파잉이 중반을 넘어선 상황. 뉘르부르크링 스텐드 위로 거대한 독일의 국기가 휘날렸다. 독일 팀 모두 선전하는 가운데,

“자, 말씀하신 순간 서준하가 스피드를 올리는데요!”

“하하, 모두가 기다렸다는 듯이 서준하에게 관심이 쏠립니다!”

“갤러리 모두 서준하의 이름을 외칩니다!”

중계진의 말과 함께 곧바로 스타트 라인을 포착하는 카메라. 11랩 시작, 서준하가 어택에 들어갔다.

“마지막 코너를 빠져나온 서준하! 홈스트레치에서 최고속으로 달려옵니다!”

기다란 홈과 백 스트레치가 특징인 뉘르부르크링. 직선 주로 시작과 동시에 서준하의 눈앞으로 적절한 먹잇감이 보였다.

“데니스! 우측으로 비켜야죠!”

데니스의 앞으로 청색기가 휘날리는데,

“엥?!”

데니스가 진로를 바꾸기도 전에 차량 뒤로 바짝 붙는 서준하.

“두 선수 부딪히겠어요!!!”

일정 거리 이상 가까이 접근하자, 서준하의 주변으로 공기 저항이 감소함과 동시에 앞으로 빨려드는 슬립스트림이 발생했다. 그리고,

“설마! 데니스의...?!”

순간적으로 데니스와의 거리가 좁혀진 서준하의 포뮬러카. 앞차와 부딪힐 듯 아슬아슬한데, 쎄엥.

재빠르게 주행 라인을 바꿔 좌측으로 빠져 추월에 성공하는 서준하. 슬립 스트림으로 기본적인 성능 이상의 속도를 내며 스트레치를 달렸다.

“와! 아주 영리한 드라이빙입니다! 서준하!”

“그렇습니다. 어떻게 보면 데니스와 파비앙이 장애물일 수도 있거든요. 기다리지 않고, 슬립 스트림에 들어가서 속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리는네요!”

“역시 이 선수를 기다린 보람이 있군요!”

1코너에 다가서기 전, 속도가 뒤지는 또 다른 포뮬러카가 서준하의 앞에 보였다.

“...!!!”

그렇게 또 다른 차량과 가까워지는데,

“또! 또! 이번에는 파비앙인가요?!”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는 서준하 덕분에 중계진 모두 긴장감이 극에 달하는데, 쎄엥.

“다시 성공! 굉장한 속도로 질주합니다, 서준하 선수!”

부딪히기 직전, 이번에는 좌측으로 빠져나온 서준하. 곧바로 풀브레이킹을 하며 1턴 코너링에 성공했다.

“자! 이렇게 되면 이번 랩 엄청난 속도로 홈스트레치를 빠져나왔어요. 시작하자마자 랩타임을 기대하게 만드는데요?!”

퀄리파잉에서 추월은 일반적이지않다. 추월에 자신 있는 레이서만이 가능한 아니, 속도에 미친 자만이 가능한 서준하만의 전략이었는데,

“기민성도 기민성이지만, 지금 11랩이 정확히 루즈해지고 있었거든요!”

“그렇죠, 그 타이밍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어택을 시작한 서준하의 판단력도 칭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에는 백 스트레치로 들어온 서준하. 스트레치 진입하자마자 먹잇감을 발견했다.

“서준하, 작정했어요!!!”

슬립 스트림으로 엔진 부담을 줄이며, 엔진 회전수를 관리한 서준하.

“최대한 공기 저항을 줄인다! 이것이 바로 오늘 서준하의 전략인 듯합니다!”

파비방의 뒤에 붙으며 다시 한번 차량 성능 이상의 속도를 달렸다.

< 갤러리 모두 서준하의 이름을 외칩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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