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F1 레이서-85화 (85/200)

< 내 말이 맞지? >

끼이이이익.

7턴의 바깥쪽 연석을 최대로 밟으며 코너링하는 서준하. 아슬아슬 차가 런오프로 빠질 듯한데,

“우어어어어어어!!!”

“잡았어요! 서준하 중심을 잡았습니다!”

레드불링의 대표적인 블라인드 코너 린트. 빠른 랩 타임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연석을 과감하게 사용하며 다음 턴까지 속도를 살려내는 게 중요하다.

“이어서 7턴에 다가서는 페트로! 주춤 주춤!”

린트 코너는 다운힐로 코너의 정점이 아래로 푹 꺼진 형태. 클리핑 포인트(경주차가 코너를 돌 때 코너 안쪽에 타이어가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지점)를 확인할 수 없는 고난도 코스다. 진입 직전 페트로가 급격하게 속도를 줄이는데,

“그렇죠, 원래 이게 정상입니다! 스탑 지점을 잡기 어려우니까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이게 됩니다!!”

서준하의 코너링과 대조적인 모습. 탈출 속도를 끌어올리지 못 한 페트로가 다음 코스도 느린 속도로 지나갔다.

“서준하! 마지막 턴을 빠져나오면서 스타트라인을 향해 질주합니다!”

“이번 랩 환상적이었는데요! 서준하가 첫 번째 어택에서 과연 몇 위까지 올라설 수 있을지!”

컨트롤라인을 통과하고 측정된 그의 랩타임. 곧바로 전광판의 순위가 뒤바뀌는데,

“1분 21초 442! 서준하! 첫 플라잉랩에서 곧바로 2위에 랭크합니다!!!”

“1위 제프와 0.5초도 차이가 안나는데요! 게다가 제프는 어택 세 번째에 만들어낸 기록이거든요?!”

“그렇습니다. 서준하! 멈추지 않고 이제 1턴을 돌아 미친 오르막 스트레이트에 올랐습니다!”

중반 어택을 노리는 주자들이 많이 없었다. 여유롭게 다시 한번 핫 랩을 달리는 서준하. 페트로는 단 한 번의 추격을 끝으로 멀어진 것 같은데,

“스타트라인을 통과한 페트로! 또 다시 어택을 시작합니다!”

“페트로는 초반 가장 먼저 어택을 시도했던 선순데요. 지금 몇 번째 전력 질주입니까? 레드불링도 엔진 부담이 엄청난 곳이에요. 쿨링 좀 했다가 질주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은데요?”

그런 페트로는 안중에도 없는 서준하. 오로지 베스트 타임을 만들어내겠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드라이빙에 심혈을 기울였다.

“서준하! 2턴에서 살려낸 속도로 빠르게 다음 코스로 이동합니다!”

10도에 가까운 T3 내리막. 중게화면으로 볼 때보다 훨씬 험준하기로 소문난 코스. 레드불링이 고속 서킷으로 불릴 만한 곳임을 보여주는 코스에서 스메들리 차량이 과감한 레이싱에 나서는데,

“달라요! 이전 랩이랑 다릅니다! T3를 내려오는 서준하! 내리막이 주는 속도를 그대로 살려서 달립니다!”

“이렇게 되면 경쟁자들 숨이 가빠오겠는데요?!”

진짜 빠른 레이서가 누구인지. 고속 서킷은 어떻게 타야 하는 건지. 다시 한번 모두를 놀래켜주고 싶었다.

“Moto3 클래스 조차 급회전에 버거울 정도로 급격한 코스가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참 괴랄한 내리막 코스들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서준하! 연석을 최대한 활용하며 4,5,6턴을 버텨냅니다!”

Moto3와 같은 모터싸이클 레이서들도 상당히 역동적인 포지션으로 주행하는 구간. 거기에 오르막과 내리막이 교차하는 지점까지 겹치며 레이서에게 굉장한 부담감을 선사하는 곳이다.

“자! 다시 한번 7턴! 서준하 여기까지 잘 왔는데요...!”

중계진은 물론 갤러리와 참가 팀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다시 한 번 린트 코너에 진입한 서준하.

“또!!! 진입 속도가 엄청납니다!”

“이번에도 연석을 최대한 활용해야죠!”

연석이 거칠기로 유명한 레드불링이다. 연석을 제대로 밟지 않으면 타이어 펑쳐나 심하게는 서스펜션이 부러지는 경우도 있는데,

끼이이익.

“우어어어어!!!”

“저, 저 속도를 또 살려서 나가요! 이러니까 다들 서준하, 서준하 하는 거 아닙니까?!”

8턴을 빠져나가며 모두의 시선이 스타트라인으로 향하고,

띠링.

[4R Qualifying Record]

1.서준하/ 1:18.621/ lap 11

2.제프/ 1:20.037/ lap 5

3.제이크/ 1:20.146/ lap 6

.

.

“서준하! 잠정 폴!”

18초대라는 생소한 랩타임. 곧이어 장내 방송이 울려퍼졌다.

[Red Bull Ring - Track Record]

[1: 18초 621 No.7 서준하]

“와아아아아! 트랙 레코드! 서준하 레드불링에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웁니다!!!”

중계진의 마지막 코멘트와 함께 레드불링이 그의 이름으로 가득 찼다.

***

“후... 후...”

트랙 레코드를 달성한 소식을 들은 서준하. 너무 소릴 지른 탓에 숨을 헐떡였다.

-서행, 서행. 쿨링 들어가자, 준하야

높아진 기온. 두 바퀴의 어택 만으로 차량 부담이 심했을 거다. 곧바로 우측으로 빠지라는 오더를 내리는 롭.

부우우우우우우웅.

위이이이이이잉.

쎄에에엥.

한편, 갑자기 분주해진 레드불링. 어택을 보류하던 경쟁자들이 서준하의 기록을 보고는 다시 질주를 시작했다. 그 가운데 서준하의 옆을 지나가는 빨간색 포뮬러카. 페트로 피터발디였다.

-트랙 레코드지만, 결과는 아무도 몰라. 아직 10분 정도 남았고, 지켜보다 파이널 랩에 한 번 더 들어간다

“copy.”

그후 계속 서준하의 옆을 지나가는 포뮬러카들. 제이크와 제프 역시 다시 어택에 들어간 듯 보였다. 서행하며 퀄리파잉을 지켜보던 서준하. 전방 시야로 강민수의 차량이 눈에 들어왔는데,

“롭, 지금 앞차도 어택에 들어가려는 거지?”

초반 어택 주자였던 강민수. 경쟁자들이 달리기 시작하자, 다시 어택을 시작하려는 듯 보였다.

-맞아, 초반 기록이 5위까지 처졌어. 민수도 다시 들어갈 듯.

초반 전략을 위해 연료량을 줄였던 강민수. 서준하의 예상대로라면, 어택을 마친 지금 강민수는 한두 바퀴정도뿐이 찬스가 없다. 남은 시간은 10분, 어택 타이밍이 중요해 보이는데,

“롭, 내가 볼 땐 지금 들어가면 안 돼. 종료 직전을 노리라고 설득해봐.”

지금 어택에 들어간 선수들 전부 오버페이스였다. 서킷에 오르면 다른 선수들의 불안이 더 잘 보였고, 이런 상황에선 꼭 변수가 생길 수밖에 없다. 서준하가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다.

-오케이, 맬릭한테 전달했다

어차피 한두 바퀴밖에 노릴 수 없다면, 굳이 지금 들어갈 이유가 없다. 종료 직전까지 강민수가 조급해 하지만 않고 차분히 기다린다면, 분명 막판이 더 어택하기 수월할 거다.

여유롭게 다른 차들의 주행을 지켜보는 서준하. 다들 우승 후보 기록 따라잡기에 열중한 듯 보였다. 그런데,

끼이이이이이익.

후방에서 들리는 스키드음. 이어서 쿵하는 소리가 서준하의 귓가에 들렸다.

“내 말이 맞지?”

윙미러를 바라보는 서준하. 뿌연 연기와 함께 마지막 턴 주위에 멈춰선 차량을 확인했다.

***

“아! 망했어요! 이번 랩 전부 망했습니다!”

마지막 턴에서 미끄러진 후 멈춰선 빨간색 포뮬러카. 뒤이어 어택에 들어갔던 선수들이 그 앞에서 급격하게 속도를 줄였다.

“특히나 초반 주자들에겐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을 텐데요!”

“굉장히 힘이 빠지는 상황입니다. 저 선수들이 사고 처리 후 또 달릴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고요.”

초반 전략에 맞게 연료량을 적게 채웠던 초반 어택러들. 아껴두었던 마지막 한 방이 어이없게 날아가버리는 순간이었다.

“페트로... 계속 아슬아슬 했었는데요. 결국에는 무너지네요. 아쉽습니다!”

“프리마 팀은 아쉽겠어요. 제프도 방금 전까지 괜찮았거든요? 마지막 턴에서 확 속도가 죽으니까 랩 타임을 기대하긴 힘들 걸로 보이네요.”

중계진의 말대로 프리마 팀 피트는 난리가 났다.

“내가 멈추라고 몇 번이나 말했어!”

평소 팀원들에게 상냥하고 친절했던 조르조 감독.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얼굴로 페트로의 레이스 엔지니어 앞에 다가섰다.

“페트로가 말을 듣지...”

“그러니까 평소에 똑바로 교육하라고 했잖는가!”

전담 엔지니어도 못 막은 페트로의 고집. 오늘 퀄리파잉에서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수백 번 남발하던 페트로였다.

“제프의 상태는?”

“한 바퀴를 더 도는 건 안 될 것 같답니다. 연료가...”

잠정 2위에 랭크한 제프 베시. 레이스 엔지니어가 제프 차량의 연료가 한 바퀴를 더 돌 수 없음을 알렸다.

“하... 또 한번 기회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비록 잠정 폴이 트랙 레코드였지만, 제프를 믿었다. 왜냐 그는 매번 기적을 보여줬던 F1 황제 슈마허의 아들이었으니까.

“이렇게 되면 이번에도 2위인가...”

종료까지 5분 남을 남기고 예선이 중단된 상황. 조르조 감독이 한숨을 내쉬며 퀄리파잉 기록을 살폈다.

“감독님, 경기 재개됐습니다!”

엔지니어의 말과 함께 다시 서킷을 바라보는 조르조 감독. 그런데,

“...!!!”

“뭐? 트랙 레코드를 세우고도 보여줄게 남았단 말이야?!”

재개 후 유난히 빠른 파란색 포뮬러카 한 대. 조르조의 눈이 뒤집혔다. 서준하는 아직 끝이 아닌 듯했는데,

“서, 서준하가 아닙니다...”

“뭐?!”

엔지니어의 말에 프리마 피트가 다시 한 번 초긴장상태에 들어갔다.

“강민수! 강민수가 어택에 들어갔습니다...!”

***

“경기 재개! 오늘 리타이어가 꽤 많았는데요. 아직 연료가 남은 선수들이 마지막 5분 동안 전력을 다하는 모습입니다!”

경기가 중단되도, 선수들은 포메이션 랩을 달린다. 하지만 포메이션 랩은 공짜가 아니다. 연료를 사용한다. 덕분에 대부분의 초중반 어택 주자들이 서행하는 가운데, 갤러리의 관심이 향한 차량이 있었으니,

“스메들리! 스메들리의 또 다른 코리안 레이서 강민수! 오르막 스트레이트를 질주합니다!”

“아, 이 선수 초반 어택 주자였는데요. 지금 이 타이밍에 어택을 들어갈 상황인지 모르겠네요. 이거 중간에 멈추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하하.”

경기 중단 이후 가라앉았던 분위기가 갑작스럽게 뒤바뀌고,

“워허허! 공격적이에요! 강민수! 4턴으로 돌진합니다!”

강민수의 앞을 서행하던 포뮬러카들 주위로 청색기가 휘날렸다.

“레이트 브레이킹 포인트를 정확하게 집어내는데요!”

급격한 회전에도 흔들리지 않고, 밸런스를 찾아나가는 강민수의 차량.

“자! 이어서 내리막에 들어갑니다!”

막판 연료량과 더불어 집중력마저 쥐어짜내는 레이서 강민수. 이번 랩 남다른 스피드를 달리는 그의 눈앞에 린트 코스가 등장했다.

“여기만 잘 해준다면, 기대해볼만 한데요!”

레드불링의 모두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7턴에 들어서는데,

끼이이이익.

“이야! 안 미끄러졌어요! 이번에는 제대로 연석을 밟고 나왔습니다!”

탈출 속도를 살린 강민수. 그래도 마지막 턴을 돌아 스타트 라인으로 돌진했다.

“차가 갑자기 멈출지도 몰라요! 빨리! 빨리!”

중간에 멈추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그랜드스탠드의 갤러리 전원이 일어나는데,

“피니쉬이이이이이!!!”

엄청난 스피드로 스타트라인을 통과하며 모든 이의 시선이 전광판으로 향했다.

“1분 19초 104!!! 강민수 잠정 2위에 랭크합니다!”

남은 시간은 3분. 강민수의 기록을 지켜보던 서준하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고 팀이 맞은 최고의 상황을 즐겼다.

[4R Qualifying]

[Race over]

후발 주자들이 파이널랩을 달리고 종료된 퀄리파잉. 확정된 예선 순위를 받아든 스메들리 피트가 난리가 났다.

“와아아아아아아!!!”

윌리엄의 주위로 방방뛰며 환호하는 엔지니어와 미캐닉들.

“1위, 2위?!”

검차대로 들어가는 자신의 팀 선수들을 바라보며 감격에 빠진 윌리엄.

“하하하!!! 그걸 보여줄 때가 왔구만!”

두 선수의 4차전 레이스를 상상하고는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 내 말이 맞지?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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